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7.2.(토) 08:36~16:55
트렉코스: 물한계곡~배걸이봉~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심마골제~물한계곡
거리: 16km
오랜만에 집에서 새벽에 출발했다.
무주 IC를 벗어나자 구불길이 시작되었다.
영동으로 향하는 구불길은 각도와 경사가 심한 길이 무려 한 시간 동안 이어져 내내 긴장했다.
알고 보니 깊은 고개를 두 개나 넘었다.
약간의 피로를 벗어나기 위해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경행을 하고 트렉을 시작한다.
B코스를 따라 각호산으로 향한다.
주차장에서 임도를 가다 보면 철문이 나온다.
블로그 상에서는 언제나 닫혀 있는 걸로 나오는데 웬일인지 열려 있어 얼른 들어갔다.
그런데 앞에서 트럭이 내려와 문을 닫으면서 묻는다.
"여자 혼자 거기 어디로 가요?"
"각호산으로 가는데요. 뒤에 일행이 있어요. 저는 발이 느려 먼저 가는 거예요."
그리고는 빠르게 걸어 거기를 벗어났다.
트럭 아저씨도 아무 말이 없었다.
사방댐 비석이 나올 때까지 임도를 걸으니 드디어 좁은 숲길이 나온다.
B코스 대부분이 거친 계곡길이다.
길이 중간에 잠깐씩 사라지지만 계곡을 따라가면 길이 나온다.
날벌레의 습격!
습한 기운에 작은 날벌레들이 얼굴에 달라붙더니 이제는 눈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무리 쫓아도 소용이 없어 모기와 진드기 퇴치용 스프레이를 각각 온몸에 뿌렸다.
배낭에도 안심할 수 없어 잔뜩 뿌렸다.
드디어 날벌레가 달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땀을 흘리기 시작하고 햇볕에 몸이 노출되자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달려들었다.
날벌레를 물리치니 웬 냄새람!
알고 보니 그것은 내게서 나는 냄새였다.
땀과 스프레이가 만나니 이런 고린내도 아니고 쉰내도 아닌 이상한 냄새가 난다.
누가 스쳐지날까 봐 마음 졸이기 시작한다.
괴롭다!!!
배거리봉을 지나 각호산으로 간다.
여러 갈래길이지만 이정표 바로 앞 계단으로 내려가 500m쯤 가다가 도마령 이정표가 나오고 그 맞은편의 리본이 달린 길로 돌아 들어가면 바로 각호산 비석이 나온다.
도마령으로 가지 않기를!
알바의 경험입니다.
푸른 하늘에 수제비 같은 구름이 장관이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가다 보면 위령비와 이용되지 않는 휴게소가 나온다.
특수부대 훈련 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군인들을 위로하는 곳이다.
경관이 압권인 민주지산!
사방에 막힌 곳이 없고 쾌청한 날씨에 모든 능선이 자랑을 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각호산 이전까지는 나 혼자였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 가는 길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 스칠 때마다 그것이 걱정되었다.
'꾸릿한 냄새'
천만다행인지 만나는 사람들도 더운 날씨에 땀범벅이고 후끈함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에 절은 냄새가 풍긴다.
'하늘이 도와주는군!'
민주지산을 지나 석기봉으로 가다가 반가운 도반님을 만났지만 반대방향으로 스치기만 했다.
아주 반가웠다.
석기봉으로 가는 길에는 밧줄을 잡아야 되는 곳이 5곳 정도 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지 이정표와 길이 말끔하다.
석기봉의 경관도 매우 수려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참을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석기봉 근처에 마애불이 있다는 정보에 앞서 가는 분들에게 물으니 자기들이 아는 곳이란다.
그래서 안심했는데 결국 그분들도 마애불을 찾지 못했다.
알고 보니 맞은편에서 오면 잘 보인다는 말에 약간 아쉬웠다.
삼도봉에 이르니 밀가루 반죽 같은 구름이 보이고 커다란 데크에 압도되어 여기가 봉우리 인지 아니면 세 개의 도가 만나는 곳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삼면으로 된 비석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서 황룡사까지 4.4km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더 길다.
내려오다 보면 계곡길이 한참 이어지고 계곡을 직접 건너야 되는 곳이 두세 군데 있다.
이때 발을 담그면 피로가 풀어진다.
이후부터는 계곡 보호시설로 철망이 있어 발을 담글 수 없다.
아주 작은 규모의 황룡사!
대웅전 밖에서 인사드리고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모 산악회 회원들이 자꾸 묻는다.
"왜 혼자 오셨어요?"
"일행이 이 산에 있지만 각각 홀로 다니는 프로그램이라서 그래요."
그렇게 말해도 내가 홀로 다니는 것이 못 미더웠는지 자꾸 따라온다.
한편으로 마음 써주니 고마웠다.
걷는 중간에 도반님의 전화를 받았다.
"저 먼저 마치고 갑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그 소리를 듣더니 산악회 회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아니, 같은 일행인데 어떻게 얼굴도 안 보고 가요?"
"우리는 그렇게 해요."
아무래도 이해를 못 한 듯싶다.
그래도 나는 빙긋이 웃어넘겼다.
더위와 꾸리 한 냄새 때문인지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전날 직장에서 야영 활동으로 자정에야 들어와 쉬지 못하고 나간 것이 누적되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든 가운데서도 무난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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