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1. 9. 18.(토)

코스: 병풍폭포-깃대봉-왕자봉-형제봉-송낙바위-시루봉-광덕산-옥호봉-매표소(16.2km)

 

강천산은 트랙코스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거나 좀 편안하고 싶거나 날씨가 좋지않아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 때 등 아쉬울 때마다 찾았던 내겐 쉼터같은 산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차례 다닌 산이지만 부분 코스별로 나누어 다녔고 전 구간 종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코스를 다 알고 있다 생각하니 별 부담은 없었지만 거리가 있어 오전 8시10분경 부터 트렉을 시작했다. 

매표소에서 500m쯤 지나면 인공으로 만든 병풍폭포가 있고 그 끝지점 우측에 등산 안내도와 그 옆으로 깃대봉 올라가는 들머리가 있다.

 

 깃대봉 갈림길과 전망
깃대봉과 왕자봉 가는길

깃대봉에 오르는 길은 약 600m정도로 짧은 구간이지만 경사가 꽤 있는 편이어서 두세번 숨고르기를 해야한다 . 이후 형제봉과 왕자봉으로 가는 길은 산책길처럼 평탄하다.

 

왕자봉 삼거리

여기서 왕자봉까지는 200m,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서 형제봉쪽으로 가야한다.

 

호남의 소금강 강천산 왕자봉(583.7m)

세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암반위로 깨끗한 물이 흘러 강천이라 불렀고 강천산 강천사라고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던 왕자봉에서 바라본 전망. 오늘은 아무도 없고 풀벌레 소리만 들린다. 아마도 순창에 갑자기 집단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봉을 지나 북문 가는 오솔길 길목마다 도토리가 널려있다.

도토리가 발에 밟힐 정도로 지천으로 널려있다. 길 가장자리는 땅이 어지럽게 계속 파헤쳐져 있다. 배설물이 큰 걸로 보아 멧돼지들이 놀다간 흔적들 같다. 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혹시 멧돼지들이 도토리를 좋아하나 괜한 상상을 해본다.

금성산성 북문(천왕문)과 북문에서 바라본 추월산

오는 내내 숲에 해가 들지 않아 음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북문에 도착하니 갑자기 파란하늘과 흰구름이 눈부시게 나타나며 시야가 환해진다. 아 좋아라! 천왕문에 올라 저 멀리 담양호와 추월산을 바라보며 원밀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더 없이 만족스럽다. 잠시 후 예상치 못한 아저씨 두 분이 오셔서 도시락을 펼치며 같이 식사하자고 하는 바람에 쉼도 잠시 다시 송낙바위로 향한다.

송낙바위 가는길과 송낙바위 삼거리에서 우측 금성산성 쪽으로 간다.

 

금상산성(산성산 603m)과 전망

 금성산성에서 운대봉 북바위 가는길

금성산성은 해발 350m~600m 능선에 쌓은 산성으로 길이가 3km이며 고려시대 이후 입보용으로 사용된 성곽, 산성이라고 한다.

원형보존이 잘 되어 있는 이 성곽을 따라 가다 보면 우측사진에 보이는 운대봉 북바위를 만난다.

여름 뒷자락 아직 수풀이 우거져 성곽을 따라 가다 갑자기 길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자리이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살펴보면 성곽이 낮아 지면서 턱이있다. 조심스럽게 그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운대봉가는 성곽길 따라 오다 계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아 네 발로 내려와야 하는 곳(위의 사진과 연결된 부분)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산성길
운대봉을 넘어가야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나타나는 반가운 길

운대봉은 여기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길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아래길로 내려가서 다시 수풀을 헤치고 가다보면 동문삼거리라고 빨간페인트로 표시해놓은게 보인다.





 

 

운대봉에서 동문, 드디어 광덕산이란 표시가 보인다. 그리고 시루봉

동문에서 시루봉 가는 길은 수풀에 가려 발 밑이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스틱이 생각나고 발 밑에서 밟히는 생명체가 없길 바라며 딸랑이를 흔들며 지나간다.

이 구간은 강천산에서 광덕산으로 연계되는 구간으로 딱히 관리가 안되는 곳 인듯 싶다. 강천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광덕산은 그냥 일반산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우측은 산성산 시루봉 정상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시루봉 앞에서 바로 헬기장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광덕산이란 표시가 없어 망설였던 장소.

헬기장 가는 길

 

헬기장과 좌측 살짝 보이는 광덕산 올라가는 계단
광덕산 578m
광덕산에서 바라보이는 전망 

원래 제시된 트렉코스는 신성봉에서 전망대 방향으로 가서 강천사로 가게 되어 있지만 그 곳은 이미 여러차례 가 본 곳이어서 오늘은 오전에 계획한 대로 옥호봉으로 간다.

오후 2시 30분, 2.4km 남았으니 여유가 있다.

옥호봉 가는길
신선봉에서 옥호봉 오는 길에 넘어온 작은 능선들 

금방 도착할 것 같았던 옥호봉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오르고 내리고를 5,6번 이상 반복한 후에야 옥호봉이 보인다. 광덕산이 거칠고 힘들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간들이다.

 

옥호봉 415m

강천산 종주코스에서 정상석이 있는 곳은 왕자봉과 금성산성(산성산) 뿐이고 나머지 봉우리들은 모두 이정목으로 되어있다.

아래 계곡에서 드디어 사람 소리가 들린다.  16km를 걷는 동안 출발시 아저씨 한분, 왕자봉 가는길에서 가족 한팀, 북문에서 남자분 둘, 금성산성길에서 부부 2쌍과 강아지, 그리고  한 여성분이 수풀이 우거진 곳을 지나며 "여기 산삼 나올 것 같지 않아" 하는 바람에 웃음이 튀어나오기도 한 젊은팀 6명, 그리고 광덕산 내리막길에서 아저씨 한분이 트렉 내내 스친 인연의 전부다. 

이제 3번째 혼자 해보는 도전트렉이다. 

불안감이나 어색함은 생각보다 많이 사라졌지만 오늘은 유별나게 온 산이 어지럽혀진 발자취와 배설물, 파헤친지 얼마 안되는 듯한 구덩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젠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셀카봉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수료소감을 찍어야 되는데 혼자서 하니 잘 안되고 게다가 휴대폰은 저장공간 부족이라고 동영상이 자꾸 멈춘다. 같이 하면 바로 해결 될 것인데 하는 것도 부질없는 생각이다. 수리에 집중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생각들이 불쑥 올라오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트렉이다.

 

계곡 건너 옥호봉 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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