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9.24.(토)
코스: 우두령~석교산(화주봉)~푯대봉~밀목재~감투봉~심마골재~황룡사
거리: 14.5km
거꾸로 이야기 시작합니다.
오늘 본 코스는 우두령에서 황악산을 거쳐 괘방령으로 가는 일정입니다.
우두령에 도착하자마자 왼편에 안내도와 함께 등산객이 오르는 계단을 보고 들머리라 생각했지요.
바람이 세고 기온도 차가워 더 이상 주변을 살피지 않고 도반을 기다립니다.
잠시 후 도반을 만나 거침없이 조금 전 등산객들이 올라간 계단으로 함께 오릅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들머리도 바로 보이고 코스도 무난하니 하루가 편안하겠지!'
우두령.
여기에 주차하고 계단으로 오릅니다.
바람이 불고 추워서 서둘러 트렉을 시작합니다.
초반에 만난 급경사를 지나 보이는 우두령 이정표.
무심코 아무런 걸림 없이 편안하게 오릅니다.
물푸레나무 군락지가 새로웠습니다.
가을 초입인데도 여전히 푸르고 수피의 하얀 얼룩이 자작나무를 떠올립니다.
다른 곳은 초가을인데 여기는 여전히 여름입니다.
석교산.
'어라! 삼성산이 나와야 하는데~~~~'
지도를 검색해도 지명이 보이지 않아 염려가 됩니다.
'조금 더 가면 나오려나?'
석교산의 다른 이름은 화주봉입니다.
바람이 있는 가운데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합니다.
지난여름에 다녀온 지명(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이 보이니 왠지 더 반갑습니다.
조망을 즐기며 가벼운 식사를 합니다.
오늘도 푸르릅니다.
하늘은 푸른데 마음은 조금씩 불안합니다.
'길은 제대로 가고 있나?.... 외길인데.... 왜 지도에는 지명이 안 나오지?....'
"어라, 푯대봉?"
기억에 없어 다시 지도를 살펴봅니다.
오늘따라 산길샘에도 지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 외길이었는데.... 다른 길로 갈리 없는데....?'
갑자기 암봉이 나타나고 밧줄을 보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검색한 정보에는 암봉이나 밧줄 타기가 없었는데...... 이상하다?.... 지도도 먹통이고.... 하나만 넘으면 나오겠지!'
밧줄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오르면 그만큼 또 있고, 오르면 또 있고..... 끝까지 올라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르고 보니 이제야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푯대봉.
밧줄을 타고 오른 푯대봉의 툭 트인 전망에 가슴이 시원합니다.
잠시 어지러운 생각을 잊고 멋진 광경에 활짝 웃습니다.
푯대봉 앞산.
'저기가 삼성산인가?'
도반이 말합니다.
'어, 삼성산은 조금만 가면 나온다 했는데 뭔가 이상한데요?'
푯대봉 앞산으로 가다 보니 드디어 지도에 지명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도반이 지명에 근거해서 다시 찾아보니 황망했습니다.
"우리 정반대로 가고 있어요.....ㅜㅜ"
둘이 주고받았다.
"절대 푯대봉을 다시 못 내려가요. 밧줄 타고 겨우 올라왔는데 그 무서운 길은 못 내려가요! 그냥 앞으로 전진!"
무척 우거진 푯대봉에서 밀목재로 가는 길.
헤치고 가는 길은 여전히 힘들지만 여름처럼 무성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도반이 저를 위로합니다.
'저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즐기고 이런 길도 즐거워요..."
밀목재를 지나 숲에 가려진 감투봉이 나옵니다.
완만한 길을 지나 밀목봉을 만납니다.
드디어 삼도봉 아래 심마골재에서 물한계곡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민주지산이 멀게만 느꼈는데 이 길을 만나니 새삼 모든 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내려오는 길은 무난합니다.
우측 계곡의 물소리와 임도처럼 편안한 길을 내려옵니다.
또랑또랑 맑은 물소리도 저의 어두운 마음을 씻어주지 못합니다.
수량이 많지 않아도 작은 폭포를 여러 개 만납니다.
곧은 나무 사이의 정갈한 숲길이 인상적입니다.
아담한 황룡사.
밖에서 가볍게 인사드립니다.
황룡사 아래 상가에서 트렉을 마치고 택시로 우두령으로 돌아갑니다.
트렉을 마치고 다시 되돌아와 주변을 살피니 터널 저편에 오늘 가야 했던 본 코스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이제 보니 이정표와 길은 그대로 있는데 제가 보지 못한 것입니다.
발 한 번 잘못 디딘 결과는 오늘 내내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도전 트랙에서 안내한 길과 정반대로 트렉을 진행해서 마음이 그다지 말끔하지 않습니다.
쉬워도 쉬운 길이 아님을 오늘 다시 배웁니다.
길이 아닌 길을 걷게 해서 도반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도전 트렉을 일 년이나 했지만 이런 실수를 저지르니 방하에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정신을 집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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