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6.11.(토) 07:15~11:52

트렉코스: 통고산 자연휴양림~통고산~왕피리 갈림길~자연휴양림~자연관찰로 

트렉거리: 10km

 

통고산은 산의 규모보다 휴양림으로 잘 갖춰진 곳이고 거리도 최대 8km 정도에 불과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휴양림 시설 숙소에서 출발하여 통고산으로 올라간다.

깊은 산중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이웃에 있는 일반적인 편안한 산으로 느껴진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호젓하게 임도를 2km 정도 걷고 나니 등산로가 보인다.

 

 숲속의 책!

숲에 와서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다.  

숲 속을 걸어요! 랄랄라~~~ 

예보상 돌풍이나 비가 올 수 있다 했는데 바람과 함께 으스스한 운무가 갑자기 숲을 휘감았다.

울진전파강수관측소 왼쪽을 따라 올라가면 통고산 정상이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운무가 몰아쳐 시야가 가려 보이는 길이 마치 내리막길로 보여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휴양림 사무실에 전화했다.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어디예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한동안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다시 말이 들려왔다.

"계속 올라가세요."

"올라가는 길이 없고 내리막길인데요?"

몇 번 말을 반복하다가 대답했다.

"알겠어요. 한 번 가 볼게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니 운무가 걷혔고 그때 보이는 길은 평이한 오르막이었다.

'헐, 이거 뭐야, 내가 뭘 본 거야!'

 혼자 멋쩍어서 피식 웃으며 걷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예, 감사합니다. 길 찾았어요."

확인차 온 전화인 것 같아서 얼른 대답했다. 그때서야 직원도 안심한 듯 말했다.

"예, 좋은 산행 되세요."

여기는 낙동정맥로서 생각보다 많은 산행 흔적이 보인다.

싱겁다!

우리가 신선도 아니고..... 축지법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끝나도 되는지.....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도 안 되었다.

당황스럽다.

어떻게든 그래도 최소 10km는 채워야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자연관찰로를 한 번 더 가려했지만 순환점 끝 지점에서 통행금지 표시가 있어 다시 되돌아왔다.

겨우 채웠다. 

 자연관찰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휴양림 숙소!

 너무 빨리 끝나 아쉬웠다.

그래서 달리기로 했다!

산타마을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여유롭게 협곡을 감상하며 모처럼 향수를 즐겼다.

간이역, 즉석 먹거리, 영화 촬영지.....

 

  전날 출발할 때는 오지 원시림 체험을 예상했다. 

그런데 너무 평이한 길이고 거리가 짧아 일찍 끝났다.

트렉의 느낌보다 산타마을과 협곡열차가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걸으며 기차여행도 하고 아주 즐거운 날이다.

도전트렉이 기차여행도 시켜준다. 새로운 경험이다.

그 즐거움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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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06.04.(토)  06:15~17:38

코스: 성삼재~작은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부운치~팔랑치~바래봉~덕두봉~구인월

거리: 22km

 

5:20분 구인월 월평마을 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지인 차를 이용하여 성삼재에 도착하니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람이 매우 차게 느껴진다. 

서둘러 셔츠를 하나 껴입고 성삼재 주차장 입구 도로 맞은편에 있는 만복대 탐방로로 들어섰다.

 오늘은 경험상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오히려 힘들고 늦게 마칠 가능성이 있는 코스여서 시작부터 발걸음이 빨라진다.

06:48 트렉 시작 후 30여분 지나니 작은고리봉과 함께 사방으로 아스라이 펼쳐진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전 지나온 저 건너 성삼재 주차장과 구례 길이 보이고  그 너머 능선들이 막 잠에서 깨어나는 듯 잔잔하고 포근하다. 

그리고 우뚝 솟은 반야봉,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고 넓은 지리산의 품이 느껴진다.

만복대 가는 길.

날아서 살포시 걸어보고 싶은 이 능선은 예전에도 반해서 감동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5,6월의 만복대 코스는 정말 아름답고 편안함을 안겨준다.

성삼재부터 걸어온 능선길을 바라보니 가슴 가득 기쁨이 솟구친다.

08:49분  만복대(1,438m)는 사방으로 하늘이 열리고 풍광이 좋아 천왕봉 다음으로 새해 해맞이 장소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만복대에서 정령치로 향한다. 저 아래가 구례인지 운봉인지....

09:35분 정령치

전에 보지 못한 새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정령치에서 백두산까지는 1,363km....

차로 넘어올 수 있는 정령치에는 대피소가 아닌 휴게소가 있다. 덕분에 허기도 채우고 잠시 쉬어간다. 

10:23분 정령치와 0.8km 떨어진 큰 고리봉도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예전 토요트렉시 고기삼거리로 하산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때 트렉의 두배 거리로 아직 절반도 못 왔다.

출발 시에는 추웠는데 걷다 보니 더워져서 세걸산 넘어 세동치 삼거리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분이 생각난다. 

ㅎ 세걸산 넘어가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12:12분 드디어 세걸산, 반갑다.!

고리봉에서 3km,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고 비교적 거친구간으로 거리보다 길게 느껴진다. 

도착한 게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니 나타나신 분? 알고 보니 새로 등산로를 정비하려고 공사 중인 분들이 근처에 계셨다.

헬기가 계속 공사자재들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가까이에서 보인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인공적인 설치물이 거의 없던 곳인데 새로 생기는 게 좋은 건지 어떨지 모르겠다.

와와! 세걸산까지 오니 왠지 여유가 생긴다. 

조금 후에 세동치로 내려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제 힘든 코스는 많지 않으리라.... 오늘따라 아이스크림 밝힘증이... 

12:25분 세동치. 여기는 전북학생수련원과 정령치와 바래봉으로 나눠지는 삼거리로 아이스크림 파는 분이 있어야 되는 데 잠시 쉬고 계시는 등산객 몇 분만 보인다.

그럼 철쭉 철에만 팔고 계셨나! ㅋㅋ 그러고 보니 지금은 지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내 멋대로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바래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기 민둥산처럼 보이는 봉우리.

부운치 이정표는 몇 년째 쓰러져 있다. 

산딸나무 꽃이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주고 지나가시는 산객분 덕분에 한 컷 찍었는데 예쁘다.

오늘은 트렉코스내내 천왕봉을 마주하며 걷고 있는 거 같다. 

지난주에 다녀온 덕분에 천왕봉에서 세석까지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

예전에 양들을 방목하면서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양들이 온갖 풀을 다 먹어버려 철쭉동산이 되었다는 바래봉길도 복원작업 중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 속도 좋지만 하늘이 뚫린 초원길도 멋지고 아름답다. 

 팔랑치 14:15 도착

 올 때마다 반하는 아름다운 길!

 여기서 머물 수만 있다면~~~~~

 바래봉 약수가 맛이 좋다기에 가득 담았다.

바래봉!

철쭉도 아름답다지만 푸르름도 아름답다.

이국적 풍경에 가슴이 툭 트인다.

17:38 구인월 월평마을 회관 앞 도착

덕두봉은 언제나 힘들다.

오르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모두 힘들다.

여름으로 접어들며 길이 우거지기 시작하고 동물의 배설물이 잔뜩 있어 나름 긴장한 코스다.

 

 성삼재에서 만복대에 이르기까지 바람이 차고 추워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작은 고리봉에서 만복대에 이르러서야 몸이 풀리고 뛰어난 경관에 감탄했다.

나는 이런 곳에 살고 있고 또 이런 길을 걷고 있다.

끝 모를 지리산 능선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내가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꼈다.

가득 차고 벅찬 감동이다.

만복대만 좋을 줄 알았는데 정령치와 고리봉도 이에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 맛에 지리산을 찾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세동치에 가면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린다는 설렘에 발이 빨라진다.

그런데 없다!

당연히 아이스크림도 없다.

설렘도 사라졌다.

 

바래봉으로 오르는 길 또한 선경이다.

고원지대의 푸르른 초원은 완전 다른 느낌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구상나무, 목장길, 툭 트인 봉우리가 우리를 맞는다.

바래봉도 아름답다.

지리산은 봄과 여름이 특히 아름다운 것 같다.

 

 아름다움은 곧 긴장으로 바뀐다.

덕두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왠지 발이 아프고 멧돼지의 몸짓인지 이정표도 쓰러졌고, 길도 지저분하고, 사람도 없다.

이런 길을 내려가다니! 

그나마 마지막까지 풀어지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니 한결 나아진다.

 

 이번 지리산 서북능선 트렉은 남부 능선에 비해 편한 길이지만 오르내림의 연속으로 쉬운 길 만은 아니다.

만약 풍광의 아름다움이 없었더라면 더 힘들었으리라!

서북능선은 아름다운 지리산의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을 계속 응시하면서 트렉 할 수 있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다.

지리산은 역시 큰 산이다. 

여러 세계와 삶을 하나씩 만나는 느낌이다.

나는 그 길 한가운데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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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렉코스: 중산리~천왕봉~제석봉~연화봉~촛대봉~세석~남부능선~청학동

거리: 20.6km

 

백무동에서 천왕봉은 몇 차례 다녀왔지만 중산리에서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한다. 

청학동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미리 주차해놓고 숙소에서 묵은 후 새벽 4시 10분 도반님 차로 중산리로 이동했다.

중산리 주차장은 벌써 거의 만차 수준이고 대형버스들이 지나간다.

천왕봉 코스는 어느 쪽이나 항상 이른 새벽부터 붐비는 것 같다.

 

탐방안내소에서 40분쯤 걸으니 생각지 못한 칼바위가 나타났다. 정말 칼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오전 7시 27분 로타리대피소. 숙소에서 준비해온 나물밥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다. 

중산리에서 3.3km, 해발 1,335m  여기까지 2시간 넘게 걸렸다.

앞서가는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된다.

 

말로만 듣던 법계사. 

절에서 산신제를 지내나 보다. 산신님과 적멸보궁에 인사드린다. 

천왕봉 오르는 길은 소문대로 돌계단의 연속이다.

푸르름과 연달래가 활짝 피어 기쁨을 준다. 꽃분홍 진달래와 진분홍 철쭉은 보이지 않고 연한 분홍빛 꽃들이 연초록과 어우러져 편안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10:10분 천왕봉.

마지막 계단이 꽤 길어 한참 올라간다.

정상 반대편에서 오르니 장터목 쪽에서 올랐을 때의 멋스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고생해서 올랐다는 생각은 덜하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로 집중해서 올라와 그런 것 같다.

아직 조금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언제나처럼 인증하기 위한 긴 대기줄을 만나고 정상에 왔음을 실감한다.

ㅎ도반님들을 기다리며 한컷 담느라 시간 소비를 많이 하는 바람에 오히려 뒤처졌다.

능선이 훤히 드러나는 제석봉이 울창한 숲이었는데, 사람의 소행으로 고사목이 되어 버티고 있다는 주목을 보니 안타깝다.

그래도 능선 사이사이로 남아있는 주목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11:57분 장터목대피소.

코로나 기간 동안 다른 대피소들은 리모델링을 많이 했던데 여긴 변한 게 없다. 

친환경이란 명분 하에 심한 냄새를 방치하는 것보단 화장실을 다시 보수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테이블이 있는 쉼터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한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연하봉으로 출발한다.

연하봉 가는 길... 말해서 무엇하랴.... 아름답다! 

연하 선경의 시작, 연달래 꽃을 보려고 이때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고 한다.

연달래가 줄지어 피어있고 이름 모를 맑고 탐스런 흰꽃들이 가득하다.

초록 능선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꽃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가슴 가득 밀려오는 충만함에 행복하다.

촛대봉. 툭트인 능선에 바람맞으며 바위들이 서있다. 

멋지다!! 저 아래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산객분은 7,8월엔 갖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촛대봉이 된다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워 시간을 지체하게 한다.

세석대피소.

산속에 이런 훌륭한 대피소가 있다니! 언제 와도 좋다.

대피소 주변은 갖가지 야생화와 산꽃, 푸르름과 주목 군락으로 깊은 푸근함이 있다. 

하룻밤 대피소에서 묵으며 온전히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14:17분 이제 반 밖에 안 왔다.

풍광에 취해 많이 즐겼나 보다. 

지금부터 남은 10km는 속도를 내야 할 판이다.

세석에서 청학동 가는 길은 대체로 어둡고 거칠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고 낙엽과 다져지지 않은 좁은 길들은 때론 미끄럽고 위험하기도 하다.

오르내림의 반복과 우거진 조릿대가 이어지는 코스로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그저 빨리 지나치고만 싶다.

빠르게 걷다 보니 머리가 띵하다.

17:41분 드디어 삼신봉

안도감으로 감사한 마음을 삼신봉에 인사한다.

 

 아름답게 시작했으나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부터는 걷기에 바쁜 트렉이었다.

 

' 바로 이런 거야, 이래야 지리산이지!'

천왕봉에서 제석봉을 거쳐 연하봉과 촛대봉에 이르기까지 극히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즐겁고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에 젖어 들어  즐기기만 한다.

세석평전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이 맛에 지리산에 오는 거야!'

오늘은 우리를 위해 지리산이 있는 듯이 웃고만 다녔다.

 

 여기까지다!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둡고 음침하게 느껴져 어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조릿대는 왜 이리 많고, 길은 왜 이리 지저분한 거야!'

말과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묵언 수행하듯 조심스럽게 걷기만 했다.

시간이 늦어질까 조바심도 일었다.

삼신봉에 도착해서야 하늘이 보이고 툭 트인 전망에 안심이 되었다.

 '오늘도 트렉을 무사히 마쳤구나!'

 

 아름다움만 간직하고 싶은 트렉이다.

어두운 부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 때마다 도반님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청학동보다 더 감사한 도반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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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2.05.21(토)

트렉코스: 돈내코~살채기도~평궤대피소~넓은드르 전방대~남벽분기점~방아오름 전망대~윗세오름~만세동산 전망대~사제비동산~어리목목교~어리목탐방지원센터

거리: 15.8km

 

 쾌청한 날이라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날이다.

트렉 속성 상 탐방로에서 시작해 앞으로 나아가지만 잠시 뒤돌아 보면 서귀포 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맑아서 왠지 즐거운 트렉이 될듯하다.

말해서 될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 올 때마다 세찬 비를 만나거나 음울한 코스를 걸어서 그런지 맑음 그 자체로 내가 바라던 제주도에 온 느낌이다.

 

밀림!

우리는 지금부터 타잔이다!

줄지어 늘어선 특이한 모습의 나무를 보니 정말 밀림이다.

숲은 깊고 울창하면서도 밝은 초록물결이다.

돈내코에서 남벽까지 7km인데 지금은 살채기도를 지나 4.7km 지점 둔비 바위다.

밀림에서 벗어나니 하늘이 보이고 매우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취하다.

타잔놀이 끝!

보랏빛의 한라산 앵초가 작은 몸짓으로 인사하고 철쭉길이 나타난다.

 

평궤대피소의 자연을 살린 예전 모습과 새로 지은 현 대피소가 대비된다.

대피소에서 보이는 한라산 남벽이 새삼 반갑다.

"와, 저게 말로만 듣던 남벽이다!"

마치 사진이나 영화 또는 리얼 다큐에서 보는 프로방스 느낌이다.

아름다운 서귀포!

산이 아니라 잘 가꾼 풍성한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이어서 즐겁고 행복한 슬로 트렉을 한다.

아름다운 모습에 스며들어 더욱 느리게 느리게 또 느리게 걷는다.

"아, 충만함이란 이런 거야!"

행복하다.

 

 

이런 길을!

자연이 만들어 준 황홀한 정원을 계속 걷는다.

이 소중한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

하나하나 더 깊이 느끼고 싶다.

구상나무 열매도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충만하다.

아름다움의 극치!

남벽을 보며 걷는 길은 거대한 산으로 들어가기 전의 평온한 순례자의 길이다.

햇살을 듬뿍 받으며 숲에서 점심을 먹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 먹으면서 둘러보고, 둘러보다 먹고, 하늘도 보고, 다시 먹고......

'도대체 내가 어디에 온 거야!'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

구상나무를 가운데 두고 넓게 펼쳐진 조릿대.

여기는 몽골 초원?

한라산에서 프로방스와 몽골을 만난다.

 거인 석상을 보는 듯. 

윗세오름!

해발 1700M의 대피소는 널찍하고 비교적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실과 어리목의 갈림길!

원래는 철쭉동산이었지만 지금은 조릿대가 잠식하고 있다.

내려오는 길은 조릿대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행복로드'!

 

 

 안녕, 까마귀!

오늘은 너도 반갑고 예쁘다.

어리목 입구로 내려오니 무척 아쉽다.

이제껏 트렉을 마치고 그 여운에 차마 바로 떠나지 못한다.

아주 행복하고 아름다운 트렉이다.

햇살도 충만하고, 초록도 아름답고, 내 마음도 푸르고, 하늘도 드넓다.

도전트렉은 행복트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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