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함백산 모두 각자의 힘으로 많은 산꾼들을 찾게 만드는 산들입니다. 특히 태백산은요. 근데 지리적으로 두 산은 가까운데도 두 산을 이어서 걷는 산행, 이름하여 태함백종주란 말로 산행기가 많이 검색되지 않는 걸로 보아 태백산과 함백산을 잇는 길을 걷는 사람은 아직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총 길이 약 23km인 이 코스는 구간별로 기억에 남는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6월 18일(토)
  • 트렉코스: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당골매표소 -> 소문수봉 -> 문수봉 -> 태백산 천제단 -> 장군봉 -> 유일사주차장 갈림길 -> 사길령 -> 만항재 -> 함백산 정상 -> 중함백산 -> 적조암 방향 하산길 -> 정암사(정선군 고한읍)
  • 교통: 자차(차 회수는 같은 코스를 타는 분과 운전 품앗이)
  • 날씨: 기온은 17~25도, 바람은 초속 2~3m. 오전이 흐릴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구름은 좀 끼었지만 트렉 내내 전반적으로 화창한 날씨

 

오르락 내리락 태백산 함백산 종주!

 

코스의 시작은 1,500미터가 조금 넘는 소문소봉으로 향하는 표고차 약 600미터의 오르막길입니다. 다른 숲에 비해 참 다양한 나무가 보일 뿐만 아니라 오르막 내내 사스래나무숲을 거니는 맛이 있습니다. 수피가 자작나무와 비슷하지만 남한 땅에서는 100% 조림인 자작나무와 달리 사스래나무는 자생종이라고 합니다. 어떤 분이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를 이 글에 잘 구별해 놓았습니다.

 

 

오르막이 끝나고 조금만 능선길을 걷노라면 짜잔하고 정말 멋진 산정상이 나타납니다. 정상 주변에 설악산의 귀때기청봉 사면에서 많이 보이는 너덜바위들이 비교적 평탄한 지형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문수봉 정상도 같은 지형인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원경 말고 정상부 지형의 아름다움으로만 보면 지금까지 거쳤던 봉우리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소문수봉 정상에 멋지게 서 있는 분비나무들도 정상의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일단 소문수봉까지 오르면 태백산 정상까지는 완만하게 올라가는 능선길이고, 태백산 정상을 지나면 유일사 쉼터까지 내리막길 그 다음부터는 이 코스의 중간지점인 사길령으로 고도가 떨어지기까지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이 구간은 장군봉과 천제단 주변을 중심으로 오래된 주목과 젊고 어린 주목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주목 군락지는 고사목이 별로 안 보여 다른 군락지에 비해 훨씬 활력있는 모습입니다.

 

 

 

사길령을 지나 한 10여분 걸으면 다시 어평재(화방재의 고유 이름)란 고개가 나오고 이곳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좀 지칠때 쯤 나타나는 곳으로 이 종주코스의 오아시스라고 불러도 될 것입니다. 허기도 채우고, 갈증도 해결하고, 남은 여정에 필요한 물도 보충하고, 여름날 찌든 땀도 씻겨 내고. 다녀본 종주코스 중에 꼭 필요한 시점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습니다. 휴게소 사진을 찍어 둔 게 없어 어평재휴게소.com 이라는 사이트에서 한 장 가져왔습니다. 

사진 출처: http://어평재휴게소.com

수리봉 등산길 들머리에 흐드러지게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참 이쁜 꽃이네요.

 

어평재휴게소에서 재충전된 심신은 후반부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수리봉을 오르면서 다시금 긴장하게 됩니다. 표고차 300여미터의 완전 급경사 흙길을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치고 올라야 하니까요. 수리봉을 지나 함백산 정상이 가까워지는 만항재까지는 다시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길게 이어지는 지라 많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내내 밀도 높은 숲속을 걷게 됩니다.

 

 

만항재부터는 함백산 정상까지 힘든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속 함백산은 커다란 둔덕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높이가 있는 산이라는 걸 확인시켜 줍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부인데다가 정상을 앞둔 오르막길이 수리봉 오르는 길 이상으로 힘듭니다. 물론 이 모든 고생은 함백산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사방팔방 장쾌한 조망으로 금새 잊혀집니다. 이 코스에서 거치는 봉우리중에서 최고의 조망일 것입니다.

함백산 정상에서 내려 중함백을 거쳐 정암사로 꺽는 지점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인데, 사람 발자국보다는 동물 발자국이 더 많이 보이는 그야말로 원시림입니다.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한 사람 겨우 걸을 수 있는 좁은 폭의 길이 내내 이어집니다. 멧돼지가 땅을 파 놓은 것이 자주 보이고, 가던 중에 고라니 어미와 새끼가 같이 있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함백산 정상을 거쳐 중함백으로 가는 길. 가다가 돌아서 본 함백산

 

고로쇠나무라는 팻말이 없었으면 이게 고로쇠나무일 줄은 전혀 몰랐을 겁니다. 늘 위로 쭉쭉 뻗는 모습만 봤지 이렇게 자라는 고로쇠나무를 보기는 처음입니다.

 

이 종주코스에는 길을 놓칠만한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아래는 포장된 임도를 따로 만항재로 내려오는 길인데, 이 임도끝 우측편에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이정표의 함백산 방향을 따라 약 700m 정도 숲길을 걷다 보면 함백산 등산길이 나옵니다.

 

함백산 정상을 지나 중함백 봉우리 방향으로 한 200m 가다보면 널찍한 헬기착륙장이 나타납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중함백 방향의 모서리 부분으로 직진하면 나무데크 하산길이 보입니다. 헬기착륙장 옆으로 나 있는 포장된 임도로 안 내려가시길.

 

제일 놓치기 쉬운 곳입니다. 중함백을 지나 약 1km 지점에 표지판과 함께 양쪽에 평상이 놓인 곳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가는 방향의 좌측으로 내려가야 적조암과 정암사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습니다. 표지판이 가리키지는 않는데 길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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