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동 물한계곡을 만난다.
물한계곡으로 들어갈 때
산세와 마을의 느낌이 좋다.
오염되지 않은 깊고 조용한 산촌.

마을 어르신께서 각호산 쪽은
길이 안 좋다고 경고를 하셨다.
굳이 편한 길을 찾지 않는
도전트렉 정신에 따라
각호산부터 오르기로 한다.  

아침 7시 30분.
날이 더워지기 전에 산에 오른다.
각호산 정상까지 3.7km.
약 500m에서 1200m 넘게
계속 올라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숲도 길도 좋았는데
올라갈수록 돌길도 나오고
폭우로 무너진 구간도 있다.

아예 풀과 나무가 우거져
길이 안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인생도 좋은 길만 있던가?
각시원추리꽃이 구겨지는
내 마음을 펴라고 웃고 있다.

걸을 때는 수리에 집중한다.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오르막길이 끝나기를 바라면
고통의 시간은 더 길어진다.

걷는 데만 집중하면
무더위에 오르막길도 쉽다.
잠간 비가 오나 싶더니
안개가 주변에 쫙 깔린다.

앞에 놓인 길을 따라 가느라
다른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민주지산은 야생화가 많이
자라고 있어 볼거리를 준다.

안개속에 갇혀 몽환적 분위기로
길을 걷다보니 마음이 차분하다.
아주 좁아진 길, 사방이 흐릿한
숲길은 각박한 세상을 연상시킨다.

길이 좁아지다 못해 아예 없다.
나뭇가지가 키를 넘기도 하고
나뭇잎으로 덮여 길이 안 보인다.

그래도 길은 나아갈 수 있고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이다.
아쉽게도 멋진 전망을 못 본다.

조금씩 걷히는 듯한 안개를
마냥 기다려 볼 수도 없다.
석기봉과 삼도봉 두 곳을
거쳐 내려가는 일이 남았다.

정상에서 석기봉까지 2.9km,
다시 삼도봉까지 1.6km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체력이 떨어질 때 오르막길을
만나면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바위에 새겨진 삼신상이다.
한 몸에 천, 지, 인을 상징하는
머리 셋을 새겨놓았다.
석기봉에서도 전망을 못 본다.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삼도봉.
도착하자 마자 나무바닥에
벌렁 누워 숨을 고른다.
잠시라도 눈을 감고 쉬니
내려갈 힘이 다시 생긴다.

진짜 내려가는 길이다.
돌길이든 계단이든
내려가는 길은 무조건 좋다.
더구나 물한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숲길은 참 좋다.

물한계곡과 민주지산.
잘 어우러진 쉼터이다.
버스가 다니는 종점이고,
깊고 조용한 숲속마을이라
다음에 다시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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