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이 글은 지난 몇 년 동안 방하트렉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면서 건강을 지켜오고 있는 제가 도전트렉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저의 첫 번째 코스로 대둔산에서의 트렉을 마치고 정리한 후기입니다. 트렉은 일반 산행과 좀 다른데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링크돼 있는 사이트와 동영상을 참조하시고, 인터넷에서 '방하트렉'으로 검색하여 트렉을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트렉은 기본적으로 산행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라 아래 기본적인 산행 정보로부터 시작합니다.

 

  • 일자: 2021년 9월 5일(토요일)
  • 시간: 오전 9시 40분 ~ 오후 5시
  • 코스: 충남 대전, 금산과 전북에 걸쳐 있는 대둔산의 북릉에서 남릉으로 연결되는 코스. 약 10.5km. 구체적으로 수락전원마을(충남 논산시 벌곡면 수락리) ~ 돛대봉 ~ 낙조대 ~ 마천대 ~ 서각봉 ~ 금오봉 ~ 괴목동천(전남 완주군 운주면). 한마디로 대둔산을 충남 끝자락에서 시작, 대둔산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종으로 진행하는 코스(아래 이미지 참조)
  • 날씨: 맑음과 구름낌이 섞인 날씨로 기온은 21~28도, 바람은 초속 1~3m

산넘어산(아이폰 앱)에 기록된 코스

 

도전트렉은 그동안의 트렉 프로그램과 달리 완전히 혼자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트렉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새로운데, 저한테는 그보다는 트렉 후기를 이렇게 공개한다는 게 더 새롭습니다.

 

대둔산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여러 코스에 대한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번 도전트렉으로 지정된 코스는 다른 대둔산 산행후기에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검색건수가 적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잘 안 찾는 길이겠지요. 

 

이런 코스를 탈 때는 늘 두가지를 걱정하고 대비합니다. 하나는 들머리 찾기, 둘은 코스 중 이정표. 그런데 좀 걱정한 대로 많지 않은 후기엔 산행의 멋진 시간을 표현한 사진만 잔뜩 있고, 이런 기본적인 정보가 빈약하네요. 하는 수 없이 부딪힐 밖에요.

 

트렉의 시작점인 수락마을에서 들머리를 찾기까지 한 2~30분 헤맨 것 같습니다. 좀 일찍 도착했는지라 문밖에서 활동하는 마을 사람들도 잘 안 보이고. 그래서 다음에 같은 코스를 타게 될 분들을 위해 아래 사진 몇 장으로 들머리 가는 길을 나름 상세히 표시해 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마을 진입 후 주차한 지점부터 산행 들머리까지의 길과 방향을, 두 번째 사진모음(슬라이드쇼)은 그 길을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화살표가 보이는 길의 끝부분에 기와집이 보이고 거기를 지나 20여 미터만 더 올라가면 산행의 들머리가 나옵니다.

수락마을 입구에서 산행의 들머리(기와집을 지나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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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엿볼 수 있는 수락마을의 모습은 여느 농촌마을과 다릅니다. 좀 찾아보니 소위 전원주택마을로 조성된 곳이군요. 관련 기사 보시면 어떻게 조성된 곳인지 대충 이해가 갑니다. 

 

후손의 마음과 기원

코스의 시작점에서 바로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길을 조금 오르면 양지바르고 먼 산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곳에 산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산소 바로 뒤로 길이 하나 있고, 왼쪽으로도 길이 나 있는데 바로 뒷길로 시작해야 합니다. 제대로 시작하면 이내 이정표가 없는 드문 산길에서 제일 반가운 산악회 리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트렉중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대둔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암릉은 앞서 산행하신 분들이 정말 많이들 찍어(그중 여기 블로그 사진 맘에 듭니다. https://hong-s.tistory.com/18), 저에게 오래 기억 남을 사진과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진들 위주로 남깁니다. 그중 첫 번째는 이 사진입니다. 마치 독수리가 다음 행동을 위해 높은 바위에서 자세를 잡고 있는 듯합니다. 낙조대 못 미쳐 보이는 칼바위 능선에서 잡은 모습입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늠름하고, 중심이 잡혀 있고,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보입니다. 오늘 이 같은 마음으로 하산까지 잘 마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바위는 저에게는 독수리 형상입니다

 

 

범접하기 어려운 곳에 서 있는 독수리

아래 사진은 낙조대입니다. 오늘 코스 오르막길의 끝이죠. 코스 들머리부터 여기까지 3km 남짓한 구간인데 좀 험합니다. 원래 대둔산이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등산객들이 암릉의 스릴과 시원한 조망을 찾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인데, 이 구간의 오르막 특히 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른 곳의 암릉과는 달리 길이 오르막 암릉과 암봉을 통과하면서 나 있습니다. 에둘러 가는 것이 아니죠. 손발 모두 힘을 써야 오를 수 있는 곳들의 연속입니다. 물론 몇 군데 밧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코스가 아니라 밧줄을 보며 '이거 믿어도 되나?' 라는 의심도 하게 됩니다. 일전에 어느 분이 '산에 설치돼 있는 밧줄을 너무 믿지 마세요' 하던 말이 생각나 꼳 필요한 만큼만 밧줄에 의지하면서 올랐습니다. 너무 매달리지 않는 거죠.

언제 여기서 멋진 낙조를 지켜봤으면...

 

낙조대까지 와야 이런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정표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꼭 필요한데, 어느 산이나 사람이 많이 찾는 곳에 필요 이상으로 이정표를 세워 두고, 정말 필요한 곳에는 없습니다. 이 대둔산 코스도 그렇습니다. 낙조대를 오르기까지는 이정표, 표시판이 보이질 않다가 낙조대부터 정상까지 수시로 이정표가 보입니다. 

 

낙조대와 낙조대 산장. 낙조대를 지나 마천대로 가는 길에서

 

보통 오르막길을 다 오르면 대부분의 코스는 나머지가 수월하죠. 근데 이 코스는 후반도 만만지 않다는 걸 몇 시간 후에 알게 됩니다. 아래 정상인 마천대 사진입니다.

 

마천대를 바라보며

여기 대둔산 정상에 올 때마다 '이 탑(개척탑) 참 생뚱맞다' 하는 생각은 저만 드는 게 아닌가 봅니다. 검색을 해 보면 가끔 탑 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다 뭐한다 하는 소리들이 있는 걸로 봐서.

 

아래는 마천대에서 내려다 본 하산길입니다. 아직 가을 들머리라 숲도 무성하고 빛깔도 여전히 푸르기만 합니다. 저길 다 내려가면 전북 완주군입니다.

 

마천대 주변에 표지판이 여럿 있는데, 하산길은 그중 아래 표지판의 안심사 방향으로 일단 잡고, 나중에 갈림길에서 옥계천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시간상으로는 요맘때 가을에 산행을 한다면 여기서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출발을 해야 그나마 허둥대지 않고 하산할 수 있습니다. 하산하고 역산을 해 보니 그렇더군요. 이정표가 거의 없다시피 해 길을 잘 못 들고, 수정하고 하는 시간을 감안해서 그렇습니다. 

 

 

아래 사진은 하산중에 마천대를 멀리서 바라본 것입니다. 참 바위가 많고 험준해 보입니다.

이제 다시 안심사와 옥계천으로 길이 갈립니다. 이 갈림길에 바로 금오봉이 위치해 있구요.

 

3.4km지만 좀 시간이 걸립니다. 이정표가 없는 길을 찾아서 가야 하거든요

아래 금오봉에서 찍는 사진이 하산길에서 무리하지 않고 암봉에 올라 찍는 마지막 사진일 겁니다. 계속 암봉을 만나는데 숲이 가려 보이지 않거나 너무 가팔라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등산길에서 멋진 경치를 실컷 본 터라 '으와'하는 느낌도 쉽게 안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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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봉에 올라서 마천대쪽과 하산길을 바라보며

앞서 하산길이 중간중간 길이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래 사진처럼 앞에는 커다란 암봉이 막고 있는데, 이걸 넘어가야 할지,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들아가야 할지 길이 안 보일 때 참 난감합니다. 

 

어떻게 해서 길을 찾아 암봉을 뒤로 하면 곧 이런 엉성한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 마저도 이 코스로 등산하는 사람한테는 유용할지 몰라도 저같이 하산하는 사람한테는 좀 야속하기만 하더군요. 표지판이 마치 '용케도 찾아왔다. 나 누구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암봉의 앞뒤에 같은 표지판만 있었더라도. 

 

간혹 사람 키위로 무성하게 자란 산죽밭을 만나면 위험하기도 하고 한숨도 나오더군요. 가는 길도, 밑에 발도 안 보입니다. 사실 이런 산죽밭을 헤치는 과정을 비디오로 찍기는 했는데, 헤쳐 나오는 데 신경을 쓴 나머지 비디오 종료 버튼을 누르질 않아 아쉽게도 기록이 없네요. 등산길의 태고사 부근과 하산길의 몇 군데에 산죽밭이 보입니다.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산죽에 대해 여러 이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산죽이 지나치게 번식하면 다른 식물들이 자라질 못하고 식물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 산죽. 길도 지우고 막기도 하고. 대략 난감

사실 이 하산길에서 그래도 이정표로 제일 도움이 많이 됐던 건 아래 사진에 보이는 국가 지점 번호판이었습니다. 약 100m 간격으로 세워진 이 이정표를 만나면 길을 제대로 잡고 가고 있다는 안도와 믿음이 생겼습니다. 국가 지점 번호가 뭔지, 표지판에 있는 숫자는 무슨 뜻인지는 아래 두 글에 잘 설명돼 있습니다. 조난을 당했을 때 구조대에 자기 위치를 알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지판의 숫자의 변화로 진행 방향과 거리를 대략 짐작해 낼 수 있습니다.

 

http://www.gisdeveloper.co.kr/?p=6788

https://blog.daum.net/lovegeo/6780881

 

원래 계획했던 코스의 하산 지점인 괴목동천으로 내려가려면 하염없이 능선을 따라갈 수는 없고 어느 지점에서 끊고 거기서부터 고도를 낮춰가야 하는데, 옥계봉이라는 곳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그런데 역시 옥계봉은 따로 표지판이 없어 저 같은 경우 잘못하면 옥계봉을 타고 넘을 뻔했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넘는 길이 안 보여 산 아래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찾으니 그제야 희미하게 보이더군요. 조금 길을 따라 내려가자 아래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 지점이 제 등산앱으로는 고도 600m, 등산거리 7.5km였는데 등산거리는 앱마다 약간씩 달라 고도로 대충 짐작해 판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위 표지판을 보고 하산을 시작하면 경사도 급하고 돌계단도 많아 힘든 길이긴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하산 지점인 괴목동천까지 다다릅니다. 중간에 간첩바위를 지나 신선바위로 가는 길이 바로 내리막길이 아닌, 오른쪽으로 잠시 올라가서 가는 길이지만 쇠 난간의 구조물이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아래 하산 중에 잡은 완주군의 천등산 모습입니다. 대둔산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암릉과 시원한 조망으로 유명한 산이라고 합니다.

대둔산 남릉 하산길에서 바라 본 완주군 천등산

이 코스는 하산 지점도 좀 특이해서 사진으로 남깁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하산길 끝 지점이 바로 2차선 도로로 떨어집니다.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나무 계단을 화살표 가리키는 대로 따라 내려와 철조망 뒤 좁은 길의 수풀을 헤치고 '개구멍'으로 보이는 곳을 통과해 건너편 주차장으로  넘어가야 비로소 종착 지점입니다. 휴~

 

코스는 대략 10.5km, 시간은 약 7시간 걸렸네요. 숲은 한국의 많은 산처럼 참나무가 절대적으로 많아 보이는데 고도 200~500m 구간, 특히 충남 쪽의 구간에 소나무 숲이 비교적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홀로 진행하는 방하의 '도전트렉' 성격에 어울리게 전체 코스중 낙조대~마천대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혼자이다시피 트렉을 하고, 특히 하산하는 길은 오고가는 사람들을 1명도 마주침이 없어 완벽히 혼자였습니다. 쉽지 않은 하산길을 스마트폰 앱, 지도 등의 도구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쌓였던 경험, 오감이 모두 동원돼 무탈하게 마쳤다는 안도감이 올 때 너무 좋았습니다. 그 전에 방하의 여러 가지 트렉에 참여하면서 쌓인 경험이 분명히 한몫을 했을 겁니다.

 

1차 도전트렉을 마치면서 새로운 첫걸음을 뗐으니 또 새로운 경험이 쌓일 겁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아래 독수리 바위의 아우라가 나오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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