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자: 2022년 6월 11일(토)

트렉코스: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휴게소 -> 오대산 노인봉 -> 소금강계곡 -> 소금강주차장 -> 무릉계곡 -> 진고개휴게소

교통: 자차

날씨: 기온은 15~20도, 날씨는 능선길과 정상주변이 종일 흐리고, 오후에는 안개가 더 짙어지면서 실비까지 내림. 바람은 초속 2~3m.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해 있긴 하나 딱히 오대산의 봉우리라고 칭하기는 좀 거시기한 노인봉. 다행히 산자락에 작은 금강산(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승지를 끼고 있어 그 덕에 찾는 사람이 있지 봉우리 자체는 다른 오대산 봉우리들에 비해 등산객들에게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곳입니다. 게다가 노인봉을 거쳐 주변 백두대간으로 연결되는 탐방로가 폐쇄되어 등산로가 노인봉을 가운데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외길이라 그 단순함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반면, 평창군에 여행을 와서 한 2~3시간 숲길도 걷고 오대산 봉우리에도 올라보고 싶은 이들한테는 참 괜찮은 코스(진고개휴게소에서 노인봉까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진고개에서 노인봉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운동화에 가벼운 나들이 차림을 한 사람들을, 노인봉을 넘어 무릉계곡으로 하산할 때는 많지는 않지만 등산객들과 마주칩니다.

 

오전 8시 좀 넘어 트렉을 시작할 때의 진고개 주변의 날씨와 오후 6시가 다 돼 돌아와 마주한 진고개 날씨입니다. 10시간 가까이 트렉을 하는 사이 산위에 있던 비구름과 안개가 1천미터까지 내려와 버렸습니다. 운무가 가득한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다른 세상으로 나온 느낌을 주는 하루입니다.

 

봄이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특히 늦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초록이 무성한 틈을 헤치고 벌들을 끌어들여야 해 더 화려하고 많은 꽃을, 거기에 더해 향기도 더 강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참, 생존이란. 지난주 소백산 트렉에서 자주 보았던 노린재 나무입니다. 이맘때 자주 보입니다.

 

길어도 2시간 정도면 진고개에서 이곳 노인봉까지 올라옵니다. 예상대로 주변은 온통 습기를 가득 품은 안개입니다. 

 

대신, 작은 분비나무 군락이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이 오대산 주변과 설악산, 그리고 이 정도 높이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다른 산이나 코스에서 이 나무를 보려면 한참 고생해야 하지만 이 코스에선 정말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엔 웬 젖은 눈이 살짝 내려 앉았나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보이는 쪽의 잎 색깔이 뽀얗습니다.  분비나무는 구상나무와 별 차이가 없어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노인봉을 넘어 다소 급한 경사의 하산길을 약 1시간 가량 내려오면 첫번째로 만나는 폭포, 낙영폭포입니다. 사진과 함께 물소리를 담았습니다. 무릉계곡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마주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정말 자연의 소리입니다.

 

낙영폭포에서 하류쪽으로 내려가면서 만나게 되는 폭포와 소 등 계곡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깊고 청정한 계곡입니다. 율곡 선생이 이상향의 뜻으로 이곳을 청학산이라고 이름 붙였다지요.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곳 무릉계곡은 율곡 선생이 34세 때 가족 일로 휴가를 얻어 강릉에 머물던 중 친지 지인들과 이 계곡의 대략 중간지점인 구룡폭포 근방까지 탐방을 하고 남긴 '유청학산기'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그래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유청학산기를 소개하는 글, 선생이 왜 이곳을 탐방하게 됐는지, 어디까지 했는지, 율곡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안내판이 자주 보입니다. 관련 안내판을 사진으로 모두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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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명승 제 1호 '명주 청학동 소금강'에 대한 지명 재고(노재현, 김현 저)

 

오늘 트렉을 시작하면서 노인봉까지 가는 길에 문득문득 '함 왕복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노인봉을 지나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선 '음, 왕복은 쉽지 않겠는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급경사 하산길이 고된 등산길이 될 터이고, 왕복할 경우 다시 노인봉까지 거의 1천미터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하산해 점심을 먹고 나니 기운도 생기고 시간도 될 것 같아 무릉계곡에서 다시 노인봉으로, 그리고 진고개로 돌아오게 됩니다. 숲은 이제 안개가 더 짙어져 실비까지 내리고, 길은 주변이 온통 안개입니다. 새들도 퇴근을 했는지 오전보다는 새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고 그냥 고요~합니다.

이번 트렉에 원래 주어진 코스는 이화령에서 출발 조령산 정상, 깃대봉을 거쳐, 조령 제 3관문을 지나, 마패봉, 그리고 하늘재로 가는 길에서 중간에 꺽어 주흘산 정상을 거쳐 문경새재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아래 다시 기술하겠지만 주흘산으로 틀어야 하는 지점을 놓치고 아뿔싸! 하는 지점에선 이미 되돌아가기가 너무 늦어버려 하는 수 없이 하늘재까지 가서 트렉을 마친 기록입니다.

 

  • 트렉일자: 2022년 6월 4일(토)
  • 트렉코스: 이화령 -> 조령산 정상 -> 신선암봉 -> 문경새재 제2관문 갈림길(문경새재 제3관문 방향) -> 깃대봉-> 문경새재 제3관문 이정표로 유턴(깃대봉에서) -> 문경새재 제3관문 -> 마패봉(하늘재 방향) -> 부봉 삼거리(주흘산 영봉 방향) -> 주흘산 영봉 갈림길(반드시 아래 관련 표지판 사진 참조) -> 평천재 -> 탄항산 -> 하늘재(약 21km). 10시간30분 걸림.
  • 교통: 자차. 하늘재에서 택시로 이화령으로 이동해서 차 회수(택시비 35,000원)
  • 날씨: 오전부터 오후 2시 전후까지는 구름 조금 낀 맑은 날씨. 그 이후는 서서히 먹구름이 짙어지는 날씨. 기온은 21~28도, 풍속은 초속 3~4m입니다.

현충일 연휴를 감안 조금 일찍(새벽 5시 30분) 나섰음에도 호법 나들목 등 평소 막히는 곳에서 모두 막히는 바람에 늦어도 7시 30분에는 시작하겠지 했던 것이 실제는 8시가 넘어서야 시작합니다. 이화령은 등산객보다는 자전거족들한테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자전거 차림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등산객은 저 포함 두어 명 뿐입니다.

 

이번 후기에서는 이정표 얘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일단 시작부터 이 고개에서 산으로 향하는 들머리(위 오른쪽 사진 터널의 좌측 방향)가 분명히 보이긴 하는데 이정표가 아닌 관광안내 표지판입니다.

 

들머리부터 쭉 좀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오르막길이 끝나면 멀리 조령산 정상이 보입니다. 이정표는 약 1km를 걸어야 그제서야 나타납니다.

 

기점에서 1시간 30분쯤 걸어 왔나요? 벌써 조령산 정상입니다. 오늘 주어진 코스에 들어 있는 이 조령산과 주흘산의 차이중 하나는 조령산은 백두대간에 포함돼 있는데 주흘산은 살짝 벗어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래 조령산 표지석에만 백두대간이 표기돼 있습니다.

 

괴산, 문경 부근 산들은 우리나라 여타 산악지형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산에서 만나는 바위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가끔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만 굵은 것이 아니라 면도 정말 널찍합니다.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시원시원하죠. 비슷하게 바위가 많은 운악산이나 설악산은 연필로 그린 세밀화처럼 보인다면, 이곳 바위 지형은 붓으로 그린 느낌을 줍니다.

 

아래 사진은 조령산 정상에서 몇 분 걸어 내려오면 맞닥뜨리는 전망대(자연스레 만들어진)에서 들어오는 전경입니다. 첫번째로 시야에 들어오는 전경인데다 그 자체가 빼어나 오늘 이 코스의 가장 인상적인 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망터에서 시작, 신선암봉을 지나고 깃대봉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는 암릉을 통과하기까지의 구간이 오늘 코스중 시간을 제일 많이 잡아 먹습니다. 바위 지형이 만들어내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자꾸 발목을 잡고, 군데군데 진짜 4지의 힘을 모두 써야 클리어할 수 있는 장애물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밧줄이 있어도 손과 발을 함께 써야 하는 곳들이라 비오는 날이나 기타 젖은 날은 안 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낙상을 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 코스 전체에서 이정표에 두 번 물을 먹었습니다. 이 도립공원 이정표 체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허술한데다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들이 넘어져 있거나 세월에 지워져 버려 방향타의 구실을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애초 잘 못 만든 데다가 관리도 부실합니다. 

 

아래는 그 첫번째. 신선암봉을 거쳐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의 암릉을 통과하면 아래 사진 속의 이정표가 나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깃대봉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앱내 지도를 보는 눈이 좀 더 있었으면, 혹은 종이 지도가 있었으면 여기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깃대봉으로 향했을텐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시간과 체력 소모가 있었습니다. 아니다 싶어 다시 올라와 이 이정표로 되돌아와 보니 저하고 똑같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문경새재 제 3관문 방향이 깃대봉쪽입니다.

 

드디어 깃대봉. 얼마 전에 방태산에서 트렉을 할 때 정상인 주억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이 깃대봉까지 4.5km의 길이 그렇습니다. 막상 도착해 보면 야산의 꼭대기같은 모습인데, 오는 길이 힘든 암릉구간 포함해서 만만치 않습니다.

 

깃대봉을 오르고 나면 유턴해서 문경새재 제 3관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제 3관문은 거기서 바로 약 20분간 내려오면 만나게 되고, 제 3관문에서 다시 힘든 오르막길을 4~50분 오르면 마패봉에 이릅니다. 여기서 부봉 3거리까지 가야 하는데, 하늘재 방향으로 쭉 직진하면 됩니다. 전반적으로 평탄한 능선과 내리막인 흙길이 부봉 3거리까지 이어집니다. 신선암봉에서 깃대봉 갈림길까지 사람을 거의 못보았는데, 이 구간은 아예 사람이 없습니다.

 

 

부봉 3거리. 부봉과 영봉 방향이 서로 다르긴 한데 이정표가 쓰러지고 기울어 있어 방향에 확신을 못 줍니다. 다행히 부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한테 최소한 방향은 확인하고 영봉 뱡향, 아니 여전히 하늘재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아래 사진이 오늘 저에게 두번째로 물을 먹인 이정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 이정표는 지나온 길과 하늘재로 가는 2가지 길만 가리키고 있습니다. 부봉 삼거리에서 확인했던 영봉까지의 거리를 얼마 안 남긴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영봉이나 주흘산이 표지판에 안 보입니다. 앱 지도도 보고 이정표에는 없지만 감으로 영봉을 향하는 방향으로 좀 걸어 봐도 길이 맞나 싶어 헷갈립니다. 오늘 이 코스의 특징중 하나는 이정표와 달리 길만은 분명히 보이고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영봉으로 향하는 길이 이정표와 달리 쉽게 보일 줄 알았는데 기대와 달리 잘 안보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지점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이 보이겠지 하는 기대를 하면서 하늘재 방향으로 더 직진합니다.

부봉삼거리에서 하늘재로 가는 길의 주흘산 영봉 갈림길(사진 출처: https://m.blog.naver.com/kosh9767/140191748171)

 

하늘재 방향으로 한동안 걷다가 평천재까지 이르러 '이거, 잘 못 왔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래도 지나친 이정표가 자꾸 아른거립니다. 찾지는 못했지만 거기서 틀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런데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버려 여기서 다시 유턴하면 야간 산행이 됩니다. 야산이면 해보겠는데, 주흘산은 천미터가 넘는 큰 산인데다 이 방향으로 타 본 적도 없어 좀 망설이다가 하늘재로 직진하기로 합니다. 이 코스에 대한 대부분의 산행 후기를 보면 그 갈림길에서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는 말이 보이질 않습니다. 근데 왜 표지판이 그렇게 돼 있을까요? 산불방지기간이나 동절기에 영봉~주봉 구간이 가끔 통제되는 것 같기는 한데, 이맘때는 그런 때도 아닌데. 

 

하늘재로 가는 길에서 수풀 사이로 보이는 주흘산 영봉과 주봉입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하늘재에 내려오니 하루 해가 지고 있습니다. 하늘재는 신라때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라고 합니다. 문경 관음리와 수안보 미륵리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택시를 부르려면 하늘재로 내려와 2.5km를 더 걸어야 합니다. 

 

진짜 종일 걸었네요.

 

 

 

 

 

  • 트렉일자: 2022년 5월 28일(토)
  • 트렉코스: 마구령 -> 고치령 -> 늦은맥이재 -> 국망봉 -> 초암사
  • 교통: 자차. 하산후엔 오늘 같은 코스를 트렉한 분들과 운전 품앗이로 차를 회수
  • 날씨: 능선 주변 기온은 15~17로, 전반적으로 맑고 쾌적한 날. 바람은 초속 2~3m로 예보됐으나 실제 정상 주변은 4~5m(소백산은 늘 바람이 많음). 

이맘때 쯤이면 소백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제법 붐빕니다. 아직 지지 않았을 소백산 철쭉을 보려는 사람들, 어느 때 올라도 사방팔방이 막힘이 없는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려는 사람들, 언제 보아도 듬직하면서도 미려한 소백산의 주능선이 삼삼했던 사람들, 바람신이 있음직한 소백산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은 사람들로. 그런데, 이런 매력에 더해 소백산의 숲속 오솔길을 오~래도록 걷고 싶다면 이 코스가 딱입니다. 특히나 오늘같이 볕 좋고 바람 좋은 날에는요.

 

코스는 크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찾는 (늦은맥이재 -> 국망봉) 구간과 약 17km의 숲길인 (마구령 -> 고치령 -> 늦은맥이재) 구간으로 나뉩니다. 숲길이 너무 길다 싶으면 고치령에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구령~고치령) 구간이 좀 더 한적합니다. 마구령부터 시작하면 늦은맥이까지 한없이 숲길을 걷게 되고 걷다 보면 몸은 방전되고 마음도 덩달아 비워집니다. 이어 국망봉으로 향하는 2km 남짓한 길에서 몸과 마음은 재충전이 되고, 국망봉을 지나면 거의 바로 하산길이라 그렇게 걸었는데도 내려가는 게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코스의 시작점. 중간에 거치는 고치령과 달리 이곳으로 오는 길도 비좁고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국망봉까지 약 19km의 먼 길이라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없습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청합니다.

 

마구령에서 고치령 넘어까지 한동안 이어지는 길에는 철쭉길 혹은 터널이 자주 보입니다. 꽃은 이미 다 져버렸습니다. 밀도면에서는 상월봉에서 국망봉 구간의 철쭉밭에 비해 떨어지지만 빈도는 훨씬 높아 철쭉꽃이 필 때면 이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철쭉잎은 귀엽기도 하고 정겹기도 합니다.

 

철쭉과 더불어 오늘 눈에서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나무는 노린재나무입니다. 키가 작아 꽃이 핀 모습이 한 눈에 모두 들어오고 게다가 정말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꽃이 수술이 많아 나무가 온통 마치 조그맣고 하얀 쪽두리를 수없이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무의 타고 남은 재가 노란색을 띠어 원래는 노란재나무였던 것이 이름이 이렇게 변했다는데, 북한에서는 여전히 노란재나무라고 한다네요.  노린재나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간간히 마주치는 들꽃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요맘 때 이 높이(800~1000m)에서 보이는 야생화는 많아야 10종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다. 지난주 곰배령에서도 종류는 좀 달랐지만 숫자는 그 정도였습니다. 흔하게 보이지도 않고 보여도 개체수가 몇 개 안돼 볼 때마다 반갑습니다. 찾아서 보든 우연히 마주치든 그렇게 귀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야생화를 보는 맛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긴 숲길이면서 줄곧 한적해 원없이 숲길을 걷는 맛과 함께 이 높이의 소백산의 식생도 천천히 볼 수 있게 해 주는, 소백산국립공원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늦은맥이재에서 살짝 힘든 오르막길을 거치고 나면 국망봉까지 2km도 안되는 길이 펼쳐지는데, 저는 이 구간을 감히 소백산에서 제일 소백산스러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꼽습니다. 어느 때 와도 이 구간에선 발걸음이 자주 멈춰지고 바람 솔솔 불고 쾌청한 날에는 길가 바위턱의 '좀 앉았다 가. 뭘 그리 급해' 라는 유혹에 지곤 합니다. 

 

이 구간은 또 크진 않지만 빼곡한 철쭉밭과 터널로 더 인상적입니다. 철쭉이 만개할 때도 화려하지만 겨울 새벽에 눈꽃과 서리꽃이 내려 앉은 모습은 때로는 그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늦봄이나 여름엔 오후 4시 전후에 이 곳을 지나갈 수 있도록 산행 설계를 하면 비껴 내리는 햇빛 속에 풍광이 더 아름답습니다.

 

 

 

아, 아쉽다! 국망봉에서 초암사로 향하는 하산 길은 그냥 바로 하산입니다. 그래서 하산이 더욱 아쉬운지도 모릅니다.

 

함박꽃나무가 꽃을 피울 때인 모양입니다. 목련과라 산목련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의 나라꽃이라네요. 산목련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

 

초암사 하산길, 숲이 울창합니다.

 

초암사를 지나면 금방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입니다. 코스에 긴 숲길이 더해져 소백산 바람으로 가슴도 시원해지고 머리도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이번주 트렉은 철마다 달리 피는 야생화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군 소재 곰배령입니다. 일전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 생각보다 일찍 하산하면 주변에 있는 산을 하나 더 타 볼까 했는데, 생각대로 돼 곰배령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방태산을 덤으로 다녀왔습니다. 가파른 방태산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덤으로 갔다온 곳이 오히려 더 인상에 남습니다. 해가 길어지는 늦봄이나 여름에는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곰배령 탐방을 아침 9시에 시작하면 방태산 정상까지 오른 후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해가 지기 전인 오후 6~7시 전에는 마칠 수 있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5월 21일(토)
  • 트렉코스: 인제군 곰배령 주차장(진동리쪽) -> 곰배령 1코스(등산) -> 곰배령 -> 곰배령 2코스(능선 트렉과 하산길) -> 곰배령 주차장. 차로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동. 2주차장 -> 방태산 주억봉 -> 삼거리 -> 구룡덕봉 -> 매봉령 -> 자연휴양림 2주차장. 
  • 교통: 자차
  • 날씨: 기온은 오전 18도에서 오후 24도. 풍속은 3~4m/초로 늦봄의 전형적인 맑은 날씨. 단, 가시거리는 오전에는 약한 미세 먼지, 오후에는 다소 흐린 날씨로 그리 길지 않아 곰배령이나 방태산 능선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희미하게 보임

 

탐방로 입구 생태관리센터 벽면에 3월부터 9월까지 피는 야생화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입니다. 겨울철만 빼고는 초봄부터 초가을까지 달마다 서로 다른 야생화가 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래 1코스로 올라 2코스로 내려오면서 탐방로 양옆으로 피어 있던 야생화들을 모아 봤습니다. 일부 놓친 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10여 종류가 돼 보입니다. 이맘때는 탐방이 몰리는 때라 이 작은 꽃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감상하려면 앞서 가는 탐방객들과 좀 떨어져 천천히 걷는 게 좋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오늘도 하루 최대 방문객 수인 900명이 예약했다는 소식입니다. 곰배령 탐방후기들을 찾아보니 10여년엔 하루 100명, 5~6년 지나서는 하루 300명이었더군요.

 

'곰배령 = 천상의 화원'이라는 마케팅이 나름 성공하여 곰배령 탐방기에는 의례히 야생화 사진들이 많이 올라 옵니다. 그런데 사실 곰배령을 품고 있는 점봉산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입니다. 점봉산에 살고 있는 야생화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이 보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오늘 탐방 중에도 눈에 보이는 개체수로만 보면 지구에 2억년전부터 살고 있다는 양치식물인 관중과 2코스 초입부 능선 주변의 산마늘(흔히들 명이나물이라고 하는)이 이 숲의 주인인 듯 합니다. 야생화는 그에 비해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야생화만 보러 오기에는 너무 먼길이고 자칫 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점봉산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희귀/보호 식물이 제일 많은 곳이라 하니 다음 번에는 좀 공부를 하고 와서 다른 식으로 탐방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니 눈팅은 충분히 한 셈입니다.

 

곰배령에서 바로 붙어 있듯 보이는 봉우리는 작은 점봉산입니다. 입산 금지로 가 보지는 못하지만 작은 점봉산 오른편에 1400여 미터 높이의 점봉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 곰배령은 점봉산의 남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곰배령 전망대에서 보이는 점봉산

 

1코스에서 곰배령 평원을 둘러보고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갈 수 있으나 2코스가 개방돼 있다면 능선을 타고 2코스로 하산하는 걸 권합니다. 아름다운 숲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하산 내리막길이 시작되기 전 3km 가까이 이어지는 능선은 오늘 같이 맑은 날씨와 산들 바람이 있는 날에는 더 없이 걷기 좋은 길입니다.  

 

지난 3~4백년 동안 화재를 포함한 큰 화가 없었다는 점도 점봉산이 원시림으로 지속될 수 있는 이유중의 하나랍니다. 그만큼 엄격히 관리되고 있고 이렇게 곰배령까지 열린 길 아니면 점봉산의 원시림을 부분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출입허가를 얻은 연구목적의 일원이 아니라면.

 

대신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또 하나의 원시림이면서 실제 온전히 탈 수 있는 산이 곰배령에서 가까이 있습니다. 방태산입니다. 곰배령 주차장에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산행 들머리는 제2주차장에 맞닿아 있습니다.

 

코스는 단순합니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정상인 주억봉으로 더 힘들게 올라길지 아니면 매봉령이라는 고개로 올라갈지 선택한 후 능선에 올라 아래 왼쪽 코스지도에서 보이듯 양쪽을 이어서 환종주를 할지 아니면 매봉령이나 주억봉에서 다시 하산할지 선택하면 됩니다. 매봉령으로 올라가서 환종주를 안한다 해도 날씨가 좋으면 반드시 멀리 설악산 서북능선이 보일 때까지는 주억봉 방향으로 더 걸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시계가 좋으면 곰배령에서도 보이지만 훨씬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맛이 다를 겁니다.

 

힘겹게 올라 주억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능선입니다. 경사도 급하고 육산이라 진찌 힘들게 올라 왔는데 구름과 먼지에 가려 설악산 능선이 희미하게만 보입니다. 

 

사실 방태산 조망의 백미는 구룡덕봉 약 300m 못미쳐에 있는 전망대에서 사방에 펼쳐진 능선과 주억봉에서 걸어온 능선, 멀리 보이는 설악산 능선입니다. 선이 둥그스럼하면서도 굵은데다 주변 산 모두 규모가 커서 근육질의 웅장한 산체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늦은 오후 비껴 들어오는 햇살 속에 걷다 보니 어느새 매봉령입니다. 주억봉에서 이곳 까지는 오르막이 거의 없이 완만하게 고도가 낮아집니다. 주억봉과의 고도차는 약 200m. 

 

점봉산처럼 입산통제는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하산길 내내 밀도가 높은 숲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곰배령을 탐방하고 방태산을 오를 수는 있어도 거꾸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방태산을 환종주하고 나면 체력소모가 커서 더 산을 탈 마음도 안 생길거고 이미 곰배령 탐방 가능 시간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힘든 연계 산행이지만 인제군의 이 지역 지형과 식생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어 좋았고 2천원대로 치솟은 기름값과 시간에 대한 본전을 뽑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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