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마산창원이다.
그래서 광양 하동은 먼 곳이 아니다.
해마다 매화마을의 장관이
이른 봄소식으로 tv에 나와도
직접 가 보지 못해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백운산으로 달려갔다.
매화마을을 충분히 볼 겸 쫓비산에서
백운산을 오르기로 했다.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절정이라던 누군가의 말을 믿고 갔는데...
동네는 홍매화 몇 그루만 피었고
겨우 꽃망울이 맺히는 상태이다.

아침 7시부터 혼자 출발한다.
매화마을은 평화롭고 좋다.





비록 매화마을의 장관은 못 봐도 한적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점은
또 좋은 것같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줄
알아 늘 그 순간에 자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홍매화 몇 그루만으로도 춘흥을
마음껏 즐겼고 쫓비산의 솔숲과
폭신한 흙길도 느낌이 좋다.
쫓비산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고
홀로 숲을 걷는 기분도 묘하다.


백운산 정상까지 12킬로.
갈 길이 멀다보니 부지런히
걷는다. 인생도 그러할까?
내가 분명한 목표를 가지면
많은 번뇌와 머뭇거림으로
괴로울 일도 없는 거구나 싶다.


갈미봉 천황재를 지나 매봉을
향해 다시 걷는다.
이 구간은 솔숲도 지나고
흙길을 따라 걸어서 흥겹다.



활엽수 구간에는 종아리까지
빠지는 낙엽길을 따라 여러
고개길을 지난다.
황량한 마른가지를 보며
제법 쌀쌀한 바람을 맞고
걸으니 인내심이 필요하다.


567m 매봉에서 1222m인 정상까지
3.6km를 오르내리는 최장애구간.
마침 바람이 쌀쌀함에서 최강풍이
되어 정상까지 가는 능선길이 엄청
위험했다. 나무를 붙들고 바위를 붙들지 않으면 사람이 날라갈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정상을 1.3킬로 앞둔 지점에서 오르내릴 때는 관음사코스로
한라산 정상에 오를 때만큼
한 걸음 한 걸음에 힘을 낸다.
한참 걸어도 200미터 겨우 줄어들고...
'간절하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상에서 진틀마을 하산길은
3킬로 넘는 짧은 구간이나
끝없는 계단길을 시작으로 해서
바위 너덜길을 걷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잠간 방심하는 사이
리본표시를 확인 안 하고
너덜길 중앙으로 이탈하여
길없는 곳에서 바위타기를
한동안 했다.
그리고 뒤로 미끄러져 바위에
뼈가 크게 부딪혔다.
다행히 일어설 수 있었고
걸어서 내려올 수 있었다.
오늘은 강풍에 시달리고
길을 잃고 낙상까지 했지만
안전하게 귀가한 운수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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