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자: 2022년 6월 11일(토)
트렉코스: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휴게소 -> 오대산 노인봉 -> 소금강계곡 -> 소금강주차장 -> 무릉계곡 -> 진고개휴게소
교통: 자차
날씨: 기온은 15~20도, 날씨는 능선길과 정상주변이 종일 흐리고, 오후에는 안개가 더 짙어지면서 실비까지 내림. 바람은 초속 2~3m.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해 있긴 하나 딱히 오대산의 봉우리라고 칭하기는 좀 거시기한 노인봉. 다행히 산자락에 작은 금강산(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승지를 끼고 있어 그 덕에 찾는 사람이 있지 봉우리 자체는 다른 오대산 봉우리들에 비해 등산객들에게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곳입니다. 게다가 노인봉을 거쳐 주변 백두대간으로 연결되는 탐방로가 폐쇄되어 등산로가 노인봉을 가운데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외길이라 그 단순함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반면, 평창군에 여행을 와서 한 2~3시간 숲길도 걷고 오대산 봉우리에도 올라보고 싶은 이들한테는 참 괜찮은 코스(진고개휴게소에서 노인봉까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진고개에서 노인봉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운동화에 가벼운 나들이 차림을 한 사람들을, 노인봉을 넘어 무릉계곡으로 하산할 때는 많지는 않지만 등산객들과 마주칩니다.
오전 8시 좀 넘어 트렉을 시작할 때의 진고개 주변의 날씨와 오후 6시가 다 돼 돌아와 마주한 진고개 날씨입니다. 10시간 가까이 트렉을 하는 사이 산위에 있던 비구름과 안개가 1천미터까지 내려와 버렸습니다. 운무가 가득한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다른 세상으로 나온 느낌을 주는 하루입니다.
봄이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특히 늦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초록이 무성한 틈을 헤치고 벌들을 끌어들여야 해 더 화려하고 많은 꽃을, 거기에 더해 향기도 더 강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참, 생존이란. 지난주 소백산 트렉에서 자주 보았던 노린재 나무입니다. 이맘때 자주 보입니다.
길어도 2시간 정도면 진고개에서 이곳 노인봉까지 올라옵니다. 예상대로 주변은 온통 습기를 가득 품은 안개입니다.
대신, 작은 분비나무 군락이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이 오대산 주변과 설악산, 그리고 이 정도 높이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다른 산이나 코스에서 이 나무를 보려면 한참 고생해야 하지만 이 코스에선 정말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엔 웬 젖은 눈이 살짝 내려 앉았나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보이는 쪽의 잎 색깔이 뽀얗습니다. 분비나무는 구상나무와 별 차이가 없어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노인봉을 넘어 다소 급한 경사의 하산길을 약 1시간 가량 내려오면 첫번째로 만나는 폭포, 낙영폭포입니다. 사진과 함께 물소리를 담았습니다. 무릉계곡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마주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정말 자연의 소리입니다.
낙영폭포에서 하류쪽으로 내려가면서 만나게 되는 폭포와 소 등 계곡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깊고 청정한 계곡입니다. 율곡 선생이 이상향의 뜻으로 이곳을 청학산이라고 이름 붙였다지요.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곳 무릉계곡은 율곡 선생이 34세 때 가족 일로 휴가를 얻어 강릉에 머물던 중 친지 지인들과 이 계곡의 대략 중간지점인 구룡폭포 근방까지 탐방을 하고 남긴 '유청학산기'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그래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유청학산기를 소개하는 글, 선생이 왜 이곳을 탐방하게 됐는지, 어디까지 했는지, 율곡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안내판이 자주 보입니다. 관련 안내판을 사진으로 모두 모아봤습니다.
오늘 트렉을 시작하면서 노인봉까지 가는 길에 문득문득 '함 왕복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노인봉을 지나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선 '음, 왕복은 쉽지 않겠는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급경사 하산길이 고된 등산길이 될 터이고, 왕복할 경우 다시 노인봉까지 거의 1천미터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하산해 점심을 먹고 나니 기운도 생기고 시간도 될 것 같아 무릉계곡에서 다시 노인봉으로, 그리고 진고개로 돌아오게 됩니다. 숲은 이제 안개가 더 짙어져 실비까지 내리고, 길은 주변이 온통 안개입니다. 새들도 퇴근을 했는지 오전보다는 새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고 그냥 고요~합니다.
'지나간 기록 > 도전Trek 송영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하도전트렉 42번째(여름) - 지리산 서북능선(성삼재 -> 월평마을) (0) | 2022.07.01 |
---|---|
방하도전트렉 41번째(여름) - 태함백종주(태백산 당골매표소 -> 함백산 정암사) (0) | 2022.06.24 |
방하도전트렉 39번째(여름) - 이화령 -> 조령산 -> 깃대봉 -> 마패봉 -> 하늘재 (0) | 2022.06.09 |
방하도전트렉 38번째(봄) - 소백산 마구령 -> 고치령 -> 국망봉 -> 초암사 (0) | 2022.06.03 |
방하도전트렉 37번째(봄) -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과 방태산 (0) | 202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