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땅끝마을 해남과 강진에 걸쳐있는 주작산~ 덕룡산 도전.
4월 첫 주로 접어든 때라
봄기운이 완연하다.
도전형 트렉으로 지정된 곳이라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다.
불평없이 담담하게 걷기.


나는 오소재에서 출발한다.
산악회 사람들도 제법 많다.
그리고 외길인데 반대편
소석문 쉼터에서 새벽에
출발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 길을 비켜주게 된다.
덕분에 진달래도 더 보고
멀리 다도해를 보게 된다.


초반에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
이제 나도 도전트렉에 적응을 해
가나 싶어 잠시 기쁨도 누렸건만...
암릉구간이 반복되고 마주오는 사람들과 자주 부딪치게 되니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래도 진달래 핀 주변풍경을
보니 곧 마음은 편안해진다.


오르내리는 고개가 계속 나오고
돌길을 계속 걸어야 하지만
그 힘듦을 진달래 풍경이 날려준다.


마음이 힘들거나 생각이 많은
사람은 주작산 공룡능선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
몸은 고달픈데 마음은 편해진다.


뒤돌아보니 어떻게 저 길을
걸어왔나 싶다.
꽃도 있고 사람도 많아
그나마 숨돌리며 걷는다.


암벽타기와 돌길을 계속 걷고
모처럼 만난 흙길. 너무 반갑다.


덕룡산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주작산에 비해 수월한 듯하나
가다 보니 역시 만만치 않다.


'혹시나 쉽고 편한 길이 나오려나?'
'조금만 더 가면 끝나려나?'
이런 기대를 아예 할 수 없게
만드는 공룡능선이다.
기대가 없으니 마음도 조용하다.


바위를 붙들고, 로프를 잡고
오르고 내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덕룡산 정상 동봉이 나타난다.


동봉~ 서봉~ 소석문 쉼터로
가는 길도 인내심을 갖고
정신을 차려 걸어야 한다.
무릎도 시큰거리고 발목도
무리가 오지만 무사히 하산.


새벽에 움직여 9시간을
산에서 머물며 보낸 하루.
위험하고 힘든 길이라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시간.
그렇게 내가 마주한 것과
한 몸으로 뒹굴어보는 경험도
우리 인생에 필요한 것같다.

오늘 고생했다고, 잘 했다고 진달래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같다.

오늘은 완주 장군봉으로 간다.
새벽부터 빗소리가 들렸지만
그러려니 넘기게 된다.
트렉하면서 생긴 마음습관.
'날씨가 어떠하든 그냥 한다.'
오염되지 않은 시골 풍경을
보며 구수리마을에 도착.

밤새 비가 와서 개울에 물이 많다.
비로 씻겨진 공기는 신선하다.

가랑비를 맞으며 폭신한 흙길로
걷기 시작한다. 기분이 참 좋다.
흙이 유실되어 드러난 뿌리와
엉성한 숲이 남같지 않다.

진달래가 비바람속에 피어있다.
낙엽이 쌓인 흙길을 따라 간다.
마음이 편안하고 몸도 가볍다.

마냥 즐거운 꽃길도 끝난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올라간다.

로프와 계단이 잘 되어 있어
바위를 타는 것도 괜찮다.
다만 빗길이라 미끄럽고
안개로 시야가 사방이 막혀
고생하고도 아쉬움이 남는다.

심한 비바람 속에 암벽을
타야했던 원주 감악산 트렉.
그보다 훨씬 구간이 길다.
그나마 비가 세차지 않고
춥지 않아 안전하게 한다.

암벽타기가 재미있다는
율이한테 딱  좋은 트렉이다.
가족이나 청소년들이
극기훈련으로도 좋을 것같다.

정말 장군봉까지 올라오면
장군과 같은 용기와 인내를
길러갈 수 있을 것같다.

"장군"이라는 이름에 맞게
큰 표지석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졌다면 반전이다.
너무나 단순한 표지석.

비바람때문에 서둘러 내려간다.  
오늘은 원밀로 아침식사를 하고
레시피 환과 물만 먹고 걷는다.
마음은 경쾌하게, 속은 가볍게.

두꺼비 바위
해골바위

해골바위를 지나 내려오는
길은 시원한 계곡물이 있다.
여름에 와도 좋으리라.

드디어 다시 만나는 흙길.
오늘 장군봉 트렉 잘 했다.
도전트렉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걷어졌고 적응해 간다.
의욕은 높으나 준비없이
무모하게 덤비는 냄비같은
열정을 나에게서 본다.
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목표점까지 차근차근
챙겨가는 인내와 집중,
그리고 몸과 마음에 힘빼기가
나에게는 필요하다.
트렉을 할 수 있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낸다.

제주 동부와 서부의 오름이
선택지로 나왔을 때
숲이 좋고 많이 알려진 동부를
두고 처음 가는 서쪽을 택했다.
비바람이 심해 9시 넘어
출발지인 바리메 주차장에 도착.

다행히 빗줄기는 약해지고
처음에 쭉 뻗은 숲길을 보니
찬바람과 짙은 안개도
모두 좋아보인다.

그런데 차츰 걸어가다 보니
오리무중에 빠지는 듯하다.
갈라지는 지점에 이정표도 없고
안개와 비바람때문에
길 찾는 게 쉽지 않다.
오늘은 안전하게 동행자를
뒤따라 걷기로 한다.

낮은 경사지만 계속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에 검은들먹오름이라 알려주는데 표지석도 없고
오름이라 느껴지지도 않는다.

서둘러 뒤따라 다시 걷는다.
길이 미끄럽고 덩어리진 흙이
신발에 붙으니 다리가 무겁다.
지대가 높아지면서 손가락이
시리고 굳어진다.
이러다 동상 걸리겠다 싶어
더 빨리 걸어본다.
제법 올라간 듯한데
한대오름이라고 한다.
역시 표지석도 없다.
주변도 보이지 않는다.

쉴틈도 없이 한라산이 보인다는
1068미터 노로오름으로 간다.
급경사는 아니어도
계속 올라가는데다
기온이 점점 떨어져서
젖은 발가락이 시려온다.

물러날 수도 없다.
비바람이 더 심해지기 전에
부지런히 가는 수밖에.
다행히 오늘은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앞으로 걷는 데만 집중한다.

드디어 노로오름.
그나마 표지석이 있지만
사방 주변은 볼 수가 없다.

여기서 동행인이 제안한다.
길도 미끄럽고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지 말고 가까운
1100고지로 빠지는 게 좋다고.
망설임없이 따르기로 한다.

노로오름에서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으로 나오게 된다.
거기서 또 하나의 결정을 한다.
천아숲 둘레길로 나가는 대신
교통상 1076m 살핀오름을
거쳐 1100고지로 가기로.

그 때부터 고생길에 들어선다.
허벅지까지 올라온 조릿대.
무성하게 자란 조릿대를
한참 걸어도 길이 없다.
지도를 보며 살핀오름
근처로 갔지만 제대로 난
길이 없다.
계곡길도 심하게 파여있다.
조릿대 밑에 돌이 있거나
움푹 패인 곳도 있어
몇번이나 넘어지기도 한다.

한참 조릿대 숲에서 고전하며
순간 후회가 올라온다.
노로오름에서 원래대로 바리메오름으로 하산했더라면...
한라산 둘레길로 갔더라면...
그런 가정은 필요없는 생각인데..
얼른 마음을 추스린다.

드디어 도로가 가까운 곳이다.
내 인생에도 없는 길을 만들며
막막한 시간을 견뎌내는 때도
있었겠거니 생각해 본다.
1100고지 휴게소로 나오니
찬바람에 상고대가 맺힌다.

힘들게 1100고지로 나오니
이런 선물도 있고 반갑다.
안전하게 트렉을 마친 것도
고맙고 길을 찾아 내려오게
해 준 동행인도 고맙다.

1100고지 휴게소에서 본
한라산국립공원 안내도.
노로오름만 나와있다.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된다면
오늘 못다한 서부 6개오름을
맑은 날 가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눈보라치는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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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리산 바래봉을 오른다. 지리산 국립공원 남동쪽에 있다.
남원 전북학생수련관에서 출발.

산 입구에서부터 강하게 풍겨오는
솔향을 맡으며 기분이 참 좋다.

세동치까지 2km는 계속 올라간다.
그래도 솔숲과 조릿대를 보며
오름길의 노고를 달랠 수 있다.

드디어 세동치에 도착.
능선으로 올라서서 한숨 쉰다.

바래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산 아래 마을과 시원한 전망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다 좋을 수는 없는가 보다.
청량한 솔숲이 빨리 끝나고
사방은 아직 겨울의 흔적이
가득하다. 아쉽다.

순간 내 마음을 본다.
매 순간 좋다, 싫다를 느낀다.
소나무는 좋고 낙엽이 진 활엽수는
볼 것이 없다고 실망한다.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한 발 한 발 걸어보니
갈대밭도 좋고 흙길도 폭신하다.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

지난 주 광양 백운산은
정상으로 부지런히 달렸고,
바래봉은 잠시 멈추어
사방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다 홀로 걷다보면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아직 때가 일러 철쭉꽃은 없지만...

편안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팔랑치 도착.

긴 능선길이 단조롭다 싶을 때
드디어 주목숲도 보인다.
겨울을 지난 탓인지
푸른 나무들을 보면
더 반갑고 기운이 난다.

지리산 바래봉 일대는 원래 면양을
방목하던 목초지로 생태계가 훼손된
곳이란다. 목장이 문을 닫고 지금 생태계 복원중이라 하니 기대된다.

주목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발걸음도 가볍다.
초여름이라 느낄만큼 따뜻하다.

드디어 바래봉 정상이 보인다.
주변이 면양 목초지였다는
말처럼 평탄하고 넓은 땅과
탁트인 시야가 있어 좋다.

뒤돌아 본 바래봉 일대

바래봉에서 본 지리산 전망이
좋다고 한다.
날이 더 맑았으면....
철쭉이 필 때라면
이런 모습이었을거다.

바래봉에서 마음껏 사방을
둘러보고 내려온다.

용산주차장 하산길은
넓고 잘 가꾸어져 있다.
임도를 걷는 것같다.
그래도 가파른 길은
발가락이 아파 뒤로 걷는다.

막바지에 소나무들을 보면서
지친 다리의 긴장을 푼다.
오늘은 조용하게 홀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걸을 수 있는 좋은 하루였다.
오늘도 트렉해서 기운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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