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시: 2022.3.19.(토) 09:15~17:28

트렉코스: 바농오름~족은지그리~큰지그리~민오름~(장생이숲길)~절물오름~한라산둘레길8구간~샛개월이~(족은개월이)~(개월이오름)~한라산생태숲

트렉거리: 18.96km

 

 

 트렉 후 제주에서 하루 더 묵을 예정이라 오후까지 일정이 어느정도 여유롭게 느껴지는 날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비바람이 불어 계획보다 트렉시작을 늦춰  9시에 숙소에서 나와 돌문화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의 차도를 가로질러 우회전 좌회전하면서 다양한 돌들의 형상을 감상하며 가다보면 바농오름 입구가 나온다.

경사도가 좀 있는 바농오름 정상은 산불지킴이 한 분이 계실 뿐 시야는 짙은 안개로 가려 있다. 

2,3코스를 지나 족은지그리로 향한다.

내리막 끝자락은 임도와 양 옆으로 넓은 풀밭이다.

가시철망으로 울타리가 쳐진 족은지그리.

들머리 찾느라 긴 임도길을 한참가다 되돌아와 만난 작은 표지판을 보고 사잇길로 들어선다.

임도를 만났을 때 우측으로 좀 더 갔어야 했는데 눈에 띄지 않아 좌측으로 계속 헤멘 셈이다.

 사유지인지.... 가로막혀 있는 쇠울타리를 넘어서 안개비 속을 뚫고 흐릿하게 보이는 지그리오름을 찾아간다.

 발에 밟히는 잡목들이 헤치고 가다 보니 목책으로 만들어진 ㄹ자 통로가 나타난다.

아마도 말 전용인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통제구간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통제구간을 지나온 것 같다.

큰지그리오름에 오르고 정상에서 숨고르기 하며 샌드위치와 따뜻한 찻물로 비바람을 잠시 피했다.

다시 내려와 나가는 길로 나와서 민오름을 찾아 나선다.

출입금지란 팻말이 있어 다른 갈래길로 가다가 산길샘지도의 방향에서 벗어나 다시 출입금지를 무시하고 어수선한 숲으로 들어선다.

배설물이 널려있는 마방지.

여기가 민오름인가 살짝 헷갈릴 정도로 넓다.

날씨가 좋아서 말들이 있었다면 절대로 통과하지 못했을 것 같다.

간간이 나타나는 리본에 의지하여 거친 숲속을 헤매다 또다시 평원같은 마방지 안에 들어섰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쇠울타리를 따라 가다 다행이 마을 사람을 만나 민오름입구를 물으니 울타리를 넘어오라 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서너번 이상 넘어온 네칸짜리 쇠울타리를 순식간에 넘어 마을을 빙돌아 주차장이 있는 민오름 입구로 ....

민오름 둘레길표지판을 보니 마을로 진입하기 전 삼나무숲에서 우측으로 올라갔으면 만나는 길이다.

여기처럼 표지판이 좀 있었더라면, 하지만 표지판 대신 직관으로 통과해야 하는 갈래길이 많다.

민오름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조릿대와 계단길.

중간에서 내려다보니 저아래 지나온 마방지들이 보인다.

민오름에서 사려니숲길로 간다.

유달리 뱀주의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오는길.

날이 따뜻해지면 만날 수도 있겠다.

사려니숲길은 도로와 가까운 산책로 같다.

숲속인 것 같은데 지나는 차가 가까이서 보인다.

데크길이 끝나면서 차도가 나타나고 그 길따라 조금만 가면 절물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길 정말 멋지다.

절물휴양림은 산책로부터 오름까지 골고루 잘 조성되어 있어서 다 돌아보고 11km길이의 장생이 숲길까지 연계하려면 하루가 꼬박 다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진행지로 들어가 있는 장생이 숲길은 통제되어 있고 모험을 하기엔 너무 길다.

중간에라도 휴양림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연결 된 길이 없다.

숲의 환경이 너무 좋아보여 그냥 패스하기엔 아쉬움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로 미뤄본다.

절물오름분화구.

주변을 한바퀴 돌고 싶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싶어 다시 내려온다.

이 숲길 어디쯤에선가 노루들이 길가 가까이에서 목적지 찾아 다니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려다 보니 우비로 감싼 둔한 동작에, 그새 숲으로 들어가버린다.

회색빛 몸에 하얀 엉덩이를 한 모습이 참 귀하게 느껴진다.

다시 갈래길이 많아 헷갈리면서 샛개오리로 간다.

샛개오리 정상이라 생각했던 리본표시의 작은 오름과 개오리오름.

개오리오름주봉을 찾아가야 하는데 들머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다.

다행이 비는 멈췄지만 바람은 여전하고 잠깐의 휴식으로도 손이 시렵다.

지나는 분에게 개오리오름길을 물으니 이지역 주민인듯 알려는 주시는데 길이 분명치 않다고 한다.

알려준대로 한참을 지나왔는데 엉뚱한 곳으로 온 것 같다. 

이미 오후 3시를 지나고 있고 흐린날이라 더 이상 찾아 헤매기는 무리인 것 같아 남은 한라생태숲을 가기로 한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과 미진함을 ......

 개오리오름 주봉을 포기하고 한라생태숲을 지나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쉽다!

비가 와서 아쉽고,

보이지 않아서 아쉽고,

찾지 못한 길이 있어 아쉽고,

오르지 못한 오름이 있어 아쉽고,

1박 2일이라서 아쉽고,

제주도라서 아쉬웠다.

 

 역시 불안은 현실로 나타났다.

검색해보니 길이 명확하게 나온 곳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런 와중에도 앞장서서 길을 찾는 도반님이 고맙고,

불안하면서도 서로 믿고 끝까지 함께 한 도반님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역경을 함께 한 도반님들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해졌다.

길이 부정확해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를 못내고 심심할 겨를이 없는 긴장된 하루였다.

 

그래도 나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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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3.12(토) 08:19~15:30

트렉코스: 함구미선착장~미역널방~신선대~두포~촛대바위~직포~매봉전망대~비렁다리~학동~사다리통전망대~심포~숲구지 전망대~장지

거리: 약 20km

 

비렁은 벼랑이다.

돌산의 신기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집중트렉의 기억이 떠오르고 초행이 아님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집중트렉과 연결시키지 못하다니! 

 

 그때는 여럿이, 지금은 혼자~!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섬에 두 대 밖에 없는 귀한 택시이고 부부가 운영중이다.

미역널방!

명성 그대로 멋진 풍경.......

 데크를 걸어도 바다, 숲을 걸어도 바다!

1코스에서 잠시 만난 도반님!

이후에는 바람처럼 사라지다.

 

1코스의 비경은 3코스에 견줄만하다. 다른 코스들에 비해 거리도 두 배 정도라고 한다.

 2코스.

각 코스들마다 시작점이 되는 마을.

 

 대나무숲을 지나야 코스가 마무리된다.

3코스.

여기는 동백이 먼저 나를 맞이한다. 

동백은 숲 가운데 우거진 경우가 많고, 대나무는 새로운 마을이 나타나기 직전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렁(벼랑).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

매봉전망대를 지나 비렁다리에 오니 문득 스치다.

'여기 온 곳인데!..... 코로나 전 집중트렉이 생각난다!'

 

4코스도 마을에서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바위 식탁!

또 집중트렉 시 이곳에서 쉬면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라 회상에 잠기다.

 코스 끝자락마다 나오는 대나무숲.

다시 집중트렉 시 사진을 찍던 모습이 떠오르다.

5코스.

마을을 빙 돌아서 산으로 들어간다.

물을 판매하는곳이 없어서 쉼터 아래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받아야 했다.

섬사람들도 이 물을 그냥 먹는다고 한다. 

 동백의 눈물

드디어 5코스 마무리하고 장지마을로!

 택시를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

여기는 반가운 곳!

집중트렉에서 숙소로 사용했던 펜션!

그 때 기억이 더욱 새록새록.

 

 원래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부분 코스만 걸으려고 했다.

걷다 보니 전 코스를 돌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고, 다 마쳐도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덕분에 나오는 배를 한 시간 일찍 탈 수 있었다.

 

 날이 좋아 바다도 잔잔하고 푸르렀다.

온화함 속에 아주 편안한 트렉이었고 동백숲과 대나무숲, 끝없이 이어지는 벼랑(비렁) 잔치에 내가 초대된 느낌이다.

바다는 바다였다. 내 모든 시름을 다 받아주는 듯 했다.

바다가 보이니 홀로 걸어도 혼자인 느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생동감이 일었다.

바다를 보며 지나온 시간을 차분하게 돌이켜보고 인생은 홀로 담담하게 걸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외로움의 혼자가 아닌 내 그릇만큼 수용하며 다독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예전 집중트렉의 기억이 떠올라 많은 힘을 받았다.

그 시절 회상이 이렇게 즐거운 줄 이제야 알았다.

아무런 제약이 없던 그 시절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바다는 나를 받아주기도 하고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집중트렉의 기억이 새롭고 마냥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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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2. 03. 05. 08:36 ~ 16:14

코스 : 전북학생교육원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 ~ 팔랑마을 ~ 신선둘레길 ~ 원천마을 주차장

거리 : 16.54km

 

 지난 밤 인근 산불로 인해 미세먼지보다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일주일 전에도 주변에 10년 동안 가장 큰 산불이 일어났는데 산에 오르기가 마음이 불편했다.

출발지인 학생교육원에 이르자 비로소 산에 온 느낌이지만 여전히 산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다행히도 산 너머라 탁한 연기가 없었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트렉을 시작했다.

 

 학생교육원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나온다.

바로 여기가 들머리인 셈이다.

 

  세걸산 방향으로 몇걸음 옮기면 세 갈래 이정표가 있지만 보이는 길로 가다보면 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세동치 방향으로 오르면 이제부터는 한길이다.

 곧게 뻗은 나무와 한참 대화하다 보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서 세동치로 계속 오른다.

 숲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오랜만에 한적하고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문득,

예전에 이 근처에서 멧돼지를 먼발치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 몸이 움츠러들었다.

으슥한 숲을 벗어나 하늘을 보니 무척 반가워서 절로 웃음이 났다.

세동치 삼거리에서 한숨 돌리고 바래봉으로!

 이제부터 내 세상!

햇살 가득한 능선도 따뜻하고 넓은 지리산의 전망도 시원하다.

 내 세상 끝!

 내리막길의 단단히 얼은 눈길에 나도 얼어붙었다.

가파르고 미끄럽고 양 옆은 거의 낭떨어지 숲이라 나뭇가지를 잡고 겨우겨우 옆으로 걸어 내려와서야 사진을 찍었다.

능선과 내리막 얼음길의 반복이 대여섯번 이어졌다.

편안한 부운치.

얼음길이 끝나서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꼈다.

 이런, 또 있네!

정말 미끄럽고 아슬아슬했다.

다시 편안한 길이 나왔지만 얼음길이 또 나올까봐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저기 바래봉이 보인다.

 바래봉으로 가는 길

 철쭉 군락지.

봄이 아니라서 정말 아쉽다.

좀 더 가까워진 바래봉.

 바래봉 삼거리.

 이국적인 바래봉의 아름다운 길!

언제 보아도 새로운 느낌이다.

 바래봉 데크에서 보이는 지리산 능선!

역시 멋지고 시원하다.

 기념 인증 사진!

 지리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다.

사진은 편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바람에 몸이 옆으로 밀리다.

난 여전히 가냘프다.

  다시 내려가는 길.

정령치 방향으로 되돌아가야만 팔랑치가 나온다.

 팔랑치에서 팔랑마을로 내려간다.

이제 안심이다

 팔랑마을로 팔랑팔랑 가다보면 편안한 정경이 보인다.

 

 드디어 팔랑마을 입구!

이렇게 빨리 와도 되나?

 팔랑마을에서 신선둘레길로 이어진다.

무심코 가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좁은 아랫길로 가야 신선둘레길이다.

장항마을 쪽으로 가야 목적지인 원천마을이 나온다.

약 4km 정도 이어지는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진 둘레길이 소담하고 편안하다.

 정자가 나오고 포장도로를 한참 걸어야 원천마을 주차장에 이른다.

 원천마을 주차장

 

 거의 일년 만에 찾은 지리산 바래봉이다.

워낙 익숙하고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부담이 없는 트렉이었다.

다만 산불 영향인지 마음이 무거웠고 사람도 만나기 어려웠다.

또 종일 바람이 심해 약간 스산했고 바래봉에서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바람에 몸이 밀릴 때는 난간으로 떨어질까 무서워서 빨리 걸어야만 했다.

나도 바람에 밀릴 줄 안다.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으며 지리산의 웅장함을 감상하려던 계획은 바람때문에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바람을 피해 겨우 점심을 먹어야 했고, 산이 바람을 막아주어 춥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했다.

 

 역시 지리산의 품과 맑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이 가뿐하고 아침과 달리 마음도 상쾌해졌다.

도전트렉에서 내가 점점 지쳐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있었는데 오늘 일정한 속도로 걷다보니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내 흐름대로 무리하지 않고 걷는다면 힘들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했다.

같은 길인데 예전에 올 때 보다 훨씬 수월하게 마치니 도전트렉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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