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은 집에서 약 2시간 거리인 데다 코스 거리가 10km 내외여서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06:10분경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시속 110km 정도 되니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것 같다. 이건 뭐지 조금 더 달려본다 역시 흔들린다. 오늘 트렉 코스인 팔영산은 암산으로 봉우리가 8개가 넘는데 어떡하지 왠지 불안해진다.
곡강 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리는 순간 매서운 바람과 찬기운이 엄습한다. 불편하지 않을까 하며 껴 입고 온 내복이 고맙게 여겨지는 순간으로 패딩과 쟈켓을 겹쳐 입고 화장실 뒤로 보이는 펜션 옆길 쪽에 있는 들머리로 향한다.
일시: 2021. 12. 24.(토)
코스: 곡강마을 주차장- 선녀봉-유영봉(1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8봉)-깃대봉-탑재-능가사-팔영산탐방지원센터
거리: 약 10km
들머리 입구의 탐방로 안내도를 살펴보고 20여분 오르면 이끼 사이로 물방울이 흘러내리다 가는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아담한 강산 폭포를 만나고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을 지나니 선녀봉 가는 첫 번째 계단길이 나타난다.
데크계단을 올라오니 남해의 시원한 조망과 사량도에선 볼 수 없었던 바다를 끼고 펼쳐지는 구획정리가 잘 된 너른 논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선녀봉1 쉼터가 있다. 벌써 1봉? 아니지 1봉으로 착각했다는 인터넷 후기가 떠오른다.
1 쉼터에서 바라본 선녀봉 가는 길, 이제 초반인데 암릉 계단에 난간길과 마주한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서 몸의 균형이 흔들릴까 봐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계단으로 내려가서 다시 철난간을 붙잡고 올라가는 길, 바람이 세게 부는데 다행히 바위틈 사이로 올라가는 길이라 묘하게 바람을 막아준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보폭보다 높아 무릎으로 기고 난간을 붙잡고 팔힘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에서 다 올라간다.
휴! 아름다운 풍광에 한 숨 돌리며 따뜻한 차 한모금을 마시고 긴장을 푼다.
건너편 암릉 1쉼터 쪽의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한 숨 돌리고 있으니 이어 올라오는 동행이 보인다.
선녀봉 2 쉼터에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잠시 앉아있자니, 거의 대부분 암릉 덩어리인 오늘 트랙 코스를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살짝 염려가 된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자리는 바람으로 흔들려서 불안하다. 나 혼자 유독 바람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선녀봉에서 바라본 1~8봉이 험난해 보인다. 저 봉우리들의 길은 도대체 어떻게 나 있을까 이제부터 진짜인가보다.
선녀봉에서 1봉 유영봉으로 가는길은 뜻밖에 인위적으로 잘 다듬어진 길이어서 선녀봉 삼거리까지 쉽게 간다. 선녀봉 삼거리에서 좌우로 2봉과 1봉 길이 나뉘어 있고 200m 거리의 1봉을 왕복한 후에 2봉으로 가게 되어있어, 1봉까지는 철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도대체 계단을 오르는데 허공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떨어질까 불안하기만 하다.
바람 때문에 제대로 서있기 불편해 주저앉아 사진을 찍는다. 1봉에서 바라본 2,3,4봉인가? 아래 삼거리 지도에서 검은선으로 되어 있는 2봉 구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2봉 어떻게 넘어왔는지 생각이 잘 안난다. 단지 2봉 성주봉에 오르니 이제 험한 구간은 다 통과했다는 생각으로 안도의 숨이 쉬어질 뿐이다. 2봉에서 5봉은 비슷한 패턴으로 데크계단과 철계단을 오르고 내린다. 다행히 봉우리와 봉우리간 거리가 멀지 않아 힘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고 5봉 오로봉을 지나 6봉 두류봉으로 가려는데 길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오로지 철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야 하는 깍아지른 칼 벽이다. 한쪽면은 직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고 한쪽은 보폭이 높아 발 디디기 어려운 절벽으로 철난간을 붙잡고 빨리 이 구간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인데 너무 길다. 팔에 힘이 떨어질까 불안이 스치는 순간 나무 아비타불이 튀어나온다. 아미타불님 바람 좀 재워주세요.
다 오르고 나니 우회길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전진만 할 수 있는 곳인데 나보다 조금 더 무서움타는 동행이 뒤에 오고 있다는 생각난다.
7봉 칠성봉이 보이고 이제 정말 어려운 구간은 다 지나온 것 같다.
두류봉삼거리로 내려와 다시 탐방로 안내도를 살핀다. 2봉에서 6봉까지가 매우 어려운 구간으로 되어 있다. 왜 초반에 봤을 때는 1봉에서 2봉 사이만 어려운 구간이라고 보았을까? 혼자만 본 게 아닌데...
칠성봉에서 8봉 적취봉으로 가고 있다.
드디어 8봉 적취봉, 고흥반도의 아름다운 다도해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조여드는 구간을 통과하고 난 후 무슨 조화인지 내 마음은 벌써 불안에서 벗어나 너덜거리는 혼 대신 성취감과 여유로 바꿔지려고 하고 있다. 이제 그만 무서워하고 담담해지자 했던 사량도에서의 다짐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8봉에서 내려와 헬기장 삼거리를 지나 깃대봉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길로 긴장했던 오감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정상석 부근은 군대 시설물? 과 전선들이 어수선하게 설치되어 있어 사진만 찍고 바로 되돌아서 탑재 방향으로 향하다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 언덕에 앉아 함께한 동행들과 원밀과 떡 사과로 점심식사를 한다. 각자 한 마디씩 짧은 수다 긴 호흡의 시간이 지나간다.
이제 2.2km 남은 하산길 능가사를 지나 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1시간 후에 탈 수 있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빠르게 걷다 능가사를 들릴 경우 어차피 버스시간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아 천천히 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능가사가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니 그냥 통과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속도를 낸다. 모처럼 흙을 밟고 걷는 하산길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긴장하고 애태운 강도에 비해 시간과 거리는 많지 않아서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암릉구간의 봉우리마다의 철계단 데크계단 철난간에 바람이 불어대니 몹시 불안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평화가 찾아온 트렉종료시간...오늘도 나혼자 했으면 상상하기 싫다. 함께한 도반님들께 감사드린다.
'도전Trek 백인옥님 > 202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양 백운산(도전 겨울6) (0) | 2022.01.12 |
---|---|
둘레길은 둘레길인데...서산아라메길 (도전 겨울5) (0) | 2022.01.06 |
도전트렉 겨울 3(사량도 지리망산 칠현산) (1) | 2021.12.22 |
도전트렉 겨울2(한라산) (0) | 2021.12.16 |
도전트렉 겨울 1 (북한산) (0) | 2021.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