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7.23.(토) 05:00~15:05
트렉코스: 음정마을~벽소령~연하천~토끼봉~화개재~뱀사골
거리: 약 22.5km
주중에 계속 내리던 비가 어제부터 다행히 멈췄다.
지리산은 규모가 크다 보니 비가 내릴 경우 편한 코스라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쓰인 한 주였다.
오늘은 오후 한 때 비 소식이 잠깐 있다.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트렉을 시작한다.
익숙한 벽소령 가는길....
4.9km 중 4.6km가 임도길이다.
꽤 지루하게 여겨졌던 재미없는 길인데.... 어슴프레 어둠 속에서 맑고 또렷한 새소리들이 귀에 박힌다.
갑자기 내가 이 숲의 침입자가 되어 새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아침 수리를 읽다 말고 온 찝찝한 머릿속이 맑아진다.
새로운 느낌으로 임도를 걷다 보니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고 있다.
같은 장소라도 오늘은 새소리와 햇살이 전혀 다른 숲을 만나게 해 준다.
2.3km 정도 오니 임도 우측에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는지 기억에 없는 연하천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편안한 임도길이 끝나고 돌계단으로 이어진 벽소령대피소 가는 길이다.
새벽 운무가 바람과 함께 습을 잔뜩 머금고 있다.
바깥 탁자에서 벌써 식사를 마치고 있는 한 팀이 보인다.
물기에 젖어 있는 탁자를 피해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연하천으로 가는 중 블로거에서 본 익숙한 길이다.
운무가 곰탕이 되어 시야는 없지만 숲이 참 편안하다.
이미 1400m 이상이지만 마치 평지인 듯 잘 닦여진 길들이다.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음료수를 비우고 대피소 물을 받았다.
지리산 물은 언제나 맛있는 것 같다.
여기서 명선봉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가는 데크계단을 따라 화개재 방향으로 가다 지도를 보니 명선봉을 지나쳤다. ㅜ
블로그에 폐쇄된 길로 간다고 되어 있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지난 5월 새석평전 길에서 어느 산객분이 지리산의 7월은 야생화 천국이라더니....
지나는 길목마다 야생화가 지천이다.
물기를 머금은 싱싱함과 아름다움으로 매력을 내뿜고 있다.
토끼봉이 아니라 평지처럼 보인다. 아직도 뿌옇다.
곰탕에 우려 지는 느낌이다.
곰탕에 우려 지듯 뿌연 길을 걷다 보니 화개재가 보인다.
예전에 아름다웠던 경치가 지금은 지근거리의 숲만 보일 뿐 멀리는 아직도 곰탕이다.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지리산의 장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비 온 다음이라 물소리가 우렁차고 맑은 물이 끝없이 흘러내린다.
나무들도 더욱 깨끗하게 단장하고 나를 맞이하는 듯하다.
내가 물이 된 듯하다.
거리에 비해 몸과 마음이 편안한 산책 같은 트렉이었다.
비록 운무에 가려 넓은 시야는 놓쳤지만 숲의 야생화와 나무들
그리고 정갈한 길은 지리산의 위용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다행히 비도 오지 않아 한결 가벼웠다.
오늘 하루가 그저 감사한 트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