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라 마음을 냈을 때 하려고 지난 주 공룡능선에 이어 설악산 서북능선을 트렉을 신청했다. 이번 주는 비 예보가 없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6시간 반을 달려 오색약수터에 있는 숙소에 오후 7시경 도착, 대리운전 예약을 하고 가능한 빨리 잠을 청했다. 베개가 머리에 닿는 순간 잠이 드는 잠버릇은 어디가고 설핏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새벽 1시에 일어났다. 지난 주 트렉 전에 수리 읽기를 못하고 트렉을 하니 머리가 개운치 않아서 이번엔 숙소에서 수리 읽기를 하고 출발하려고 조금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 터치하고 했는데 아 또 시간이 부족하다. 오전 2시 20분에 한계령 주차장에서 대리기사분을 만나기로 했기에 2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깜깜한 주차장에 대형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니 설악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약속한 기사분이 20분이나 늦게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자니 도반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덕분에 버스팀들이 거의 대부분 출발한 후 도반들과 준비운동과 경행을 하고 3시40분경 읽기트렉을 시작했다.

 

일시: 2021. 10. 2(토)

코스: 한계령휴계소~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남교리주차장(19.73km)

별빛이 수없이 반짝이는 주차장에서 한계령 삼거리까지는 1시간정도 걸린다. 역시 여기도 시작부터 계단이 가파르고 끝이 없는 듯 하지만 다행히 지난 주 마등령길처럼 어둠속에서 어디가 길인지 헷갈리는 구간이 거의 없다. 

 

귀때기청봉 앞서 출발한 사람들의 불빛이 보인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여기까지 밖에 볼 수 없다 조금 더 올라 갔어야 했나?

너덜구간과 길잡이 막대들

너덜구간 바위들은 마치 해변가 방파제에 있는 바위들처럼 크고 사이에 공간이 많아 제대로 걷기가 쉽지 않다.

 

공룡능선

오전 6:08 멀리서 보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호 저런 곳을 다녀왔다니 너무 멋지다!

공룡능선 맞은편 운해에 잠긴 설악
 어느새 단풍으로 물든 설악 서북능선과 운해 
귀때기 청봉 1578m

 맑을 줄 알았는데 운무가 빠르게 몰려오고 있다. 날이 더 따뜻해져야 공기가 위로 올라가 12시 이후에나 운무가 걷힌다고 한다. 이제 7:18  

 

대승령 가는 길 

너무 즐거워하는 젊은 청춘들이 분위기를 한결 업시킨다. 나도 살짝 껴서 사진한 컷 부탁하니 내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찍어 준 사진이 맘에 쏙 든다.

 

 

운무가 가득해져서 뭔가 빨려들어가는 느낌

 

대승령 방향, 밑에서 부터 70~80도 되어보이는 계단으로 쭈욱 올라가야 한다.

누가 공룡능선을 타고 나면 그 이상 어려운 구간은 없다고 했나!! 많다, 많아! 너덜구간도 실제로 보면 후덜거리고 여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망이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서 참을 만하다.

경사가 심한 계단에서 바라본 풍광

오늘은 마음껏 펼치는 서북능선의 화려한 단풍과 뾰족뾰족 솟은 봉우리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운무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수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할 만큼 풍경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는 구간들이다.

너덜구간부터 계속 이어지는 공룡능선

 공룡능선의 실체를 마음껏 보여준다 그래도 저게 다가 아닌 걸 그 안에서 겪었던 묘미를 떠올리면서 나의 실상이 정말 궁금했다.

거센 기상을 감추고 한껏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 
1408봉과 또 다른 능선

10:38 1408봉 도착  트렉속도 1시간에 1km 너무 더디다. '7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대승령이 3.2km나 남았네' 하니 사진 찍어주시던 분이 대뜸 '열심히 안하니까 그렇지' 하는데 가슴에 콕 박힌다. 트렉내내 떠나지 않은 말!

옆 사진은 단풍이 물들지 않고 푸른 것이 아마도 서북능선이 아닌 것 같다.

 

드디어 대승령 13:09 거의 9시간 반 걸렸다. 높은 봉우리가 백척간두 같은 능선도 었었고 빠른걸음이 떼어지지 않은 구간도 많았는데 사진으론 표현하기 어렵고 그런 곳은 카메라를 들이댈 엄두도 안난다.

여기서 남교리까진 8km 남았는데 별 볼거리가 없는 코스다. 이제 내리막 뿐이라고 반대편에서 오신분이 그랬는데 어찌된 건지 조금 내려가다 다시 오르고 오른다. 정말 팍팍하고 다리 아프고 힘든데 어느 도반님은 조금 먼저 출발한 내게 이 길이 맞냐고 휴대폰으로 물어보기 까지 하신다.

 

하산길 가운데 복숭아 폭포와 우측 폭포 윗부분

길고 지루한 하산길을 잠시 달래준 복숭아폭포 예사롭지 않은 자태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맨 뒤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다 그래도 계곡길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어 발을 담그고 세수도 해본다. 그리고 빠르게 걷는 발걸음에 수리가 제대로 익힌다. 덕분에 다리 아픈걸 잊었다.

서북능선은 대승령까지는 화려하며 기세등등하고 기기묘묘하게 느껴져 자주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밝은 분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하루다.

17:05 주차장에 도착하니 손을 흔들주시는 도반님들이 반갑다. 모두 산행버스팀으로 나홀로 먼길이라고 염려해주셨다.  다 끝났고 집에 가기만 하면 되니 괜찮다고 하며 17:40쯤 출발했는데 우 정말 ㅜ다. 출발하고 1시간쯤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졸음이 밀려온다. 살짝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 원주 휴게소에 들러서 10분 자고 출발. 잠시 후 또 졸려 졸음쉼터에서 10분. 또 어디 휴게소에서 졸음쉼터에서 반복 반복했다. 휴게소에서 커피라도 먹고 싶었는데 낮에 찬 음료를 먹고 배탈이 살짝 나서인지 입에 대자마자 역하고, 야간운전에 자동차 빨간 불빛들이 유난히 눈을 무겁게 한다. 그리 힘들지 않았던 지난 주와 너무 비교된다. 죽암휴게소에서 15분 자고 수리읽기 졸면서 30분하고 나니 좀 맑아진다. 버티고 견디며 집에 한밤인 1시 반에 도착했다. 처음 경험하는 졸음 고역! 그러고보니 트렉시작 준비부터 거의 25시간 눈뜨고 있었다. 잠 잘 시간을 훌쩍 넘기며 운전을 했다니... 역시 도전은 도전이다.

 

 

신흥사 일주문과 청동불상, 불상 안에 작은 법당이 있다
신흥사 대웅보전과 경내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이 참으로 궁금한 데 트렉하는 날 비예보가 있다. 혹시라도 비로 인해 등산로가 폐쇄되는 일은 없겠지 부터 종일 우중트렉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쩌지라는 염려를 누르고 9.24일(금) 오후 3시 반 쯤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는 화창하기만 했던 날씨가 설악동에 오니 이미 한차례 비가 온 듯 하다. 그냥 내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케이블카를 타고 마등령을 보러갔다. 운무가 멋지게 가득 차있어 시야에 들어오는 게 없다. 내일 트렉하는 동안 만날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어서 신흥사 경내를 돌아보고 법당에 들려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숙소로 향했다.

 

일시: 2021.9.25(토)

코스: 설악산 소공원~비선대공원지킴터~마등령삼거리~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비선대

 

원래 계획은 오전 2시반에 출발하는 것인데 비가와서 무리인듯 싶어 숙소에서 경행하고 소공원에서 새벽 4시가 다되어 출발이다. 렌턴 불빛에 의지해 비선대 지킴터를 지나 마등령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다. 출발시 잠시 멈췄던 비가 다시 슬슬 내리기 시작하고 불빛이 저 앞에서 보이는데도 제 길을 못찾고 헤메기도 하고 계단은 높아서 스틱을 사용해야 하고 어둠속에서 긴장이 바짝된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행여 실수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집중한다. 어디쯤 왔을까 날이 밝아오고 운무에 걸친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안도의 숨과 함께 배가 고파진다.

오전 4:03 비선대방향으로 출발 오전 6:23 어둠이 걷히고 눈앞에 펼쳐진 마등령 가는길 풍경
오전 8:30 마등령길, 8:38 마등령 도착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약 3km 정도는 가파른 돌계단 길로 오르고 또 올라야 된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에 걸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 힘들다고 생각 할 겨를 없이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데크계단 길이 나타나고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공룡능선길 오전 8:52
공룡능선길
공룡능선길 오전 9:03

 

오전 9:24
오전 9:24

 내겐 통과하기 참 어려웠던 장소이다. 사진으론 너무 가까이 찍어 표현이 안되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고, 저 가운데길을 넘어가야 한 구간을 지날 수 있는데 너무 높다. 아래는 절벽으로 지지대로 막아놨고  위로는 쇠막대같은 지지대기 겨우 있긴 하지만 참 정말 극기 훈련도 아니고 어떡하나 하며 한참을 망설이다 진정하고 겨우 넘을 수 있었는데 넘고나니  숲이다. 

 

오전 10:11
오전 10:50~10:53 촛대바위?(우)
오전 11: 52 

능선길 어디쯤 눈앞의 전망이 마치 커다란 정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여기서 점심식사도 하고 좀 쉬기도 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쉼없이 내리고 있다. 비옷을 입었지만 땀인지 물인지 분간 안 되는 물기로 온몸을 적신 상태로 휴대폰 주머니안에도 물기가 있다.  다행이 빗줄기가 굵지 않아 견딜만하다.

워낙 유명하고 큰산이라 그런지 비가 오지만 산에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도 단체 산행하시는 분들 인것 같다. 

오전 11:59 가운데 사이가 트렉길이다
오후 1:43 희운각 대피소

거의 10시간이 지나는 동안 필요한 공간을 만나기 어려웠고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대피소표지판을 보니 갑자기 급해져서 희운각대피소를 들렸다. 공사중으로 마땅히 쉴 곳이 없고 볼거리도 없다. 그래도 한결 몸이 가벼워져 기분이 좋아진다.

오후 2:23
오후 2:33
오후 2:42 천당폭포
오후 2: 42 천불동계곡

천불동계곡길은 저 아래 물줄기와 협곡처럼 펼쳐지는 계곡들이 이국적이면서도 꽤나 사납고 거칠게 느껴지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힘이 있다. 운무에 가려 설악공룡의 실체를 거의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 계곡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많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오후 4:10
오후 5:11 설악산 소공원

내겐 높은 바위를 오르내릴 때 느끼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이번 코스에 그런 구간들이 꽤 많았다. 후들거리는 걸 참고, 스틱을 던져버리고, 지지대를 잡아야 하는데 물에 젖은 장갑으로 인해 미끄럽기도 하고, 한군데 통과 할 때마다 안도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구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걸었다. 사실 운무로 인해 사진으로 보았던 그 많은 장대한 풍광들을 볼 수 없었는데도 그다지 아쉽거나 속상하지도 않다. 무사히 트렉을 마친 것 으로 족하고, 이렇게 온종일 비오는 날 조차 많은 사람들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듯한 큰설악산이 나를 들여다 보게 한다.

일시: 2021. 9. 18.(토)

코스: 병풍폭포-깃대봉-왕자봉-형제봉-송낙바위-시루봉-광덕산-옥호봉-매표소(16.2km)

 

강천산은 트랙코스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거나 좀 편안하고 싶거나 날씨가 좋지않아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 때 등 아쉬울 때마다 찾았던 내겐 쉼터같은 산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차례 다닌 산이지만 부분 코스별로 나누어 다녔고 전 구간 종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코스를 다 알고 있다 생각하니 별 부담은 없었지만 거리가 있어 오전 8시10분경 부터 트렉을 시작했다. 

매표소에서 500m쯤 지나면 인공으로 만든 병풍폭포가 있고 그 끝지점 우측에 등산 안내도와 그 옆으로 깃대봉 올라가는 들머리가 있다.

 

 깃대봉 갈림길과 전망
깃대봉과 왕자봉 가는길

깃대봉에 오르는 길은 약 600m정도로 짧은 구간이지만 경사가 꽤 있는 편이어서 두세번 숨고르기를 해야한다 . 이후 형제봉과 왕자봉으로 가는 길은 산책길처럼 평탄하다.

 

왕자봉 삼거리

여기서 왕자봉까지는 200m,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서 형제봉쪽으로 가야한다.

 

호남의 소금강 강천산 왕자봉(583.7m)

세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암반위로 깨끗한 물이 흘러 강천이라 불렀고 강천산 강천사라고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붐비던 왕자봉에서 바라본 전망. 오늘은 아무도 없고 풀벌레 소리만 들린다. 아마도 순창에 갑자기 집단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봉을 지나 북문 가는 오솔길 길목마다 도토리가 널려있다.

도토리가 발에 밟힐 정도로 지천으로 널려있다. 길 가장자리는 땅이 어지럽게 계속 파헤쳐져 있다. 배설물이 큰 걸로 보아 멧돼지들이 놀다간 흔적들 같다. 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혹시 멧돼지들이 도토리를 좋아하나 괜한 상상을 해본다.

금성산성 북문(천왕문)과 북문에서 바라본 추월산

오는 내내 숲에 해가 들지 않아 음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북문에 도착하니 갑자기 파란하늘과 흰구름이 눈부시게 나타나며 시야가 환해진다. 아 좋아라! 천왕문에 올라 저 멀리 담양호와 추월산을 바라보며 원밀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더 없이 만족스럽다. 잠시 후 예상치 못한 아저씨 두 분이 오셔서 도시락을 펼치며 같이 식사하자고 하는 바람에 쉼도 잠시 다시 송낙바위로 향한다.

송낙바위 가는길과 송낙바위 삼거리에서 우측 금성산성 쪽으로 간다.

 

금상산성(산성산 603m)과 전망

 금성산성에서 운대봉 북바위 가는길

금성산성은 해발 350m~600m 능선에 쌓은 산성으로 길이가 3km이며 고려시대 이후 입보용으로 사용된 성곽, 산성이라고 한다.

원형보존이 잘 되어 있는 이 성곽을 따라 가다 보면 우측사진에 보이는 운대봉 북바위를 만난다.

여름 뒷자락 아직 수풀이 우거져 성곽을 따라 가다 갑자기 길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자리이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살펴보면 성곽이 낮아 지면서 턱이있다. 조심스럽게 그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운대봉가는 성곽길 따라 오다 계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아 네 발로 내려와야 하는 곳(위의 사진과 연결된 부분)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산성길
운대봉을 넘어가야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나타나는 반가운 길

운대봉은 여기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길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아래길로 내려가서 다시 수풀을 헤치고 가다보면 동문삼거리라고 빨간페인트로 표시해놓은게 보인다.





 

 

운대봉에서 동문, 드디어 광덕산이란 표시가 보인다. 그리고 시루봉

동문에서 시루봉 가는 길은 수풀에 가려 발 밑이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스틱이 생각나고 발 밑에서 밟히는 생명체가 없길 바라며 딸랑이를 흔들며 지나간다.

이 구간은 강천산에서 광덕산으로 연계되는 구간으로 딱히 관리가 안되는 곳 인듯 싶다. 강천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광덕산은 그냥 일반산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우측은 산성산 시루봉 정상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시루봉 앞에서 바로 헬기장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광덕산이란 표시가 없어 망설였던 장소.

헬기장 가는 길

 

헬기장과 좌측 살짝 보이는 광덕산 올라가는 계단
광덕산 578m
광덕산에서 바라보이는 전망 

원래 제시된 트렉코스는 신성봉에서 전망대 방향으로 가서 강천사로 가게 되어 있지만 그 곳은 이미 여러차례 가 본 곳이어서 오늘은 오전에 계획한 대로 옥호봉으로 간다.

오후 2시 30분, 2.4km 남았으니 여유가 있다.

옥호봉 가는길
신선봉에서 옥호봉 오는 길에 넘어온 작은 능선들 

금방 도착할 것 같았던 옥호봉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오르고 내리고를 5,6번 이상 반복한 후에야 옥호봉이 보인다. 광덕산이 거칠고 힘들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간들이다.

 

옥호봉 415m

강천산 종주코스에서 정상석이 있는 곳은 왕자봉과 금성산성(산성산) 뿐이고 나머지 봉우리들은 모두 이정목으로 되어있다.

아래 계곡에서 드디어 사람 소리가 들린다.  16km를 걷는 동안 출발시 아저씨 한분, 왕자봉 가는길에서 가족 한팀, 북문에서 남자분 둘, 금성산성길에서 부부 2쌍과 강아지, 그리고  한 여성분이 수풀이 우거진 곳을 지나며 "여기 산삼 나올 것 같지 않아" 하는 바람에 웃음이 튀어나오기도 한 젊은팀 6명, 그리고 광덕산 내리막길에서 아저씨 한분이 트렉 내내 스친 인연의 전부다. 

이제 3번째 혼자 해보는 도전트렉이다. 

불안감이나 어색함은 생각보다 많이 사라졌지만 오늘은 유별나게 온 산이 어지럽혀진 발자취와 배설물, 파헤친지 얼마 안되는 듯한 구덩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젠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셀카봉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수료소감을 찍어야 되는데 혼자서 하니 잘 안되고 게다가 휴대폰은 저장공간 부족이라고 동영상이 자꾸 멈춘다. 같이 하면 바로 해결 될 것인데 하는 것도 부질없는 생각이다. 수리에 집중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생각들이 불쑥 올라오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트렉이다.

 

계곡 건너 옥호봉 날머리

오늘 트렉은 2시간 반정도 차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전라남도 끝자락에 있는 해남 두륜산이다. 오전 5시 20분에 출발해서 늦어도 8시쯤은 도착하리라 예상하고 길을 나섰는데 광주 문흥IC를 지나서부터는 네비가 국도로만 인도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길이 막히고 덕분에 8시 30분이 넘어서 오소재 약수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서로 들머리를 달리 하기위해 동승한 박OO님을 내려주고 약 5km정도 떨어진 대흥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트렉코스: 대흥사 주차장~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기린봉~만일재~두륜봉~진불암~표충사~주차장(약 10km)

 

 집중트렉에서 한번 온 곳인데 대흥사 입구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일단 주차장에서 준비운동과 경행을 하고 일주문을 들어섰다.

대흥사 규모가 연상되는 일주문 입구에 있는 부도전 

부도전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어디가 어디인지 한눈에 구분이 잘 안되는 규모가 대단히 큰 사찰이 나온다. 순환코스여서 오후에 다시 둘러볼 예정으로 대웅전 부처님께 간단히 인사드리고 보살님이 가리켜 주는 표충사 앞의 표지판을 따라 읽기트렉을 시작한다.

오심재로 향하는 길은 비로 인해 군데군데 파이고 돌들이 밀려나 훼손이 되어 있지만 호젓하고 고요해서 나홀로 트랙임을 상기 시켜준다. 위의 표지판 이후로는 편안한 길로 이어진다.

한숨 고르고 싶을 때쯤 노스님이 토방을 쓸고 계신 북미륵암에 도착했다. 북미륵암은 마애여래좌상(국보 제308호) 석불을 모시고 있는 두륜산 산내암자 중의 하나로 북쪽에 있다 하여 북미륵암 다른 하나는 남쪽에 있다 하여 남미륵암이라 부른다고 되어 있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을 뵙고 나와 잠시 간식을 먹으며 다시 오심재로 향한다.

오심재

 오심재는 고개봉과 노승봉 사이의 고개로 오소재 약수터에서 대흥사로 넘어가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용했던 재라고 한다. 

흔들바위인 줄 알고 올라간 거북바위? 

표지판을 따라 옆길로 들어서니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 흔들바위인 줄 알고 성큼 올라간 곳 눈앞이 시원해진다. 이 바위에서 내려와 눈을 돌리니 진짜 흔들바위가 저만큼 떨어져 있다.

흔들바위

오심재와 노승봉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흔들바위. 혼자 밀어도 움직인다고 써 있기에 밀어봤는데 꼼작도 안한다. 저 앞에 대흥사가 보인다.

노승봉 오르는 길 예전에 밧줄과 철판을 딛고 올랐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제는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노승봉 바로 아래서 바라본 바다가 너무 이쁘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 어찌나 높아 보이는지 ... 노승봉에는 낯선 두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낯설지 않고 반갑다. 

노승봉 저 아래 남해바다가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가련봉

노승봉에서 바라본 가련봉. 그냥 감상하는 암릉이고 트렉코스는 다른 곳이리라 여겼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있다. 아니 저기를 다 넘어 가야 된다고! 대둔산을 피해 왔더니 ...

가련봉과 우측의 두륜봉

데크 난간을 꼭 붙잡고 걷다 보니 가련봉 정상 사진이 없다^-^

       

만일재에서 바라본 두륜봉

두륜봉 정상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남해바다

 

하늘과 바다와 두륜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오를땐 긴장되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정상에선 살짝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하늘빛 바다에 잠겨있는 섬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금새 내려와야 하는게 아쉽기만 하다.

 

이제 진불암을 거쳐 표충사로 내려가면 된다. 트렉 내내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을 넘어오면서 어려운 구간마다 데크조성을 잘 해놓아 참 친절한 산이란 생각을 했는데,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밧줄에 의지해야 할 만큼 정비가 잘 안되어 있다. 

진불암이다. 이제 마지막 표충사만 남았는데 전체 트렉코스 길이가 짧아 잠시 망설이다 관음암 쪽으로 가보려고 방향을 틀었다. 가다보니 숲길이 아니고 계속 차도로로 연결되어 다시 되돌아 표충사로 내려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 진불암에서 다시 북미륵암쪽으로 가다 일지암을 들러서 내려오는게 훨씬 나을 듯 하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진영이 모셔져 있는 표충사와 성보박물관 등을 살펴보고 주차장에서 팔단금으로 트렉을 마무리한다.

경관이 수려할 거라는 예상만 하고 시작했지만 의외로 트렉 내내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진 않았지만 암릉에 오르내리는 순간마다 아슬아슬하여 혼자라는 생각이 일어날 틈이 없었고 오로지 수리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봉우리마다 펼쳐지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이 졀로 나왔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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