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렉일자: 2022년 5월 28일(토)
- 트렉코스: 마구령 -> 고치령 -> 늦은맥이재 -> 국망봉 -> 초암사
- 교통: 자차. 하산후엔 오늘 같은 코스를 트렉한 분들과 운전 품앗이로 차를 회수
- 날씨: 능선 주변 기온은 15~17로, 전반적으로 맑고 쾌적한 날. 바람은 초속 2~3m로 예보됐으나 실제 정상 주변은 4~5m(소백산은 늘 바람이 많음).
이맘때 쯤이면 소백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제법 붐빕니다. 아직 지지 않았을 소백산 철쭉을 보려는 사람들, 어느 때 올라도 사방팔방이 막힘이 없는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려는 사람들, 언제 보아도 듬직하면서도 미려한 소백산의 주능선이 삼삼했던 사람들, 바람신이 있음직한 소백산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은 사람들로. 그런데, 이런 매력에 더해 소백산의 숲속 오솔길을 오~래도록 걷고 싶다면 이 코스가 딱입니다. 특히나 오늘같이 볕 좋고 바람 좋은 날에는요.
코스는 크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찾는 (늦은맥이재 -> 국망봉) 구간과 약 17km의 숲길인 (마구령 -> 고치령 -> 늦은맥이재) 구간으로 나뉩니다. 숲길이 너무 길다 싶으면 고치령에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구령~고치령) 구간이 좀 더 한적합니다. 마구령부터 시작하면 늦은맥이까지 한없이 숲길을 걷게 되고 걷다 보면 몸은 방전되고 마음도 덩달아 비워집니다. 이어 국망봉으로 향하는 2km 남짓한 길에서 몸과 마음은 재충전이 되고, 국망봉을 지나면 거의 바로 하산길이라 그렇게 걸었는데도 내려가는 게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코스의 시작점. 중간에 거치는 고치령과 달리 이곳으로 오는 길도 비좁고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국망봉까지 약 19km의 먼 길이라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없습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청합니다.
마구령에서 고치령 넘어까지 한동안 이어지는 길에는 철쭉길 혹은 터널이 자주 보입니다. 꽃은 이미 다 져버렸습니다. 밀도면에서는 상월봉에서 국망봉 구간의 철쭉밭에 비해 떨어지지만 빈도는 훨씬 높아 철쭉꽃이 필 때면 이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철쭉잎은 귀엽기도 하고 정겹기도 합니다.
철쭉과 더불어 오늘 눈에서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나무는 노린재나무입니다. 키가 작아 꽃이 핀 모습이 한 눈에 모두 들어오고 게다가 정말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꽃이 수술이 많아 나무가 온통 마치 조그맣고 하얀 쪽두리를 수없이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무의 타고 남은 재가 노란색을 띠어 원래는 노란재나무였던 것이 이름이 이렇게 변했다는데, 북한에서는 여전히 노란재나무라고 한다네요. 노린재나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간간히 마주치는 들꽃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요맘 때 이 높이(800~1000m)에서 보이는 야생화는 많아야 10종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다. 지난주 곰배령에서도 종류는 좀 달랐지만 숫자는 그 정도였습니다. 흔하게 보이지도 않고 보여도 개체수가 몇 개 안돼 볼 때마다 반갑습니다. 찾아서 보든 우연히 마주치든 그렇게 귀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야생화를 보는 맛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긴 숲길이면서 줄곧 한적해 원없이 숲길을 걷는 맛과 함께 이 높이의 소백산의 식생도 천천히 볼 수 있게 해 주는, 소백산국립공원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늦은맥이재에서 살짝 힘든 오르막길을 거치고 나면 국망봉까지 2km도 안되는 길이 펼쳐지는데, 저는 이 구간을 감히 소백산에서 제일 소백산스러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꼽습니다. 어느 때 와도 이 구간에선 발걸음이 자주 멈춰지고 바람 솔솔 불고 쾌청한 날에는 길가 바위턱의 '좀 앉았다 가. 뭘 그리 급해' 라는 유혹에 지곤 합니다.
이 구간은 또 크진 않지만 빼곡한 철쭉밭과 터널로 더 인상적입니다. 철쭉이 만개할 때도 화려하지만 겨울 새벽에 눈꽃과 서리꽃이 내려 앉은 모습은 때로는 그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늦봄이나 여름엔 오후 4시 전후에 이 곳을 지나갈 수 있도록 산행 설계를 하면 비껴 내리는 햇빛 속에 풍광이 더 아름답습니다.
아, 아쉽다! 국망봉에서 초암사로 향하는 하산 길은 그냥 바로 하산입니다. 그래서 하산이 더욱 아쉬운지도 모릅니다.
함박꽃나무가 꽃을 피울 때인 모양입니다. 목련과라 산목련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의 나라꽃이라네요. 산목련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
초암사 하산길, 숲이 울창합니다.
초암사를 지나면 금방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입니다. 코스에 긴 숲길이 더해져 소백산 바람으로 가슴도 시원해지고 머리도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지나간 기록 > 도전Trek 송영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하도전트렉 40번째(여름) - 오대산 노인봉(진고개휴게소 <-> 소금강주차장) (0) | 2022.06.17 |
---|---|
방하도전트렉 39번째(여름) - 이화령 -> 조령산 -> 깃대봉 -> 마패봉 -> 하늘재 (0) | 2022.06.09 |
방하도전트렉 37번째(봄) -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과 방태산 (0) | 2022.05.27 |
방하도전트렉 36번째(봄) - 경기도 유명산 환종주(어비산 -> 유명산 -> 중미산) (0) | 2022.05.15 |
방하도전트렉 35번째(봄) - 지리산 남부능선(중산리 -> 세석평전 -> 삼신봉 -> 청학동) (0) | 2022.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