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라 마음을 냈을 때 하려고 지난 주 공룡능선에 이어 설악산 서북능선을 트렉을 신청했다. 이번 주는 비 예보가 없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6시간 반을 달려 오색약수터에 있는 숙소에 오후 7시경 도착, 대리운전 예약을 하고 가능한 빨리 잠을 청했다. 베개가 머리에 닿는 순간 잠이 드는 잠버릇은 어디가고 설핏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새벽 1시에 일어났다. 지난 주 트렉 전에 수리 읽기를 못하고 트렉을 하니 머리가 개운치 않아서 이번엔 숙소에서 수리 읽기를 하고 출발하려고 조금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 터치하고 했는데 아 또 시간이 부족하다. 오전 2시 20분에 한계령 주차장에서 대리기사분을 만나기로 했기에 2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깜깜한 주차장에 대형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니 설악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약속한 기사분이 20분이나 늦게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자니 도반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덕분에 버스팀들이 거의 대부분 출발한 후 도반들과 준비운동과 경행을 하고 3시40분경 읽기트렉을 시작했다.
일시: 2021. 10. 2(토)
코스: 한계령휴계소~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남교리주차장(19.73km)
별빛이 수없이 반짝이는 주차장에서 한계령 삼거리까지는 1시간정도 걸린다. 역시 여기도 시작부터 계단이 가파르고 끝이 없는 듯 하지만 다행히 지난 주 마등령길처럼 어둠속에서 어디가 길인지 헷갈리는 구간이 거의 없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여기까지 밖에 볼 수 없다 조금 더 올라 갔어야 했나?
너덜구간 바위들은 마치 해변가 방파제에 있는 바위들처럼 크고 사이에 공간이 많아 제대로 걷기가 쉽지 않다.
오전 6:08 멀리서 보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호 저런 곳을 다녀왔다니 너무 멋지다!
맑을 줄 알았는데 운무가 빠르게 몰려오고 있다. 날이 더 따뜻해져야 공기가 위로 올라가 12시 이후에나 운무가 걷힌다고 한다. 이제 7:18
너무 즐거워하는 젊은 청춘들이 분위기를 한결 업시킨다. 나도 살짝 껴서 사진한 컷 부탁하니 내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찍어 준 사진이 맘에 쏙 든다.
누가 공룡능선을 타고 나면 그 이상 어려운 구간은 없다고 했나!! 많다, 많아! 너덜구간도 실제로 보면 후덜거리고 여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망이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서 참을 만하다.
오늘은 마음껏 펼치는 서북능선의 화려한 단풍과 뾰족뾰족 솟은 봉우리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운무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수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할 만큼 풍경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는 구간들이다.
공룡능선의 실체를 마음껏 보여준다 그래도 저게 다가 아닌 걸 그 안에서 겪었던 묘미를 떠올리면서 나의 실상이 정말 궁금했다.
10:38 1408봉 도착 트렉속도 1시간에 1km 너무 더디다. '7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대승령이 3.2km나 남았네' 하니 사진 찍어주시던 분이 대뜸 '열심히 안하니까 그렇지' 하는데 가슴에 콕 박힌다. 트렉내내 떠나지 않은 말!
옆 사진은 단풍이 물들지 않고 푸른 것이 아마도 서북능선이 아닌 것 같다.
드디어 대승령 13:09 거의 9시간 반 걸렸다. 높은 봉우리가 백척간두 같은 능선도 었었고 빠른걸음이 떼어지지 않은 구간도 많았는데 사진으론 표현하기 어렵고 그런 곳은 카메라를 들이댈 엄두도 안난다.
여기서 남교리까진 8km 남았는데 별 볼거리가 없는 코스다. 이제 내리막 뿐이라고 반대편에서 오신분이 그랬는데 어찌된 건지 조금 내려가다 다시 오르고 오른다. 정말 팍팍하고 다리 아프고 힘든데 어느 도반님은 조금 먼저 출발한 내게 이 길이 맞냐고 휴대폰으로 물어보기 까지 하신다.
길고 지루한 하산길을 잠시 달래준 복숭아폭포 예사롭지 않은 자태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맨 뒤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다 그래도 계곡길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어 발을 담그고 세수도 해본다. 그리고 빠르게 걷는 발걸음에 수리가 제대로 익힌다. 덕분에 다리 아픈걸 잊었다.
서북능선은 대승령까지는 화려하며 기세등등하고 기기묘묘하게 느껴져 자주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밝은 분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하루다.
17:05 주차장에 도착하니 손을 흔들주시는 도반님들이 반갑다. 모두 산행버스팀으로 나홀로 먼길이라고 염려해주셨다. 다 끝났고 집에 가기만 하면 되니 괜찮다고 하며 17:40쯤 출발했는데 우 정말 ㅜ다. 출발하고 1시간쯤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졸음이 밀려온다. 살짝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 원주 휴게소에 들러서 10분 자고 출발. 잠시 후 또 졸려 졸음쉼터에서 10분. 또 어디 휴게소에서 졸음쉼터에서 반복 반복했다. 휴게소에서 커피라도 먹고 싶었는데 낮에 찬 음료를 먹고 배탈이 살짝 나서인지 입에 대자마자 역하고, 야간운전에 자동차 빨간 불빛들이 유난히 눈을 무겁게 한다. 그리 힘들지 않았던 지난 주와 너무 비교된다. 죽암휴게소에서 15분 자고 수리읽기 졸면서 30분하고 나니 좀 맑아진다. 버티고 견디며 집에 한밤인 1시 반에 도착했다. 처음 경험하는 졸음 고역! 그러고보니 트렉시작 준비부터 거의 25시간 눈뜨고 있었다. 잠 잘 시간을 훌쩍 넘기며 운전을 했다니... 역시 도전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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