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트렉하면 새로운 코스에 좀더 인내심이 필요하고 뭔가가 요구되는 그런 것인가 했다.

아니다 혼자하는 트렉이다. 주어진 몇몇 코스 중 선택해서 가되 오로지 홀로 가야 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하트렉을 다닌 이래 정식 트렉코스를 한번도 혼자서 한 경험이 없다. 항상 동료들과 함께였고 미션트렉같이 각자 해야 할때는 남편이 옆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산에는 평생 한번도 혼자 간 적이 없다. 당황스러워 최근 같이 트렉했던 동료분들에게 전화해서 어떠신지 살펴본다. 다행히 그분들은 다들 혼자 다닌 경험들이 많고 괜찮으신 것 같다.

 

오전 8시10분쯤에 영광 불갑사주차장에 도착했다. 혼자라는게 어색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우리 여기서 만나면 안되는 거지" 한다. 위땡땡님이다. 경행도 집에서 하고 왔다 하며 곧바로 불갑사쪽으로 가버린다.

 

주차장맞은편에 있는 운동장같은 넓은 잔디밭으로 이동해서 준비운동과 경행을 했다. 혼자서 왔다갔다해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푸른잔디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오늘 돌아볼 코스

주차장~불갑사~덫고개~노적봉~법성봉~투구봉~장군봉~노루목~연실봉~구수재~용천사~모악산~태고봉~나팔봉~주차장(약 13km)

이제 출발이다 상사화길 따라 봉우리 봉우리로

불갑사로 오르는길 아직 상사화가 만개하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봉오리상태, 그 중 유일하게 한군데 꽃이 피어있다.

 

불갑사

대웅전부처님이 남쪽이 아닌 동쪽으로 앉아계신다. 들어가서 인사드리고 오늘의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시라고 기도하고 나온다.

 

 

불갑사 왼쪽 뒷편에 있는 덫고개 가는 길이다 초입은 계곡 물길이 잠깐 이어진다

 

덫고개 지나 노적봉에서 바라본 전망, 이제 능선인가 보다

 

장군봉지나 연실봉 가는길, 안전한 길과 위험한 길이란 안내표지판이 있다. 그동안 편안한 길을 지나왔다는 생각에 위험한길을 선택했다. 조심스러웠지만 사방으로 전망이 확트여 시원하다.

 

이제 연실봉으로 간다.

해불암

중간에 서해바다 노을이 멋진 곳이라 하는 해불암을 바다가 보고싶어 들렸다. 아무도 살지 않는듯 입구부터 찾기 어렵게 잡초만 무성하고 숲이 우거져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다.

드디어 간간이 사람소리가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만나면 불편했는데 반갑다. 이 산 속에서 혼자 걷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마주하지는 않아도 근처 어딘가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도 좋다고 여겨진다.

불갑산 정상

연실봉에는 몇몇사람들이 와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원밀과 사과로 점심을 대신하고 구수재를 거쳐 용천사로 간다. 꽃무릇 상사화길이다 아직 꽃봉오리들만 가득 덕분에 번잡하지 않은 트렉을 하고 있다.

용천사

용천사

용천사 담장에 있는 이 아이가 궁금해서?

오늘 트렉코스 중 2번째로 만난 용천사 꽃길 상사화 온산이 꽃무릇인데 다른곳은 여전히 봉오리 상태이다

이제 모악산으로 가야 하는데 표지판이 명확하지 않다. 용천사 뒷길로 전진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부부에게 물으니 모악산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 지도는 순환코스처럼 되어 있는데 ... 잠시 알바했나 다시 되돌아 구수재쪽으로 가서 모악산에 오른다. 나무들로 전망이 가려 보이는게 없다.

모악산정상 표지판만 있다

곧바로 태고봉과 나팔봉으로 향한다.

이곳은 정말 인적이 없는 곳 같다 수리를 읽으며 걷다보니 이 숲속에 있는 새들과 나무와 벌레들이 느껴진다. 내가 이들의 고요함을 깨는것 같아 딸랑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땅이 파헤쳐진 곳을 지날땐 대화가 안되는 누군가를 만날까 또 딸랑이를 흔들며 지나간다.

하산길은 급경사로 조심스럽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안이 벙벙하고 다른곳으로 왔나 잠시 혼란스러운게 텅비어 있던 잔디밭까지 차들이 가득하다. 화장실쪽에 주차했던 내차를 발견하고 안심 아직 시간여유가 있다. 그러고보니 화장실 뒷쪽에도 덫고개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오후라 그런지 아무도없어 조금 올라가니 길이 잘 가꾸어져 있고 예쁘다. 주차장이 보이지 않을 쯤에서 팔단금으로 트렉을 마무리한다.

 

도전트렉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산과 숲과 나무와 새들과 보이지 않는 생명들과 만났다. 어느덧 출발할 때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별 생각없이 수리를 읽으며 걷기도 하고 불쑥 선생님 강의 내용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번도 홀로 산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기도 하고 나이만 많이 먹은 내가 보이는 시간들과 마주하기도 했다.

 

지루할 틈없이 아니 따라가기 바쁠정도로 언제나 새롭고 기대되는 방하트렉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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