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암~직소폭포~재백이고개~ 관음봉~세봉~가마소삼거리~ 와룡소~우동리

오늘은 내변산 트렉이다.
처음부터 밤새 내린 눈을 밟고 간다.
고요한 백설의 세계에 심취하여
한참 오르다 보니 월명암이 나온다.

부설거사가 딸 월명을 위해
지었다는 월명암.
삽살개가 요란하게 짖기도 했고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쳐 왔다.

입춘이 지나고 만나는 눈꽃은
특별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숨가쁘게 올라오는 길이 언제나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능선에서 시원한 전망을
보면 그 마음도 다 풀어진다.

드디어 직소폭포 근처에 오니
갑자기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단체버스로 온 모양이다.

싸락눈이 오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고
쌓인 눈 밑에 돌도 조심해야 하는 여정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재백이고개~ 관음봉~ 세봉까지
걸을 때 얼마나 마음이 힘들던지...
'도전트렉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속삭임과 함께..

관음봉 세봉을 지나 가마소삼거리 굴바위로 갈 때는 눈이 펑펑 내렸다.
눈보라에 발이 푹푹 빠지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정말 주저앉고 싶었다.

마지막 대불사로 해서 나오니
우동리 저수지가 있다.
저녁 5시 40분.

아침 9시 30분부터 잠시 숨돌리며
쉬는 것 말고는 계속 걸었던 것같다. 내변산은 여느 산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봄 여름 가을에 다시 들러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현지인도 4월 연초록 숲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눈맞으며 걷는 겨울산 트렉을
제대로 경험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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