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실 직원분의 추천(?)으로 바로 옆의 산책로를 먼저 가봤다. 가장 잘 만들어놓은 곳이란다.
지면위로 살짝 띄어진 나무테크로 숲속에 산책로를 만들어 놨다. 오르막도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걷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게 되어 있었다. 명칭도 '편안한 등산로'.
0123456
하늘이 뿌연게 한눈에 봐도 미세먼지가 심하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근래 들어 가장 심했던거 같다.
'편안한 등산로'를 다 걷고 '힐링숲길' 탐방로를 걸어본다.
길도 잘 구분이 안가고 무슨 테마의 숲길인지 잘 모르겠다. 청태산으로 갈수도 있는 길이 보인다.
'맨발치유숲길'이 나오는데.... 별로 맨발로 걷기에 좋은 길은 아닌거 같은데......
01234567
'새소리길'로 이어간다.
여기도 '맨발치유숲길'이 있다.....
거리 감각이 없어서 인지 가다 보니 다른 탐방로로 가버렸다. 아마도 '도토리길'인거 같다.
01234567
그나마 유일하게 눈길이 갔던 체험시설 오감체험장.
나무 두드리기.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두드려 본다.
01234
가볍게 걸으면서 휴식과 여유로움을 느끼기 적당한 시설인거 같다. 청태산 기슭이라 청태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도 있어 청태산을 등산 할 수도 있다.
12시쯤 둔내면으로 나가 점심을 먹은 후 횡성호수로 이동, 횡성호수길은 6구간이 있는데 5구간이 순환코스로 찾는 사람도 가장 많다.
0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지만 주차공간이 넓어 주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5구간은 A, B 코스가 있고 도합 9km 정도 된다. 그래도 다 둘러보는데 3시간도 안걸릴거 같다.
근데 입장료가 있다. 지역주민은 무료 이지만 다른지역 거주자는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 근데 입장료를 내면 횡성군 내에서만 쓸 수 있는 횡성군관광상품권을 준다. 무료 아닌 무료다.
횡성호수길 5구간도 호수주변 두레길을 따라 편하게 산책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A 코스에서 시작해 중간에 B코스와 교차한다. 여기는 특히하게 순환코스인데 진행 방향을 시계방향으로 정해놨다. 근데 실제 걷다보면 교행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좋은거 같다. 마주오는 사람이 없으니 뭔가 방해 받지 않는 느낌이랄가...
012345
호수 주변을 따라 도는 거의 평지의 길이지만 벤치나 조형물, 포토존들이 많이 설치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게 잘 꾸며져 있었다.
0123456
B코스 교차점에 도착, B코스는 오색꿈길 이란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그냥 나머지 A코스를 계속 걷게 된다.
B코스도 크게 다른 특징은 없는거 같다. 시설물이나 조형물도 비슷비슷하고...
0123456789
배모양 전망대
호수풍경 보면서 그냥 별 힘들일 없이 길을 따라 간다.
01234567891011
B코스 종료지점, 여기에 화장실이 있다.
여기서 다시 A코스로 접어들어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012345678
A코스 출구 도착,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트렉이라기 보단 지난주 덕유산 트렉의 후유증을 달래주는 휴식 산책이였다 ㅎㅎㅎ. 간혹 이런 휴식도 나쁘지 않은거 같다. 때론 이런 휴식도 필요한거구나 알게된 날이다.
영남알프스는 울산,밀양 양산 청도 경주경계에 형성돠 있는 해발 천미터 이상의 산들의 산세나 풍광이 뛰어나 유럽 알프스에 견주어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울주군에서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영남알프스 해발 천미터 이상 9개봉우리(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를 완등하면 인증서와 기념 은화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인증 방벙은 9봉 정상에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서 울주군에 보내면 된단다. 등산커뮤니티에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이벤트로 받은 인증서와 은화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렇다고 굳이 인증서와 은화를 받으려고 일부러 9봉 완등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다(일단 너무 멀다....).
일출을 보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깜깜한 새벽 4시 부터 산행을 시작해야 할 정도로 오늘 코스가 길지는 않지만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산행 시작시간이 이를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해뜰려면 2시간 정도는 남았기에 배내고개 주차장 인적없는 곳에서 경행과 준비 운동을 하고 5:10분 경 출발을 했다.
예전에는 이 고개길을 넘어서 장이 서는 큰 마을로 가서 물건을 팔았나보다. 요즘 시절이야 그저 레저나 스포츠를 위해 오르는 길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생계를 위해 목숨까지 걸며 오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 였다.
01
산위에서 바라본 울산 야경이 멋지기도 했지만 현재 인류의 문명이 얼마나 번성했는지를 보여주는거 같다.
배니봉 정상. 정상석 옆에서 백패킹하는 텐트가 있다. 꼭 정상석 바로 옆에다 저렇게 텐트를 쳐야하나 싶다. 정상석은 많은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어떻게 보면 공공시설이라고도 볼수 있는데 저렇게 정상석 옆을 박지로 정해서 기념사진 찍으려는 사람들 배경을 차지해야 하나 싶다.
6시가 넘어도 아직 많이 어둡다. 2주전 보다 동트는 시간이 더 늦어진 느낌이다. 조금씩 어둠이 걷히면서 길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는데 많은 나무들이 이미 입이 다 떨어져 앙상한 모습을 보인다.
간월산 정상 도착. 정상석에 '영남알프스 완등' 문구가 보인다. 다른 영남알프스 8개 산 정상에도 이런 정상석이 있을거다 . 이 정상석이 나오게 인증사진을 찍어 울주군에 인증을 하면 메달과 인증서를 받을수 있다. 근데 막상 보니까 기념은화를 갖고 싶어진다....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것. 일단 인증사진은 찍어 놨다.
간월산을 지나 간월재에 가까워 지면서 영남알프스의 진목면을 볼 수 있었다. 평원이라 불러도 될만한 평탄한 능선 곳곳을 억새가 뒤덮고 있었다. 진짜 알프스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산악에서는 흔치 않은 이국적인 풍경이였다. 시기가 억새도 시들어가기 시작할때라 억새가 대부분 갈색으로 변해서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밭이 금빛물결이 출렁이는 거 같다. 아마도 2주 정도 전에만 왔어도 은빛 물결을 볼 수 있었을거 같다.
01234
간월재에는 휴개소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벤치나 데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0123456
테크길을 따라 신불산으로 간다. 멀어지는 간월재
간월산을 지난 이후부터 영축산까지는 평탄한 능선길인데다 테크가 잘 놓여져 있어 걷기에 별로 힘든구간이 없다. 억새천국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억새 군락지를 계속 감상하면서 걸어갔다.
0123456
신불산 정상석. 역시 간월산 정상석하고 똑같은 정상석이다.
마지막 영축산으로 가는 길에도 역시 억새천국.
012
억새나라 신불평원 단조성터를 지나간다.
012
영축산 정상.
영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억새군락지.
영축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비로암방향으로 가면 바로 통도사로 갈 수 있지만 통도사는 작년에 가봐서 이번에는 안가기로 했다. 편안함을 얻고 통도사를 버렸다....
산을 세개(간월산, 신불산, 영축산)를 거쳐왔지만 그렇게 힘든길이 아니라 피곤함은 없었다. 버스시간도 여유가 있고 최대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고 싶어서 함박등을 향해 이동.
012
영축산 이후로는 더이상 억세군락은 보이지 않았다. 함박등 도착
함박등? '등'은 무슨 의미일까? 영축산, 천왕봉, 백운대.... 산(山)과 봉(峯), 대(臺), 등(?)은 각각 어떤 기준에 의한 붙여지는 걸까? 지금것 그냥 무심히 보고 다니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산은 가장 높은 주봉과 그 주변의 위성봉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란다. 지리산이라 하면 가장 높은 천왕봉에 반야봉, 바래봉 등이 포함되어 있다. 봉은 봉우리 각각의 독립적인 개념이고 대는 주변의 조망이 좋고,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을 말한다고 한다. 근데 '등'은 검색이 안된다....
함박등에서 바라본 영축산
함박등 이후로도 죽바우등으로 계속 영축지맥이 이어지지만 더이상 진행하면 하산하는 길을 못찾을거 같아 함박등에서 청수골로 향하는 하산길을 찾았다.
0123
우청수골을 통해 하산하여 배통교에서 대기하고 있던 산악회 버스에 탑승하며 오늘 일정을 끝냈다.
오늘 걸은 구간은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전체 코스중에 1/3 정도 되는거 같다. 겨울 초입에 와서 억세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억세군락 사이로 걷는 운치는 일품이였다. 영남알프스의 평탄하면서 탁트인 능선길은 관리주체에서 정비도 잘 해놔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걷기에 정말 좋은거 같다. 난이도에 비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운치와 분위기가 훌륭해 체력이 부담되거나 연세가 있는분들 한테도 권하고 싶다.
KTX를 이용하면 광주송정역까지 2시간이면 가지만 고속버스는 요금이 KTX의 절반도 안되고 광주송정역보다는 버스터미널에서 원효사가는게 20분 정도 더 빨라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6시 5분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 바로 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원효분소 정류장에 내리니 시간은 벌써 10시 40분이 였다.
트렉 시작전에 먼저 원효사에 둘러봤다.
원효사 일주문
원효사 경내는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선원 개보수 공사가 진행중이였다.
01234
경내가 넓지 않아 금방 돌아보고 늦재로 출발한다. 늦재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고 양옆의 나무들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단풍 절경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거 같다.
012
무등산은 꼭 북한산에 온 느낌이다. 서울 사람들 주말에 북한산 가듯이 여기도 이 지역분들이 주말 맞아 무등산으로 많이 오셨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북한산 모습하고 똑같다.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나 편의시설들도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0123456
무등산에선 너덜을 자주 볼수 있었다. 주상절리대가 풍화되어 떨어져 너덜을 만든단다.
012345
토끼등까지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걸어왔고 여기서부터 중머리재로 가기 위해 산길로 접어든다.
01234567
중머리재는 많이 넓은 공터(?)였다. 정상석 같은 표지석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쉬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고개마루(재)가 스님 머리(중머리)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이란다 ㅎㅎ.
0123
중머리재에서 중봉으로 가는길에 본 풍경, 광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012
울끗불끗 단풍이 물들어가는 산중에 홀로 푸르른 솔나무 한그루가 눈에 띄인다.
무등산은 한창 단풍이 절정으로 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억세가 참 많다.
01234
중봉에 도착하고 보니 소백산 같이 초원이 펼쳐진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겨울철 눈이 오면 한번 와보고 싶어진다.
01234
중봉에서 서석대로 이동
0123
서석대에 도착하고 나서야 여기가 정상이라는걸 알게 됬다. 무등산의 정상은 천왕봉인데 여기는 출입이 통제 되어 있었다. 천왕봉엔 군부대가 있는거 같았다.
0123
01234567891011
여기까지 오는데 사실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길은 없었고 북한산보다 오르기 편했다. 그리고 서석대까지 오는 내내 탁 트인 조망을 감상하면서 올 수 있었다. 상당히 평온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등산을 할 수있는 편안한 산이라는 느낌이다.
여기서부터는 하산하는 형태가 되서 입석대를 거쳐 장불재로 가서 무등산을 전체적으로 한번 삥 둘러서 원효분소로 돌아가게 된다.
입석대는 서석대 아래에 있는 또하나의 주상절리 병풍
0123
장불재에서 규봉암으로 간다. 여기서 부터는 그냥 평탄한 길일거 같았다. 역시 그랬다.
012
규봉암으로 가는 길에 멋진 능선을 볼수 있다.
01234
규봉암가는길 중간에 있는 석불암, 정말 작은 암자인데 법당안의 석불때문에 석불암이라 명명된거 같다.
0123
지공너덜을 거쳐 규봉암에 도착, 아! 정말 인상적인 사찰이였다. 주상절리 절벽을 뒤에 병풍처럼 둘르고 세워진 정말 아름다운 사찰이였다. 진짜 한폭의 그림같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였다. 맞은편 산에서 규봉암 전체 모습을 보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012345678
규봉암을 떠나서 꼬막재를 거쳐 원효분소로 돌아오는 길은 흔한 둘레길 같은 걷기 좋은 길이였다.
무등산에 대한 첫인상은 부드럽고 온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험하거나 가파른 산세 없이 탁 트인 조망과 초원같은 목가적 느낌의 누구나 다 다가오는걸 허락해주는 그런 너그러운 산같다.
대구나 광주 처럼 서울에서 거리가 되는 도시를 가게 되면 마음은 항상 1박 2일 정도라도 간단하게 도시 구경이라도 하고 트렉을 했으면 싶지만 일상에 여유가 안되 항상 트렉만 하고 돌아오기 바쁘다. 오늘도 버스 시간에 맞춰 서둘러 돌아간다. 언제쯤 여유로운 트렉을 만들수 있을지....
수도지맥(修道支脈)중 수도산에서 가야산(가야산은 수도지맥에 속하지는 않는다)까지의 구간을 걷는 이 코스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산행기가 그리 많지 않고 게다가 최근(5년내)의 산행후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몇개 되지 않는다. 몇 안되는 산행기를 읽어보면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 곳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교통이 편하지 않고 숲이 우거지는 계절에는 산행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길이 잘 닦여진 곳이 아닌데다가 게다가 비법정탐방로까지 지나가야 한다.
일단 교통편부터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마땅치가 않았다. 25km 이상 거리의 산행을 하려면 새벽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수도암을 들머리로 하던 백운동탐방센터를 들머리로 하던 대중교통으로는 그 시간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차로 움직이기에는 밤운전과 운전시간이 부담되고 게다가 산행 후 들머리로 돌아가려면 택시로 1시간 이상 가야만 한다(택시비도 만만찮을 거다). 혹시나 안내산악회 버스편이 있을가 찾아봤지만 역시 없다.
처음에는 그냥 김천에 가서 하루 자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수도암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김천역에서 수도암까지 40km가 넘는 거리라 택시로도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좀더 수도암에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한 후 택시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봤다.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덕면까지는 밤 9:30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가 있고 대덕면에서 수도암까지는 15km 내외라 대덕면에서 숙박을 하면 새벽에 수도암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30분정도로 짧아서 여러모러 유리할거 같았다. 지도로 봤을 때 면사무소도 있고 소방서, 경찰서, 그리고 초중고등학교도 다 있는걸로 보아 완전 깡촌은 아닌거 같았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집에 돌아와 서둘러 짐을 꾸려 김천 대덕면으로 출발했다. 김천역에 도착해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고 대덕면에 10:20경 도착했다. 사실 '설마 사람사는 곳인데 잘곳 없을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숙소도 미리 안 알아보고 무작정 대덕면으로 왔는데 막상 버스에 내리고 나니 당혹감이 밀려왔다. 4~500미터 정도의 도로양옆에 가게 몇개 있는 정도의 정말 작은 면이였다. 깜깜한 거리에 불켜진 곳 하나도 안 보였다. 이러다 정말 노숙하는거 아닌가 하는 불길함과 이런 추운 날씨에 잘못하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일단 뭐라도 있는지 찾아보자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2~300 미터 걸어가는데 불꺼진 조그만한 콜벤 영업 사무실 유리에 '민박' 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유리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했더니 천만 다행으로 주인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택시는 아닌거 같은데 영업방식은 콜택시 같은 콜벤이라는 차량이 주요 교통수단인거 같았다. 콜벤 차량을 운행하는 사무실 사장님 내외가 민박도 같이 하셔서 천만다행으로 숙박과 새벽에 수도암까지 이동차편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다음부터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 지방은 서울처럼 생각하면 정말 안된다. 잘못하면 정말 객사할 수도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산행을 시작할 생각으로 새벽 4시 30분에 대덕에서 출발할 생각이였는데 콜벤 사장님이 너무 일찍 일어나기 싫으시다고 하셔서 겨우 사정해서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하기야 이런 시골에 그런 꼭두새벽에 콜벤 탄다는 사람이 일년에 몇명이나 있겠나....
5시 40분에 수도암에 도착해서 산행시작.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한 상태인데다 새벽이라 조용히 움직여야 할거 같아 수도암을 둘러보지는 않았다. 수도암은 예상보다는 상당히 큰 사찰이였다.
콜벤 사장님이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꺽어서 다리 건너면 바로 등산로가 나온다고 해서 수도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꺽어보니 돌다리가 보였다. 일단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길따라 가는데... 어? 정상가는길 푯말이 나온다. 내가 지나온 방향을 가리킨다. '다리건너서 오른쪽으로 가야 했나?' 다시 왔던길을 돌아가 다리 오른쪽으로 가본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쪽에 등산로 같은게 안보인다. 하... 초반부터 입구도 못찾아 해매는건가?
다리와 정상가는길 푯말 사이를 몇번 왔다갔다 하다 등산로 이정표를 발견했다. 너무 어두우니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냥 지나쳤다.
20분 헤매다 등산로에 진입했다. 수도산 정상까지는 2km 정도 거리
6시가 넘어서자 해가 밝아오기 시작한다. 수도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 했는데 출발시간이 너무 늦었다.
동이 틀때 쯤 멋진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0123
간밤에 눈서리가 내렸다. 날이 쌀쌀하다. 이제 겨울에 접어드는게 실감난다. 봄 가을이 점점 실종되는거 같은 기후 변화다.
수도산 정상에 도착, 정말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수도지맥, 금오지맥, 백두대간 등 많은 산줄기가 꼭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이어져 있었다. 괜히 지도하고 나침반을 사고 싶어진다. 일출을 봤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아쉽다.
012345
다음 기점인 단지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도산 정상에서 왔던길을 조금 되돌아 오면 이정표를 볼수 있다. 불갑산의 추억이 생각난다. 이번엔 미리 사전준비를 하고 왔다 ㅎㅎ.
이번 종주 준비하면서 길을 잃어 해멜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인적도 드물고 해도 짧아진 시기에 잘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서 사전에 먼저 이길을 지나가신 산우들의 후기를 많이 찾아 보면서 길을 잃을 만한 곳들에 대한 체크를 많이 했다. 후기들의 공통된 조언은 '무조건 리본을 따라가라'. 종주 내내 잘 지키다 마지막에 이 조언을 무시했다 후회했다. 리본은 정말 많이 그리고 정말 적절하게 달려있었다. 가는 내내 리본 달아 주신 산우님들께 감사했다. 최소 2~30m에 하나씩은 리본이 달려 있었던거 같다. 나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있었고 최소한 바닥에 떨어져 있기라도 했다. 일단 길이 헤갈리면 무조건 반경 50m내에서 리본을 찾아 진행했다. 조심스럽게 가야 하긴 했지만 크게 길을 잃고 헤메지는 않았다(마지막 한번만 빼고... ㅠ.ㅠ).
단지봉으로 가다 뒤돌아본 수도산 장상 모습
이 종주 코스는 수도산 이후부터는 제대로 된 조망을 볼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대부분 나무와 잡목에 둘러싸인 숲으로 난 길을 지나가기 때문에 가는 내내 보는 재미는 별로 찾을 수가 없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지만 싸리나무, 산죽 그리고 이름모를 잡목들이 서로 붙잡고 때리고 난리를 치는걸 뿌리치고 가야 한다. 여름에 수풀이 우거지면 여기를 지나가는게 쉽지 않을거 같다. 헤치고 나기기도 힘들고 아마 길도 다 지워지지 않을가 싶다.
준희가 응원해준다. (준희야 고마워~~~.... 근데 요즘 뭐하니?)
단지봉 도착
수도산 이후 유일하게 산군을 조망할 수 있는곳,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저기 까지 가야 한다. 갑자기 발걸음이 서둘러진다.
정말 가는 내내 산죽(조릿대)덤불을 지겹게 마주친다. 낙엽이 떨어져도 산죽은 그대로다. 산죽도 상록수 인가?
좌대곡령 도착
목통령 이후부터는 길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머뭇거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주의해야 한다.
철책이 나타난다. 물론 여기서도 리본만 따라 가면 된다.
성만재, 갈수록 길이 안좋아진다. 온갖 잡목들 가지에 싸대기 맞기 일수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상당히 많이 온거 같은데 아직 까마득하게 멀어보인다.
여기부터는 비법정탐방로. 어차피 각오한거지만 그래도 잠시 생각을 고른다. 미리 알았으면 아마 이 종주를 선택하지 않았을거 같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랬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만났다(?)
출입금지구역 부터는 리본이 싹 사라졌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다 제거한거 아닌가 싶다. 리본이 사라지자 긴장도가 급히 상승한다. 각별히 주의하면서 나아간다. 여기서 부터 이 코스의 가장 힘든 구간이 시작된다. 두리봉을 타고 넘어가서 가야산 상왕봉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표고차가 크고 코스 후반부라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에서 두 봉우리를 넘어야 하니 정말 힘들다. 스틱을 안가져온게 너무 아쉽다.
두리봉을 향해 오르막을 20분정도 올라갈쯤 앞쪽에서 낙엽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본능적으로 바로 알수 있었다. '멧돼지 다!' 북한산에서 이미 2번 정도 멧돼지를 만나본(?) 경험이 있어 멧돼지의 기척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는지 부스럭 소리에 자동으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일단 올라갈만한 나무가 있는지 찾아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멧돼지도 낮선 기척을 느끼면 바로 경계하고 자리를 피한다. 이번에도 천만 다행으로 멧돼지가 오르막길 왼쪽 아래로 피해서 정면으로 마주치지는 않았다. 오르막 왼쪽 아래에서 경계하면서 동정을 살피고 있는 멧돼지 2마리가 보인다. 그리고 내 시야에 안보이는 쪽에서도 멧돼지 소리가 들린다.최소 3마리 이상인거 같다. 멧돼지도 집단 생활을 하나보다. 이전 북한산에서 멧돼지를 만난 경우는 전부 해질 무렵이였는데 이렇게 밝은 한낮에 멧돼지를 마주치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떼로... 아무래도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서 사람들 발길이 없어 이 구역을 생활권으로 삼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들의 나와바리를 침범한것이다. 얼마동안 멧돼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숨죽이고 얼음 상태를 유지했다. 사진을 찍어볼가 하다가 카메라 소리가 멧돼지를 자극할가 싶어 무서워서 참았다. 한참 동정을 살피던 멧돼지들이 반대쪽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한동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ㅎㅎㅎ. 진짜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였다. 사진을 못찍은게 아쉽다....
비탐지역으로 들어온 이후 안보이던 리본이 두리봉 정상에 도착하자 한가득 있다. 두리봉은 정상석이 따로 없었다.
두리봉 정상에서 한참 내려와 이제 마지막 상왕봉으로 간다. 점점 발바닥도 아파오고 힘도 떨어진다. 코스 후반으로 갈수록 고도를 가장 많이 올려야 하니 더 힘들다.
마지막 상왕봉으로 가느 구간은 육안으로는 길 구별이 잘 안된다. 정말 리본이 없으면 처음가는 사람은 찾아 갈 수가 없을거 같다. 문제 여기서 딱 한번 조언을 무시했다 크게 후회했다. 하필이면 육안으로 봤을 때 길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리본을 무시하고 내 판단을 따라 진행하다 결국 30분을 헤매다 원래 자리로 돌아와 리본을 따라 갔다. 정말 체력이 다해가는 상황에서 알바(?)를 하니 정말 죽을거 같았다. 스틱만 있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드디어 목책이 나타난다. 비탐구간이 끝나는 구간인거 같다. 정상인거 같은 느낌인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목책을 하나 더 넘어야 비탐구간이 끝난다. 드디어 내가 기억하는 곳이 나타났다. 2년전 집중트렉으로 왔던 가야산. 저 목책 바로 옆에 출입금지 경고문과 CCTV가 있다. 저길 넘어가면서 또 찝찝함이 올라온다.
목책을 넘어 상왕봉(우두봉)으로 올라갔는데 국공직원이 나와 있었다. 내가 목책을 넘을 때 직원이 아래에 있었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 졌을가? 참 기분이 묘하다.
상왕봉(우두봉)
칠불봉
시간도 오후 4시를 넘어가고 몸도 많이 지쳐서 서둘러 만물상 코스로 하산을 했다. 백운동 탐방센터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합동정류장으로 이동, 거기서 다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대구로 이동,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귀가를 했다.
종주를 마치면서 든 생각은 일단 이 코스를 다시 오고 싶은 생각도 없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여러가지 불편한 점은 차제하고라도 일단 비법정탐방로를 지나야 한다는 점(그것도 꽤 긴 거리)이 가장 큰 이유다. 비법정탐방로 출입금지에 대해서는 등산인중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일련 수긍하는 점이 있지만 일단 이미 시행된 정책이고 그에 따라 생태계도 그에 맞춰져 변화되어 있는데 오늘 나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전상의 문제도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굳이 실정법을 어겨가면서 거길 들어가는게 맞나 싶다. 오늘 만나 멧돼지들 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들도 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