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청량산 보다는 퇴계 이황을 비롯, 수많은 선비들이 유람하고 1천여편의 시조와 여행기를 남겼다고 해서 유명한 청량산.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을 방하도전트렉 13번째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선택한 코스는 청량산의 최고봉인 장인봉과 마주보고 있는 축융봉으로 올라 이어진 능선을 타고, 반환점격인 오마도터널을 거쳐(실제로는 터널 속이 아닌 위로) 장인봉 자소봉 연화봉 등으로 이어지는 반대쪽 능선을 타는 약 14km의 환종주입니다. 시작점은 대략 해발 200여m, 봉우리들은 대략 800m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트렉일자: 2021년 11월 27일(토)

트렉코스: 청량산공원입구 ~ 축융봉 ~ 두리봉 ~ 오마도터널(반환점) ~ 자소봉 ~ 장인봉 ~ 원점. 위 고도그래프에서 가운데 푹 파인 지점이 오마도터널. 

교통: 자차

날씨: 출발시 영하 2도의 다소 차가운 날씨에서 낮기온이 7~8도의 온화한 날씨로 변함 . 시계가 그리 투명하지는 않지만 종일 빛 좋고 구름 없는 맑은 날씨

 

나중에 이 분처럼 인문학 지식으로 무장하고 산행하거나 퇴계선생이 청량산을 읇은 시라도 읽어보고 오른다면 감흥이 좀 달라지겠지만 저한테는 처음인 청량산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아래 동영상이 말해 줍니다.

 

 

 

정말 역대급 낙엽밭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던 트렉입니다. 무릎까지 묻히는 낙엽밭을 헤치느라 체력 소모가 컸던 트렉이구요. 환종주의 한쪽 능선의 시작인 축융봉부터 반환지점격인 오마도터널(오마도는 고려 공민왕이 다섯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순시를 다녔다는 도로에서 유래)까지 수시로 만나는 낙엽밭. 만약 낙엽 아래 지형이 거칠었다면 부상도 입었을 것이고, 군청에서 세웠음직한 1백미터 간격의 촘촘한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길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트렉의 시작점에서 첫번째 도달할 봉우리인 축융봉에서 오마도터널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의 고장인 봉화답게 소나무 군락이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걔중에는 껍질이 벗겨지고 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소나무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쓰러진 소나무에도 보이구요. 알고 보니 이런 뼈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거의 100년전 일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눈에 또렷이 보이는 상처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래 이정표의 소숫점 이하 두자리 보이시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산에서 본 이정표중 이런 촘촘함과 세심함은 유별납니다. 축융봉에서 오마도터널까지의 구간에선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최소 100m 간격, 오마도터널에서 자소봉까지는 50m 간격으로 이정표가 서 있고, 가끔은 불과 2,30m 사이에 마치 빵가루(ㅎㅎ)를 뿌려 놓듯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깊은 낙엽밭에 가려진 길을 잘 헤쳐 갈 수 있었습니다. 

 

 

청량산을 오르는 여러 코스중 오늘 제가 선택한 코스는 1코스라고 하는데, 공원(도립)입구에서 가파른 산길을 한 동안 오르면 이르게 되는 축융봉이란 곳이 이 코스 전체에서 가장 시원한 조망을 열어주는 곳입니다. 맞은 편 청량산의 익히 알려진 산봉우리들과 산중턱의 청량사를 조감하듯 볼 수 있고 주변의 너울대는 산군들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청량산 홍보용으로 군청에서 찍은 사진이 모두 이 지점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올라서 보면 금방 이해가 갑니다.

 

가운데열 사진속, 산봉우리를 연결한 성냥개비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하늘다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속에 지어진 현수교중 가장 길고, 가장 높은 곳에 설치돼 있다고 하죠. 

 

 

이 코스의 능선에서 하산하기 직전 만나게 되는 장인봉은 실제 오르면 맞은 편 축융봉처럼 시원한 조망을 주지는 않습니다. 수풀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서. 대신 낙타봉처럼 생긴 봉우리를 그대로 따라 설치한 길고 긴 급경사 계단길을 한 동안 내려오면 나무데크 전망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청량산의 최고봉인 장인봉의 압도적인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습니다. 이 1코스를 이곳을 거쳐 하산하는 사람한테는 마지막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거꾸로 등산하는 사람한테는 청량산의 남은 여정에 한껏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장면입니다.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이 청량산을 유람했다고 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이 험난한 지형을 어떻게 올랐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그 때는 정비된 등산로도, 변변한 등산장비도 없었을 때인데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는 언제 봐도 고고하고 늠름합니다. 몇 평 안되는 연적봉 위에 저렇게 홀로 서 있습니다. 사진 속 툭 솟아오른 봉우리는 자소봉입니다. 

 

 

오마도터널에서 이 자소봉까지 5km가 좀 안되는데 오늘 트렉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입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축융봉부터 이어지는 능선을 모두 타고 터널까지 내리막, 그리곤 저 자소봉까지 다시 낙엽을 뚫고 가야 하는 긴 오르막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소봉까지 도달하면 더 이상 힘든 구간은 없습니다. 힘든 구간을 뒤로 하고 마주하는 연적봉의 소나무는 미술작품입니다.

 

왼쪽이 자소봉, 오른쪽이 오마도터널 바로 위 지점

 

자소봉으로 가는 길에 담아 본 축융봉~오마도터널 능선입니다. 청량산을 상징하는 맞은 편 능선에 비해 좀 밋밋해 보입니다. 바위가 별로 없는 육산이라 더 그래 보일 겁니다. 그래도 이 코스의 축융봉을 올라야 청량산의 멋진 봉우리들을 확 트인 조망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퇴계 선생이 스스로 청량산인이라 부르며 그리 좋아했다던 청량산. 퇴계의 청량산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선비들이 이곳을 찾아 1천여편이 넘는 예찬 시조를 남겼을까요? 다분히 흠모하는 학자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여행들이었을 겁니다. 일종의 종교적 순례처럼. 저도 오늘 처음 청량산을 찾아 산줄기와 능선을 눈에 담았으니 다음에 다시 찾게 되면 퇴계의 말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낙동강 줄기가 휘어 도는 청량산

청량산을 이 1코스로 둘러볼 계획이시라면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공원입구격인 청량지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주차는 운이 좋으면 입구 바깥 쪽의 넓지 않은 공간에 할 수 있고, 안되면 위 사진에 보이는, 다리 왼쪽에 위치한 주차장에 대야 합니다. 일단 차로 청량지문을 통과하면 한참 올라가야 주차공간이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입구 바깥쪽에 주차를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1코스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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