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 경북 영양군에서 시작하여,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따라 흘러 울진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총 길이 약 61km의 강입니다(더 자세한 소개는 이곳에).

 

이 왕피천에서 제일 볼거리가 많고 아름답다고 하는 구간, 굴구지마을(구산3리)에서 속사마을까지 약 16km(왕복)를 탐방하고 왔습니다. 탐방소 안내인에 따르면, 이 구간은 왕피천의 발원지에서 대략 40km 지점부터 50km 지점까지를 포함하는 곳으로 왕피천의 하류지역이랍니다. 전체적으로 영양 울진의 높고 거친산 사이를 흐르는 강이라 평평한 지형의 강처럼 강폭이 넓지는 않으나 강 하류의 고즈넉하고 잔잔한 느낌을 담고 있는 곳입니다.

 

오래전 어느 신문사에서 여름 계곡트래킹 코스로 왕피천을 소개한 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얼마전 울진에 인접한 삼척의 덕풍캐년(덕풍계곡)을 탐방한 터라 내심 이곳 계곡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갔는데, 왕피천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바로 이곳은 계곡이 아니라 강이라는 것을 금새 깨닫습니다. 왕피천 환경출장소 안내인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물고기들(40종)도 통상 강에서 발견되는  종류랍니다. 

 

  • 트렉일자: 2022년 7월 30일(토)
  • 트렉코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환경출장소(굴구지(구산 3리)마을) -> 상천리 초소 -> 용소 -> 신산마을 -> 속사마을 -> 유턴해서 출발점으로
  • 교통: 자차(시작점인 왕피천환경출장소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 날씨: 좀 흐린 날씨로, 기온은 23~29도, 바람은 초속 1~2m 정도로 잔잔

 

 

탐방로 길안내는 아래 두 표지판이 나름 역할을 하는데 듬성듬성 있는 편이고, 사람들이 많이 회귀하는 지점인 학소대를 지나면 이들 표지판 대신 흔히 보는 등산로 표지판이 대신합니다. 다른 왕피천 탐방기에서 보듯 이 탐방로는 왕피천 물길 따라 물속을 걸어서 탐방할 때는 무의미해집니다.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따로 조성한 길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강 아래쪽 상천리, 구산리와 상류쪽 속사마을 사람들이 왕래하던 길이랍니다.

 

탐방로(강의 오른편에만 나 있음)를 걷다 보면 자주 길이 끊기는데 대부분 강쪽이 아닌 산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잘 찾아보면 보이고, 일부 구간에서만 강쪽으로 길 없는 길이 나 있습니다. 간혹 리본이 보이기도 하는데 감에 의존해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걷다 보면 다양한 지형의 길을 만납니다. 여름에 물속 트레킹을 하겠다면 아쿠아슈즈 등 거기에 맞는 신발과 기타 장비가 필요하고, 다른 계절엔 그냥 등산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탐방로가 산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데 굴곡이 심한 구간도 있습니다. 물이 좀 많아 보일 때는 물속 트레킹은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안전합니다. 계곡이나 강을 걷다보면 갑자기 푹 꺼지는 지점들이 있어서 경험이 없으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탐방로가 시작되기전 굴구지마을에서 시작점인 상천리 초소까지 2km 정도의 시멘트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왕피천이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입니다. 이런 지형속을 흐르는 물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고 합니다.

 

상천리 초소를 지나면 본격 탐방이 시작됩니다. 사실 강을 따라 걷지만 산중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든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위 탐방로 시작 구간을 지나면 바로 눈높이로 강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어지는 탐방로로 직진하다 보면 아래의 모습들을 놓치게 됩니다. 마침 탐방로를 살피던 마을 주민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도 놓쳤을 겁니다. 시작점에서 3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첫 표지판이 나타날 때 그대로 속사마을 방향으로 직진하지 마시고 강으로 내려서서 강따라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까지 걸으며(약 10분) 눈앞에 펼쳐지는 왕피리의 첫인상을 담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앞으로 펼쳐질 풍경에 기대가 부풀어 오릅니다.

 

그 유명한 용소와 용머리를 빼다 닮은 용머리 바위입니다. 진짜 용머리 같아요. 이곳이 왕피천이 다른 천과 합류돼 더 넒은 강을 이루기 전의 물길 중에서 제일 깊은 곳이라는데, 용의 아가리 이미지와 겹쳐져 살짝 무섭습니다. 

 

탐방로와 강 사이에는 자주 이렇게 돌길에 난 습지가 있어서 아예 물에 들어가든가 아니면 산으로 난 탐방로를 걸어야 합니다.

 

이 코스에서 용소와 함께 또 하나의 유명한 곳입니다. 학소대. 아래 사진 왼쪽 바위 지형인데, 제 눈에는 오른쪽 작은 절벽이 더 눈에 들어 옵니다. 이 코스를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까지 와서 유턴을 합니다. 이곳부터 속사마을까지의 약 2.5km 구간이 다소 힘들다는 탐방안내소의 안내도 많은 유턴에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학소대를 내려다보며 속사마을로 향합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색상이 너무 선명한 이 들꽃. 검색해 보니 패랭이꽃이네요.

 

속사마을을 향해 올라갈수록 조금씩 강폭도 좁아지고 물깊이도 얕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덧 속사마을입니다. 시작점으로터 3시간 좀 넘게 걸렸습니다. 근데, 속사마을보다는 신산마을이라는 곳이 먼저 나타납니다. 거의 붙어 있습니다. 원래는 계속 직진, 실죽마을을 거쳐 거리고 마을까지 가는 2구간 코스 전체를 걸을 계획이었으나 속사마을을 넘어 좀 걸어보고 지도를 보니 계속 강을 따라 걷지만 아스팔트 길이라 여기서 유턴하기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이들 마을 길에는 이렇게 배롱나무 꽃(백일홍)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보니 울진군 가로수에도 개화한 배롱나무가 정말 많이 보입니다. 처음 어떻게 시작된 건지 연유는 모르겠으나 기사를 좀 찾아보니 요맘때 울진군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중 하나입니다. 

 

속사마을에서 되돌아와 다시 처음 왕피천을 눈높이에 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오후들어 햇살이 좀 비쳐 같은 곳인데도 달라 보입니다. 멋진 풍광, 오래된 길, 강길과 함께 하는 트렉. 거리가 좀 멀어서 그렇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을 찾고 싶을 때 생각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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