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름에 들어간 민주가 민주주의의 민주가 아닌 것은 금방 찾아지는데, 실제 민주가 어떤 뜻인지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다가, 민주의 민의 한자마저 ‘眠(볼 민)’, ‘岷(산이름 민)’, ‘珉(옥돌 민)’ 등 여러가지로 쓰여 이름을 가지고 산에 스토리를 입히기가 참 애매한 산. 이번 주는 방하도전트렉 여름철 코스로 민주지산을 다녀 왔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7월 9일(토)
- 트레코스: 민주지산 물한계곡 주차장 -> 각호산 정상 -> 민주지산 정상 -> 석기봉 -> 삼동봉 -> 물한계곡 주차장.
- 교통: 자차(물한계곡 주차장까지 분당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
- 날씨: 물한계곡(해발 약 500m)이 위치한 충북 영동지방 예보는 기온은 23~33도, 습도는 60~90%, 바람은 초속 1~2m입니다. 오후 2~3시간 정도 해가 비치지만 대부분 흐린 날씨가 예보돼 있습니다. 해발 고도 약 1,100m인 능선에서는 이보다 기온이 3-5도 정도 낮고(고도가 100m 오를때마다 산의 기온은 0.5~1도 낮아짐), 습도는 안개가 거의 종일 자욱해 아마도 장마철 평균 습도인 90~100% 정도였을 겁니다. 바람은 간간히 시원하게 불 정도로 잔잔. 날씨를 얘기할 때마다 기온과 바람은 숫자가 바로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데 습도는 어떻게 해서 %로 표현되는지 궁금하시면 이 글을 참조해 보시길
코스는 아래 안내지도에 표시해 놓은 것처럼 단순합니다. 물한계곡 주차장을 시점과 종점으로 해서 크게 도는 환종주입니다. 지형에 두어가지 특징이 있다면, 이 산은 충청북도 영동군 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북도 김천시 모두에 걸쳐 있다는 것과 일단 각호산 정상에 올라 능선이 시작되면 약간의 높이 차이는 있지만 능선에 걸쳐 있는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과 하산 지점인 삼도봉 사이의 고도차가 100m 남짓일 정도로 하산하기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곳은 예전부터 오지중의 하나였고 지금도 고속도로는 닿아 있지만 찾는 사람이 산의 규모에 비해 많지는 않아 보여 능선길이 대부분 좁은 숲길이라는 점이 상대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철인데 운좋게도 아직 이번 여름 트렉중에 장맛비를 맞은 적이 없습니다. 잘 피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행운이 따르지만 잔뜩 안개가 낀 날씨입니다. 오후 들어 해가 나는 것으로 예보돼 있었지만 해발 1천미터가 넘는 능선길에서는 예보와는 달리, 오전의 날씨가 거의 그대로 이어집니다. 고산준봉을 탈 때 기대하는 풍경은 볼 수가 없는 날입니다. 장마철이니 비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
풍경을 담을 수 없으니 오늘 후기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우선은, 이 코스의 오르막 구간인 각호산 정상까지의 길은 좀 길안내가 필요합니다. 표지판이 거의 없고 사람이 많이 찾지 않은 길이라 길이 자주 끊기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건 앞에서 길이 끊겨 길처럼 보이는 곳중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모를 때 어느 길을 선택해도 약 15~20m 걸어서 이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 길이 아니라는 것. 제대로 길을 잡으면 리본을 포함해 앞서 간 사람들의 흔적은 각호산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등산안내도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황룡사 방향) 200m 남짓 걷다 보면 오른편에 닫혀 보이는 철망문이 보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면 길지 않은 농로가 이어지고 상수원 시설이 나타나는데, 이 시설물 보호 차원에서 문을 세워 놓은 듯 합니다. 언뜻 보면 닫혀 보이지만 자물쇠가 걸려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굳이 애써서 열 필요도 없습니다. 문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돌아서 통과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저도 생각없이 문에 올라타 넘으려고 했습니다. ㅋㅋ
농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상수원 시설. 바로 낙엽송 조림지가 사방댐까지 이어집니다.
이 사방댐 지점에 이르게 되면 잠시 고민이 됩니다. 왼쪽으로도 길이 나 있고 오른쪽으로 시멘트길로 길이 나 있어서요. 시멘트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한번 더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틀어 좁은 숲길로 들어가야 이내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사실상 이 코스의 시작점을 알리는 표식들이 보입니다.
산은 전반적으로 육산이라고 할 수 있으나 돌이 많은 거친 길입니다. 걸을 때마다 발 딛는 곳도 찾아야 하고, 딛으면서 탄탄한 곳인지도 확인해야 하는 길.
이 오르막길은 대략 계곡을 따라가는데 위 리본이 여럿 달린 지점부터 약 30분 정도 오르다 보면 냇물을 건너야 할지 아니면 진짜 길처럼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길을 잘 못 타다 되돌아 왔지만 냇물을 건너야 길 찾는 고생 안하고 오를 수 있습니다. 사진(아래 오른쪽)을 자세히면 나무에 리본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그닥 헷갈리는는 지점은 없습니다. 계속 오르막이 있을 뿐입니다. 특히 능선에 오르기 전 고도 약 800m 지점부터 경사가 심해지는 지점부터는 진짜 숨이 턱에 차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능선에 올라서면 정말 싱거운 표지판이 보이는데, '고생했어. 근데 좀 더 가야 각호산 나와' 하는 것 같습니다.
길 안내는 여기까지 하면 되겠습니다. 위 사진의 지점에서 아래 표지판이 보이기까지 능선따라 좀 걷다 보면 이곳이 마치 각호산 정상처럼 느껴지는데 실제 표지석이 있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위 표지판을 등을 지면 아래 사진처럼 왼쪽과 오른쪽으로 계단과 리본이 달려 있는 두개의 길이 보이는데, 오른쪽으로 계단으로 내려가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암봉이 각호산 정상입니다. 정상석 글씨체가 인상적입니다. 그럼, 왼쪽길은? 민주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즉, 각호산 정상을 찍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내려가 정상에 오른 후 다시 유턴해서 올라와 민주지산 정상 방향으로 가야 이 코스의 나머지 구간들을 탈 수 있습니다. 아래 주차장에서 보이던대로 이 1,200m 높이에서는 안개만 자욱합니다.
이곳은 석기봉 바로 앞의 암봉입니다. 이미 오후로 접어든 시간인데, 자욱했던 안개가 살짝살짝 걷히고 물러나기도 합니다. 안개가 좀 더 걷혔으면... 맑은 날에 와도 이 곳은 아마도 이 능선 길의 전망 포인트중의 하나일 겁니다.
이 곳 바위턱에 앉아 드문드문 귀한 풍광을 감상하다가 광고 사진 하나 찍습니다. 이 방하도전트렉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하에서 만든 먹거리(원밀(1 Meal))인데, 9~10시간을 타는 긴 산행을 이 원밀 하나 또는 두개와 사과 하나, 그리고 바게뜨 정도의 먹거리로 무탈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내용물은 용기의 약 20% 정도 차 있고, 여기에 물이나 차를 부어 먹습니다. 모양새는 일반 선식같은데, 효능이 짱입니다. 트렉중에 저한테는 이게 주식, 빵은 간식 또는 비상식입니다. 때로는 원밀 한개로 하루의 긴 산행을 마칠 때도 있습니다. 여럿이 각자 싸온 점심을 풀고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소중한 분이라면 안댕길수도 있지만, 산행시 먹거리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함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배낭의 무게와 부피를 확 줄여주고, 특히 여름엔 배낭 속 음식의 부패 걱정에서 자유로워 집니다습니다. 여름철 도시락 음식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드는 날파리 걱정도 없습니다.
멀리 있는 풍경이 안보이니 가까이 있는 야생화가 눈에 더 들어옵니다. 공기중에 습기가 가득차 있을 땐 녹색을 바탕으로 핀 밝은 색 꽃들이 더 돋보여 보입니다. 야생화가 피는 계절에 20km 좀 넘는 산길을 10시간 정도 걷다보면 마주치는 야생화의 가지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많아야 10가지 정도입니다. 한번 보이는 것이 자주 보이니 더 눈길이 갑니다.
하산할 때 쯤 되니 이제야 희미하게 주변 산의 선들이 나타납니다. 그 이상은 아마도 다음 번을 기약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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