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도전트렉 프로그램은 한달에 4번 매주 토요일 진행합니다. 프로그램 이름에서 풍기듯 대부분 다소 힘든 코스가 과제로 주어지는데, 한달에 한번은 쉬어 가는 코스로 주어집니다. 오늘 코스는 11월 도전트렉 코스중에 그렇게 쉬어가는 코스입니다. 주로 지형도 편안하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둘레길 같은 코스가 두어개 주어지고 그 중 하나를 참여하는 사람이 선택하게 됩니다.
오늘 제가 선택하는 장소는 두곳. 모두 강원도 횡성에 있습니다. 한곳은 일전에 방하 행사로 가 본적이 있는 횡성호수 둘레길중 5구간, 다른 곳은 이곳에서 차로 30분 정도면 닿는 횡성숲체원입니다.
트렉일자: 2021년 11월 20일(토)
트렉코스: 코스라고 할 건 없고 위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두 곳 모두 네비로 찾기도 쉽고, 도착해서도 탐방에 필요한 길안내 이정표가 잘 돼 있습니다.
날씨: 아래 핸드폰 공기질 예보에서 확인되듯 이날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뿌옇고 탁한 공기로 시야가 좋지 않았습니다. 바람도 잠잠해 미세먼지 하루종일 둥둥.
주말이면 강원도쪽은 일찍 나서도 차가 막히는 것을 보고 강원도의 힘을 느끼죠. 게다가 횡성은 차로 1시간 30분이면 닿는 곳이고 나름 브랜드가 있는 곳이라 주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거기에 호수라는 물의 매력이 더해지면 횡성호수 둘레길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을 일전에 들렀을 때가 오후였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나선 김에 숲체원에 앞서 혹시 아무도 없는 호숫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횡성호수를 먼저 가기로 합니다.
가는 길 내내 도로가 안개로 가득 찬 데다, 차 계기판에 경고등도 뜨고 해서 좀 어수선한 마음으로 예정보다 좀 늦게 횡성호수에 도착합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인데, 아직 안내하시는 분들도 출근을 안 한 것같고 사람도 거의 안 보입니다. 잘 하면 호숫길을 전세낼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출발합니다.
이른 아침의 호수는 참 고요합니다. 공기가 좋아도 아침의 호수는 물안개로 아득하게 보였을텐데 미세먼지로 탁한 공기 때문에(덕택에?) 더 그렇게 보입니다.
정말 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이 5구간은 A코와 B코스로 나뉘는데 아래 풍경은 B코스입니다. B코스가 이런 풍경과 함께 A코스보다 더 걷는 맛이 있어 보입니다. 두 구간을 합쳐 10km 가까이 걸어야 하지만 대부분 흙길에다 평지라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호숫가의 낙엽송은 아직 잎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어딜 봐도 침엽수인데 겨울되기 전에 잎을 떨어내는 것이 활엽수와 같습니다.
횡성호수는 2000년 11월에 준공된 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입니다. 이 때문에 250여가구 900여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을 떠나야 했구요. 오랫동안 살던 터전을 등지고 떠나야 했던 938명의 각기 서로 다른 안타까운 얘기들이 있을 겁니다.
아침 일찍 도착해 호수를 먼저 찾기를 잘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온 덕택에 인파를 피해 오롯이 혼자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횡성호수길은 가끔씩 휠체어를 타고 가시는 분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평탄하고 편안한 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횡성호수를 뒤로 하고 숲체원으로 향합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좀 찾아보니 숲체원은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란 곳에서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전국에 15곳이 있고, 강원도에는 횡성과 춘천 강릉에 있습니다. 설립목적을 보면 산림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숲체험을 위한 숙박시설도 운영한다고 돼 있습니다.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봐야 어떤 곳인지 더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숙박만 운영하는 듯 보입니다.
청태산 자락에 작은 계곡을 끼고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하는데, 아래는 시설내 전망대에서 바라 본 횡성 숲체원의 전체 모습입니다. 전망대 가운데에 물박달나무가 치솟아 올라 하는 수 없이 전경이 분리된 좌우 사진을 붙였습니다. 산자락에 희끗희끗 보이는 것들이 숙박시설과 일부 교육시설이고 그 뒤로는 한 2km 정도 되는 산능선입니다. 근데, 처음에는 이 능선이 청태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니더군요.
숲체원이 생각보다 넓지 않고 표지판을 보니 청태산 정상이 많이 멀지는 않아 정상까지 갔다올 심산으로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쭉쭉 뻗은 낙엽송들로 가득찬 숲길입니다. 한 2km 걸었는데도 계속 낙엽송 군락입니다. 사실 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사면 거의 전체가 낙엽송일 정도로 꽤 큰 낙엽송 숲입니다. 침엽수같지만 가을에 낙엽이 지는 나무라 길이 정말 푹신할 정도로 낙엽송 잎이 수북합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작나무 군락도 보입니다. 자작나무는 가끔 낮은 곳에서도 보이지만 주로 높은 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숲체원이 자리한 곳이 해발 800m 가량 되고 이 능선길은 고도가 1천미터 정도입니다.
숲체원을 넓게 둘러싸고 있는 능선을 지나 지형상 이렇게 계속 걸으면 청태산 정상까지 가겠거니 하고 계속 걷는데, 숲체원의 청태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으로부터 한 3km 지점부터는 갑자기 길이 사라집니다. 길인가 싶은 곳으로 좀 더 걸어봐도 길이 안보입니다. 핸드폰의 등산앱도 켜 보는데, 하필 청태산이 표시가 안 돼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숲체원으로 전화를 거니 길은 있기는 한데 길을 잃을 수 있느니 돌아오라고 하네요. 아닌게 아니라 아래 표지판 옆에 그런 경고문이 하나 보입니다.
좀 아쉬운 마음에 좀 더 찾아보니 길이 있기는 한데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편한 트렉을 하는 날이니 청태산 정상은 포기하고 다시 숲체원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청태산 정상으로 가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이 능선 길을 걸어보지 못했을 터인데, 아마도 오늘 이곳에 머문 시간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숲체험을 하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는 나무에 대한 정보가 자주 눈에 뜨입니다. 덕분에 몇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헤이즐넛. 커피에 은은한 향긋함을 더해주죠. 근데 이것이 개암나무 열매라는 걸 오늘 알게 됩니다. 사진을 보니 열매가 작은 밤톨처럼 생겼습니다. 앞으로 커피메뉴의 헤이즐넛을 보면 좀 다른 이미지가 떠 오를 것 같습니다.
아래는 황벽나무라고 하는데 수피를 보면 꼭 굴참나무입니다. 수피 안쪽이 황금색과 비슷하여 황벽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이 나무에서 채집한 색소로 착색이 돼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나무에는 참 대단한 구석이 많습니다.
다음은 고로쇠물로 더 많이 알려진 고로쇠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수피만 보고는 잘 식별이 안 갈때가 많은데 '개구리 발을 닮은 나무'라는 설명 덕에 앞으로 고로쇠나무에 잎이 달리면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잎이 개구리 발처럼 생겼습니다. 사진속 설명문을 키워 보시면 고로쇠나무의 어원도 참 재미있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이 숲체원의 끝에서 3km 정도 임도를 걸어 청태산 자연휴양림도 둘러 봤을텐데 다음으로 미루어야 겠습니다. 청태산 정상도 그곳에서 타는 게 수월하다고 하니 다음에 함 와봐야 겠습니다. 숲과 나무를 천천히 둘러보며 눈에 담았으니 다음에 청태산을 오르게 되면 모르고 그냥 올라가는 산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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