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5.28.(토) 05:14~18:55
트렉코스: 중산리~천왕봉~제석봉~연화봉~촛대봉~세석~남부능선~청학동
거리: 20.6km
백무동에서 천왕봉은 몇 차례 다녀왔지만 중산리에서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한다.
청학동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미리 주차해놓고 숙소에서 묵은 후 새벽 4시 10분 도반님 차로 중산리로 이동했다.
중산리 주차장은 벌써 거의 만차 수준이고 대형버스들이 지나간다.
천왕봉 코스는 어느 쪽이나 항상 이른 새벽부터 붐비는 것 같다.


탐방안내소에서 40분쯤 걸으니 생각지 못한 칼바위가 나타났다. 정말 칼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오전 7시 27분 로타리대피소. 숙소에서 준비해온 나물밥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다.
중산리에서 3.3km, 해발 1,335m 여기까지 2시간 넘게 걸렸다.
앞서가는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된다.






말로만 듣던 법계사.
절에서 산신제를 지내나 보다. 산신님과 적멸보궁에 인사드린다.






천왕봉 오르는 길은 소문대로 돌계단의 연속이다.
푸르름과 연달래가 활짝 피어 기쁨을 준다. 꽃분홍 진달래와 진분홍 철쭉은 보이지 않고 연한 분홍빛 꽃들이 연초록과 어우러져 편안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10:10분 천왕봉.
마지막 계단이 꽤 길어 한참 올라간다.
정상 반대편에서 오르니 장터목 쪽에서 올랐을 때의 멋스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고생해서 올랐다는 생각은 덜하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로 집중해서 올라와 그런 것 같다.
아직 조금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언제나처럼 인증하기 위한 긴 대기줄을 만나고 정상에 왔음을 실감한다.
ㅎ도반님들을 기다리며 한컷 담느라 시간 소비를 많이 하는 바람에 오히려 뒤처졌다.





능선이 훤히 드러나는 제석봉이 울창한 숲이었는데, 사람의 소행으로 고사목이 되어 버티고 있다는 주목을 보니 안타깝다.
그래도 능선 사이사이로 남아있는 주목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11:57분 장터목대피소.
코로나 기간 동안 다른 대피소들은 리모델링을 많이 했던데 여긴 변한 게 없다.
친환경이란 명분 하에 심한 냄새를 방치하는 것보단 화장실을 다시 보수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테이블이 있는 쉼터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한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연하봉으로 출발한다.


연하봉 가는 길... 말해서 무엇하랴.... 아름답다!
연하 선경의 시작, 연달래 꽃을 보려고 이때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고 한다.







연달래가 줄지어 피어있고 이름 모를 맑고 탐스런 흰꽃들이 가득하다.
초록 능선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꽃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가슴 가득 밀려오는 충만함에 행복하다.




촛대봉. 툭트인 능선에 바람맞으며 바위들이 서있다.
멋지다!! 저 아래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산객분은 7,8월엔 갖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촛대봉이 된다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워 시간을 지체하게 한다.



세석대피소.
산속에 이런 훌륭한 대피소가 있다니! 언제 와도 좋다.
대피소 주변은 갖가지 야생화와 산꽃, 푸르름과 주목 군락으로 깊은 푸근함이 있다.
하룻밤 대피소에서 묵으며 온전히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14:17분 이제 반 밖에 안 왔다.
풍광에 취해 많이 즐겼나 보다.
지금부터 남은 10km는 속도를 내야 할 판이다.




세석에서 청학동 가는 길은 대체로 어둡고 거칠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고 낙엽과 다져지지 않은 좁은 길들은 때론 미끄럽고 위험하기도 하다.
오르내림의 반복과 우거진 조릿대가 이어지는 코스로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그저 빨리 지나치고만 싶다.
빠르게 걷다 보니 머리가 띵하다.


17:41분 드디어 삼신봉
안도감으로 감사한 마음을 삼신봉에 인사한다.


아름답게 시작했으나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부터는 걷기에 바쁜 트렉이었다.
' 바로 이런 거야, 이래야 지리산이지!'
천왕봉에서 제석봉을 거쳐 연하봉과 촛대봉에 이르기까지 극히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즐겁고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에 젖어 들어 즐기기만 한다.
세석평전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이 맛에 지리산에 오는 거야!'
오늘은 우리를 위해 지리산이 있는 듯이 웃고만 다녔다.
여기까지다!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둡고 음침하게 느껴져 어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조릿대는 왜 이리 많고, 길은 왜 이리 지저분한 거야!'
말과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묵언 수행하듯 조심스럽게 걷기만 했다.
시간이 늦어질까 조바심도 일었다.
삼신봉에 도착해서야 하늘이 보이고 툭 트인 전망에 안심이 되었다.
'오늘도 트렉을 무사히 마쳤구나!'
아름다움만 간직하고 싶은 트렉이다.
어두운 부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 때마다 도반님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청학동보다 더 감사한 도반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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