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 바다에 가까운 동해시에는 거대한 산체, 두타산과 청옥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 산 사이에는 독특한 지형의 무릉계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조금만 올라 둘러보면 온통 바위로 덮인 산인데다, 산자락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거대한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에 연신 사진을 찍거나 그저 감상하느라 자주 서게 됩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풍류객들의 놀이터로 이름이 높았던 무릉계곡을 상류에서부터 하산하다 보면 이곳은 바닥 또한 온통 바위임을 발견하게 돼 일견 산 전체가 암각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궁금증도 생길 정도입니다.

 

  • 트렉일자: 2022년 8월 6일(토)
  • 트렉코스: 무릉계곡 두타산 들머리(삼화사 지나서) -> 두타산성 -> 대궐터 -> 두타산 정상 -> 청옥산 -> 연칠성령 -> 칠성폭포 -> 무릉계곡
  • 교통: 자차
  • 날씨:  구름이 낀 비교적 맑은 날씨. 기온은 25~30도, 바람은 초속 2~4m.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6월에 이 두타산의 장관을 즐길 수 있게 코스(베틀바위 산성길, 마천루 협곡)를 조성해 개방하면서 약 10개월 새 7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을 정도로 두타산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한 곳이 됐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느꼈듯이 이들 코스 탐방객들 대부분이 두타산의 정상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찬다는 주말인데도 두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사람이 10명도 안됐으니까요. 산성길과 마천루 코스를 타는데 들어가는 3~4시간에 추가로 4시간 가량이 더 걸리는 길인데다, 해발 4~5백미터 주변에 조성된 코스를 벗어나 본격 산행이 시작되면 조망이 없는 고바우 육산 숲길을 한참 올라가야 두타산 정상에 닿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름만으로는 두타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청옥산은 더 합니다. 정상석 주변에 전날 비박을 했던 사람들의 주인없는 배낭 말고는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가는 길 뿐만 아니라 청옥산에서 연칠성령(연칠성 고개마루)으로 하산하는 길에서도 내내 혼자였으니까요.

 

구름이 좀 있지만 오늘 날씨 맑은 편입니다. 초입부터 빨아들이는 듯한 경치로 맞이하는 두타산, 십중팔구 이 무릉계곡 덕택일 겁니다. 옛부터 많이들 다녀가고 흔적을 남겼습니다. 지금 같으면 이런 자연물에 글씨를 새기는 행위가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터이지만. 

 

매표소를 지나 무릉계곡으로 진입하면 맨 먼저 베틀바위로 향하는 들머리가 나오고 그 다음은 삼화사를 거쳐 좀 오르다 보면 두타산성과 두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두타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으나 베틀바위길은 늘 사람들로 붐비고 일전에 걸어본 곳이라 저는 두타산성을 거쳐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합니다. 아래 오른쪽 표지판에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1-1이 표기가 돼 있는데 1-10이 정상입니다. 고도가 대략 100~150m 오를 때마다 두번째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숫자가 바뀔 때마다 작은 위안이 됩니다. 앞 숫자는 코스 번호로 두타산 코스는 1번, 청옥산 코스는 3번으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30분가량 오르면 닿게 되는 두타산성입니다. 안내판이 있지 않으면 이곳에 산성이 있었다는 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두타산은 선이 굵직하고 우람한 산체이면서, 중턱부터 하부까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경사에 바위 절벽이 붙어 있는 지형입니다. 좀 가까이서 보면 웅장한 기운을 품고 있는 산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3시간 가까이 쳐야 하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이런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두타산성과 12폭포를 지나면서 베틀바위 코스에서 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정상으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등산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이름도 깔딱고개 입구입니다. 전망도 없고 경사가 급한 육산이라는 점 말고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긴 오르막길이 해발 800m 높이까지 이어집니다. '번뇌의 티끌을 떨어 없애 의식주에 탐착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일'이라는 두타(頭陀)의 뜻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거하다, 떨어버리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인 두따(dhuta) 정도는 문득문득 생각나는 길입니다. 

 

도열한 소나무들과 함께 능선 위 열려 있는 하늘이 반갑습니다. 대궐터라는 곳입니다. 여긴 대궐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 그냥 상상만 해야 할 듯 합니다.

 

대궐터에서 약 500m 정도의 완만한 능선길은 소나무가 주인입니다. 소나무숲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길 양옆과 그 아래 사면이 모두 아름드리 소나무입니다. 이런 높이에서 이만한 규모의 소나무숲은 이곳 말고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다시 두타산 청옥산 등산안내도를 꺼내 봅니다. 지형을 보면 깔딱고개를 지나도 고도는 아직도 900m가 안되고 여전히 정상까지는 근 500m가 남아 있는, 긴 오르막길입니다. 사실 초반의 깔딱고개 보다는 이곳이 정말 숨이 차는 구간입니다. 제법 능선을 걸었음에도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두타산 정상은 아직도 저만치에 있습니다. ㅠㅠ 해발 150m에서 시작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드뎌 정상! 널찍할 뿐더러 조망도 트인 곳입니다. 벤치도 몇 자리 놓여 있어 편안~하게 앉아 주변 경치를 보며 고행길을 끝낸 후의 달달함을 맛봅니다. 멀리 박달재 넘어 넉넉하게 솟아 있는 청옥산도 보입니다.

 

두타산 정상에서 다시 청옥산 정상까지는 4km, 약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박달령(혹은 박달재)이라는 고개를 거쳐가는데, 원래 아래서부터 이곳까지 바로 이어지는 학등이라는 등산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난 위험지역이라고 폐쇄를 해 놓았는데, 안내문중 '숲길이 아님'에는 동의하면서도 '조난 위험지역'이라는 말에는 좀...

 

박달령을 거쳐 가는 이 길은 오늘 같은 여름 날씨에는 눈부신 숲길입니다.

 

청옥산 정상입니다. 좀 싱겁게 생겼죠? 높이는 두타산보다 50m 더 높은데, 전망이라든가 다른 특색이 더 있었더라면 두타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존재감이 더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청옥산에서 연칠성령이라는 고갯마루를 지나 고적대라는 봉우리에 올라서면 지형상 두타산과 청옥산을 마주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패스입니다. 하산도 즐겨야 하고, 오늘 오를만큼 올라서 오를 마음이 안납니다. 대신 그 방향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망군대라는 전망대까지는 가 보기로 합니다. 

망군대에서 바라본 고적대

큼지막한 바위 무더기인데 올라서면 오늘 코스에서 최고의 조망을 선사해 주는 곳입니다.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 덕에 몸과 마음도 편안해 집니다. 

 

고적대로 가는 길은 여기에서 멈추고 다음을 기약하며 연칠성령으로 되돌아가 하산을 시작합니다. 약 700m 지점인 칠성폭포까지는 급경사로 떨어집니다. 사진의 표지판에서 보듯 이곳도 고갯마루는 10번을 달고 있습니다.

 

이 코스로 하산하면 무릉계곡의 상류지형을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하류와 마찬가지로 온통 너른 암반지대 입니다. 계곡 전체 바닥이 암반으로 이어져 있는 셈이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경관입니다.

 

이 연칠성령 하산길로 내려오다 보면 큰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하이라이트라고 합니다. 동의합니다. 평지인 하산구간이 시작되기 직전에서 만나는 신선봉이라는 작은 봉우리인데, 작은 오르막길 2~30m만 올라가면 두타산의 장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한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경치에 취할 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왕피천. 경북 영양군에서 시작하여,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따라 흘러 울진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총 길이 약 61km의 강입니다(더 자세한 소개는 이곳에).

 

이 왕피천에서 제일 볼거리가 많고 아름답다고 하는 구간, 굴구지마을(구산3리)에서 속사마을까지 약 16km(왕복)를 탐방하고 왔습니다. 탐방소 안내인에 따르면, 이 구간은 왕피천의 발원지에서 대략 40km 지점부터 50km 지점까지를 포함하는 곳으로 왕피천의 하류지역이랍니다. 전체적으로 영양 울진의 높고 거친산 사이를 흐르는 강이라 평평한 지형의 강처럼 강폭이 넓지는 않으나 강 하류의 고즈넉하고 잔잔한 느낌을 담고 있는 곳입니다.

 

오래전 어느 신문사에서 여름 계곡트래킹 코스로 왕피천을 소개한 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얼마전 울진에 인접한 삼척의 덕풍캐년(덕풍계곡)을 탐방한 터라 내심 이곳 계곡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갔는데, 왕피천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바로 이곳은 계곡이 아니라 강이라는 것을 금새 깨닫습니다. 왕피천 환경출장소 안내인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물고기들(40종)도 통상 강에서 발견되는  종류랍니다. 

 

  • 트렉일자: 2022년 7월 30일(토)
  • 트렉코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환경출장소(굴구지(구산 3리)마을) -> 상천리 초소 -> 용소 -> 신산마을 -> 속사마을 -> 유턴해서 출발점으로
  • 교통: 자차(시작점인 왕피천환경출장소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 날씨: 좀 흐린 날씨로, 기온은 23~29도, 바람은 초속 1~2m 정도로 잔잔

 

 

탐방로 길안내는 아래 두 표지판이 나름 역할을 하는데 듬성듬성 있는 편이고, 사람들이 많이 회귀하는 지점인 학소대를 지나면 이들 표지판 대신 흔히 보는 등산로 표지판이 대신합니다. 다른 왕피천 탐방기에서 보듯 이 탐방로는 왕피천 물길 따라 물속을 걸어서 탐방할 때는 무의미해집니다.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따로 조성한 길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강 아래쪽 상천리, 구산리와 상류쪽 속사마을 사람들이 왕래하던 길이랍니다.

 

탐방로(강의 오른편에만 나 있음)를 걷다 보면 자주 길이 끊기는데 대부분 강쪽이 아닌 산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잘 찾아보면 보이고, 일부 구간에서만 강쪽으로 길 없는 길이 나 있습니다. 간혹 리본이 보이기도 하는데 감에 의존해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걷다 보면 다양한 지형의 길을 만납니다. 여름에 물속 트레킹을 하겠다면 아쿠아슈즈 등 거기에 맞는 신발과 기타 장비가 필요하고, 다른 계절엔 그냥 등산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탐방로가 산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데 굴곡이 심한 구간도 있습니다. 물이 좀 많아 보일 때는 물속 트레킹은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안전합니다. 계곡이나 강을 걷다보면 갑자기 푹 꺼지는 지점들이 있어서 경험이 없으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탐방로가 시작되기전 굴구지마을에서 시작점인 상천리 초소까지 2km 정도의 시멘트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왕피천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입니다. 이런 지형속을 흐르는 물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고 합니다.

 

상천리 초소를 지나면 본격 탐방이 시작됩니다. 사실 강을 따라 걷지만 산중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든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위 탐방로 시작 구간을 지나면 바로 눈높이로 강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어지는 탐방로로 직진하다 보면 아래의 모습들을 놓치게 됩니다. 마침 탐방로를 살피던 마을 주민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도 놓쳤을 겁니다. 시작점에서 3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첫 표지판이 나타날 때 그대로 속사마을 방향으로 직진하지 마시고 강으로 내려서서 강따라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까지 걸으며(약 10분) 눈앞에 펼쳐지는 왕피리의 첫인상을 담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앞으로 펼쳐질 풍경에 기대가 부풀어 오릅니다.

 

그 유명한 용소와 용머리를 빼다 닮은 용머리 바위입니다. 진짜 용머리 같아요. 이곳이 왕피천이 다른 천과 합류돼 더 넒은 강을 이루기 전의 물길 중에서 제일 깊은 곳이라는데, 용의 아가리 이미지와 겹쳐져 살짝 무섭습니다. 

 

탐방로와 강 사이에는 자주 이렇게 돌길에 난 습지가 있어서 아예 물에 들어가든가 아니면 산으로 난 탐방로를 걸어야 합니다.

 

이 코스에서 용소와 함께 또 하나의 유명한 곳입니다. 학소대. 아래 사진 왼쪽 바위 지형인데, 제 눈에는 오른쪽 작은 절벽이 더 눈에 들어 옵니다. 이 코스를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까지 와서 유턴을 합니다. 이곳부터 속사마을까지의 약 2.5km 구간이 다소 힘들다는 탐방안내소의 안내도 많은 유턴에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학소대를 내려다보며 속사마을로 향합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색상이 너무 선명한 이 들꽃. 검색해 보니 패랭이꽃이네요.

 

속사마을을 향해 올라갈수록 조금씩 강폭도 좁아지고 물깊이도 얕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덧 속사마을입니다. 시작점으로터 3시간 좀 넘게 걸렸습니다. 근데, 속사마을보다는 신산마을이라는 곳이 먼저 나타납니다. 거의 붙어 있습니다. 원래는 계속 직진, 실죽마을을 거쳐 거리고 마을까지 가는 2구간 코스 전체를 걸을 계획이었으나 속사마을을 넘어 좀 걸어보고 지도를 보니 계속 강을 따라 걷지만 아스팔트 길이라 여기서 유턴하기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이들 마을 길에는 이렇게 배롱나무 꽃(백일홍)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보니 울진군 가로수에도 개화한 배롱나무가 정말 많이 보입니다. 처음 어떻게 시작된 건지 연유는 모르겠으나 기사를 좀 찾아보니 요맘때 울진군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중 하나입니다. 

 

속사마을에서 되돌아와 다시 처음 왕피천을 눈높이에 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오후들어 햇살이 좀 비쳐 같은 곳인데도 달라 보입니다. 멋진 풍광, 오래된 길, 강길과 함께 하는 트렉. 거리가 좀 멀어서 그렇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을 찾고 싶을 때 생각날 것입니다.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두 곳 모두 암봉, 암릉이 도드라진 지형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 트렉코스는 이 두곳의 경계를 타고 이어지는 약 17km의 코스입니다. 관광지로 조성된 문경새재 길이 후반부 코스에 포함돼 있어 실제 산행 코스는 13km 정도입니다.

 

코스의 시작은 작은 계곡을 낀 숲길이나, 경사가 가파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암릉길이 시작돼 신선봉까지 이어집니다. 연어봉까지의 길은 비교적 수월한 암릉이나, 연어봉을 지나 신선봉까진 두어군데 다소 통과하기 난감한 지점을 담고 있는 본격적인 암릉 구간입니다. 하산이 시작되기 전 1km 정도를 앞두고 다시 바위지형을 만나는데, 암릉이 없이 가마솥(부봉의 부(釜)자는 가마솥 부) 혹은 시루 모양의 암봉이 6개가 툭툭 솟아 있는 재미있는 지형입니다. 타는 내내 가까이는 조령산, 주흘산 주변의 봉우리들과 멀리 월악산의 찬란함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 타는 맛과 보는 맛이 함께 있는 코스입니다. 

구글 위성지도에도 한 눈에 암릉 구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연풍레포츠공원 -> 신선봉 구간)

 

트렉일자: 2022년 7월 23일(토)

트렉코스: 괴산 고사리주차장 -> 연풍레포츠공원 -> 연어봉 -> 신선봉 -> 마패봉 -> 부봉 삼거리 -> 부봉1..6 -> 문경새재3관문 -> 고사리주차장

교통: 자차

날씨: 종일 구름낀 흐린 날씨. 능선 주변 체감온도는 대략 23~27도. 바람은 거의 없는 날. 

 

코스의 시작은 고사리주차장이나 연풍레포츠공원 어디를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일종의 환종주라 고사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작하면 하산길이 조금 짧아지고, 연풍레포츠공원에 주차를 하고 시작하면 1km 남짓의 아스팔트길을 걷지 않고 바로 코스가 시작되는 마을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연풍레포츠공원은 명칭이 풍기는 것처럼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고 도심 아파트 단지의 자그마한 근린공원 같은 곳입니다.  고사리주차장에 차를 세운후 연풍레포츠쪽으로 가려면 버스정류장 표지판 기준, 수안보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공원까지 네비 찍고 걸어가시면 됩니다.

 

공원옆 안내도가 서 있는 마을입구를 지나 마을로 진입하면 진입로 끝부분에 집이 하나 보이는데(아래 왼쪽 사진), 그 지점에 작은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신선봉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 연어봉쪽? 할미봉쪽?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연어봉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가다 보면 갑자기 이정표가 사라지는데, 왼쪽 사진에 보이는 숲속 오솔길로 진입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묘지가 조성된 개활지가 나타나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대략 난감해 집니다.

 

길은 한적한 숲길로 이어지고 작은 계곡도 건넙니다.

 

왼쪽은 참나무, 오른쪽은 소나무입니다. 참나무에 푸른 이끼가 훨씬 더 많이 붙어 있습니다. 수피에 이런 이끼가 많이 보이면 나무의 생육환경이 좋다는 뜻이라네요. 그러고보니 도심의 나무 밑둥에선 이끼를 보기가 어렵죠?

 

오늘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 키작은 나무의 꽃핀 모습을 참 많이 봅니다. 찾아보니 꼬리진달래 혹은 참꽃나무겨우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인데,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이랍니다. 충청도, 경상북도,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구요. 이맘때 꽃을 피우는 상록수라네요. 

 

오늘 좀 흐린 날씨라 시계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연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물고기 머리로는 보입니다. 어느 산악회가 멋드러진 글씨체로 표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보통 돌로 만드는데 독특하게 나무와 동판같은 소재로 만들어서 사진만 보면 이 바위를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나 하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이 봉우리가 신선봉같지만 신선봉은 이걸 넘어야 나옵니다. 근데 봉우리 모양도, 정상부의 자태도 이 봉우리가 오히려 신선봉처럼 느껴집니다. 더불어 오늘 코스 중에서 넘기가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통과하기 좀 난감한 지점이 모두 이 구간에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정말 가까이에 있는 멧돼지 소리를 들어서 더 기억에 남기도 하구요. 영락없는 돼지 울음소리였는데 위험할까 싶어 가방속의 전기충격봉도 서둘러 꺼내고 잠시 긴장도 했습니다. 

 

가방 속의 전기충격봉을 다행히 멧돼지를 조우까진 안해서 원래 목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이 지점에서 정말 요긴하게 썼습니다. 정말 난감했던 지점입니다. 제법 긴 바위 사면인데 경사도나 지형상 밧줄이 없으면 잠시 암벽등반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문제는 사진 속 보이는 비닐끈이 좀 짧아 손에 닿지 않았다는 것. 좀 기어올라 잡으려 해도 바위사면의 물때문데 여의치 않고. 전기충격봉으로 힘겹게 끈을 끌어와 잡고 무사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끈 자체는 튼튼한데 올라와 보니 작은 관목의 밑둥에 의지하고 올라온 셈입니다. 지자체가 설치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느 산꾼이 매어 놓은 듯 보입니다. 가지 말라고 통제하는 구간도 아닌데 지자체가 신경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휴~ 하면서 신선봉까지 올라오면 마패봉을 지나 부봉삼거리까지는 수월한 길입니다. 특히, 마패봉을 지나면 길도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길로 바뀌구요.

 

마패봉을 지나서 시작되는 흙길 능선(4km)을 따라 한동안 걷다보면 부봉의 6개 봉우리가 나무 틈 사이로 흘끔흘끔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겨울이 되면 시야가 터질까요? 1봉에서 6봉까지 1km 정도 되는데 멀리서 보면 저걸 어떻게 넘어갈까 싶습니다.

 

부봉삼거리. 여기서 부봉 방향으로 가파른 길을 한 10분 오르면 제1부봉에 오릅니다. 주흘산 영봉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 2km를 걸으면 주흘산의 영봉, 주봉을 탈 수 있구요. 주흘산을 거쳐 이곳 부봉으로, 반대로 부봉을 거쳐 맞은 편 주흘산쪽으로 가는 코스도 있습니다. 부봉 능선과 주흘산 능선이 마주치는 모양새가 마치 말발굽처럼 돼 있어 부봉능선을 타면 주흘산이, 주흘산 능선을 타면 부봉을 마주보면서 걸게 됩니다.

 

첫번째 부봉에 오르면 마패봉부터 부봉삼거리까지 막혀 있던 시계가 갑자기 훤하게 열리는 맛이 있습니다. 더불어 지나온 암릉, 암봉, 멀리 맑은 날이면 더 찬란했을 월악산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조망터로는 제3봉이 났지만 이곳 1봉은 그 동안 걸어오던 곳과 지형이 확 달라서 오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제 3 부봉. 보기에도 멋지고, 이름 그대로 가마솥같은 형상의 널찍한 바위가 덮고 있어 앉아 있는 맛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웃 부봉들, 맞은편 주흘산, 멀리 월악산과 주변의 산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럿이 오면 이곳에서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찍기 놀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제 6봉. 깎아지를 듯한 바위면에 설치된 철제계단을 조심스레 타고 오르면 좁은 바위면에 맞은편 주흘산을 바라보며 작은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지형상 이곳 6봉에서 보이는 주흘산 능선이 제일 가까이 보입니다. 하산 구간을 제외하면 오늘 코스의 끝지점입니다. 

 

하산 중에 다시 잡은 월악산의 모습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능선의 형상이 독특하여 그걸로 무슨 산인지 알아볼 때가 있습니다. 월악산도 그런 산중의 하나입니다. 사진 왼편의 능선 형세가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같기도 한데, 아무튼 월악산을 특징짓는 모습중의 하나입니다.

 

숲길을 걷는 하산은 해발 500m 지점의 문경새재까지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길지 않습니다. 계곡을 건너면 만나게 되는 문경새재길부터 고사리주차장까지의 4km까지가 오히려 훨씬 길고 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아, 새재길을 만나면 오른쪽 오르막길 방향으로 틀어야 문경새재 제 3관문을 향하고 계속 직진해 고사리주차장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하산이라고 무심코 내리막 방향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낙동강 발원지도 둘러 보고, 과거보러 가던 선비들이 걷던 길도 걸어봅니다. 

방하도전트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일상이 이제 거의 1년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힘든 트렉이 많았지만 개고생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기억에 없는데, 이번에 다녀온 삼척의 코스는 그야말로 처절한 개고생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응봉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길에서 여름의 울창한 수풀에 가려진 길을 못찾아 이러다 정말 조난당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속에 여름 숲을 뚫으며 내려왔던 기억, 또 한 번은 지도나 GPS경로로는 분명히 보여야 할 하산길이 안보여 자칫 비가 오는 산속에서 어둠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아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산비탈을 질척질척 내려왔던 기억. 정말 오래 갈 기억이면서 한편으로는 큰 탈없이 무사히 마쳐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트렉일자: 2022년 7월 16일(토)

트렉코스: 강원대 도계캠퍼스 -> 육백산 정상 -> 사금지맥 분기점 -> 응봉산 정상 -> 사금지맥 분기점 -> 이끼폭포 -> 소재말. 약 19km

교통: 자차

날씨: 트렉중 기온은 20~25도. 오전은 구름낀 맑은 날씨. 오후 들어 비가 오고 하산할 때(오후 6시)쯤 그침. 

 

오늘 날씨는 오전과 이른 오후는 구름은 끼지만 비교적 맑은 날씨, 오후 한때 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지표면 날씨 예보고 육백산이나 응봉산 그리고 주변 능선길이 모두 1천미터가 넘어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스의 시작인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입니다. 해발 800m가 살짝 넘는 지점에 있어 우리나라 대학캠퍼스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이랍니다. 대학캠퍼스 안에 들어오면 금방 시간을 거스르는 순간 이동이 되면서 그때 그시절이 떠오릅니다. 여름 숲의 푸르름과 느낌이 비슷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 적지 않은 시간을 암기에 쓰게 되는데, 인간의 뇌가 컴퓨터처럼 한번 기억된 것이면 기억장치가 고장나지 않는 한 아무 때나 찾아 쓸 수 있어 뇌를 그렇게 꺼내 온 데이타와 자료를 소화하고 이해하는 데만 쓸 수 있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종이 될 것 같다는. 비슷한 생각을 영화에 옮겨 놓은 걸 본 적은 있습니다. 태양에서 온 인간이 지구에 떨어지더니 몇일만에 전지구의 도서관에 있는 책을 며칠만에 읽어 버리고 활동을 시작한다는 얘기입니다.

 

산행 코스는 캠퍼스의 정문을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캠퍼스 끝지점에서 보이는 정자 뒤쪽 들머리에서 시작합니다. 들머리에서 한 20분 정도 오르면 임도에 올라서게 되고, 육백산 정상 이정표와 나무계단이 반겨 줍니다. 찾는 이가 많지 않고 요 며칠 비가 와서 수풀이 우거져 해는 비치지만 신발이 금방 젖습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숲길을 걷는 맛은 늘 특별합니다. 게다가 걷는 길은 낙엽과 풀로 그득해 폭신폭신 합니다.  이렇게 얌전하게 펼쳐진 길을 또 2-30분 걷다 보면 다시 임도에 오르게 됩니다.

 

오늘 코스의 이정표는 이 초입 구간과 육백산 정상까지 정도만 비교적 친절하게 돼 있고 나머지는 앞선 사람들이 남긴 안내와 흔적에 의존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오른쪽)의 이정표만 하더라도 육백산 방향은 제대로 가리키는데 살짝 왼쪽으로 틀어서 올라가는 길을 찾아야 리본도 보이고 합니다. 사실 이 지점부터 육백산 정상까지는 오르막길이 완만하면서 거리도 얼마 안되고(600m), 숲도 그리 빼곡하지는 않아 방향만 잘 잡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1시간 남짓 왔나요? 벌써 육백산 정상입니다. 정상석은 큼지막한데 주변 경관이 수풀에 막혀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응봉산을 가기 위해 다시 300m 걸어 내려가야 만나는 삼거리(오른쪽 사진)가 쉼터의 편안함을 줍니다. 

 

이 육백산 정상 주변을 걸었던 분들이 모두 한소리로 말하듯이, 이 높이까지 왔는데 주변이 모두 평탄~ 합니다. 나무를 걷어내면 1천미터 높이에 있는 거대한 개활지로 보일 겁니다. 삼척에 여행와서 둘레길이 아닌, 1천미터 고도의 평탄하고 울창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더 없이 좋을 곳입니다. 오대산 노인봉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이런 고위 평탄면이 있는데, 그곳보다는 이곳이 훨씬 더 걷는 맛이 있습니다.  

 

오늘 비교적 상쾌한 날씨 속에서 기분 좋게 산책한 시간은 딱 여기까지 입니다.

 

육백산 정상부 주변을 벗어나 응봉산 방향으로 임도를 타고 10여분 가다 보면 이르는 삼거리(아래 왼쪽 사진)입니다. 여기서부터 잘 찾아가야 합니다. 길 안내는 이 분 글과 사진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응봉산 정상까지 오르고 다시 강원대 캠퍼스로 유턴하신 분인데 응봉상 정상까지 길안내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삼거리 정면의 숲으로 들어가 숲속 삼거리(아래 오른쪽)가 나오면 우틀해서 응봉산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무건리 이끼계곡쪽으로 가려면 아래 숲속 삼거리에서 좌틀해야 하거든요.

 

오늘 타는 코스는 아래 보이는 것처럼 도처가 벌목과 조림으로 어지러워 보입니다. 이 코스는 정상부나 능선 주변의 멋진 조망보다는 울창한 숲속을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인데, 이렇게 벌목터와 숲을 바리깡으로 밀어버린듯한 임도를 수시로 만나게 됩니다. 괘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듯 합니다. 같은 코스 산행후기들에 올라온 사진들에 비친 모습들이 계속 달라지고 있거든요. 

 

응봉산으로 가는 길은 벌목지대가 아닌 숲속으로 나 있습니다. 사진에 리본이 걸린 곳으로. 1200m가 넘는 정상인데 동네산 정상부 정도로 비좁고 행색도 초라합니다. 삼척과 울진에 걸쳐 있는 또 다른 응봉산도 정상부 모양은 별로 볼 품이 없지만 관리는 하는데, 이곳은 그런 손길이 안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오른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산하면서 사단이 났습니다.

 

오르면서 잎이 빼곡한 철쭉길도 두어군데 뚫고 나오고 등산길이 간간히 리본이 걸려 있긴 하지만 길이 좀 분명치 않아 불안하긴 했는데, 수풀이 무성한 한여름이다 보니 하산길 중간 지점부터 헤매기 시작합니다. 미로를 헤매는 생쥐마냥 결국 길을 못찾고 조난의 두려움 속에 하는 수 없이 등산 지점이 있음직한 방향을 잡고 무작정 하산하기로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결정은 아니었는데 강원도 고산의 급경사 비탈길숲이 여름에는 어떤 밀도인지, 한발 한발 전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쌩!고생하면서 경험했습니다. 그대로 숲을 뚫으면서 하산했으면 시간이 더 걸렸을텐데 다행히 하산중 물소리가 들려 물이 흐르는 선을 따라 내려가게 되면서 그나마 고생을 덜한 것 같습니다. 2시간 가까이 고립무원, 고립무의!

 

저의 고난엔 아랑곳없이 하늘과 산은 무심하게 그대로 있습니다. 여기는 주변 산들 능선이 다 이렇게 둥굴둥글합니다. 

 

다시 응봉산 방향으로 틀었던 삼거리로 돌아와 이끼계곡 방향으로 이어갑니다. 숲은 여전히 평탄하고 걷기도 수월한테 끝부분 다시 임도에 내려서기까지 내리막길 관목숲이 너무 무성합니다. 발 아래가 안 보일 정도인데다 벌써 간간히 비가 내리고 있어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방향과 관련해 한가지. 이렇게 임도에 당도하면 반드시 우틀입니다. 그래야 아래 하단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위 사진 오른쪽 갈림길에서 임도가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야 이끼계곡 혹은 무건리 방향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일단 숲에 들어서면 방향 만큼은 거의 임도를 따라간다고 생각하고 걸어야 리본도 보이고 길도 보이고 합니다. 아래 지도를 같이 보시면 더 알기 쉬울까요? 이끼폭포 쪽으로 틀어서 하산하기까지 쭉 능선입니다.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되기 전에 서너번의 오르내림이 있어서 이 코스에서 이 후반부 구간이 전반부보다 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 출처: https://blog.daum.net/ch257/805

 

지도에는 등로가 너무 분명해 보이나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길이 이어지다가도 끊기고 다시 리본으로 이어지고. 이 구간에서는 아래 보이는 무건리 리본이 없었다면 제대로 길을 잃었을 겁니다. 무건리 마을분들이 달아 놓았나요? 아무튼 덕분에 최종 하산 하기 전까지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구간을 걷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렸는데 중간에 해가 나오기도 해 숲길을 걷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더군요. 비가 그치나 싶을 정도로 해가 바람과 함께 숲에 들어오면서 잠시 주변 풍경에 몰입이 되는 시간도 있었구요. 그때의 느낌이 동영상으로 전달될 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만 그대로 진행하면서 올바른 하산 지점에서 꺽어 무건리 이끼폭포까지 제대로 도달했으면 오전의 그 고생 정도로 하루가 마무리가 됐을텐데 그냥 바램이었습니다. 위 지도상의 938봉(핏대봉 갈림길, 방지재라고도 불림)이 아무리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동안 쭉 길안내를 해 주었던 무건리 리본도 무슨 이유인지 더 이상 보이질 않고. 나중에라도 다시 오게되면 찾으려고 산행 후기들에 올라온 핏대봉 갈림길 사진을 올립니다. 두 사진 모두 2016년 산행에서 찍은 것들인데, 좀 더 찾아보니 산림청에서 이끼폭포 보호를 위해 길을 없앴다는 말도 보입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다 수풀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한여름이라 길이 덮여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s://blog.daum.net/ch257/805,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nkim2&logNo=220791526236

 

위 938봉 지점을 찾으려고 몇 번이나 헤맸는지 모릅니다. 결국 못 찾고 지도와 GPS 경로를 보면서 없는 길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오전에 비해 이미 고도가 많이 낮아져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이 덜 했으나 또 한번의 개!고생입니다. 고도가 낮으니 관목과 수풀이 밀림처럼 자라있어 땅이 보이질 않고 옷은 빗물을 머금은 풀에 흠뻑 젖어 반 사투를 하면서 내려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한 고생이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깊게 안도의 한숨을 쉬자니, 이끼 계곡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있습니다. 신비스런 모습보다 그냥 포근해 보입니다. 

 

다행히 하산 지점은 이끼폭포 입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폭포까지 가기로 합니다.

 

저 안개와 만나는 길 끝에 뭐라도 탈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터벅터벅 4km 가까이를 걸어서 택시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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