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일주문과 청동불상, 불상 안에 작은 법당이 있다
신흥사 대웅보전과 경내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이 참으로 궁금한 데 트렉하는 날 비예보가 있다. 혹시라도 비로 인해 등산로가 폐쇄되는 일은 없겠지 부터 종일 우중트렉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쩌지라는 염려를 누르고 9.24일(금) 오후 3시 반 쯤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는 화창하기만 했던 날씨가 설악동에 오니 이미 한차례 비가 온 듯 하다. 그냥 내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케이블카를 타고 마등령을 보러갔다. 운무가 멋지게 가득 차있어 시야에 들어오는 게 없다. 내일 트렉하는 동안 만날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어서 신흥사 경내를 돌아보고 법당에 들려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숙소로 향했다.

 

일시: 2021.9.25(토)

코스: 설악산 소공원~비선대공원지킴터~마등령삼거리~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비선대

 

원래 계획은 오전 2시반에 출발하는 것인데 비가와서 무리인듯 싶어 숙소에서 경행하고 소공원에서 새벽 4시가 다되어 출발이다. 렌턴 불빛에 의지해 비선대 지킴터를 지나 마등령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다. 출발시 잠시 멈췄던 비가 다시 슬슬 내리기 시작하고 불빛이 저 앞에서 보이는데도 제 길을 못찾고 헤메기도 하고 계단은 높아서 스틱을 사용해야 하고 어둠속에서 긴장이 바짝된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행여 실수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집중한다. 어디쯤 왔을까 날이 밝아오고 운무에 걸친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안도의 숨과 함께 배가 고파진다.

오전 4:03 비선대방향으로 출발 오전 6:23 어둠이 걷히고 눈앞에 펼쳐진 마등령 가는길 풍경
오전 8:30 마등령길, 8:38 마등령 도착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약 3km 정도는 가파른 돌계단 길로 오르고 또 올라야 된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에 걸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 힘들다고 생각 할 겨를 없이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데크계단 길이 나타나고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공룡능선길 오전 8:52
공룡능선길
공룡능선길 오전 9:03

 

오전 9:24
오전 9:24

 내겐 통과하기 참 어려웠던 장소이다. 사진으론 너무 가까이 찍어 표현이 안되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고, 저 가운데길을 넘어가야 한 구간을 지날 수 있는데 너무 높다. 아래는 절벽으로 지지대로 막아놨고  위로는 쇠막대같은 지지대기 겨우 있긴 하지만 참 정말 극기 훈련도 아니고 어떡하나 하며 한참을 망설이다 진정하고 겨우 넘을 수 있었는데 넘고나니  숲이다. 

 

오전 10:11
오전 10:50~10:53 촛대바위?(우)
오전 11: 52 

능선길 어디쯤 눈앞의 전망이 마치 커다란 정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여기서 점심식사도 하고 좀 쉬기도 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쉼없이 내리고 있다. 비옷을 입었지만 땀인지 물인지 분간 안 되는 물기로 온몸을 적신 상태로 휴대폰 주머니안에도 물기가 있다.  다행이 빗줄기가 굵지 않아 견딜만하다.

워낙 유명하고 큰산이라 그런지 비가 오지만 산에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도 단체 산행하시는 분들 인것 같다. 

오전 11:59 가운데 사이가 트렉길이다
오후 1:43 희운각 대피소

거의 10시간이 지나는 동안 필요한 공간을 만나기 어려웠고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대피소표지판을 보니 갑자기 급해져서 희운각대피소를 들렸다. 공사중으로 마땅히 쉴 곳이 없고 볼거리도 없다. 그래도 한결 몸이 가벼워져 기분이 좋아진다.

오후 2:23
오후 2:33
오후 2:42 천당폭포
오후 2: 42 천불동계곡

천불동계곡길은 저 아래 물줄기와 협곡처럼 펼쳐지는 계곡들이 이국적이면서도 꽤나 사납고 거칠게 느껴지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힘이 있다. 운무에 가려 설악공룡의 실체를 거의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 계곡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많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오후 4:10
오후 5:11 설악산 소공원

내겐 높은 바위를 오르내릴 때 느끼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이번 코스에 그런 구간들이 꽤 많았다. 후들거리는 걸 참고, 스틱을 던져버리고, 지지대를 잡아야 하는데 물에 젖은 장갑으로 인해 미끄럽기도 하고, 한군데 통과 할 때마다 안도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구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걸었다. 사실 운무로 인해 사진으로 보았던 그 많은 장대한 풍광들을 볼 수 없었는데도 그다지 아쉽거나 속상하지도 않다. 무사히 트렉을 마친 것 으로 족하고, 이렇게 온종일 비오는 날 조차 많은 사람들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듯한 큰설악산이 나를 들여다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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