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렉일자: 2022년 4월 30일(토)
- 트렉코스: 전남 강진군 석문산주차장 -> 석문산 -> 소석문 -> 덕룡산 -> 작천소령(쉬양리재) -> 주작산 -> 해남 오소재 -> 노승봉 -> 오소재(약 20km, 11시간 소요).
- 교통: 목포까지 KTX -> 렌트한 차량으로 강진군까지 왕복.
- 날씨: 다소 흐린 날씨이나 전날 비가 온 터라 시계는 오히려 먼지 있는 맑은 날시보다 좋은 편. 기온은 11도~18도를 오르내림, 바람도 초속 2~3m로 잔잔함.
우리나라에서 공룡능선으로 불리는 곳중 제일 이름난 곳은 설악산 공룡능선. 그런데 실제 타 보면 봉우리들의 규모가 너무 커서 뿔이 달린 공룡의 등같은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그에 비해 전남 강진군에서 시작 해남땅에서 끝나는 덕룡산 -> 주작산 능선은 실제 그런 느낌을 주는 진정한 공룡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룡산과 주작산을 이어주는, 15km 가까이 되는 칼날같은 암릉은 산행 내내 시야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데다 실제 코스 또한 암릉의 날카로운 선을 고스란히 타도록 나 있어 힘 들어서 나는 땀뿐만 아니라 긴장에서 나오는 땀까지 흘리게 합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처음으로 탈 때는 취할 정도로, 그리고 끝나고 나면 중독이 들 정도로.

전체 코스는 위 사진에서 보듯 첫번째 암릉 구간인 덕룡산 능선과, 두번째 구간인 주작산 구간으로 나뉩니다. 사실 이 두 구간의 암릉에는 못미치지만 비슷한 지형은 다산초당과 백련산이 가까이 있는 만덕산에서 시작합니다. 더러는 만덕산까지 포함해서 걷기도 하는데 대부분 덕룡산 구간이 시작되는 소석문이란 곳에서 출발하거나 이곳에서 산행을 마칩니다. 오늘 저는 소석문에서 덕룡산으로 오를때 뒤로 보이는 석문산부터 시작합니다.
덕룡산과 주작산의 암릉은 전체적으로 비숫하지만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날카로움에 있어서는 덕룡산 능선이 좀 더 두드러지고 서봉 주변처럼 일부 구간에서는 다소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에 비해 주작산 능선은 굴곡이 아기자기하게 많은 편이라 덕룡산 능선과 똑같았으면 느낄 식상함과 지루함을 근처도 못 오게 합니다. 아래 위성 사진에서도 그런 차이가 보입니다.


대부분 강진군에 걸쳐 있는 이 코스를 타다 보면 마치 섬 산행을 하는 것처럼 시원하게 터진 바다 조망이 함께 합니다. 아래 사진의 강진군 지형을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됩니다. 바닷물이 육지 깊숙히 들어 와 있습니다. 덕룡산을 거쳐 주작산 능선을 걷게 되면 강진만을 넘어 남해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아름다운 다도해 모습도 조망에 들어 옵니다.

기점을 석문산주차장으로 잡든, 소석문으로 잡든 이 코스를 하루에 타려면 늦어도 봄이나 여름 기준 아침 7시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마음이 급해져 안 그래도 험로인데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산행하기 최고로 좋은 날씨는 비온 다음날 맑은 날씨입니다. 오늘 날씨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흐려도 전날 온 비로 먼지가 없어 가시거리가 긴 편입니다.

석문산을 타고 넘으면 봉황 저수지를 더 멋진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 타고 가야 하는 덕룡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 사진 저 멀리 왼쪽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봉우리가 해남땅의 가련봉과 노승봉입니다. 올때마다 눈팅만 하고 갔는데 오늘 과연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요?

덕룡산의 암릉입니다. 지표면에서 불과 400여m만 올라오면 이런 풍광을 만나게 됩니다.






진달래가 물러나고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택시기사분이 진달래가 져 버려 이제 올해 덕룡산 등산철은 끝났다고 하며 너무 아쉬워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 산악회 사람들로 좀 붐빌 것으로 생각해 출발 시간대를 달리 했는데 별로 사람이 없습니다. 이 명산을 진달래 필때만 찾는다? 강진군에서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덕룡산 능선이 끝나고, 주작산의 덕룡봉을 지나 주작산 주능선을 탈 차례입니다. 저 아래 보이는 능선을 3~4시간을 씨름하며 넘어야 하지민, 이미 덕룡산에서 단련돼 험로이긴 하지만 좀 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출발할 때 진짜 아득하게 보이던 해남의 가련봉, 노승봉도 시야에 가까이 들어옵니다.

주작산 능선에 올라탑니다.




이 코스의 아름다움은 산과 암릉 못지 않게 아득한 바다 조망에도 있습니다. 강진의 너른 평야지대 넘어 올망조망하게 펼쳐진 다도해. 해남으로 다가갈수록 크고 작은 섬이 더 시야에 들어 오고 서 있는 곳이 높지 않아 좀 더 먼 곳은 더 아득하게 보입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산객이 '남해 바다 정말 아름답네요' 합니다.



이제 주작산 능선도 끝지점인 오소재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련봉, 노승봉도 한층 더 가까이 보이고 다도해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 있는 가련봉에서 저도 그렇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간은 되는 것 같은데 체력이 문제입니다.


해남 노승봉에 올라 왔습니다. 힘겹게 왔습니다. 오소재에서 여기까지 왕복하려면 거리는 4.5km 정도, 시간은 추가로 2시간이 더 걸립니다. 기차 시간때문에 노승봉에서 300m 떨어진 가련봉까지는 못 가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날씨도 더 흐려지고 바람은 세져,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우리땅 끝까지 왔다는 감정도 섞이고.


해남은 다음에 더 둘러 보기로 하고, 강진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더 전하고 싶습니다. 수도권에서 너무 멀고, 교통비도 많이 들어 하루 전날 왔습니다. 아름다운 곳이 많은 곳이니 산만 타지 말고 강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가시길. 참 아름다운 땅입니다.
가우도라고 하는 곳입니다. 둘레가 3km가 안되는 자그마한 섬입니다. 강진만의 8개 섬중 하나로, 사람만 건너 다닐 수 있는 연육교가 설치돼 있어 섬 안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높이 50m 정도 되는 야트막한 야산엔 대숲과 남쪽지방에서만 보이는 후박나무 군락지도 있습니다. 사람들로 분주한 시간만 피하면 한적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는,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이곳은 강진만의 갯벌입니다. 순천만 갯벌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아름다움에서는 뒤지질 않습니다. 갯벌은 우리나라에만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적인 자연환경입니다. 살아 숨쉬는 생태계는 물론 언제 어떤 날씨에 와도 한 멋 가득한 풍경을 연출해 줍니다.






끝으로 이곳은 강진땅에서 바라 본 월출산 능선입니다. 강진의 모 차밭 구경을 하러 가다 보면 고속도로에서부터 보이는데, 바로 눈에 박힙니다. 저한테는 이번 강진여행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아마도 저한테 대한민국에서 산아래서 바라보는 능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이 능선이 세 손가락안에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눈만 쌓이면 영락없는 히말라야입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덕택에 강진을 찾는 관광객이 5배로 늘었다는데, 책에서 강진의 자연 환경까지 다루었다면 더 대박이 났을 겁니다. 벌써 다시 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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