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1. 10. 9.(토)

코스: 상원사주차장~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두로령~북대암~임도~주차장

거리: 16.7km(실제거리 약14km)

 

숙소에서 터치와 경행을 하고 출발하여 월정사 매표소에서 주차비와 입장료를 내고 약 10km쯤 지나 상원사주차장에 오전 7시 경 도착했다. 성보박물관, 월정사, 템플스테이 등 매표소를 지나면서 보이는 죽 늘어선 건물들이  월정사 살림살이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멈추긴 했는데 여전히 흐리고 해가 나올 것 같지 않아 비옷을 챙겨 읽기트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5분 쯤 올라가니 우측에 한암, 탄허, 만화 삼화상 탑비와 부도전이 있다. 오래 전 한암, 탄허스님의 전기를 읽어본 적이 있음에도 이곳에 탑비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반가움에 눈 앞에 살아 계신 양 소리내어 스님을 불러본다. 

 

이른 아침 조용한 상원사 법당
상원사입구에 있는 목조상과 해우소 앞의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계단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으로 가는 순례길!

물기를 머금고 다람쥐와 곱게 물든 단풍이 반겨주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코스

  

중대사자암(위)과 비로전 앞에서 바라본 풍경

중대사자암 비로전은 가운데에 비로자나부처님과 좌우에 문수, 보현 보살님이 그 앞에는 문수동자상이 양쪽으로 모셔져 있고 화려한 입체 벽화가 벽면을 가득채우고 있다. 왠지 여기서 기도하면 문수동자가 뒤따라와 줄 것 같은 착각이 인다.무척 인상적이어서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촬영영금지로 되어 있다. 이제 오전 8:10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비옷으로 갈아입고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

적멸보궁 앞에 서니 숙연해진다. 나는 부처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까 매번 소원성취?만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7번 절하고 법당 3바퀴 돌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비로봉으로 돌린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 가는 입구가 보궁계단을 내려가면 좌측에 있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 가는길 (좌)과 비로봉(1563m) 10:30

적멸보궁에서 비로봉 가는 길은 난이도 상이라고 안내되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돌과 데크계단으로 되어있는 경사구간이다. 힘은 좀 들지만 거칠거나 위험한 구간이 없어 쉬엄쉬엄 가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는 게 오대산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실은 지난 2주 연속 설악산을 다녀와서인지 힘들다는 생각조차 없다. 비는 여전히 내리지만 보슬비보다 약한 안개비 수준이어서 시야가 없는 것 빼고는 괜찮다. 

산책길처럼 펼쳐지는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길 

오대산 정상부는 이미 가을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는 듯 나뭇잎이 거의 떨어지고 숲이 휑해지고 있다.

 

상왕봉 1491m

11:28 상왕봉(위), 대부분 비로봉에서 상원사로 원점회귀 하는지  좀 북적이던 사람들이 상왕봉 길부터는 거의 없고 한 두 사람이 지날 뿐이다. 안개비와 낙엽 쌓인 길을 혼자서 호젓하게 가는 기분이 꽤 괜찮다. 부처님이 모셔진 산이라 그런지 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이상하다. 두로령이 나와야 하는데 임도길이 나왔다. 먼저 내려오신 분에게 물었더니 상왕봉 삼거리에서 잘못 온 것 같다. 다시 두로령으로 부지런히 임도길 따라 발길을 재촉하는 수 밖에... 덕분에 예정거리보다 트렉 길이가 늘어났다.

백두대간 두로령과 그 옆에 있는 적설량 측정대
북대암
두로령에서 주차장가는 임도길(좌),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는데도 임도길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은 별 힘들이지 않고 다녀왔다는 생각이 드는게 설악산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대산은 적멸보궁이 있어서인지 트렉 내내 성지에 온 느낌이 강하고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 같았다. 어설프기만 한 내 공부가 언젠가는 무르익어 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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