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찾는 산. 젊을 때 처음 등산을 시작하면서 가끔씩 가곤 한 것이 청계산 주변에 살게 되면서 멀어진 거리(편도 거의 2시간) 때문에 못찾게 됐습니다. 사실 같은 서울이었으니 거리를 따지기는 좀. 하지만 북한산 주변에는 등산객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중교통으로 가야 하니 그 시간이면 반경을 넓혀 대전이나 강원도로 가는 것을 고려할 수 밖에요. 게다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청계산도 훌륭한 대안이었습니다.

 

아무튼 오랜 만에 찾는 산입니다. 추억도 새록새록하구요. 종주도 처음이라 새로운 맛도 있습니다. 다만, 오늘 날씨가 미세먼지가 많은 흐린 날이라는 점이 아쉽네요. 근데 이런 근심은 족두리봉에 올라 보게 된 자못 신비스런 경치에 금방 잊혀집니다. 

 

 

트렉일자: 2021년 12월 11일(토)

트렉코스: 불광역 2번 출구 -> 족두리봉 -> 비봉 -> 문수봉 -> 백운대 -> 영봉 -> 육모정공원지킴터(약 15km)

날씨: 예보는 오전은 3~4도 오후는 10도 안팎. 대부분의 능선 고도인 500~600m에서의 체감온도는 트렉내내 3~4도, 백운대 정상 부근은 영하 1도 정도.

교통편: 분당에서 불광역까지 전철(탑승시간만 1시간 30분)

 

아침 안개는 족두리봉을 지나 비봉에 다다르기까지 물러나지 않고 있는데, 어렵사리 비봉에 올라 진흥왕순수비(2006년에 세운 복제비)를 사진에 담으며 주변 풍광을 잠시 둘러봅니다. 비봉 정상에 오르기 직전 정말 사람 다리 하나 정도의 바위틈에 다리를 걸쳐 놓고 그 다음 바위 턱에 올라야 하는데, 발이나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좀 난감합니다. 이런 난감한 접근성도 천년전에 신라 사람들이 이 비를 이 곳에 세운 이유중 하나였을까요? ㅎㅎ

 

 

마주하고 있는 암봉에 사람이 한 명씩 서 있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느낌? 혹은 무협소설의 배경이라면 서로 합을 겨루기 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비봉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두 번의 작은 고비가 있는데 두번째 고비를 클리어하니 마침 해가 비칩니다. 해가 좀 기다리면 더 나올까 싶어 한 동안 앉아 있으면서 경치를 감상한 지점입니다. 작은 설악산입니다.

 

 

사모바위를 지나면 다음 봉우리는 승가봉과 문수봉입니다. 멀리서 보니 비봉 정상부와 사모바위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오늘은 정상위 조망은 흐릿하나마 족두리봉과 비봉 정도까지고 문수봉부터 백운대까지의 정상부는 안개나 운무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안개로 자욱합니다.

 

문수봉을 지나 아래 북한산성벽을 쭉 따라 걸어가면 백운대에 닿습니다. 총 길이 12.7km의 이 산성이 원효봉부터 문수봉 백운대를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산성의 축성연대는 숙종때인 1711년이라 하니 이제 막 300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참 오랜 시간의 논쟁끝에 세워진 산성입니다.

 

 

아래 안내판을 보니, 오늘 종주코스는 족두리봉부터 문수봉까지 300~500 미터 사이를 오고가는 능선길, 문수봉을 지나 북한산성벽을 따라서 서서히 오르막길을 올라 835m의 백운대에 도달후,  600m인 영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오랜만에 백운대에 와 보니 눈길을 끄는 건 이 고양이들입니다. 이 녀석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등산객들 대화를 들어보니 벌써 이곳 터줏대감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꽤 되는지라 고양이들한테 아무 음식이나 주지는 않더군요. 

 

 

백운대 하산길은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언제나 후덜덜입니다. 

 

백운대 바위에 눈이 쌓여 있었다면 영락없이 에베레스트 등정 대원들 모습입니다. ㅎㅎ 날씨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바위산, 소나무, 까마귀.

까마귀는 앉아 있을 때보다 날 때가 훨씬 멋진 새입니다.  흡사 수리처럼 보입니다.

 

하산길에 우러러 보이는 인수봉. 클라이머가 아니면 넘사벽인, 그야말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봉우리입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안그래도 전체가 투구처럼 보이는데 정상부에 확실히 투구처럼 보이는 바위가 보입니다.

 

영봉에서 바라 본 삼각산(인수봉, 만경대, 백운대)입니다. 특히 인수봉이 완전히 새롭게 보입니다. 이것으로 오늘 조망 없음에 대한 불만은 싹 사라졌습니다. 한 분의 등산객과 한 동안 넋 놓고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늘 지나온 봉우리들이 멋지게 펼쳐져 있습니다. 날씨가 티없이 맑았으면 이렇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위 삼각산 모습과 함께 오늘 트렉코스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소백산 종주에 이어 2주 연속 국립공원 종주입니다. 예전에 가끔 찾던 북한산을 이렇게 종주해 보니 조각조각 떼어져 있던 기억들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종주가 주는 맛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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