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기억나지않는다...
3일째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숙제 해야겠구나...'
기억을 더듬기 시작해 보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대체 어딜 가서 뭘 보고 온걸까...
보통 기억을 되찾아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진이였는데
비로 인해서 사진도 거의 없어서
난감하다.
그래서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 지도위에 몇장있는 사진속
시간을 넣고 거리를 계산하고
그 어디쯤 그 시간속에 내가 있었구나 ...로 기억을 더듬었다.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을 가기위해
산악회버스를 타고 새벽3시쯤
설악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보통나는 12킬로 넘는 순간 나의 무지외반증으로 발 통증이 시작되고
간간히 발가락과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고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뭔가 다른 산이라는 생각에 발과종아리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시작한다.
산길샘 시작시각이 새벽 3시35분
헤드렌턴을 켜고 어둠속을 걷기 시작한다.
1시간 못 되어서 비선대 도착
빗방울이 굵어지기전에 비옷과 스틱을 준비하고 금강굴방향으로 마등령삼거리를 향해서 오르기 시작한다.
시작인가보다..

나의 힘든 걸음으로 이미 사람들은
앞다투어 지나가 버리고 홀로 렌턴불빛에 의지해서 천천히 걷는다
간간히 뒤돌아 본 길은 차라리 내 발밑만 볼수 있어 다행이다 싶을정도로 미친 경사다.
어디선가 둥둥둥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고 뒤돌아 보고..
무서움보다는 뭘까 생각하다가
내 심장소리라는걸 아는 순간,
웃음밖에 안 나왔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보는 순간이였다.
나는 늘 무서움과 두려움이 오기도 전에 미리 방어벽을 친거였다.
나는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그냥 한발한발 뚜벅뚜벅 갈뿐이다.

30분쯤 올랐을까..
어둠이 걷히고 안개가 약간 걷히면서 내 앞에 나타난 공룡능선이다.
한폭의 그림 같았다.
사진을 못 찍어서 슬프다..

가도가도 마등령삼거리는 나오지않는다...
나의 계획대로라면 마등령삼거리까지는 적어도 8시에 도착 해야만한다.
심장이 터질거같았고 두통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타이레놀 2알 먹고 조금 쉰다.
겨우 마등령삼거리까지 와서야
안도감...마등령오름길은 죽음의길처럼 힘들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다시 출발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안개로인해 보이는 경치는 없고...
그냥 생각없이 두발에 수리를 넣고 뚜벅뚜벅 걸을뿐이다.

마등령삼거리에서 무너미고개까지 오는 길은 저 사진속 처럼 지지대에 의지한채 오르고 내리는 길이
10곳은 넘을꺼 같았다.
저번주 갔다온 대둔산의 돛대봉을 넘지 않았다면 이번 공룡능선길이 더 힘들었을 꺼다.
지지대라는 의지할곳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 할 따름이다.
신선대에서 보이는 공룡능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들었지만 안개로 아무껏도 보이지 않아 신선대를 지나온건지 아닌지도 모른채
땅만보고 걷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 내리막길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신선대를 지났구나 싶었다.
엄청 긴 난간을 잡고 위험한 경사길을 내려가야한다.
두려움이 오기전에 나는 버스를 놓치면 안될꺼 같다는 생각만으로
성큼성큼 지지대를 잡고 내려간다.
기특한 나를 되돌아 볼 시간도 없이
나는 다시 땅만보고 달렸다.
무너미고개 이정표에서 비선대까지
5.3km 양폭대피소까지 1.8km
큰소리로 수리를 외치면서 걷고 또 걷는다.
천불동계곡이다.
작년 10월에 방하에서 천불동계곡으로 왔던 기억이 났다.
조금만 가파른 계단도 살금살금 걸었던 내가
지금은 뛰어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런 내가 신나서 또 뛰어간다.
비경은 못보고 왔어도 안개자욱한 비오는 공룡능선에서
나는 나만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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