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육지의 70% 가까이가 산이라 언제 그 많은 산을 다 밟아 볼까 가끔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끔 섬에 가 보면 거기에 또 산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산으로 뒤덮인 땅이고, 오를 산과 코스를 달리하면 늘 새로움이 있어 좋습니다.  

 

이번 트렉으로 다녀온 사량도는 서울 경기에 사는 사람한테는 그야말로 땅끝에 가깝습니다. 자동차로 근 4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통영에 도착하고 그런 다음 40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닿는 곳이니까요.  이런 먼곳을 한해 20만여명이 찾는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량도 기본정보를 보니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낚시꾼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트렉일자: 2021년 12월 25일(토)

트렉코스: 금평향 -> 사량도 돈지마을 등산로 들머리 -> 지리산 -> 불모산 -> 옥녀봉 -> 사량대교 -> 칠현산 -> 읍포마을 -> 금평항 -> 고동산둘레길 -> 금평항(아래 지도 참조) 금평항에서 돈지마을 까지, 읍포마을에서 금평항까지는 버스로 이동.

교통: 자차. 통영으로 가는 길에 경유할 곳이 있어 자차를 선택했으나 자차든 대중교통이든 편도 4~5시간 생각해야.

날씨: 시계 괜찮은 맑은 날씨에 평지에는 바람이 거의 없고, 산 정상부도 가끔 초속 3~4m 정도의 바람이 있을 뿐. 트렉 시작 시점인 9시쯤 영하 4~5도, 능선은 영하 1~2도에서 영상 2~3도. 지난주 강릉 아리바우길 트렉에 이어 연속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한파를 피한 셈이 되네요. ㅎㅎ

 

 

전날 통영에서 숙박하고, 통영의 가오치항에서 첫배를 타고 사량도로 갑니다. 40분이면 닿는 곳이라 도착하기 전 뱃전에서 일출을 봅니다.

 

이 다리(사량대교) 덕택에 사량도의 상도와 하도를 잇는 종주가 가능해 졌습니다.

 

금평항(위 지도에는 사량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 여러 블로그에 안내돼 있듯 버스 2대가 뱃시간에 맞추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차는 상도행, 다른 차는 하도행. 지리산부터 오르려면 상도행 버스를 타고 돈지마을까지 가야합니다.

 

가까운 거리라 약 15분이면 돈지마을에 도착하는데 버스기사분이 너무 친절한 나머지 서 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자 다음 정류장인 수유도 전망대에 세워 주면서 '종주는 여기서 시작입니다. 내리세요!' 합니다. 살짝 낭패입니다. 종주하는 건 맞지만 돈지마을, 즉 해발 '0'에서 종주 능선을 탈 계획이었는데. 할 수 없이 걸어서 다시 돈지마을로 내려갑니다.

 

돈지마을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둘러보면 등산로 입구 팻말이 보입니다(아래 사진 참조). 이곳을 들머리로 삼아 걸어 들어가면 별 문제없이 등산로 입구에 10분여만에 닿습니다.

 

54회까지 졸업생을 배출하고 2012년 폐교된 돈지분교입니다. 숙박시설로 활로를 찾는 노력이 있었던 모양인데 잘 안됐다는군요. 참 그림같은 위치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등산로 들머리에서 한 2~30분 오르다보면 어느 덧 능선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초입부터 암릉입니다.

 

좀 험해 보이죠? 근데 실제 타보면 매끈한 화강암 지형은 아니라서 잡을 곳이 많고 지형이 아찔한 곳은 별로 없습니다. 조심하기만 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상도 하도의 마을 이름에(돈지마을, 내지마을) 공통으로 들어있는 지리를 따 지리산으로 이름을 짓고, 이곳에서 맑은 날에 지리산이 보여 지리망산이라고 불렀다는데 지금은 지리산으로 명칭이 굳어졌다네요. 아무튼 홍보면에선 지리산 브랜드 후광을 입고 있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걸어야 할 능선 길입니다.

 

섬 산행의 특혜죠. 능선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함께 하는 것. 섬도 많고 산도 많고 바다 위 양식장도 쉽게 눈에 띕니다.  양식장을 보면 파란 바닷물 위 흰색의 부표들이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정갈하게 보입니다. 그곳에서 자라고 채취한 수산물도 당연히 깨끗할 것으로 생각하고 먹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부표들이 우리나라 바다에 5천만여개가 떠 있고 그중 4천만개 가까이가 스치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표라고 하는데, 이것들이 오랜 시간 파도에 부딪히면서 바다속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돼 버렸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부표를 2015년부터 보급, 2024년까지 모든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친환경 부표의 친환경성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활동은 진행이 되고 있는데 여전히 미흡해 보입니다.

 

아래 사진 속 제일 윗부분이 달바위(불모산)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오늘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이면서 좀 위험한 암릉구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내려와 사량도 출렁다리까지 가는 길에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제계단(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lee15sky&logNo=220663801142&parentCategoryNo=&categoryNo=14&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을 만나는데 이곳 조심해서 내려와야 합니다. 자신이 없는 분들을 위한 우회길도 있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상도 코스의 끝점인 옥녀봉입니다. 옥녀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를 거칠 때마다 늘 궁금했습니다. 전국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의 산이 제법 많을텐데 얼마나 많고, 왜 옥녀봉이고, 옥녀봉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등. 여기 마침 이 주제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얼추 전국에 옥녀봉이 수백개는 되고 각 옥녀봉에 얽힌 이야기가 다 다르다는 것. 사량도의 옥녀봉이 왜 옥녀봉인지도 이 글에 설명돼 있습니다. 글쓴이 얘기처럼 전국의 옥녀봉을 이름과 연관된 이야기를 알아보면서 쭉 답사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옥녀봉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사량대교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환종주는 아닌데 환종주처럼 오전에 걸은 봉우리들과 능선이 맞은편에 보입니다.

 

이 종주 코스의 특징중 하나는 사량대교를 건너 칠현산으로 가는 능선으로 한번 더 오르막을 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사량대교를 건너면 마주 보이는 화장실 옆 등산로 입구 표지판입니다. 가파르면서 길기도 해 오늘 코스에서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소나무를 이고 있는 지점까지 계속 오르막입니다.

 

칠현산쪽 암릉은 맞은편에 비해 얌전한 편입니다.

 

길 잃은 염소인지 아니면 방목되고 있는 염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끔 염소들과 마주칩니다. 암릉 길엔 구슬처럼 생긴 염소똥이 자주 보입니다. 맞은편 지리산쪽 능선에선 오며 가며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이쪽 능선은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주로 옥녀봉 하산으로 종주를 마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날머리자 들머리인 이곳 바로 맞은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운 좋으면 버스가 금방 오겠지만 직전 버스를 놓쳤다면 이곳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다시 금평항입니다. 혹시 몰라 나가는 배는 마지막 배인 오후 5:50분편을 예약했는데 아직 1시간여가 남았습니다. 걸을 만큼 걸었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 고동산 둘레길을 한 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해가 곧 떨어지는 시간인데다 날씨도 다시 추워져서 둘레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통영시에서 2017년 조성한 길이랍니다. 기사를 보니 나무도 1만 그루 넘게 심었구요. 주로 소나무가 보이고 간간히 편백나무도 보입니다.

 

그런데 좀 아쉽습니다. 해안 둘레길로 만든 것인데 몇 군데 전망터 말고는 나무나 숲에 가려 걷는 내내 정작 바다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딱히 특색이 없다 할까요? 점차 나아지겠지요.

 

둘레길 전체의 2/3가량 오면 이런 이정표가 보입니다. 더 가고 싶어도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혹시 마지막 배를 놓칠까 하는 두려움에 여기서 더 가지 않고 방향을 틀기로 합니다. 이렇게 틀면 고동산을 가로로 가로질러 다시 금평항이 있는 진촌마을로 가게 됩니다.

 

고동산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이 산은 진촌마을의 그야먈로 뒷산입니다. 둘레길 대신에 차라리 고동산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길을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바다도 보고 마을도 보고 배가 들고 나가는 모습도 들어오는 길이 될텐데요.

 

2년전 초봄에 방하트렉에 참여해서 처음 사량도를 밟고 두번째로 찾았습니다. 벌써 눈에 익숙한 곳도 있고 하도의 산과 능선을 걸으며 그때 못보았던 모습도 오감으로 담고 갑니다.

 

 

 

 

 

 

오늘 트렉은 한달 트렉과제중 한 번 있는 편한 둘레길 코스입니다. 올림픽아리바우길이라고 강원도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려고 조성해 놓은 길이죠. 총 130여km에 달한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중 7코스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들로 빼곡한 숲과 멀리 강릉시와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입니다. 날씨도 오랜만에 대박입니다. 그냥 맑은 게 아니라 시계까지 좋은 미세먼지 거의 없는 날씨입니다.

 

코스 주변에는 신라때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보현사와 보현사의 뒷배가 되는 대공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돼 대공산을 같이 묶어서 탔는데, 실제는 대관령 초지가 시작되는 곤신봉까지 갔다 왔습니다. 표식이 없어서 대공산 정상에 올랐음에도 몰라보고 대공산으로 잘 못 본 곤신봉까지 가게 된거죠. ㅎㅎ

 

트렉일자: 2021년 12월 18일(토)

트렉코스: 보현사 입구 아리바우길 7코스 들머리 -> 어명정 -> 술잔바위 -> 대궁산성터 -> 대궁산 정상 -> 곤신봉 -> 대궁산 정상 200m 앞 삼거리 -> 보현사

교통: 자차

날씨: 기온은 트렉 시작시점인 오전 9시경엔 영하 7~8도, 한낮엔 영하 1~2도, 끝날 때쯤 오후 4시는 영하 3~4도.  대궁산 능선에서의 바람은 초속 3~4m 정도였으나 사방이 초지인 곤신봉 정상부는 얼추 초속 10m 상회. 풍속을 체감정도로 이해하려면 '보퍼트 풍력 계급'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수도권이 여기보다 더 춥습니다.

 

 

오늘 트렉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각기 다른 삼색의 길을 걸었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커다랗고 잘 자란 소나무가 그득한 숲을 맑은 날을 배경으로 편하게 거닌 후, 이어 겨울산을 호젓하게 걷는 대공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마지막으로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바람많고 드넓은 곤신봉 주변의 숨막히는 전경. 전체 14km 정도 되는 길지 않은 길이 참 다채로웠습니다.

 

 

7코스의 시작점은 이 블로그를 보고 찾았으나 여기 있는 지명들이 이미 네비에서 사라져 버려 7코스에서 실제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오늘 트렉을 시작합니다. 보현사의 일주문같아 보이는 지점을 바라보고 오른 편에 아리바우길 표지판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약 3km 정도 어명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곳까지 간혹 오르막길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한 산길이자 소나무 숲길입니다. 소나무같은 상록수가 있어 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사시사철 푸르러 소나무잎은 늘 같은 자리에 붙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2년에 한번씩 잎을 떨군다네요. 왜 그런지는 이 글에 잘 설명돼 있습니다. 과정은 잘 몰라도 좀 살펴보면 겨울 소나무 밑둥 주변에는 늘 마른 잎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헌 잎들이죠. 즉 우리가 보는 소나무에는 늘 새 잎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때 봐도 생기가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는 이렇게 홀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을 때 더욱 돋보입니다.

 

소나무숲 가로 멀리 보이는 도시는 강릉입니다. 날씨가 맑아 동해바다도 보입니다. 

 

 

길을 걷다 눈이 간 표지판입니다. 나무의 지름을 잴때 나무의 가슴높이에서 잰다는데 그게 밑둥에서 1.2m라네요. 처음 알았습니다.

 

어느덧 어명정에 도착합니다. 광화문 복원에 쓰인 금강송이 있던 자리로 이 금강송은 2007년 벌목돼 이렇게 기려지고 있습니다. 정자 안에 베인 금강송의 커다란 그루터기가 모셔져 있습니다.

 

 

 

오늘 코스중 평탄한 산길은 어명정까지입니다. 어명정 바로 뒤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술잔바위로 가는 길에 거치게 되는 '멧돼지 쉼터'라는 곳입니다. 표지판에 따르면 멧돼지들 놀이터이자 식량창고라는데 참으로 양지바르고 탁 트인 곳에서 노는 친구들이군요. 오늘 트렉구간중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곳입니다.

 

술잔바위까지 왔습니다. 아무리봐도 술잔처럼 안 보여 물컵을 들고 사진을 찍어 봤는데 그래도 술잔처럼 안보이네요. ㅎㅎ 아무튼, 이곳을 거쳐 그대로 진행하면 아리바우길 7코스의 나머지 구간을 걸을 수 있는데, 저는 여기서 유턴을 하여 대공산성과 대공산 쪽으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코스를 수정하면 걷는 길은 (보현사 일주문 -> 아리바우길 7코스 일부 -> 대공산 -> 보현사 뒤편)으로 바뀝니다(아래 지도 참조).

 

대공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대공산성을 만납니다. 축성연대가 미상인 오래된 산성으로 둘레가 4km나 된다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대공산성을 지나 30분 정도 더 오르면 아래아 같이 정상 표식 하나 없는 대공산 정상에 이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는 안내문을 보긴 했는데 이곳이 대공산 정상이라는 표식도 없고 안내도 없고 해서 눈을 들어 더 높은 곳에 있는 봉우리를 보고 더 걷게 됩니다. 

 

이 능선의 오른쪽 끝이 대공산 정상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걸어갑니다. ㅎㅎ

 

가는 길에 이렇게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산악회에서 발굴한 용천수라고 안내돼 있습니다. 물 맛 시원합니다.

 

자, 이제 능선만 올라서면 대공산 봉우리가 보이겠지 하고 올라서는데 이게 뭡니까! 탁 트인 드넓은 초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 이거 아무래도 대관령 초지가 시작되는 곤신봉 주변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면 도대체 언제 대공상 정상을 지나친거야'라는 물음이 몰려옵니다. 할 수 없이 '빽'. 근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지금까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바람은 소백산 비로봉 수준으로 세차고 매섭지만 정말 눈과 가슴이 시원합니다. 같은 발견이라도 우연히 발견한 게 큰 기쁨을 주는데 일종의 그런 기분입니다.

 

정상부 주변에서 풍경을 감상하면서 곤신봉이라는 표지판을 통해 여기가 곤신봉이라는 확인합니다. 여기부터 쭉 선자령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다음에 타보기로 하고 오늘은 다시 계획한 곳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되돌아가면서 맹렬히 검색해 보니 대공산 정상이 어디였는지 확인이 됩니다. 안내판도 없었지만 정상같지 않았던 그 곳이 정상이었군요. 하지만 덕분에 시원스레 터진 넓디 넓은 초지를 세찬 겨울바람과 함께 실컷 눈에 담았습니다.

 

이제 오늘 트렉의 종반부입니다. 대공산에서 하산 보현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 역시 하산의 시작점이 전혀 표식이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다녔던 사람들이 발로 다져 놓은 흔적이 안내 역할을 합니다. 사진에 담아 보았는데 사실 맨눈으로 보는 게 훨씬 더 분명해 보입니다. 이 지점은 대공산 정상에서 약 200m 떨어져 있습니다.

 

 

이 지점이 고도 1천미터 쯤 되니까 400m 지점의 보현사까지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 걸립니다.  하산하면서 마주친 겨울 숲의 모습입니다. 이 사면에도 역시 시원하게 자란 소나무가 많이 보이는데, 더불어 산죽도 많이 보입니다. 높이 자란 산죽은 아닌데 자주 보입니다.

 

크게 자란 소나무 수피의 무늬는 참 매력적입니다. 무늬가 큼직하면서도 규칙성이 보이고, 굵고 짙은 선이 무늬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결은 다르지만 굴참나무의 수피 무늬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산이나 참나무가 없는 곳이 없지만 이 산엔 유난히 굴참나무 군락이 많이 보입니다.

 

하산길 내내 경사가 좀 급하긴 하지만 위험하진 않아 어느덧 보현사입니다. 앞엔 강릉시와 동해바다 뒤는 대공산. 하루 중 어느 때나 시상이 떠 오를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 산사에 사람이 거의 없어 불공을 드리는 동자승 인형의 모습이 유난히 크게 보입니다.

 

도전트렉 덕분에 강원도의 둘레길을 맛보았습니다. 강원도에도 긴 둘레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중 강릉과 가까운 7코스는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라 눈이 내린 겨울에도 멋질 것입니다. 둘레길을 걷다가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면 대공산으로 틀어서 걷고, 산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끼고 싶으면 대공산에서 곤신봉까지 욕심내 보세요.

 

실로 오랜만에 찾는 산. 젊을 때 처음 등산을 시작하면서 가끔씩 가곤 한 것이 청계산 주변에 살게 되면서 멀어진 거리(편도 거의 2시간) 때문에 못찾게 됐습니다. 사실 같은 서울이었으니 거리를 따지기는 좀. 하지만 북한산 주변에는 등산객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중교통으로 가야 하니 그 시간이면 반경을 넓혀 대전이나 강원도로 가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요. 게다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청계산도 훌륭한 대안이었습니다.

 

아무튼 오랜 만에 찾는 산입니다. 추억도 새록새록하구요. 종주도 처음이라 새로운 맛도 있습니다. 다만, 오늘 날씨가 미세먼지가 많은 흐린 날이라는 점이 아쉽네요. 근데 이런 근심은 족두리봉에 올라 보게 된 자못 신비스런 경치에 금방 잊혀집니다. 

 

 

트렉일자: 2021년 12월 11일(토)

트렉코스: 불광역 2번 출구 -> 족두리봉 -> 비봉 -> 문수봉 -> 백운대 -> 영봉 -> 육모정공원지킴터(약 15km)

날씨: 예보는 오전은 3~4도 오후는 10도 안팎. 대부분의 능선 고도인 500~600m에서의 체감온도는 트렉내내 3~4도, 백운대 정상 부근은 영하 1도 정도.

교통편: 분당에서 불광역까지 전철(탑승시간만 1시간 30분)

 

아침 안개는 족두리봉을 지나 비봉에 다다르기까지 물러나지 않고 있는데, 어렵사리 비봉에 올라 진흥왕순수비(2006년에 세운 복제비)를 사진에 담으며 주변 풍광을 잠시 둘러봅니다. 비봉 정상에 오르기 직전 정말 사람 다리 하나 정도의 바위틈에 다리를 걸쳐 놓고 그 다음 바위 턱에 올라야 하는데, 발이나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좀 난감합니다. 이런 난감한 접근성도 천년전에 신라 사람들이 이 비를 이 곳에 세운 이유중 하나였을까요? ㅎㅎ

 

 

마주하고 있는 암봉에 사람이 한 명씩 서 있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느낌? 혹은 무협소설의 배경이라면 서로 합을 겨루기 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비봉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두 번의 작은 고비가 있는데 두번째 고비를 클리어하니 마침 해가 비칩니다. 해가 좀 기다리면 더 나올까 싶어 한 동안 앉아 있으면서 경치를 감상한 지점입니다. 작은 설악산입니다.

 

 

사모바위를 지나면 다음 봉우리는 승가봉과 문수봉입니다. 멀리서 보니 비봉 정상부와 사모바위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오늘은 정상위 조망은 흐릿하나마 족두리봉과 비봉 정도까지고 문수봉부터 백운대까지의 정상부는 안개나 운무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안개로 자욱합니다.

 

문수봉을 지나 아래 북한산성벽을 쭉 따라 걸어가면 백운대에 닿습니다. 총 길이 12.7km의 이 산성이 원효봉부터 문수봉 백운대를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산성의 축성연대는 숙종때인 1711년이라 하니 이제 막 300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참 오랜 시간의 논쟁끝에 세워진 산성입니다.

 

 

아래 안내판을 보니, 오늘 종주코스는 족두리봉부터 문수봉까지 300~500 미터 사이를 오고가는 능선길, 문수봉을 지나 북한산성벽을 따라서 서서히 오르막길을 올라 835m의 백운대에 도달후,  600m인 영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오랜만에 백운대에 와 보니 눈길을 끄는 건 이 고양이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등산객들 대화를 들어보니 벌써 이곳 터줏대감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꽤 되는지라 고양이들한테 아무 음식이나 주지는 않더군요. 

 

 

백운대 하산길은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언제나 후덜덜입니다. 

 

백운대 바위에 눈이 쌓여 있었다면 영락없이 에베레스트 등정 대원들 모습입니다. ㅎㅎ 날씨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바위산, 소나무, 까마귀.

까마귀는 앉아 있을 때보다 날 때가 훨씬 멋진 새입니다.  흡사 수리처럼 보입니다.

 

하산길에 우러러 보이는 인수봉. 클라이머가 아니면 넘사벽인, 그야말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봉우리입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안그래도 전체가 투구처럼 보이는데 정상부에 확실히 투구처럼 보이는 바위가 보입니다.

 

영봉에서 바라 본 삼각산(인수봉, 만경대, 백운대)입니다. 특히 인수봉이 완전히 새롭게 보입니다. 이것으로 오늘 조망 없음에 대한 불만은 싹 사라졌습니다. 한 분의 등산객과 한 동안 넋 놓고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늘 지나온 봉우리들이 멋지게 펼쳐져 있습니다. 날씨가 티없이 맑았으면 이렇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위 삼각산 모습과 함께 오늘 트렉코스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소백산 종주에 이어 2주 연속 국립공원 종주입니다. 예전에 가끔 찾던 북한산을 이렇게 종주해 보니 조각조각 떼어져 있던 기억들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종주가 주는 맛중의 하나입니다.

트렉일자: 2021/12/04(토)

트렉코스: 죽령탐방휴게소 -> 제2연화봉 ->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늦은맥이 -> 신선봉 -> 민봉 -> 뒤시래기문봉 -> 구인사(약 26km). 새벽 5시에 출발, 오후 3시30분에 뒤시래기문봉에서 하산후 임도를 만나는 지점인 여생이고개에 도착

날씨: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체감온도 영하 10~15도, 바람도 초속 5~6m로 센 편. 비로봉에서 늦은맥이까지는 영하 5~7도, 그 이후는 오후의 햇살로 0~1도 정도.

교통편: 죽령휴게소까지는 자차. 종주 종료후 돌아오는 길은 구인사발 버스(단양까지)와 택시

 

소백산의 여러코스를 탐방했지만 죽령부터 구인사까지 종주는 처음입니다. 연화봉 ~ 구인사 구간은 여러코스를 거치면서 걸어 보았지만 죽령휴게소 ~ 제2연화봉은 처음 걸어봅니다. 7km 시멘트길이라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던 탓이 큰데 오늘 종주는 해발 약 700m인 죽령휴게소에서 시작, 이 긴 시멘트길을 칠흑같은 새벽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겨울 새벽 어둠길을 걸으며 뼛속까지 느끼는 고독감. 연화봉에서 국망봉까지 내내 함께하며 하늘 위 같은 위치에서 살짝살짝 모양을 달리하며 떠있던 아름답고 거대한 구름덩이, 비로봉 주변의 그 세찬 겨울바람과 꿋꿋이 버티고 있는 주목 군락, 신선봉 주변부터 뒤시래기문봉 구간의 후덜덜한 지점들과 길을 찾아 헤맨 시간 등이 기억에 남는 트렉입니다.

 

겨울이고 이날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2시간 가량 걷는 죽령~제2연화봉 구간은 마주치는 사람이 1도 없습니다. 길이 길어서 그렇지 완만한 경사길이고 2시간만 오르면 연화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몇 사람 마주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날씨 탓인가요? 가끔 마주치는 작은 동물들과 내가 서로 소스라치게 놀랄 뿐입니다. 황량한 언덕 위 스타워즈의 R2같은 형상의 소백산 전망대가 보이면 여기서부터는 능선입니다.

 

 

오늘 트렉한 전 구간중 위 오른쪽 사진속 제2연화봉 전망대가 제일 추웠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시간인데다 터진 공간에 무제한으로 밀고 들어오는 세찬 바람에 사진 찍느라 꺼내는 맨손이 1분을 버티질 못하고 장갑과  주머니를 찾기가 바빴습니다. 

 

동이 튼후 연화봉에서 담은 제2연화봉 주변의 소백산 전망대와 연화봉 바로 아래 소백산 천문대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곳 천문대에서 며칠 묵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소백산 능선에는 이곳부터 쭉~ 눈이 쌓여 있습니다. 아직 발목까지 묻히는 높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젠을 신고 걸어야 합니다. 

 

멀리 능선 끝에 비로봉이 보입니다. 거기까지 가야 오늘 긴 종주코스의 반을 걷게 됩니다. 거리로만 보면. 소백산의 능선을 보면 늘 커다란 소의 등처럼 보입니다. 선 자체가 그만큼 넉넉하고 푸근해 보입니다.

 

아래 사진, 바람에 쌓인 히말라야 산맥같지 않나요? 소백산 능선에서 이렇게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는 가시거리를 꿈꿉니다. 오늘 종주중 산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구름이 동반자가 돼 줍니다. 데체로 맑은 날씨속에 하늘 한켠에 커다른 구름덩이가 계속 이렇게 떠 있었습니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백두대간의 모습은 특별합니다. 장쾌하고 때로는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도 꽤 가까이 보여서 그럴 겁니다. 게다가 바람많은 소백산의 바람이 능선 아래로부터 쳐올라 조망중인 나를 세차게 칠 때엔 더욱 그렇게 느낍니다.

 

 

'생각하는 바위'라고 명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맑은 날에 바람을 맞으며 확 트인 조망의 능선을 길게 걷고 싶다면 소백산 강추입니다. 모든 계절이 좋지만 특히 꽃피는 봄에는.

 

 

이제 비로봉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비로봉 사면의 주목 군락지(아래 오른쪽 사진)는 우리나라 최대라고 합니다. 소백산을 몇 번 가보면 한번은 이곳 비로봉 주변에서 '이곳이 정말 바람신이 거주하는 곳일꺼야'라고 생각이 듭니다. 바람이란 바람은 다 모아 놓은 곳 같거든요. 이곳 주목은 사시사철 이런 바람을 견디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어느덧 비로봉이 멀리 보이고 지나온 능선 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망봉에서 잡은 바람소리와 주변 풍경입니다.

 

 

늦은맥이재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에서 국망봉을 1km 남짓 남겨 놓은 지점에는 이렇게 철쭉밭이 이곳저곳 보입니다. 겨울에 이른 아침에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 정말 아름다운 서리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지만 남은 철쭉이 눈밭위에 이렇게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도 멋지지만 여기에 이른 아침 상고대가 피면 아름답고도 찬란해 보입니다.

 

 

이제 남은 길은 오늘 코스의 제일 난구간인 신선봉 ~ 구인사 구간입니다. 보기에도 편안하고 걷기도 비교적 수월한 소백산 주능선과 달리 이 구간은 완전히 다른 지형입니다. 대체로 험난하고 일부 구간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소백산의 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전체구간이 통제돼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산행기를 보면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신선봉까지는 통제 없이 갈 수가 있었습니다.

 

 

통제구간이 된 지 오래라 동물들 발자국도 흔하게 보이고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다져진 길의 흔적도 보이지만 길이 자주 끊겨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 구간에선 신선봉 정상과 민봉 정상 말고는 주능선처럼 시원한 조망을 주는 곳이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 시원하게 활처럼 휘어져 내려오는 소백산 주능선을 보는 맛은 있습니다. 이번에도 신선봉은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가는 길이 쉽게 띄지 않습니다.

 

 

신선봉 민봉을 지나면 험난한 지형으로 유명한 소백산 9봉8문중 하나인 뒤시랭이문봉에 이릅니다. 해발 958m 지점에 솟아있는 봉우리입니다. 봉우리로 올라서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훨씬 어렵고 위험합니다. 경사가 50~60도 정도로 급하기 때문입니다. 낙엽도 쌓여 있고, 눈도 있어 정말 위험한 비탈길의 연속입니다.

 

 

이제 내내 긴장했던 뒤시랭이문봉 하신길을 벗어납니다. 길도 편안하고 오후 햇살도 포근하고 편안합니다.

 

 

뒤시래기문봉 하산을 마치면 임도가 나타나는데 여생이고개라고 합니다. 좌우 양쪽으로 나 있는데 저는 리본이 달려 있는 오른쪽을 선택합니다.

 

 

임도를 20여분 더 걸으면 도로가 나오고 다시 왼쪽으로 오르막길을 10여분간 걷다 보면 구인사가 등지고 있는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보입니다. 오솔길을 오르며 잠시 걷다보면 산 위에서 보는 구인사 전경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임도를 타지 않고 여생이고개에서 그대로 산길로 직진하면 작은 봉우리를 2개 넘어 구인사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가 보진 않았습니다.

 

 

종주한다고 나선 길, 다행히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했습니다. 부처님 보우하사!  다행히 오늘 같이 아직 눈이 많이 안 쌓여 끊긴 길이라도 이어서 볼 수 있고 얼음이 얼지 않은 날씨여서 밀고 나갈 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완주할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소백산 종주. 서로 다른 두 지형을 붙여 놓은 듯한 반전이 있는 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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