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자: 2021/12/04(토)

트렉코스: 죽령탐방휴게소 -> 제2연화봉 ->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늦은맥이 -> 신선봉 -> 민봉 -> 뒤시래기문봉 -> 구인사(약 26km). 새벽 5시에 출발, 오후 3시30분에 뒤시래기문봉에서 하산후 임도를 만나는 지점인 여생이고개에 도착

날씨: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체감온도 영하 10~15도, 바람도 초속 5~6m로 센 편. 비로봉에서 늦은맥이까지는 영하 5~7도, 그 이후는 오후의 햇살로 0~1도 정도.

교통편: 죽령휴게소까지는 자차. 종주 종료후 돌아오는 길은 구인사발 버스(단양까지)와 택시

 

소백산의 여러코스를 탐방했지만 죽령부터 구인사까지 종주는 처음입니다. 연화봉 ~ 구인사 구간은 여러코스를 거치면서 걸어 보았지만 죽령휴게소 ~ 제2연화봉은 처음 걸어봅니다. 7km 시멘트길이라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던 탓이 큰데 오늘 종주는 해발 약 700m인 죽령휴게소에서 시작, 이 긴 시멘트길을 칠흑같은 새벽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겨울 새벽 어둠길을 걸으며 뼛속까지 느끼는 고독감. 연화봉에서 국망봉까지 내내 함께하며 하늘 위 같은 위치에서 살짝살짝 모양을 달리하며 떠있던 아름답고 거대한 구름덩이, 비로봉 주변의 그 세찬 겨울바람과 꿋꿋이 버티고 있는 주목 군락, 신선봉 주변부터 뒤시래기문봉 구간의 후덜덜한 지점들과 길을 찾아 헤맨 시간 등이 기억에 남는 트렉입니다.

 

겨울이고 이날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2시간 가량 걷는 죽령~제2연화봉 구간은 마주치는 사람이 1도 없습니다. 길이 길어서 그렇지 완만한 경사길이고 2시간만 오르면 연화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몇 사람 마주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날씨 탓인가요? 가끔 마주치는 작은 동물들과 내가 서로 소스라치게 놀랄 뿐입니다. 황량한 언덕 위 스타워즈의 R2같은 형상의 소백산 전망대가 보이면 여기서부터는 능선입니다.

 

 

오늘 트렉한 전 구간중 위 오른쪽 사진속 제2연화봉 전망대가 제일 추웠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시간인데다 터진 공간에 무제한으로 밀고 들어오는 세찬 바람에 사진 찍느라 꺼내는 맨손이 1분을 버티질 못하고 장갑과  주머니를 찾기가 바빴습니다. 

 

동이 튼후 연화봉에서 담은 제2연화봉 주변의 소백산 전망대와 연화봉 바로 아래 소백산 천문대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곳 천문대에서 며칠 묵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소백산 능선에는 이곳부터 쭉~ 눈이 쌓여 있습니다. 아직 발목까지 묻히는 높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젠을 신고 걸어야 합니다. 

 

멀리 능선 끝에 비로봉이 보입니다. 거기까지 가야 오늘 긴 종주코스의 반을 걷게 됩니다. 거리로만 보면. 소백산의 능선을 보면 늘 커다란 소의 등처럼 보입니다. 선 자체가 그만큼 넉넉하고 푸근해 보입니다.

 

아래 사진, 바람에 쌓인 히말라야 산맥같지 않나요? 소백산 능선에서 이렇게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는 가시거리를 꿈꿉니다. 오늘 종주중 산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구름이 동반자가 돼 줍니다. 데체로 맑은 날씨속에 하늘 한켠에 커다른 구름덩이가 계속 이렇게 떠 있었습니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백두대간의 모습은 특별합니다. 장쾌하고 때로는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도 꽤 가까이 보여서 그럴 겁니다. 게다가 바람많은 소백산의 바람이 능선 아래로부터 쳐올라 조망중인 나를 세차게 칠 때엔 더욱 그렇게 느낍니다.

 

 

'생각하는 바위'라고 명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맑은 날에 바람을 맞으며 확 트인 조망의 능선을 길게 걷고 싶다면 소백산 강추입니다. 모든 계절이 좋지만 특히 꽃피는 봄에는.

 

 

이제 비로봉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비로봉 사면의 주목 군락지(아래 오른쪽 사진)는 우리나라 최대라고 합니다. 소백산을 몇 번 가보면 한번은 이곳 비로봉 주변에서 '이곳이 정말 바람신이 거주하는 곳일꺼야'라고 생각이 듭니다. 바람이란 바람은 다 모아 놓은 곳 같거든요. 이곳 주목은 사시사철 이런 바람을 견디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어느덧 비로봉이 멀리 보이고 지나온 능선 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망봉에서 잡은 바람소리와 주변 풍경입니다.

 

 

늦은맥이재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에서 국망봉을 1km 남짓 남겨 놓은 지점에는 이렇게 철쭉밭이 이곳저곳 보입니다. 겨울에 이른 아침에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 정말 아름다운 서리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지만 남은 철쭉이 눈밭위에 이렇게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도 멋지지만 여기에 이른 아침 상고대가 피면 아름답고도 찬란해 보입니다.

 

 

이제 남은 길은 오늘 코스의 제일 난구간인 신선봉 ~ 구인사 구간입니다. 보기에도 편안하고 걷기도 비교적 수월한 소백산 주능선과 달리 이 구간은 완전히 다른 지형입니다. 대체로 험난하고 일부 구간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소백산의 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전체구간이 통제돼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산행기를 보면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신선봉까지는 통제 없이 갈 수가 있었습니다.

 

 

통제구간이 된 지 오래라 동물들 발자국도 흔하게 보이고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다져진 길의 흔적도 보이지만 길이 자주 끊겨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 구간에선 신선봉 정상과 민봉 정상 말고는 주능선처럼 시원한 조망을 주는 곳이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 시원하게 활처럼 휘어져 내려오는 소백산 주능선을 보는 맛은 있습니다. 이번에도 신선봉은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가는 길이 쉽게 띄지 않습니다.

 

 

신선봉 민봉을 지나면 험난한 지형으로 유명한 소백산 9봉8문중 하나인 뒤시랭이문봉에 이릅니다. 해발 958m 지점에 솟아있는 봉우리입니다. 봉우리로 올라서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훨씬 어렵고 위험합니다. 경사가 50~60도 정도로 급하기 때문입니다. 낙엽도 쌓여 있고, 눈도 있어 정말 위험한 비탈길의 연속입니다.

 

 

이제 내내 긴장했던 뒤시랭이문봉 하신길을 벗어납니다. 길도 편안하고 오후 햇살도 포근하고 편안합니다.

 

 

뒤시래기문봉 하산을 마치면 임도가 나타나는데 여생이고개라고 합니다. 좌우 양쪽으로 나 있는데 저는 리본이 달려 있는 오른쪽을 선택합니다.

 

 

임도를 20여분 더 걸으면 도로가 나오고 다시 왼쪽으로 오르막길을 10여분간 걷다 보면 구인사가 등지고 있는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보입니다. 오솔길을 오르며 잠시 걷다보면 산 위에서 보는 구인사 전경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임도를 타지 않고 여생이고개에서 그대로 산길로 직진하면 작은 봉우리를 2개 넘어 구인사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가 보진 않았습니다.

 

 

종주한다고 나선 길, 다행히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했습니다. 부처님 보우하사!  다행히 오늘 같이 아직 눈이 많이 안 쌓여 끊긴 길이라도 이어서 볼 수 있고 얼음이 얼지 않은 날씨여서 밀고 나갈 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완주할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소백산 종주. 서로 다른 두 지형을 붙여 놓은 듯한 반전이 있는 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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