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경북 문경. 두 곳 모두 암봉, 암릉이 도드라진 지형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 트렉코스는 이 두곳의 경계를 타고 이어지는 약 17km의 코스입니다. 관광지로 조성된 문경새재 길이 후반부 코스에 포함돼 있어 실제 산행 코스는 13km 정도입니다.

 

코스의 시작은 작은 계곡을 낀 숲길이나, 경사가 가파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암릉길이 시작돼 신선봉까지 이어집니다. 연어봉까지의 길은 비교적 수월한 암릉이나, 연어봉을 지나 신선봉까진 두어군데 다소 통과하기 난감한 지점을 담고 있는 본격적인 암릉 구간입니다. 하산이 시작되기 전 1km 정도를 앞두고 다시 바위지형을 만나는데, 암릉이 없이 가마솥(부봉의 부(釜)자는 가마솥 부) 혹은 시루 모양의 암봉이 6개가 툭툭 솟아 있는 재미있는 지형입니다. 타는 내내 가까이는 조령산, 주흘산 주변의 봉우리들과 멀리 월악산의 찬란함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 타는 맛과 보는 맛이 함께 있는 코스입니다. 

구글 위성지도에도 한 눈에 암릉 구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연풍레포츠공원 -> 신선봉 구간)

 

트렉일자: 2022년 7월 23일(토)

트렉코스: 괴산 고사리주차장 -> 연풍레포츠공원 -> 연어봉 -> 신선봉 -> 마패봉 -> 부봉 삼거리 -> 부봉1..6 -> 문경새재3관문 -> 고사리주차장

교통: 자차

날씨: 종일 구름낀 흐린 날씨. 능선 주변 체감온도는 대략 23~27도. 바람은 거의 없는 날. 

 

코스의 시작은 고사리주차장이나 연풍레포츠공원 어디를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일종의 환종주라 고사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작하면 하산길이 조금 짧아지고, 연풍레포츠공원에 주차를 하고 시작하면 1km 남짓의 아스팔트길을 걷지 않고 바로 코스가 시작되는 마을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연풍레포츠공원은 명칭이 풍기는 것처럼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고 도심 아파트 단지의 자그마한 근린공원 같은 곳입니다.  고사리주차장에 차를 세운후 연풍레포츠쪽으로 가려면 버스정류장 표지판 기준, 수안보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공원까지 네비 찍고 걸어가시면 됩니다.

 

공원옆 안내도가 서 있는 마을입구를 지나 마을로 진입하면 진입로 끝부분에 집이 하나 보이는데(아래 왼쪽 사진), 그 지점에 작은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신선봉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 연어봉쪽? 할미봉쪽?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연어봉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가다 보면 갑자기 이정표가 사라지는데, 왼쪽 사진에 보이는 숲속 오솔길로 진입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묘지가 조성된 개활지가 나타나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대략 난감해 집니다.

 

길은 한적한 숲길로 이어지고 작은 계곡도 건넙니다.

 

왼쪽은 참나무, 오른쪽은 소나무입니다. 참나무에 푸른 이끼가 훨씬 더 많이 붙어 있습니다. 수피에 이런 이끼가 많이 보이면 나무의 생육환경이 좋다는 뜻이라네요. 그러고보니 도심의 나무 밑둥에선 이끼를 보기가 어렵죠?

 

오늘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 키작은 나무의 꽃핀 모습을 참 많이 봅니다. 찾아보니 꼬리진달래 혹은 참꽃나무겨우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인데,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이랍니다. 충청도, 경상북도,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구요. 이맘때 꽃을 피우는 상록수라네요. 

 

오늘 좀 흐린 날씨라 시계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연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물고기 머리로는 보입니다. 어느 산악회가 멋드러진 글씨체로 표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보통 돌로 만드는데 독특하게 나무와 동판같은 소재로 만들어서 사진만 보면 이 바위를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나 하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이 봉우리가 신선봉같지만 신선봉은 이걸 넘어야 나옵니다. 근데 봉우리 모양도, 정상부의 자태도 이 봉우리가 오히려 신선봉처럼 느껴집니다. 더불어 오늘 코스 중에서 넘기가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통과하기 좀 난감한 지점이 모두 이 구간에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정말 가까이에 있는 멧돼지 소리를 들어서 더 기억에 남기도 하구요. 영락없는 돼지 울음소리였는데 위험할까 싶어 가방속의 전기충격봉도 서둘러 꺼내고 잠시 긴장도 했습니다. 

 

가방 속의 전기충격봉을 다행히 멧돼지를 조우까진 안해서 원래 목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이 지점에서 정말 요긴하게 썼습니다. 정말 난감했던 지점입니다. 제법 긴 바위 사면인데 경사도나 지형상 밧줄이 없으면 잠시 암벽등반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문제는 사진 속 보이는 비닐끈이 좀 짧아 손에 닿지 않았다는 것. 좀 기어올라 잡으려 해도 바위사면의 물때문데 여의치 않고. 전기충격봉으로 힘겹게 끈을 끌어와 잡고 무사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끈 자체는 튼튼한데 올라와 보니 작은 관목의 밑둥에 의지하고 올라온 셈입니다. 지자체가 설치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느 산꾼이 매어 놓은 듯 보입니다. 가지 말라고 통제하는 구간도 아닌데 지자체가 신경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휴~ 하면서 신선봉까지 올라오면 마패봉을 지나 부봉삼거리까지는 수월한 길입니다. 특히, 마패봉을 지나면 길도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길로 바뀌구요.

 

마패봉을 지나서 시작되는 흙길 능선(4km)을 따라 한동안 걷다보면 부봉의 6개 봉우리가 나무 틈 사이로 흘끔흘끔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겨울이 되면 시야가 터질까요? 1봉에서 6봉까지 1km 정도 되는데 멀리서 보면 저걸 어떻게 넘어갈까 싶습니다.

 

부봉삼거리. 여기서 부봉 방향으로 가파른 길을 한 10분 오르면 제1부봉에 오릅니다. 주흘산 영봉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 2km를 걸으면 주흘산의 영봉, 주봉을 탈 수 있구요. 주흘산을 거쳐 이곳 부봉으로, 반대로 부봉을 거쳐 맞은 편 주흘산쪽으로 가는 코스도 있습니다. 부봉 능선과 주흘산 능선이 마주치는 모양새가 마치 말발굽처럼 돼 있어 부봉능선을 타면 주흘산이, 주흘산 능선을 타면 부봉을 마주보면서 걸게 됩니다.

 

첫번째 부봉에 오르면 마패봉부터 부봉삼거리까지 막혀 있던 시계가 갑자기 훤하게 열리는 맛이 있습니다. 더불어 지나온 암릉, 암봉, 멀리 맑은 날이면 더 찬란했을 월악산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조망터로는 제3봉이 났지만 이곳 1봉은 그 동안 걸어오던 곳과 지형이 확 달라서 오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제 3 부봉. 보기에도 멋지고, 이름 그대로 가마솥같은 형상의 널찍한 바위가 덮고 있어 앉아 있는 맛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웃 부봉들, 맞은편 주흘산, 멀리 월악산과 주변의 산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럿이 오면 이곳에서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찍기 놀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제 6봉. 깎아지를 듯한 바위면에 설치된 철제계단을 조심스레 타고 오르면 좁은 바위면에 맞은편 주흘산을 바라보며 작은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지형상 이곳 6봉에서 보이는 주흘산 능선이 제일 가까이 보입니다. 하산 구간을 제외하면 오늘 코스의 끝지점입니다. 

 

하산 중에 다시 잡은 월악산의 모습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능선의 형상이 독특하여 그걸로 무슨 산인지 알아볼 때가 있습니다. 월악산도 그런 산중의 하나입니다. 사진 왼편의 능선 형세가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같기도 한데, 아무튼 월악산을 특징짓는 모습중의 하나입니다.

 

숲길을 걷는 하산은 해발 500m 지점의 문경새재까지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길지 않습니다. 계곡을 건너면 만나게 되는 문경새재길부터 고사리주차장까지의 4km까지가 오히려 훨씬 길고 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아, 새재길을 만나면 오른쪽 오르막길 방향으로 틀어야 문경새재 제 3관문을 향하고 계속 직진해 고사리주차장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하산이라고 무심코 내리막 방향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낙동강 발원지도 둘러 보고, 과거보러 가던 선비들이 걷던 길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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