우리나라 육지의 70% 가까이가 산이라 언제 그 많은 산을 다 밟아 볼까 가끔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끔 섬에 가 보면 거기에 또 산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산으로 뒤덮인 땅이고, 오를 산과 코스를 달리하면 늘 새로움이 있어 좋습니다.
이번 트렉으로 다녀온 사량도는 서울 경기에 사는 사람한테는 그야말로 땅끝에 가깝습니다. 자동차로 근 4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통영에 도착하고 그런 다음 40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닿는 곳이니까요. 이런 먼곳을 한해 20만여명이 찾는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량도 기본정보를 보니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낚시꾼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트렉일자: 2021년 12월 25일(토)
트렉코스: 금평향 -> 사량도 돈지마을 등산로 들머리 -> 지리산 -> 불모산 -> 옥녀봉 -> 사량대교 -> 칠현산 -> 읍포마을 -> 금평항 -> 고동산둘레길 -> 금평항(아래 지도 참조) 금평항에서 돈지마을 까지, 읍포마을에서 금평항까지는 버스로 이동.
교통: 자차. 통영으로 가는 길에 경유할 곳이 있어 자차를 선택했으나 자차든 대중교통이든 편도 4~5시간 생각해야.
날씨: 시계 괜찮은 맑은 날씨에 평지에는 바람이 거의 없고, 산 정상부도 가끔 초속 3~4m 정도의 바람이 있을 뿐. 트렉 시작 시점인 9시쯤 영하 4~5도, 능선은 영하 1~2도에서 영상 2~3도. 지난주 강릉 아리바우길 트렉에 이어 연속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한파를 피한 셈이 되네요. ㅎㅎ
전날 통영에서 숙박하고, 통영의 가오치항에서 첫배를 타고 사량도로 갑니다. 40분이면 닿는 곳이라 도착하기 전 뱃전에서 일출을 봅니다.
이 다리(사량대교) 덕택에 사량도의 상도와 하도를 잇는 종주가 가능해 졌습니다.
금평항(위 지도에는 사량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 여러 블로그에 안내돼 있듯 버스 2대가 뱃시간에 맞추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차는 상도행, 다른 차는 하도행. 지리산부터 오르려면 상도행 버스를 타고 돈지마을까지 가야합니다.
가까운 거리라 약 15분이면 돈지마을에 도착하는데 버스기사분이 너무 친절한 나머지 서 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자 다음 정류장인 수유도 전망대에 세워 주면서 '종주는 여기서 시작입니다. 내리세요!' 합니다. 살짝 낭패입니다. 종주하는 건 맞지만 돈지마을, 즉 해발 '0'에서 종주 능선을 탈 계획이었는데. 할 수 없이 걸어서 다시 돈지마을로 내려갑니다.
돈지마을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둘러보면 등산로 입구 팻말이 보입니다(아래 사진 참조). 이곳을 들머리로 삼아 걸어 들어가면 별 문제없이 등산로 입구에 10분여만에 닿습니다.
54회까지 졸업생을 배출하고 2012년 폐교된 돈지분교입니다. 숙박시설로 활로를 찾는 노력이 있었던 모양인데 잘 안됐다는군요. 참 그림같은 위치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등산로 들머리에서 한 2~30분 오르다보면 어느 덧 능선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초입부터 암릉입니다.
좀 험해 보이죠? 근데 실제 타보면 매끈한 화강암 지형은 아니라서 잡을 곳이 많고 지형이 아찔한 곳은 별로 없습니다. 조심하기만 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상도 하도의 마을 이름에(돈지마을, 내지마을) 공통으로 들어있는 지리를 따 지리산으로 이름을 짓고, 이곳에서 맑은 날에 지리산이 보여 지리망산이라고 불렀다는데 지금은 지리산으로 명칭이 굳어졌다네요. 아무튼 홍보면에선 지리산 브랜드 후광을 입고 있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걸어야 할 능선 길입니다.
섬 산행의 특혜죠. 능선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함께 하는 것. 섬도 많고 산도 많고 바다 위 양식장도 쉽게 눈에 띕니다. 양식장을 보면 파란 바닷물 위 흰색의 부표들이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정갈하게 보입니다. 그곳에서 자라고 채취한 수산물도 당연히 깨끗할 것으로 생각하고 먹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부표들이 우리나라 바다에 5천만여개가 떠 있고 그중 4천만개 가까이가 스치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표라고 하는데, 이것들이 오랜 시간 파도에 부딪히면서 바다속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돼 버렸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부표를 2015년부터 보급, 2024년까지 모든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친환경 부표의 친환경성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활동은 진행이 되고 있는데 여전히 미흡해 보입니다.
아래 사진 속 제일 윗부분이 달바위(불모산)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오늘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이면서 좀 위험한 암릉구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내려와 사량도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에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제계단(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lee15sky&logNo=220663801142&parentCategoryNo=&categoryNo=14&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을 만나는데 이곳 조심해서 내려와야 합니다. 자신이 없는 분들을 위한 우회길도 있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상도 코스의 끝점인 옥녀봉입니다. 옥녀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를 거칠 때마다 늘 궁금했습니다. 전국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의 산이 제법 많을텐데 얼마나 많고, 왜 옥녀봉이고, 옥녀봉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등. 여기 마침 이 주제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얼추 전국에 옥녀봉이 수백개는 되고 각 옥녀봉에 얽힌 이야기가 다 다르다는 것. 사량도의 옥녀봉이 왜 옥녀봉인지도 이 글에 설명돼 있습니다. 글쓴이 얘기처럼 전국의 옥녀봉을 이름과 연관된 이야기를 알아보면서 쭉 답사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옥녀봉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사량대교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환종주는 아닌데 환종주처럼 오전에 걸은 봉우리들과 능선이 맞은편에 보입니다.
이 종주 코스의 특징중 하나는 사량대교를 건너 칠현산으로 가는 능선으로 한번 더 오르막을 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사량대교를 건너면 마주 보이는 화장실 옆 등산로 입구 표지판입니다. 가파르면서 길기도 해 오늘 코스에서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소나무를 이고 있는 지점까지 계속 오르막입니다.
칠현산쪽 암릉은 맞은편에 비해 얌전한 편입니다.
길 잃은 염소인지 아니면 방목되고 있는 염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끔 염소들과 마주칩니다. 암릉 길엔 구슬처럼 생긴 염소똥이 자주 보입니다. 맞은편 지리산쪽 능선에선 오며 가며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이쪽 능선은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주로 옥녀봉 하산으로 종주를 마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날머리자 들머리인 이곳 바로 맞은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운 좋으면 버스가 금방 오겠지만 직전 버스를 놓쳤다면 이곳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다시 금평항입니다. 혹시 몰라 나가는 배는 마지막 배인 오후 5:50분편을 예약했는데 아직 1시간여가 남았습니다. 걸을 만큼 걸었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 고동산 둘레길을 한 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해가 곧 떨어지는 시간인데다 날씨도 다시 추워져서 둘레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통영시에서 2017년 조성한 길이랍니다. 기사를 보니 나무도 1만 그루 넘게 심었구요. 주로 소나무가 보이고 간간히 편백나무도 보입니다.
그런데 좀 아쉽습니다. 해안 둘레길로 만든 것인데 몇 군데 전망터 말고는 나무나 숲에 가려 걷는 내내 정작 바다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딱히 특색이 없다 할까요? 점차 나아지겠지요.
둘레길 전체의 2/3가량 오면 이런 이정표가 보입니다. 더 가고 싶어도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혹시 마지막 배를 놓칠까 하는 두려움에 여기서 더 가지 않고 방향을 틀기로 합니다. 이렇게 틀면 고동산을 가로로 가로질러 다시 금평항이 있는 진촌마을로 가게 됩니다.
고동산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이 산은 진촌마을의 그야먈로 뒷산입니다. 둘레길 대신에 차라리 고동산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길을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바다도 보고 마을도 보고 배가 들고 나가는 모습도 들어오는 길이 될텐데요.
2년전 초봄에 방하트렉에 참여해서 처음 사량도를 밟고 두번째로 찾았습니다. 벌써 눈에 익숙한 곳도 있고 하도의 산과 능선을 걸으며 그때 못보았던 모습도 오감으로 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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