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일시: 2022.8.27.(토) 04:17~14:59

트렉코스: 소공원~비선대~금강굴~마등령~오세암~만경대~영시암~백담사

트렉거리: 17km

 

작년 가을 자차로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을 다녀오면서 귀가 시 졸음운전으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도반님들의 도움을 받아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 

금요일 오후 11시에 안내산악회 버스에 올라 오전 4시에 설악소공원 도착했다. 오는 도중 1시간가량 소나기가 내려 우중 트렉이 되나 싶어 긴장했는데 다행히 비가 멈춘다. 

오 감사!  하늘에 별이 보인다.

04:17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부처님을 향해 오늘의 안녕을 빌며 인사를 드린다.

비선대까지 3.7km . 넓고 편안한  비선대 숲길을 걷는데 며칠 전부터 불편했던 왼쪽 가슴 주변으로 배낭끈이 닿으니 꽤 자극이 심하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아랫배의 자극에 신경이 쓰인다.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누르고 수리에 집중한다.

04:58 비선대 아직 어둠이 남아있다. 좌측은 천불동계곡 우측은 마등령으로 가는 갈래길이다.

여기부터는 경사가 시작되는데 작년 가을 어둠속에서 비를 맞으며 힘겹게 올랐던 영상이 스친다.

하지만 오늘은 가슴통증과는 별개로 왠지 그렇게 힘들게 여겨지지 않는다.

발걸음은 오히려 가볍다.

금강굴 입구 가까이 오니 날이 밝아오면서 설악의 기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반갑다!  작년엔 너무 어두워 지나쳤는데 드디어 금강굴을 갈 수 있구나!

05:58 금강굴 중간전망대까지  앞서 다녀온 분들이 빨리 올라가서 해맞이하라고 알려주셔서 한걸음에 올라왔다.

미륵봉 중간에 위치한 금강굴이 보인다.

원효대사가 수행하신 곳이라는 데 지금이야 계단이 있지만 그 당시엔 어떻게 저길 올랐을지 ....도력?

화채봉과 화채능선.... 수려한 모습으로....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눈앞의 경관들은 현실을 넘어선다. 

오르기 전엔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 곳에 기도처를 삼았을까? 했는데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무섭거나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부처님의 커다란 품에 와닿는 순간이다.

설악의 온갖 봉우리들을 품 안에 들인 이곳에선 딴생각을 하면서 기도하긴 어렵겠다.

오로지 기도만!

금강굴 안에서 온갖 생각을 멈추게 하는 장관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멋있다! 멋있어!

여기서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천불동계곡 화채봉 등이 보인다고 하니 어디가 어딘지 여기저기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지만...

큰 산의 깊고 신비한 모습에 절로 숙연해진다.

금강굴에서 내려와 마등령삼거리로 향한다.

새벽에 잠깐 내린 비가 먼지를 다 쓸어내렸는지 더없이 맑은 하늘과 구름이 기묘한 봉우리와 능선들을 더 빛나게 한다. 

마등령 가는 길은 걸음걸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에 취해 어느새 잡념을 잊게 한다. 

속초시가 보인다 

금강문 너머로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뒤로 대청봉, 중청봉 앞쪽의 1275봉...

화채봉 천화대...

세존봉과 화채능선 천화대

마등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조금씩 간식을 먹으며 올라온 탓에 막상 밥은 넘어가지 않는다.

지난주에 비해 기온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져 서둘러 일어난다. 이제 오세암으로 내리막이다.

마등령에서 1.4km 오세암 뒷모습과 만난다.

 계곡 따라 절 뒤뜰과 과 연결된 조금 어색한 통로를 지나 절마당에 들어선다.

오세암!

꼭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따뜻하고 편안하며 정갈하다. 

먼저 법당에 인사드리고 따뜻한 물을 얻으려는데 보살님의 안내로 점심공양까지 한다.

된장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 정말 맛있게 먹고 나니 불편했던 배가 편안해진다.

이제부터 한껏 몸이 가벼워 산뜻하다.

  오세암에서 나와 만경대에 오르다.

만경대.

 오세암 가는 길 이정표에서 우측 하행은 백담사, 좌측 오르막은 만경대로 향한다.

아찔한 만경대에 올라 또다시 풍광에 취하다. 

앞서 간 도반님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만경대의 선경을 지나칠 뻔했다.

만경대에서 내려와 영시암으로 간다.

영시암!

번잡한 가운데 무심한 듯 잡초를 뽑고 있는 스님과 예쁜 야옹이가 눈에 들어온다.

법당에 인사드리고 오세암에서 얻어 온 따뜻한 물로 커피를 마신다.

 백담사 가는 길.

아주 편안하고 아름답다.

백담사 계곡

드디어 백담사!

시간 여유가 있어 여기저기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세족!

 

  이번 트렉은 설악산이라 그것만으로도 넘치게 행복하다.

그런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내게 안긴 시간이다.

신흥사, 금강굴, 오세암, 영시암, 백담사를 지나며 마치 사찰순례를 한 느낌이다.

이런 귀한 선물을 안긴 방하에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선물이 또 있다.

새벽부터 아팠던 가슴과 배의 통증이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통증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보이는 풍광과 맑은 청량감에 감탄하며 트렉에 집중했다.

수려한 풍광에 수리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산의 위엄이다.

큰 산의 범접할 수 없는 매력에 압도당한다.

위대한 자연에 한없이 고개가 숙여진다.

큰 산은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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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렉일시: 2022.08.20(토) 08:31~15:13

트렉코스: 백운동 경로당~포밭재~백운산~지리산둘레길 8구간~백운동계곡~백운동경로당

트렉거리: 12.7km

 

 들머리를 찾기 어려웠다.

 경로당 주차장에서 보이는 백운산 방향으로 동네 주민이 알려준 대로 직진하다 보니 하산 지점으로 알고 있는 계곡이 보여 되돌아왔다.

 다시 자료를 검색하여 경로당 주차장에서 반대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표식이 없는 작은 주차장과 큰 주차장이 있다.

 이제 이해했다. 

 아래 주차장과 경로당 주차장 중간에 들머리로 가는 초입을 발견했다.

 여기서도 한참을 가야 한다.

 보이는 전봇대 표식과 파란 지붕 사잇길로 가다 보면 파란 대문을 지나 멀리 보이는 노랑 다리를 건너야 한다.

 노랑 다리를 건너 바로 좌측 농로길을 따라 포장도로가 나올 때까지 간다.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좌측에 혜원암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도로 양쪽의 들머리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이때 좌측 풀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저 멀리 조그맣게 노랑 리본이 보인다.

 

 풀숲을 지나면 임도처럼 평평한 길이 나온다.

 임도 끝머리에 산으로 오르는 돌무더기 급경사의 지저분한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리본 따라가면 코스가 나온다.

 비가 오기 시작하니 안개가 자욱하다.

 길이 단정하지 않아도 리본을 따라가면 무난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쏟아지는 빗속이지만 서두르지 않고도 바로 정상에 오를 정도로 길이 짧은 편이다.

왠지 성황당 같은 느낌의 백운산 정상.

나무 팻말이 인상적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황토에 경사가 심한데 가뜩이나 비가 내려 무척 미끄러러웠다.

비옷을 입었지만 세찬 비에 옷과 등산화가 모두 젖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지리산 둘레길 8코스와 연결된 지점이 나타나고 이후 길은 아주 편안했다.

지리산 둘레길 8코스는 참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여기서부터 길이 정돈되어 좋았고 조금 걷다 보니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산에서 들리지 않던 사람 소리가 계곡에서 날아온다.

 

 참나무 군락지와 만나는 첫 번째 계곡의 쉴 수 있는 바위가 안정적이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멈추어 비설거지를 시작했다.

흙탕물 투성이인 등산화, 양말, 모자, 비옷 등을 모두 계곡물에 빨았다.

잠시 쉬면서 비와 땀범벅인 몸을 가볍게 씻었다.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라 칭찬한 백운계곡.

 이후 하산길은 매우 편안한 길이다.

계곡은 비가 옴에도 휴식을 취하는 가족이 많이 보였다.

비가 그치니 물놀이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많이 몰려온다.

 

 시작할 때 들머리 찾기가 어려워 한참을 허비했고 초입에 축사 때문인지 냄새와 날벌레가 유독 많아 매우 힘들었다.

숲에 오르고 비가 오자 얼굴에 수도 없이 달라붙던 날벌레와 지독한 냄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길이 정돈되지 않아 지저분한 데다 비가 오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수풀을 헤치는 것도 버거웠다.

다행인지 거리가 짧아 쉽게 벗어났다.

그리고 계곡을 만나니 초반에 힘들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 모처럼 물놀이하는 기분으로 한참을 즐겼다.

비설거지도 하고 간식과 차를 마시며 운치 있는 계곡의 정취를 명당자리에 앉아 감상했다.

 

 길은

짧았지만 온몸이 젖은 후유증으로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는데 얼큰한 칼국수와 파전을 먹으니 추위가 물러갔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아주 산뜻한 트렉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무거운 트렉이다.

칼국수를 먹고 있자니 다시 비가 쏟아진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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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8.6.(토) 2022.08.06 07:15 ~14:47

트렉코스: 산내면 행정복지센터-탁삼재-오치령마을입구-산불초소-고추봉-구만폭포갈림길-구만폭포-구만암-가라마을회관

거리: 약 14km

 

밀양! 처음이다. 도전트렉 하면서 처음 만나는 장소가 대부분인 것 같다.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갈 때마다 내겐 우리나라도 참 넓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서부터  204km!

멀지 않다 생각하면서 2시간 정도면 도착하겠거니 했는데 막상 내비는 2시간  45분 이후에 도착한다고 나온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 겨우 예상시간 2분 전에 산내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 

행정복지센터에 주차하고 맞은편 도로로 직진, 다리를 지나 양촌마을 안내도가 있는 좌측방향으로 진행한다.

탁삼재로 가고 있다. 갑자기 주변에 축사가 있는지 거름냄새가 진동한다. 한참을 냄새에 절어 가다 보니 탁삼재가 있고 빠르게 통과하느라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가까이에 있는 집들이 꽤 있는데 어떻게 견디는지....

처음부터 아스팔트라니!

무려 5km나 걸었다. 

 오치마을 인근에 오자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찬다.

 "이렇게 더운 날에~~~"

 초장부터 땀에 절고, 숨이 턱턱 막혀 마치 온 종일 트렉을 한 듯한 느낌이다.

 오치마을 입구. 우측 시멘트길로 간다.

 오치령. 우측 화살표 방향으로 멀게 리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풀이 우거져 리본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풀을 스틱으로 헤치고 발로 눌러가며 들어선다. 칡넝쿨과 산딸기 줄기가 서로 얽혀 있어 손으로 잘라 가며 겨우 지난다.

산딸기나무 가시가 나를 괴롭힌다. 찔리면 아프다. 

 '집에 있는 전지가위를 가져올걸...'

 겨우 헤치고 나오니 과수원 둘레라 철망이 가로막는다. 여기도 가시덤불 투성이라 아주 힘들게 과수원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길지 않은 철망이라 그나마 긴장이 풀렸다.

 과수원을 통과하면 내 키보다 높이 자란 억새가 길을 막는다. 지도를 보며 산불초소를 향해 간다. 여기도 힘들다. 정글 탐험이다. 지난주엔 스파이더맨.... 이번엔 인디애나 존스.... 짧아서 다행이지 원!

 산불초소를 지나 이제야 숲으로 들어간다.

 '반갑다 숲, 만나기 어렵다 숲!'

 날이 덥고 이미 지쳐서 오르막이 쉽지 않다. 여기엔 거미줄이 얼굴과 입과 눈에 감기고 날벌레도 끊임없이 따라온다. 스틱으로 아무리 헤쳐도 거미줄은 바로 나를 휘감는다.

 '보물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찌 되었든 돌무더기가 보이는 첫 번째 고추봉에 도착. 무조건 쉬고 싶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전망에 서서히 기력을 회복한다. 걷기도 좋지만 휴식도 필요하다.

 귀여운 글씨 '고추봉'!

오히려 더 정겹다.

 이렇듯 반듯한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고추봉에서 바라본 전망. 여기에서 아침부터 쫄딱 굶은 허기진 배를 꾸역꾸역 채운다. 

'아, 밥도 안 넘어가네...'

 조금 먹다 말았다. 대신 물만 자꾸 들이켠다.

  자세한 이정표 대신 계속되는 '운문 지맥' 표식만 되어있다.

 구만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송백리 갈림길로 가야 한다. 여기도 운문 지맥.

 툭 트인 전망인데도 오늘은 덥게만 느껴진다.

구만산 갈림길에서 구만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면 구만 계곡길이 나온다. 얕은 계곡을 건너 숲을 지나 폭포를 향해 간다.

 이국적인 구만 계곡의 절벽과 구만폭포!

더위와 거친 봉우리들을 넘다 보니 힘들었는데 이 풍경을 보니 놀라웠다.

전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능선 경계를 두고 이렇게 다른 경관이 펼쳐지니 그저 경이롭다.

 '보물을 드디어 찾았다!'

 

 폭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고생하며 찾아온 보람을 제대로 느낀다.

 기운을 회복하여 다시 트렉을 시작한다.

높은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을 지나니 이곳만큼은 마치 거대한 산에 온 것 같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편안한 계곡과 숲이 이어지지만 아쉽게도 물은 거의 말라간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다시 더위가 몰려오고 비 오듯 땀이 흐른다. 숨이 막히고 머리가 띵하다.

 길가의 구만암!

 다시 마을로 회귀한다. 

원점회귀 지역인 산내면 행정복지센터 까지 가지 못하고 가라마을 회관에서 트렉을 마친다.

 더위에 지쳤는지 산길샘 종료를 1.5km 차로 이동해서야 하게 되었다.

 

 더위에 찌든 여름 산을 온전히 경험한 트렉이었다.

시작부터 후끈, 숲도 후끈,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식혀주지 못했다.

 계곡도 후끈...

 이렇게 힘든 트렉이 될 줄 몰랐다.

 

 그렇지만 이런 트렉을 끝까지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 또한 내게 좋은 경험이다.

멀리 가는 길 중에 만나는 하나의 어려운 과정이라는 느낌이다.

이 어려운 과정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다음 트렉을 당당하게 이을 수 있다고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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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렉 일시: 2022.7.30.(토) 06:12~16:22

트렉 코스: 연풍레포츠공원~연어봉~신선봉~마패봉~부봉(1봉-6봉)~고사리주차장~연풍레포츠공원

트렉 거리: 17km

 

오후 3시쯤에는 뇌우가 있을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이른 새벽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고사리주차장에서 사정이 있어 다시 연풍레포츠공원으로 이동하다 보니  6시가 지났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만남들이 이루어질 것인지 기대 반 긴장 반이다.

절대로 혼자 가지 말라는 당부에 그럴 거라고 하고 왔는데...ㅎㅎㅜ 혼자 가야만 하는 날이다.

연풍레포츠공원에 주차를 하고 출발이다.

공원 안에는 아직 잠들어 있는 캠핑족들의 텐트가 즐비하다. 

주차장과 이어진 좌측 길로 가면 연어봉 표지판, 이어서 오솔길과 임도의 갈래길이 나타나면 우측 오솔길로 들어선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풀숲으로 바지가 젖어 들어 스틱으로 헤치고 나아간다.  

이슬을 젖히며 어김없이 보이는 숲길의 멧돼지 흔적들을 지나고 오르니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밧줄도 있고 스파이더맨처럼 사지를 착지시켜야 하는 곳도 있지만 미끄럽지는 않아 순조롭게 올라간다.

물고기 입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봉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어봉이 산 정기를 들이키고 있는 듯하다.

07:14분.  신선봉, 부봉, 주흘산, 조령산.... 월악산.... 내겐 구분이 안 가는 봉우리와 능선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와우! 이 멋진 광경들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긴장이 풀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보너스로 불어온다.

연어봉 다음이니 신선봉일까? 

참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블로그에서는 못 본 방아다리 바위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정면 몸체에 붙어있는 게 좀 어색하다.

신선봉으로 가는 암릉길에는 갖은 형상들의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취하고 있다. 그중 몸체가 거의 절벽 아래로 향하고 있어 아찔함을 주는 노송...

길인지 아닌지 조심스레 가다 보면 길이 끊기고 절벽이다. 다시 길이 없을 듯싶은 곳으로 바위를 넘어가면 또 길이 나타난다. 앞선 많은 분들의 후기에 올라온 유명한 밧줄이 아닌 끈이 보인다.

분명 키가 좀 크신 분의 작품인 듯... 나는 다시 스파이더맨처럼 암릉에 붙어 몇 발을 간신히 딛고 끈을 잡고 오른다.

오를 때보다 오르고 나서 보니 아찔하다. 

뒤돌아 본 연어봉...

신선봉이 0.5km 남았다. 

길과 수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소나무 양 옆은 절벽...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 아닌 길로 가고 있다.

다행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아 스스로 놀라고 있다.

09:00. 여기까지가 힘든 구간이 많다고 들어서 일까 이곳에 오니 안도감이 든다. 

오늘 날씨는 덥지만 시계가 정말 좋다. 이런 날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신선봉 정상에 앉아 먹는 황도복숭아가 꿀맛이다. 

벌써 물과 음료수를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달달한 복숭아가 갈증을 해소시킨다.

잠시 쉬면서 능선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구름 색이 어두워지는 게 비가 내릴 것 같다.

신선봉 끝자락 길 직벽으로 떨어진다.

내려올 수 도 있을 것 같아 엎드려보는데 안전하지가 않아 바로 옆에 있는 직벽으로 우회한다. 

발 디딜 곳이 몇 개 더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괴산의 명산이라고 표지판마다 적혀있던데 명성에 흠이 가지 않으려면 몇 군데 안전장치가 보강되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다 처음으로 마주오는 노부부를 만났다.

일기예보 탓인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는 등산객이 없던 산에 사람 소리가 들리니 무척 반갑다. 

험한 곳이라 안전 산행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인사하고 지나친다.

시루떡바위도 넘어가고 드디어 마패봉으로

10:10  마패봉 반갑다! 여기서 부봉삼거리까진 어려운 구간이 없다고 들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 구름이 몰려온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올 것 같아 불안하다.

아직 부봉이 남았는데 여기서 부봉삼거리까지 가려면 4km,  2시간은 걸려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1~6봉은....

암릉 봉우리에서 뇌우를 만난다면... 생각이 앞선다... 그래도 한숨은 돌리고 가자! 남은 복숭아와 음료수를 먹고 걱정을 내리고 간다.

조용하고 편안한 흙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데크계단들도 만나고

다시 맑게 갠 하늘이 보이고 시야가 열리는 어느 계단을 오르는데 문득 눈앞에 슬그머니 움직이는 뭔가가 있다.

내 스틱 소리에 놀랐는지 세모 머리를 한 녀석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스르륵 계단 밑으로 사라진다.

데크계단에 올라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인적이 없으니 마음 놓고 몸 말리기 하고 있었나 보다. 

이제 자동으로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스틱으로 난간을 치게 된다.

두 번째로 세 남자분들을 만났다. 세모 머리 조심하라고 할까 말까... 이분들한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부봉삼거리 12:15 비가 오려면 지금 와야 하는데.... 부봉으로 올라가버리면 만약의 경우 중간에 하산할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12:29 흐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지만 시야는 가리지 않고 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잠시 앉아서 날씨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인다.

2봉가는 길. 비가 많이 내리면 여기서 쉬어도 좋겠다.  안쪽으로 꽤 넓은 공간이 있다.

12:46  2봉은 숲에 가려 전망은 별로 없다. 다시 빗방울이 멈춘 듯....

3,4,5봉 멋진 모습이 펼쳐진다. 

3봉에서 바라본 2봉. 스틱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다. 

3봉은 표지석이 없다.

 4봉 지나 5봉. 여기나 저기나 암릉이 가득하다.

소나무가 멋지다.

'이제 6봉만 가면 된다!'

5봉에서 보이는 6봉.

나무에 가려 있지만 수직처럼 보이는 철계단이 엄청 많다.

5봉을 지나고 나면 1봉과 6봉 사이의 중간에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하산로가 있다.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살짝 내리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6봉을 포기할 수 없다.

 월악산이 한눈에 보인다.

 6봉 오르는 중간에 보이는 먹구름과 푸른 산.

13:44  드디어 6봉!

나를 불안하게 했던 뇌우는 없다.

이 좁고 높은 봉우리에서 뇌우를 만난다면?

끔찍해서 생각도 하기 싫다.

정말 다행이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심이 된다.

이제부터는 비가 오더라도 즐겁게 맞으며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이런 것인가?

오는 내내 불안감을 주던 구름이 이제는 예쁘고 멋지게 보인다.

보이는 모든 곳이 장관이다.

 내 마음이 편안하니 하늘도 맑아진다. 

 내리막길에서 만난 조릿대와 자작나무 숲!

 14:52 드디어 숲을 나와 임도를 걷는다.

동화원 휴게소에서 한 손에 아이스크림과 다른 손에 냉커피를 들고 순식간에 들이켰다.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휴게소 주인이 권한다.

"좀 더 쉬다 가시지 그래요."

 세상에 내가 임도를 좋아하다니!

너무도 편안하고 모든 피로가 풀어지는 힐링로드!

잠시 왜 이리 좋을까 하고 생각하니 오늘 내내 혼자서 긴장하며 암릉을 오르내리니 많이 힘들었나 보다.

이 길을 걷고서야 내 고단함이 보였다.

만나는 사람들도 정겨웠다.

문경새재와 고사리 주차장을 지나 연풍레포츠공원에 도착.

 쉬운 길도 아니고.

곳곳에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암릉이 가득하고.

뇌우가 있다고 일기예보도 겁주고.

오가는 사람들도 없고.

.....

 

오로지 나 혼자서 이 길을 가는 트렉의 묘미를 맘껏 경험한 날이다.

생각했던 만큼 무섭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다.

뭐든지 부딪치면 이렇게 담담해지나 보다.

오늘은 수리와 길에 온전히 집중한 트렉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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