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렉일자: 2022년 4월 9일(토)
  • 트렉코스: 유가사 -> 천왕봉 -> 조화봉 -> 대견봉 -> 대견사 -> 소재사 -> 공용주차장
  • 날씨: 들머리에선 10~11도 능선 주변 한낮엔 17~18도. 맑은 날씨나 시계는 약간 탁하고, 바람은 정상에서만 초곡 5~6m.  
  • 교통: KTX로 동대구역 -> 대구 1호선 전철로 대곡역 -> 택시로 유가사로 이동. 하산후 달성군 시내버스로 공용주차장에서 대곡역까지 이동.

 

대구 비슬산 산행 후기를 보면 유가사에서 출발 원점인 유가사로 되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오늘 제가 선택한 코스는 유가사에서 출발 소재사쪽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릅니다. 주차한 위치로 돌아가느냐 아니냐의 선택의 차이입니다. 어느 코스든 사람들이 이맘때 비슬산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인 참꽃(진달래) 군락지 탐방은 들어가 있습니다.

 

코스는 비교적 단순해, 유가사에서 약 1km 시멘트 임도를 걸은 후 비교적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비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까지 약 1시간 30분 ~ 2시간을 치게 됩니다. 그런 다음, 굴곡이 별로 없는 약 2km 능선을 거쳐 서로간에 약 1km 정도 떨어진 조화봉과 대견봉을 찍고, 대견봉 주변에서 참꽃 군락지를 감상한 후 대견사를 거쳐 하산하는 길입니다.

유가사에서 좌틀해서 비슬산 등산 들머리까지 가는 시멘트 임도와 등산 들머리 이정표

 

매년 꾸준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봄꽃 개화시기가 앞당겨 질 거라는 예보와 달리 오늘 비슬산 참꽃 군락지의 참꽃(진달래)은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인 것도 간혹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최소한 1주는 더 있어야 개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습니다.

 

산 정상에 드넓게 펼처진 산사면에 만개한 참꽃밭은 볼 수 없었지만, 코스를 접해 보고 나니 다음에는 이렇게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새벽 5시쯤 유가사쪽에서 산행을 시작해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진달래 군락지에 다다를 무렵에는 만개한 진달래뿐만 아니라 수많은 진달래 상춘객들을 마주치게 되고, 거대한 진달래밭 갤러리를 감상하는게 아니라 인파속의 진달래 유원지 속을 걷게 됩니다.

 

이유는, 수도권 기준으로 당일 계획으로 첫 기차(새벽 5시 ~ 5시 30분)를 타도 실제 산행을 시작하는 시점은 빨라야 아침 8시 30분쯤 되고 이때 출발해서 천왕봉을 거쳐 참꽃 군락지에 이르게 되면 이미 11시 30분 전후가 되는데, 이땐 이미 거의 정상까지 이어진 도로를 버스를 타고 밀려 들어오는 남녀노소 상춘객들과 마주하는 걸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악회 버스를 타거나 자차를 몰고 가는 경우는 예외일텐데, 서울에서 최소한 새벽 2시 정도에는 출발해야 하니 좀 무리입니다.

 

다음 번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유가사 근처나 대구에서 1박을 하고 이 코스로 새벽에 출발해 참꽃밭을 감상한 후 상춘객들이 올라올 때쯤 하산하려고 합니다. 아니면 코스를 반대방향으로 탈 수도 있습니다. 이 계획이 오늘 트렉에서 건진 것중 하나입니다.

 

비슬산은 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내가 산꼭대기에 올라온 것 맞나 싶을 정도로 정수리가 제법 널찍한 평원입니다. 먼 옛날 평지였던 것이 지각변동으로 그대로 솟아오른 것일까요? 멀리서 보면 그 지형이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오를 때는 급한 경사가 정상까지 쭉 이어지는데 일단 능선 위에 올라서면 지형이 이렇게 다릅니다.

 

고도로 불과 100m 정도 낮은 참꽃 군락지에 다다르면 평원같은 느낌이 더해집니다. 소백산 비로봉 주변 완만한 사면의 동생쯤 돼 보입니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이 고려때인 1227년 초임주지로 있었다고 전해지는 절. 임진왜란때 전소됐다 광해군과 인조때 한번 중창된 것이 1917년에 일제에 의해 강제 폐쇄된 후 2013년에 재차 중창된 절. 대견사입니다.

 

높이 1천미터의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고, 자리한 곳이 단단한 암반인데다 산 아래를 굽어보듯이 암반 한 귀퉁이는 툭 튀어 나와 있습니다(탑이 있는 곳). 게다가 뒷배는 거대한 암석들이 병풍처럼 처져 있고, 절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너른 평원같은 지형이 펼쳐집니다. 

 

일제가 폐쇄한 이유를 "일본쪽을 향해 있어 일본인의 기를 누른다는 이유로 강제로 없애는" 이라고 2013년 중창 기공식 기사에서 몇몇 신문이 그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시리도록 멋진 터'에 자리잡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절이 아니라 뭐를 지었어도 명물이 되었을 정도로 탐이 나는 곳입니다. 절 바로 앞까지 도로가 나 있어 경내로 들어서면 1천미터 고도의 고고한 절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해가 떨어져 주변이 모두 가려지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견사에서 하산을 시작하면 다시 다소 급한 경사로 내려가는데, 거대한 천연기념물 지형이 한 동안 발길을 따라옵니다. 비슷한 지형은 가끔 다른 산에서도 본 적은 있는데 좀 규모가 커 보여 안내판을 읽으니 국내에서 이런 지형(암괴류 혹은 바위강)으로는 제일 크다고 합니다. 한 2백m 내려와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바위강이라는 이름에 수긍이 갑니다. 직경 1~2m의 수많은 바위들이 경사가 급한 산사면을 따라 흐르는 듯 보입니다.

 

 

고도로 200m를 내려오니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를 만납니다. 수명이 따로없을 정도로 오래사는 식물,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봄이면 꽃을 피워내는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영양이 품부한 땅에서는 다른 식물에 밀리거나 못자라고 주로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 알면 알수록 흥미를 유발하는 식물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 지금은 힘겹지만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한테 쉽게 감정이입의 대상이 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다 색깔까지도 진분홍이니. 기록에 진달래의 이름이 등장하는 시점이 약 400년 전이라고 하니 꽤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는 꽃입니다.

 

하산 후 올려다 본 비슬산. 참꽃이 개화할 때쯤 되면 달성군 군청의 직원들이 매일 개화상황을 살펴보면서 축제(비슬산 참꽃 문화제)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유튜브로 개화진행을 실시간 중계도 한다고 하는데, 실시간 채널은 아닌 것 같고 수시로 영상을 잡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 바로 아래 오늘(4/15)자 개화상황 유튜브 동영상을 붙입니다. 이제 막 피고 있는데 진달래는 정말 확 피고 확 져 버립니다. ㅋㅋ 

 

 

산 꼭대기와는 달리 산 기슭은 정말 '화사한 봄'입니다. 달성군 시내버스를 타고 대곡역(지하철역)까지 가다 보면 유가사 인근 주차장에 25분간 정차합니다. 부근 카페인데 여기도 터가 멋집니다. 버스는 무려 2시간이 걸리는데 대신 달성군 곳곳을 둘러보는 보너스를 얻게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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