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21.12.11(토)
코스: 관음사탐방센터~삼각봉 대피소~백록담~진달래밭 대피소~사라오름~속밭대피소~성판악 주차장
거리: 약 20km
한라산은 오래전 20대 후반에 가보긴 했었는데 길고 지루했던 기억이 왼 생각나는 게 없어, 이번 트렉이 초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숙소에서 경행을 하고 택시로 관음사 탐방센터로 이동,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에서 김밥과 물을 챙긴 후 탐방로 입구에서 예약한 QR코드를 찍고 06:13분 읽기 트렉을 시작합니다.
06:00~08:00에 예약된 인원이 500명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출발하고 있어서인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숲이지만 생동감으로 열기가 느껴집니다. 어둠도 잠시 주변 숲이 드러나고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 화장실이 있는 곳까지 왔나 봅니다. 이곳까지는 완경사인 데다가 어둠 속에서 걸으니 발걸음이 빠르고 집중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안전한 장소에서는 어두운 곳도 트랙 하기에 좋은 듯합니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출퇴근 시 사용한다는 모노레일이 탐방로 입구부터 정상부 가까이까지 이어진다는데 실제로 타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군요.
해발 1,000m 지점에 오니 안개가 진하게 몰려옵니다. 오늘 시야가 다 가려지는 건 아닌지 은근 염려가 되는데 트랙 중에 여러 번 경험했기에 개의치 않기로 합니다.
1,000m를 조금 지나면서부터 눈이 조금씩 보이더니 이제 제법 많아져 아이젠이 필요합니다.
오늘 나의 진심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읽기 트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삼각봉과 대피소가 눈앞에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안개도 없는 맑은 하늘이 너무 멋집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김밥과 원밀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땀에 젖은 옷도 정리하며 숨 고르기 합니다.
용진각 현수교에서 바라보이는 백록담과 하늘, 이제 정상이 1.9km밖에 안 남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이름 모를 수종들과 주목들이 눈에 띄고 고사목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풍광은 여유로운데 경사가 심해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한라산은 등산로가 넓고 정비가 무척 잘 되어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군요. 누군가가 '힘드시죠' '네~' 또 누군가가 '15분만 더 가면 됩니다' 등 격려의 말에 서로서로 힘을 보탭니다.
수려한 경관에 힘듦을 잊어버리는 순간입니다. 누구 것 인지도 모를 거친 숨소리들이 환호성으로 바뀌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왔던 어느 팀에서 누군가 "아 행복해 너무 좋아 이제 저녁에 술 한잔만 하는 돼"하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연이어 펼쳐지는 장관에 무거운 다리는 사라지고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하며 몸이 가벼워집니다.
오늘 한라산 하늘은 갖가지 형상의 구름으로 예술입니다. 그냥 멋지다고 하기보단 신비롭습니다.
'한라산 동능 정상'이라고 누가 고사목에 새겨 놓았을까요?
백록담 인증사진 줄이 너무 길게 늘어서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사진 찍는 틈 사이에 가방으로... 11:55분
한라산 정상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많군요. 경치 감상하랴 사람 구경하랴 눈이 바쁩니다. 이 와중에 저도 동료가 가져온 따뜻한 컵라면을 한숨에 해치우고 잠시 숨 고르기 합니다.
이제 하산할 시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상을 뒤덮을 것만 같은 운해가 한쪽에서 밀려옵니다.
길고 긴 인증샷 대기줄 사이로 시간이 지체된다고 사진 조금씩만 찍으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됩니다.
이제 성판악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고지대 평원? 제주 한라산만의 특이한 검은 현무암과 고지대 숲 풍경이 육지와 다르게 이국적으로 느껴집니다.
백록담에서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중에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속밭대피소 사이에 있는 사라오름 산정호수입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명성처럼 특별히 뭔가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아마도 봄, 여름에 와야 좋을 것 같습니다.
헐벗은 활엽수와 푸른 조릿대의 조화가 다정하게 보입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가요?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는 천연보호수 굴거리나무, 따뜻한 곳에서 서식하지만 한라산 추운 곳에서도 군락을 이우며 살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겨울에는 잎이 쳐진 듯 하지만 여름에는 잎이 넓게 펼쳐진다고 합니다.
15:57분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네요. 한라산은 오르거나 내리는 동안 하산길의 사라오름을 제외하곤 샛길이 없어 길을 헤멜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쉼 없이 올라갔다 쉼 없이 내려온 느낌으로, 높은 고도가 무색할 만큼 등산로가 데크와 계단으로 너무 잘 정비되어 있어 오히려 약간의 아쉬움이 생길 정도입니다. 제주도가 세계문화유산이란 자부심을 한라산에도 많이 실어놓은 듯합니다. 덕분에 안전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방하칩과 기분 좋음으로 몸은 벌써 피로가 풀린 듯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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