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컷을 눈에 담으려고 이만큼 걸어 왔나요? 예라고 답할 만한 풍광입니다.

 

코스의 종착점인 청학동으로 하산하기 직전 닿는 삼신봉에서 서면 동서로 장대하게 걸쳐 있는 지리산 주능선이 이렇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침 구름이 늘어선 모습도 지리산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합니다.이 곳 삼신봉까지 중산리 지리산 들머리에서 약 20km, 9시간을 걸어왔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5월 7일(토)
  • 트렉코스: 중산리 -> 천왕봉 -> 장터목 -> 연화봉 -> 촛대봉 -> 세석평전 -> 남부능선 -> 삼신봉 -> 청학동
  • 교통: 자차. 청학동에 주차하고 택시로 중산리로 이동(반대로 할 경우 산행객이 몰리는 이맘 때는 이른 새벽이 아니면 중산리 주차장에 공간이 없어 도로변에 세워야 함은 물론,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서 한참 멀리 차를 세워야 하고 나중에 차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음(택시기사분 왈))
  • 날씨: 아래는 맑은 늦봄 날씨, 정상 주위는 10~12도(바람 불고 좀 쌀쌀함) 

 

오늘 트렉코스는 중산리 지리산 들머리에서 시작, 칼바위를 거쳐 천왕봉을 오르고, 능선을 따라 세석 평전까지 내려온 다음, 세석에서 거림 방향으로 하산하다가 다시 청학동 방향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지리산 남부능선을 타는 길입니다.

 

중산리 -> 천왕봉 -> 세석은 지리산 종주객들로 늘 붐비는 코스입니다. 반면, 세석에서 삼신봉 구간은 마주치는 사람이나 동행하는 사람이 평소에도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산장이 운영을 안하고 있어 쌍계사에서 출발, 세석에서 1박을 하고 천왕봉까지 오르려는 사람도 없습니다. 가는 동안 거림에서 올라오는 청년 한사람 빼고는 청학동으로 하산하기까지 사람은 저 하나뿐.

 

힘든 구간은 첫째는 당연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구간. 다음은 세석평전으로 내려가기 전 거쳐야 하는 촛대봉입니다. 그 다음은 하산길이라 힘든 구간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세석에서 삼신봉까지 약 8km 정도 구간은 크게 보면 완만하게 고도가 낮아지는 구간이긴 하나, 능선도 길고 오르내림이 많아 만만치 않습니다. 길 또한 딱히 육산도 아니고 크고 작은 암석이 어지럽게 박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초기 1km 남짓을 뺀 전 구간의 양 옆으로 늘어선 산죽 길에 수없이 걸쳐진 거미줄을 헤쳐가야 하는 게 곤욕입니다. 더욱이 봄철이라 지리산의 능선 조망도 수풀에 가려 있어 다소 지리한 길입니다. 날씨마저 안 좋았다면 진짜 고생길이 될 뻔 했습니다.

 

오늘 지리산 날씨는 정상 부위는 좀 쌀쌀한 초봄 날씨, 1천미터 지점은 초여름, 1700m 정도 높이의 능선은 완연한 봄 날씨로 다채롭습니다. 아래는 법계사 쉼터를 앞두고 보이는 천왕봉입니다. 천왕봉은 이렇게 좀 먼발치에서 봐야 더 멋있고, 더 먼거리에서 다른 봉우리와 같이 보면 정말 웅장해 보입니다.

 

하늘 배경이 유화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맑은 날씨지만 구름이 언뜻언뜻 조화를 부리는, 기분좋은 우연을 기대케 하는 날씨입니다.

 

천왕봉 주변은 운무가 수시로 끼고, 가끔씩 열리는 저~ 아래 신록이 더 파래 보입니다. 정상 주변은 한기가 느껴지는 이른 봄, 주변 능선은 이제 진달래 피는 초봄입니다. 정말 높이가 다릅니다.

 

 

제석봉.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느끼고, 힘겹게 천왕봉으로 가는 사람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곳. 전망대의 전경은 눈리 시리도록 시원한데,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좀 쓸쓸합니다. 

 

 

이 연화봉을 참 많이도 거쳤는데, 연화봉 자체도 또 거기서 보이는 주변 풍경과 먼 천왕봉 모습도 모두 아름다운 곳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겼씁니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연화봉을 막 지나서 마주쳤는데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이 햇살을 받아 정말 눈이 부시게 아룸답습니다. 사진에 제대로 표현이 안돼 좀 아쉽습니다.

 

이 길은 이렇게 회색빛일 때는 다분히 서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오르막을 오르며 뒤를 바라볼 때보다 내려갈 때 더욱 그런 느낌이 납니다.

 

힘겹게 촛대봉을 넘으면 드디어 세석평전과 산장이 보이고,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산장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을 하니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 집니다.

 

맑은 날 저 세석산장 앞마당에 앉아 있으면 잠시 세상의 시름이 사라집니다. 여기서 쉬었던 시간은 늘 좋은 기억뿐입니다. 종주를 포함 지리산 긴 코스를 탈 때 이곳에서 1박을 했으니 '집'같은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렇게 오늘같이 하산하는 길에서는 볕을 쬐면서 배고픔도 달래고 시원한 샘물로 목도 축이고 했던 기억들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 이 산장 자체가 고원에 위치해 있다는 게 일차적으로 그런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산장 주변에 구상나무들이 보이시나요? 이곳 세석평전 구상나무 숲은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의 희망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지리산 다른 지역의 구상나무숲은 나무가 자꾸 고사되면서 사라지고 있는데 이곳은 어린 구상나무가 밀도 높게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곳에 기후변화 관측과 조사를 위한 연구소가 세워졌다는 소식입니다.

 

구상나무의 나이를 손쉽게 세는 방법을 소개한 팻말입니다. 세석평전을 둘러보다 눈에 띄었습니다. 

 

세석평전에서 목적지인 청학동까지는 10km를 더 걸어야 합니다. 앞서 하산길이어도 지형이 만만치 않다 했습니다. 그래도 화창한 봄 날씨 덕에 힘내며 갈 수 있었습니다.

 

드뎌 산신봉!  오늘 코스의 종착점이 청학동이 아니라 쌍계사였으면 이곳에서 한 동안 머무를 수가 없었을 겁니다. 여기서 청학동 까지는 약 2.4km,  쌍계사까지는 무려 9km. 쉬는 맛 뿐만 아니라 보는 맛을 주는 곳입니다. 오른쪽 천왕봉부터 왼쪽 노고단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코스 중에서 머문 시간이 가장 길었던 곳, 그러면서 풍경이 가장 좋았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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