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 일시: 2022.10.29.  06:11~17:48

트렉 코스: 복성이재~봉화산~광대치~월경산~백운산~영취산~무룡고개

트렉 거리: 20.35km

 

지난주 새로 산 등산화로 인해 복숭아뼈 주위가 몹시 불편했기에

예전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오늘은 괜찮을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봉화산 철쭉단지 주차장에서 트렉을 시작합니다.

들머리 데크계단입니다.

주차장에서 오르다보니 예전엔 없던 데크계단이 위에 까지 다 설치되어 있네요.  편하긴 한데 왠지 어색하기도 합니다.

아침을 여는 새벽 구름이 마을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제 해가 떠오릅니다. 

블그스름한 주황빛이 오늘따라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매봉에서 다시 전망대 쪽으로 내려갑니다.

매봉 데크계단 길에 철쭉이 피어있네요.

요즘은 계절에 맞지 않게 피는 꽃이 많은데 오늘은 철쭉이 그러합니다.

그래도 분홍꽃을 보니 기분이 산뜻합니다.

봄을 연상하는 철쭉을 보다 다시 가을길을 만납니다.

봉화산은 경사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발이 편안하고 낙엽 밟히는 소리가 정감 있습니다.

봉화산은 이름에 걸맞게 사방이 툭 트인 조망권으로 시계가 좋은 날에는 어느 높은 산 못지않게 훌륭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오늘은 아주 맑음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멋진 가을 풍광입니다. 

억새 너머 가장 멀리 보이는 능선인 지리산이 아득하게 보입니다.

억새를 보니 가을이 한층 더 깊어짐을 느낍니다.

봉수대입니다.

보이는 능선 따라 광대치와 월경산으로 갑니다.

이 멋진 가을산을 타고 넘어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복숭아뼈 부위에 자극이 심해 가을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온통 신경이 발에 닿아 있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조금 쉴 때에야 가을산의 정취가 눈에 들어옵니다.

능선을 20분쯤 지나 임도와 쉼터가 나오고 이어 임도를 가로질러 계단을 지납니다.

계단을 통과하니 무성한 억새가 반깁니다.

키를 넘는 무성한 억새를 헤치고 지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평소와 달리 요란하게 울립니다.

억새숲에 갇혀있는 상황을 휴대폰이 감지하고 위험신호를 보내는 줄 알고 잠시 착각해 얼른 휴대폰을 끕니다.

알고 보니 괴산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재난 알림 문자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봉화산에서 광대치로 가는 길은 한동안 잡목과 억새로 편치 않은 길입니다.

억새와 잡목 길을 벗어나니 바위능선길의 멋진 조망이 나타나 잠시 눈길을 돌립니다.

강렬한 빛깔 대신 차분한 아름다움으로 채색한 가을산이 감동을 줍니다.

광대치에서 월경산으로 향합니다.

광대치라 해서 넓은 곳인 줄 알았는데 조그만 공간이라 어색했습니다.

 월경산 이정표가 보이면 우측으로 약 200m 지점에 정상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나 그래도 한 번 올라보았습니다.

삐툴빼뚤 월경산 표지석이 정겹습니다.

중치에서 백운산으로 올라갑니다.

중치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인지 아주 넓고 고운 낙엽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복숭아뼈가 너무도 아파서 신발을 벗고 대형 파스와 붕대로 다시 감고 걸었습니다.

감고 나니 자극이 덜해 그나마 견딜만합니다.

백운산 오르는 길입니다.

초입부터 편안하고 아름다운 가을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어디를 보아도 눈이 호강합니다.

연초록과 노랑 주황 빨강이 어우러진 나뭇잎에 감탄합니다.

백운산 정상까지 가기에 은근히 먼 길이라 생각보다 조금 힘이 듭니다.

새롭게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구간이라 더욱 그런가 봅니다.

특히 마지막 1.5km를 남기고는 다 왔다 생각했는데 웬걸 어림도 없었습니다.

꾸준한 오르막이라 힘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백운산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말없이 스친 한 사람을 만났는데 이제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이 보이니 반가운 마음에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발이 고통스러워 겨우 오른 산인데 넓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영취산만 남았습니다.

만난 분들이 산죽길을 조심하라 일러줍니다.

"산죽이 키를 넘고 거리가 상당하니까 조심하세요."

 키를 넘는 산죽입니다.

이런 길을 1km 이상 걸었습니다.

키를 넘었다 가슴에 닿았다를 반복하는 끝없는 산죽길

오늘의 마지막 코스 영취산입니다.

'아, 드디어 다 왔다!'

발이 아파서 고생했지만 수리에 집중하고 칩이 있으면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참고 오르니 영취산에 닿았습니다.

여기에서 300m 정도 내려가면 무령고개이니 마음도 편안합니다.

 

백두대간 4구간을 무사히 마치니 발이 아프지만 안도감과 함께 순간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이 없어 적막한 가을산에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거리를 두고서 함께 걷고 있는 도반들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고 힘들어도 참고 끝까지 마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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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렉일시: 2022.11.22.(토)

트렉코스: 충장사-원효봉-늦재-동화사터-중봉-서석대-입석대-장불재-규봉암-신선대-북산-백남정재-유둔재

트렉거리: 18.8km

 

문정휴게소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오르다 무등산옛길로 표시된 나무계단으로 가야 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으니 더욱 집중하여 들머리를 찾아야 합니다.

첫 들머리로 들어서면 수월하게 트렉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사진이 나무계단으로 된 들머리입니다.

편안하고 정비가 잘 된 숲길을 오르면 원효봉이 나오고 그곳에서 보이는 광주시 전경이 널따랗게 펼쳐집니다.

하얀 구름이 산허리에 짙은 그림자를 안깁니다.

원효봉에서 늦재에 이르면 만나는 도로를 가로질러 동화사터로 갑니다.

워낙 정비가 잘 된 무등산이라 도로나 숲길 어느 길이든 늦재를 만나지만 등산로를 이용하여 오르는 것을 택합니다.

   동화사터에 이를 즈음에 만난 억새와 산그리메가 무척 정겹습니다.

가을 햇살과 어우러진 억새는 왠지 포근함을 안겨주고 그 억새 너머의 아득한 산그리메는 그리움을 자극합니다.

동화사터를 지나서 중봉으로 갑니다.

 중봉이라 적힌 표지석이 세월의 무게를 전합니다.

표지석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아무 거리낌 없는 자유를 느끼게 합니다.

중봉은 특히나 전망이 아름답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언제까지나 앉아서 저 아래 정경과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맘껏 느끼고 싶습니다.

전망이 좋은 중봉에서 본 맞은편 서석대로 오르는 굽이굽이 산길이 무척 정겹습니다.

그 굽은 길을 바라보며 걷는 숲길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입니다.

 서석대의 절경입니다.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오늘따라 흰구름과 맞닿은 주상절리가 그지없이 웅장합니다.

서석대에서 이어지는 천왕봉은 아쉽게도 눈으로만 보아야 합니다.

군사지역이어서 내년에서야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습니다.

서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장불재의 정경도 무척이나 이국적입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돌계단은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예술적인 미감이 돋보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백마능선은 억새가 장관입니다.

오늘은 갈 수 없지만 기다랗게 이어지는 억새로 유명한 능선입니다.

하늘로 오르는 것인지 깊은 바다에 안기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푸르름입니다.

장불재로 내려가다 문득 뒤돌아보며 순간 셔터를 누릅니다.

백마능선의 유려한 곡선과 연한 갈색의 억새가 멀리 보입니다.

저 넓은 곳이 모두 억새라니!

당장이라도 가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서석대에서 내려오다 만나는 입석대입니다.

마치 거인이 큰 바위를 하나씩 쌓아 올린 듯한 정교함이 일품입니다.

너른 가을 들판처럼 펼쳐진 장불재에서 보이는 서석대와 입석대의 아름다운 위용입니다.

자연의 조화로움에 경탄이 절로 나옵니다.

장불재에서 규봉암으로 가는 길에 만난 단풍과 너덜길입니다.

이 또한 아름답습니다.

세상에나!

이런 암자도 있습니다.

내 모든 잡념이 한순간 사라지고 오로지 자연과 암자의 절묘함에 몰입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저 여기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새삼 작년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억새평전의 장관에 반해 혼자서 큰 소리로 웃다가 공터의 나이 드신 분을 만나 처음엔 멋쩍다가 함께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이 인연인지 그 분과 함께 신선대까지 갔었지요.

 

그런데 오늘 지난해의 정취가 느껴지지 않았고 잡목이 많아 내내 아쉬웠습니다.

다시 웃고 싶었는데 웃을 수 없었습니다.

신선대가 보이네요.

신선대는 그저 신선대가 아닌가 봅니다.

왠지 성스러운 느낌입니다.

신선대에서 북산에 이르면 무등산의 신비로운 위용이 사라지고 새롭게 만나는 듯한 야생의 험한 길이 유둔재까지 이어집니다.

길이 길처럼 보이지 않는 숲이 이어지고 오로지 느낌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드디어 백남정재가 나오니 이제야 안심입니다.

철탑에서 보이는 양갈래 길 중 우측 길로 가야 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유둔재 길입니다.

오가는 이 하나 없고 길도 매우 거칠어 힘겨움이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오늘따라 새 등산화를 꼬까신처럼 신었는데 오른쪽 복숭아뼈를 사정없이 아프게 하니 무척 괴롭습니다.

 

 북산 이후는 무등산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상대적으로 사람도 없고 길 또한 정비되지 않아 왠지 으슥합니다.

초반의 무등산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북산 이후는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유둔재는 도로와 맞닿아 있지만 주차 시설은 없습니다.

겨우 한 공간을 찾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합니다.

 

   무등산은 언제 가더라도 장관입니다.

지난해의 절정기의 단풍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푸른 하늘과 시원한 경관이 압권입니다.

지리산과 함께 무등산도 사람을 품어주는 산인가 봅니다.

걷는 순간순간마다 즐거우니 정말 좋은 산입니다.

 

  어둠이 오기 전에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복에 감사하는 트렉이었습니다.

행복한 무등산입니다.

트렉일시: 2022.10.8.(토) 08:13~15:28

트렉코스: 석남터널~중봉 가지산~아랫재~운문산~아랫재~상양마을회관

트렉거리: 12.92km

날씨: 선선한 가을바람과 맑은 하늘

 

   영남 알프스 1, 2 코스가 아주 인상적이어서 이번 3코스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까 기대가 큽니다.

오늘도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입니다.

 일찍 출발했지만 이미 많은 차량들이 도로변에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 오늘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네. 음, 안심이다!'

 석남터널 우측 들머리로 트렉을 시작합니다.

정보를 살펴보니 오늘 코스 중 유일한 화장실이라 하니 반드시 들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가지산을 향하는 길은 처음부터 계단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시작부터 헉헉대는 소리를 멀리하고 수리에 집중합니다.

  식혜를 먹을 수 있는 산장카페입니다.

선선한 바람인지라 아직은 들르고 싶지 않아 그냥 지나칩니다.

다시 이어지는 계단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650계단이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힘들다는 표현인가 봅니다.

 가지산 정상이 가까울수록 가파르고 거친 돌길이 이어집니다.

숲길에서 벗어나니 전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지산 정상에 이르기 전에 먼저 보이는 중봉입니다.

중봉에 이르러서야 시원한 전망이 보입니다.

 중봉에서 바라본 멋진 풍광에 가슴이 툭 트입니다.

   가지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특이한 이곳을 지나야 합니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곳을 지나 가지산 정상에 이릅니다.

사방으로 골골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에 흠뻑 반합니다.

영남 알프스라는 말을 더욱 실감합니다.

제게는 참으로 기분이 좋고 맑은 느낌입니다.

사람과 산이 만나 진정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곳입니다.

  그 유명한 가지 산장입니다.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선선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자리가 없습니다.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지만 그냥 나옵니다.

   앞으로 보이는 조그만 봉우리들이 오늘 가야 할 운문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헬리포터를 지나면 운문산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입니다.

   뒤돌아 본 가지산 정상

  운문산 가는 능선에서 보이는 풍광입니다.

  이른 단풍이 살짝 물든 숲길을 지납니다.

  숲을 지나면 툭 트인 전망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다시 숲길이 나옵니다.

숲길과 능선은 하나입니다.

운치 있는 억새와 푸른 하늘에 감탄합니다.

   영남 알프스의 가을 풍경에 젖어 오다 보니 벌써 아랫재가 가까워집니다.

 푸른 하늘에 붉은 꽃처럼 어쩌면 저리 고울까요!

 아랫재 삼거리입니다.

이 근처에서 쉬면서 가지산장에서 먹지 못한 간단한 식사를 합니다.

여기서 다시 운문산으로 가려면 다시 오르막입니다.

   운문산 정상 가까이서 내려본 정경입니다.

 운문산 표석이 보이지만 정상은 조금 더 가야 합니다.

   도전트렉에 단련되었는지 아름다운 가을 알프스 풍경을 감상하며 즐겁게 나아갑니다.

그런데 앞뒤에 가는 많은 사람들은 가지산에서 내려와 다시 오르는 운문산의 오르막길에 힘겨운 표정입니다.

새삼 도전트렉이 저를 예전에 비해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운문산 정상입니다.

다른 산에 비해 가족이나 젊은 커플이 많이 보여 참 보기 좋습니다.

경치에 반해 좀 더 머무르며 즐기고 싶지만 아쉬워도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운문산의 풍경도 가지산에 못지않습니다.

   영남알프스에는 억새도 있습니다.

   운문산에서 아랫재로 되돌아와 상양마을로 향합니다.

 아래로 내려오니 아직 여름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날머리 이정표에 적혀있는 택시 번호를 이용합니다.

날머리에서 약 15분 정도 사과밭 마을길을 걸어 상양복지회관에서 택시를 타고 석남터널로 갑니다.

 

   오늘은 아침의 예감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상쾌한 트렉입니다.

산에 오를수록 더욱 감탄합니다.

눈에 들어오는 전망, 가까이 보이는 억새와 능선,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 보이지 않는 시원한 가을바람, 오가며 만난 선하고 친절한 사람들.....

   산이 좋으니 사람도 좋은가 봅니다.

종일 밝고 깨끗한 느낌에 행복합니다.

오늘은 모든 것에 만족한 하루입니다.

 

일시: 2022.10.01.(토) 08:46~16:55

트렉 코스: 오전약수~선달산~갈곶산~마구령

트렉 거리: 15.59km

날씨: 맑음

    

   오늘은 모두 이름이 생소한 만큼 왠지 낯선 곳으로 가는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언제나 대부분 처음 가는 곳이지만 오전약수라는 지명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오전약수는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 있고 조선 성종 때부터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약간 달고 톡 쏘며 철분 맛도 강한 약수입니다.

 

   오늘 트렉지는 인터넷 후기에도 최근 산행의 정보가 검색되는 바가 거의 없어 길도 어찌 될지 약간 불안하고 사람을 만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러면 좀 그런데.... 경험상 아무도 못 만날 수도 있겠네!... 이거 너무 고요한 길이 아닐까....'

 

   오전약수 관광지의 조그만 주차장에서 들머리를 찾기 위해 약 200m 정도 떨어진 약수터로 갑니다.

    가운데 보이는 오전약수터 식당 사이의 데크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약수 공원이 나오고, 우측으로 가다 돌집식당에서 돌아 올라가야 들머리가 나옵니다.

  지도에 표시된 오전약수터와 약수공원, 그리고 돌집식당

   표식을 따라가다 우측에 보이는 집 맞은편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외씨버선길.

 특이하게도 박달령까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얕은 협곡의 S라인의 길이 이어집니다.

무심코 오르다가 문득 외씨버선이라는 이름과 지금 이 길이 매우 닮은꼴이라는 느낌입니다.

   외씨버선의 버선코처럼 부드러운 선이 일품입니다.

   외씨버선길의 곡선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박달령 임도가 나옵니다.

임도에서 좌측으로 조금 오르면 박달령 고개가 나오고 선달산으로 가기 전에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 부근의 고개 중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입니다. 

  표지석 맞은편의 선달산으로 가는 길.

   선달산으로 가다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새벽에 집을 나온 탓으로 허기가 들어 간단한 요기를 합니다.

나무가 우거져 고개를 들고 맑은 하늘만 봅니다.

'선달산은 조망이 좋다고 했는데....'

   숲을 헤집고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밝고 선선합니다.

맑은 기운에 저도 모르게 수리에 집중합니다.

 

   신기한 일도 다 있습니다.

트렉지마다 보였던 비실이 부부의 시그널의 주인공을 만나다니요.

오늘 산에서 처음 만난 분들이고 더구나 시그널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들려준 말을 그냥 지나쳤어요.

 "어디까지 가세요?"

비실이 부부가 물었습니다.

"부석사 까지 가는데요."

목적지가 가까워진 기쁜 마음에 밝게 대답했습니다.

 "아, 멀리 가시네요."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닌데 왜 멀리 간다고 하지?"

 

   그리고는 서로 인사하고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드디어 선달산입니다.

2007년 어느 분의 후기에는 시원한 조망에 빠져 30분이나 머물렀다는데 지금은 온통 잡목이 우거져 그분이 느꼈던 소중한 30분을 느낄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내리니 하늘만 보아도 정말 행복합니다.

 선달산에서 내려오다 보면 갈래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직진하세요.

   늦은목이로 가는 길은 대체로 경사로입니다.

숲과 이끼 풀이 어우러진 마법의 숲처럼 이국적인 풍경도 보입니다.

  늦은목이는 여러 길이 한 곳으로 모이는 '목'입니다.

여기서 사방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합니다.

  늦은목이에서 갈곶산으로 향합니다.

지도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갈곶산으로 갑니다.

하지만 지도를 자세히 보면 늦은목이에서 부석사로 곧바로 내려가는 길이  표시되지 않은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갈곶산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오르막길입니다.

끝자락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갈곶산에 만난 것은 폐쇄된 봉황산 방향 안내판입니다.

오늘 일정은 갈곶산에서 봉황산을 지나 부석사로 가야 되는데 중간에 허리가 잘린 느낌입니다.

    다시 지도를 자세히 살폈지만 부질없고 서서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미 오후 3시가 되니 예정에 없던 먼 길이 부담스러워 잠시 망설입니다.

 

   이제야 비실이 부부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늦은목이로 되돌아갈까 아니면 마구령으로 가야 될까?'

마구령은 다행히도 지난봄 소백산 트렉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한 번 경험한 곳이라 그곳에 가면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기억이 떠올라 바로 결정합니다.

 '마구령으로 가자!'

   갑자기 마음이 바쁜 만큼 발길도 빨라집니다.

오전 내내 흘리지 않았던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거의 마시지 않았던 물도 들이켜면서 빠르게 빠르게 진행합니다.

다행히 길이 도와줍니다.

 길이 편안해서 3km 정도는 빠른 발걸음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2km는 그야말로 힘이 들어갑니다.

갑자기 거칠어진 수없는 오르막 내리막에 마음도 바빠 더욱 다리가 무거워집니다.

내내 보이지 않던 멧돼지 흔적과 해가 빠르게 저물어 가기에 조금씩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멧돼지는 해 질 녘에 많이 나타난다는데....'

오늘 코스 중 가장 거친 구간입니다.

  마구령은 끝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500m를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힘이 많이 들었지만 다 왔다는 안도감으로 마음이 놓입니다.

 마구령에 도착하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급하게 내려오니 그중의 한 분이 놀란 듯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마구령으로 왔어요?"

"원래는 봉황산으로 해서 부석사로 내려갈 예정이었는데 갈곶산에서 길이 폐쇄되어 마구령으로 왔어요."

"어떻게 가려고요?"

"예, 택시 부르려고요."

그런 중에 마침 택시가 보인다.

그러더니 그분이 택시로 가서 말합니다.

"한 번 갖다 오셔."

함께 놀러 온 일행들을 잠시 내리게 하고 택시로 부석사 주차장까지 내려옵니다.

그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행히도 그분들이 친구였기에 더욱 수월하게 풀린 것입니다.

 

시작할 때 왠지 불안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최근 산행 후기가 적거나 없는 구간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가 폐쇄된 길입니다.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내려오는 바람에 꼭 보고 싶었던 부석사에 가지 못한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고찰을 볼 수 없다니! 

 

   오늘은 크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먼 길을 걸었지만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제 자신입니다.

첫째, 비실이 부부가 길이 멀다고 말할 때  속으로만 이상하게 여기고 바로 직접 되묻지 않고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둘째, 지도에 표시된  봉황산으로 내려가는 길의 끊김을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막연하게 길이 있으리라고 추측하여 무작정 간 것입니다.

지난주에도 지도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대가가 엉뚱한 길이었는데 오늘도 무심코 지나친 것입니다.

 

    먼 길을 돌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번이나 기회가 있음에도 그때 바로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은 비록 저의 불찰은 아닐지라도 즉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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