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고향 근처에
가고싶어 밀양으로 간다.
08:30 산내면 다목적센터에 도착.
먼저 구만암~ 구만폭포로 향한다.

지난 주 삼척 덕풍계곡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나니 구만계곡은
소풍길처럼 소박하다.
사람 마음이 이렇듯 간사하다.
비교하고 분별하고...

엄청 무더운 날에 바람도 없고
계곡에는 물도 적다.
그래서인지 초파리, 날파리가
엄청 많이 달려든다.
그래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구만폭포까지 돌길구간과
계단길도 제법 있다.
가볍게 산행하는 사람은
구만폭포까지 오가는 것같다.

구만폭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르막길에 오른다.
경사가 급하지는 않아도
계속 올라가는 길은 힘들다.
힘들다는 생각은 떨치고
내딛는 걸음에 집중한다.
그러면 이내 편해진다.

구만폭포를 거쳐 고추봉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구만산 도착.
길이 나오는 대로 걷다보니
생긴 일이다.

게다가 정상에서 급한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고추봉 반대로
내려온다. 1.5배속으로.
아쉽지만 집중도 높게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크고 깊은 산과 계곡도 좋지만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산도
나름 좋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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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곳은 응봉산이다.
새벽5시에 집을 나섰지만
차를 양쪽에 두고 시작하느라
9시 넘어 시작한다.
먼저 998m 응봉산 정상까지 도전.
오르막 7km를 계곡길로 오른다.

바람없고 무덥고 습한 날씨라 땀이 줄줄 흐른다.
계곡의 볼거리가 많아 잠시나마 숨을 고른다.

몸이 조금 가볍다는 걸 느낀다.
처음 도전트렉에 힘겹게 적응할 때를
생각하면 8개월의 열매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온천주차장에서 올라갈 때는
정상에서 제3용소가 있는 계곡에서
겪는 반전에 비하면 꽃길인 셈이다.
42도의 뜨거운 온천수도 구경한다.

정상이 가까워질 때는
안개와 가랑비로 더 빨리 걷는다.
정상에 이른 기쁨도 잠시만 누리고
바로 덕풍마을로 내려온다.

안개속에도 앞선 일행은
유격훈련을 하듯 뛰어내려간다.
계곡길이 위험해 같이 움직여야 하니
나도 뒤쳐질 수 없어 뛰듯이 걷는다.

정상에서 덕풍마을까지 약 10km.
그 중에서도 제2용소까지 5km가
넘는 구간을 바위길과 물길로 걷는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경사가 심한데 로프만 잡고 내려온다.
바위로 이어진 돌길을 한참 걷는다.
물길을 피해 걷다가 결국 허리까지
차는 물속을 헤쳐서 통과한다.

정상~제3용소~제2용소 구간은
너무 자연상태라서 오지탐험과 같다.
계곡트레킹 명소로 꼽힐만하다.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감동도 크다.
그러나 나는 쉽게 추천하기 어렵다.

2용소부터는 계단이 있어 안전하다.
눈에 보이는 길, 편하게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데 너무 익숙했나 보다.
거칠고 가파른 길, 바위길과 물길.
장애가 많고 힘들수록 몸과 마음도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같다.
또 충격만큼 새로워지는 것같다.

*덕풍계곡 트렉 다녀오고 이틀 뒤
제 3용소 부근에서 오래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겪어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고,
아찔한 마음에 잠시 멍했다.
안전하게 다녀온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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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렉은 벽소령쉼터~연하천대피소~화개재~
뱀사골로 내려오는 22.2km 여정.
어둠속에서 산길에 들어서고
걷다가 해가 뜨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방하트렉을 하기 전에는
산에 제대로 오른 적이 없다.
올해 6년째  트렉을 하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 지리산과 설악산은
가까이 하기엔 아직 먼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에 열광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두려운 산이다.
오늘은 그 두려움을 날릴 수 있기를...

이른 새벽 산길은 더 상쾌하다.
새소리, 물소리로 산에 생기가 돈다.

벽소령대피소에 갔을 때는 주변에 안개가 더 깔렸다. 사람들도 많다.
힘들 때 보는 꽃은 너무 반갑다.  

주변이 잘 안 보이는 만큼
더 집중할 수 있는 것같다.
도전트렉 6개월을 넘기면서
조금씩 체력도 좋아지고
현재에 더 집중하게 된다.

국립공원인 만큼 좁은 길도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우거진 나무가지들도 전지가 되어 통행이 순조로왔다.
힘들게 오르다가 바위에 눈길도
주며 숨을 고르기도 한다.

'지리산은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조금은 사라졌다. 그리고 먹는 것에
집착을 오늘은 줄이고 최소한으로
절제를 했더니 훨씬 몸이 가볍다.
새로운 발견이다.

오르막길에 싫은 마음을 내고
내리막길에 환호하는 파도타기도
줄어들고 있다.
어떤 길이든 그냥 담담하게 걷는다.

연하천 대피소를 지나 화개재로
갈 때가 인내해야 할 시간이다.
주로 오르막길 10km 전후에
내 다리는 아픈 신호를 보낸다.  

오늘은 꽃을 보며 "예쁘다. 고맙다."고 인사도 한다.
나도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토끼봉 헬기장을 지나 화개령.
여전히 안개로 주변을 볼 수 없지만
산상화원을 보는 기쁨을 만끽했다.
앞으로 뱀사골 계곡길 9.2km.

화개령에서 뱀사골 초입은 돌길이다.
그래도 우렁찬 물소리와 깨끗한 물을 보며
시원한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다.

계속 이어지는 계곡의 풍경은 눈길을 뗄 수 없다.
넓고 시원한 계곡처럼 마음도 트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폭포수들과 용소들.
계곡을 따라 데크를 만든 숲길은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지리산.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첫 발을 디뎠으니 자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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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동 물한계곡을 만난다.
물한계곡으로 들어갈 때
산세와 마을의 느낌이 좋다.
오염되지 않은 깊고 조용한 산촌.

마을 어르신께서 각호산 쪽은
길이 안 좋다고 경고를 하셨다.
굳이 편한 길을 찾지 않는
도전트렉 정신에 따라
각호산부터 오르기로 한다.  

아침 7시 30분.
날이 더워지기 전에 산에 오른다.
각호산 정상까지 3.7km.
약 500m에서 1200m 넘게
계속 올라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숲도 길도 좋았는데
올라갈수록 돌길도 나오고
폭우로 무너진 구간도 있다.

아예 풀과 나무가 우거져
길이 안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인생도 좋은 길만 있던가?
각시원추리꽃이 구겨지는
내 마음을 펴라고 웃고 있다.

걸을 때는 수리에 집중한다.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오르막길이 끝나기를 바라면
고통의 시간은 더 길어진다.

걷는 데만 집중하면
무더위에 오르막길도 쉽다.
잠간 비가 오나 싶더니
안개가 주변에 쫙 깔린다.

앞에 놓인 길을 따라 가느라
다른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민주지산은 야생화가 많이
자라고 있어 볼거리를 준다.

안개속에 갇혀 몽환적 분위기로
길을 걷다보니 마음이 차분하다.
아주 좁아진 길, 사방이 흐릿한
숲길은 각박한 세상을 연상시킨다.

길이 좁아지다 못해 아예 없다.
나뭇가지가 키를 넘기도 하고
나뭇잎으로 덮여 길이 안 보인다.

그래도 길은 나아갈 수 있고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이다.
아쉽게도 멋진 전망을 못 본다.

조금씩 걷히는 듯한 안개를
마냥 기다려 볼 수도 없다.
석기봉과 삼도봉 두 곳을
거쳐 내려가는 일이 남았다.

정상에서 석기봉까지 2.9km,
다시 삼도봉까지 1.6km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체력이 떨어질 때 오르막길을
만나면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바위에 새겨진 삼신상이다.
한 몸에 천, 지, 인을 상징하는
머리 셋을 새겨놓았다.
석기봉에서도 전망을 못 본다.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삼도봉.
도착하자 마자 나무바닥에
벌렁 누워 숨을 고른다.
잠시라도 눈을 감고 쉬니
내려갈 힘이 다시 생긴다.

진짜 내려가는 길이다.
돌길이든 계단이든
내려가는 길은 무조건 좋다.
더구나 물한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숲길은 참 좋다.

물한계곡과 민주지산.
잘 어우러진 쉼터이다.
버스가 다니는 종점이고,
깊고 조용한 숲속마을이라
다음에 다시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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