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학기 마지막 도전이다.
출발지로 가기 위해 탄 택시.
"억세 보이지만 오르기 편하고 정말 멋진 산이다."는 자랑을 기사분이 하신다. 기대를 품고 시작한다.

천황사를 지나 올라가는 길
양쪽은 대나무와 동백나무가
섞여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대나무
터널을 지나니 기분도 좋다.

월출산 천황봉 아래 천황사

월출산은 해발 20미터에서
시작해서 800미터까지 계속
올라간다. 그래서 쉽지 않다.
국립공원중에 제일 면적이 적어
완만한 길 없이 경사가 심하단다.

계단이나 돌길을 계속 오르는데
길은 좁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쉬지 않고 정상을 향해 간다.

사람들이 중간 중간 주변 풍경을
보며 감탄한다. 오르기 힘들지만
사방을 둘러보며 느끼는 감흥이
있어 즐기며 갈 수 있는 월출산.

아래를 보면 아찔한 구름다리
구름다리 끝에서 통제되다.
얼어버린 바람폭포
맨 오른쪽 봉은 거북이 셋이 엉긴 바위란다
맨 왼쪽 빨간 다리가 구름다리

육형제봉 중에 투구 를 쓴 듯한 왼쪽에서 4번째는 장군봉.
고려 태조 왕건이 다녀간 뒤
생긴 이름이란다.

천황봉 정상을 향해 갈 때 내려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새벽 5시30분에 올라 7시 30분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좁은 길에 비켜야 해서 뒤돌아서
잠시 아래를 보며 숨을 고른다.

분명 오르기 힘든 산인데도
마음도 편하고 몸은 할만하다.
월출산에 자주 오른다는 한 분이
열심히 월출산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맥반석에서 나오는 음이온 41가지 나오는 기운이 아주 좋은 산이라고...
열 걸음 걷고 아홉걸음 뒤로 걸으며 오래 머물수록 좋은 산이라고...
바위를 손으로 만지며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가라고...

드디어 천황봉을 가까이 두고 마지막 힘을 내는 구간에 오다.
호흡을 가다듬고 계단을 오른다.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안타깝게도 시야가 안 좋은 날이나
그럼에도 월출산은 충분히 멋지다.
오르는 내내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같이 빠져본다.

도갑사로 향하는 하산길

내려가는 길에도 여전히 볼거리는 많다. 오래 머물다 가야한다니
오늘은 여유있게 즐기기로 한다.
가끔 뒤돌아보면 그 또한 절경이다.

온 사방이 조각품들로 가득하다.
그냥 모든 생각을 놓게 된다.
그냥 그대로 좋은 풍경이다.

내려가는 길도 오르내림이 있다.
그래도 조릿대길 억새길 바위들을
보며 지루하지는 않다.
나는 체력이 부족해서 늘 쫓기듯
내쳐달려야 하는 트렉이 부담이다.
그런데 오늘은 월출산에 푹 빠져
걸었다는 게 기쁘다.
인생도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놓고 이렇게 푹 적시며 살면 좋겠다.

현지인이 4월에 다시 월출산에
꼭 오라고 한다.
30만평 넘는 유채밭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월출산은 가을단풍도 좋겠고
산 자체가 큰 조각품인 것같다.

뒤돌아봐도 천황봉은 좋다.
인생도 그렇듯 뒤돌아보며
흐뭇해 하고 기운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지나는 길에 마애여래좌상과
구정봉 안내문을 봤지만
하산길이 멀어서 옆으로
내려가 보지는 못했다.

천황봉에서 6킬로 되는
도갑사 하산길도 쉽지 않다.
항상 그렇듯 집중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전체 10.4킬로.
8시간 흠뻑 머문 월출산.
거리는 길지 않아도
힘들게 올라야 하고
힘들어도 감동이 있고
느낌이 있는 산이다.
오늘은 트렉을 할 수 있어 좋은 날.
감사한 날이다.

도갑사 뒷길 숲

오늘은 합천 황매산을 오른다. 새벽6시에 떠나 9시30분에 시작.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많다.

여러 갈래의 황매산 정상길

흙길과 나무들이 반갑다.

도전트렉이라는 이름처럼
힘들고 어려운 게 당연하다.
한계점을 뛰어넘는 고비를
만나는 게 당연한데 힘들다는
생각과 나는 늘 싸우고 있다.
오늘은 그냥 받아들이며
무심하게 걸을 수 있기를...

지난 주 팔공산으로 단련한 덕에
황매산 바위타기는 수월한 편이다.

꽃샘추위로 바람도 차고
싸락눈도 내린다.
거친 숨을 고르며 뒤돌아
둘러보면 주변 풍경이 평화롭다.

바위 뚫고 자라는 소나무들

바위산인데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이상했다.
넓게 펼쳐져서 그런가?

너른 바위들이 많아서 쉬기도 좋다.
눈길을 끄는 바위도 있다.

드디어 높이 해발 767m 모산재.
양 옆으로 여러 고개들이 펼쳐져
재라고 이름지어진 산.
"신령스런 바위산"이라는 뜻으로 영암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산재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그 유명한 철쭉군락지가 나타난다.
사방으로 철쭉길이 뻗어있어
소백산 서리산 철쭉보다 규모가
더 큰 듯하다.

황매산 정상에 가기 전에
넓게 펼쳐진 철쭉군락지와
억새밭은 마음을 확 풀어준다.

사방으로 트인 평원이 철쭉으로
물드면 정말 장관이겠다.
꼭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왼쪽에서 제일 높은 정상과 옆 삼봉

계단을 계속 오르며 도착한 정상.
1000m가 넘는 산은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번뇌는 적게,
조금은 즐기며 걷을 수 있어 좋다.

내려올 때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부지런히 걷는다.
멀리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그 속을 걸으며 느끼고 보고
듣고 접촉하는 산은 특별하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날이다.


아주 오래 전에 가 본 팔공산 갓바위.
너무 힘들었다는 기억만 남아
갓바위가 팔공산 정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갓바위는 팔공산의 초반부.

먼저 갓바위가 있는 관봉을 향해 숲길로 걷는다. 계속 오르막이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보인다.

돌계단과 바위들이 곳곳에 많다.
드디어 관봉에 도착.
갓바위 여래좌상 앞에 기도하며
절하는 사람들로 엄청 붐볐다.

그 다음부터는 노적봉~ 신령봉~ 염불봉~팔공산 정상인 동봉까지 바위와 계단을 파도타기 한다.

팔공산은 주변에 절도 많았고
바위도 많았다.
큰 바위를 타고 걷거나
옆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오르내림도 많아
결코 쉬운 산이 아니었다.

멀리서 보면 완만한 능선같아도 동봉까지 6.5킬로미터 바위길은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멋진 조망과 숲을 보며
힘겨움을 털어낼 수 있다.

지난 주 내변산에 이어
팔공산도 '내게는 너무 먼 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럴수록 마음만 힘들어지니
그냥 생각을 떨쳐놓고 걷는다.
이내 편안해진다.

저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드디어 팔공산 정상인 동봉에 도착.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서둘러 하산.

정상에서 대구 시내에서 온 분을
만나 함께 내려오게 되었다.
그 분의 도움으로 어둡기 전에
급경사 계단과 돌길로 이어진
깔딱고개도 잘 통과했다.
팔공산! 한 번은 도전해 볼만한 산.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 하산길.
가쁜 숨길과 뭉친 근육을
동화사 숲길이 풀어주었다.





월영암~직소폭포~재백이고개~ 관음봉~세봉~가마소삼거리~ 와룡소~우동리

오늘은 내변산 트렉이다.
처음부터 밤새 내린 눈을 밟고 간다.
고요한 백설의 세계에 심취하여
한참 오르다 보니 월명암이 나온다.

부설거사가 딸 월명을 위해
지었다는 월명암.
삽살개가 요란하게 짖기도 했고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쳐 왔다.

입춘이 지나고 만나는 눈꽃은
특별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숨가쁘게 올라오는 길이 언제나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능선에서 시원한 전망을
보면 그 마음도 다 풀어진다.

드디어 직소폭포 근처에 오니
갑자기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단체버스로 온 모양이다.

싸락눈이 오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고
쌓인 눈 밑에 돌도 조심해야 하는 여정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재백이고개~ 관음봉~ 세봉까지
걸을 때 얼마나 마음이 힘들던지...
'도전트렉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속삭임과 함께..

관음봉 세봉을 지나 가마소삼거리 굴바위로 갈 때는 눈이 펑펑 내렸다.
눈보라에 발이 푹푹 빠지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정말 주저앉고 싶었다.

마지막 대불사로 해서 나오니
우동리 저수지가 있다.
저녁 5시 40분.

아침 9시 30분부터 잠시 숨돌리며
쉬는 것 말고는 계속 걸었던 것같다. 내변산은 여느 산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봄 여름 가을에 다시 들러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현지인도 4월 연초록 숲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눈맞으며 걷는 겨울산 트렉을
제대로 경험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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