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 2022. 7. 9.() 07:30~17:10

O 날씨 : 하루 종일 흐림

O 코스 : 물한계곡주차장~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계곡주차장

O 거리 : 17~18km

 

민주지산.

오른 건 처음입니다.

물한계곡에 오고 도마령을 넘은 적이 있어도 말입니다.

 

흔히 물한계곡과 민주지산은 늘 한 쌍으로 같이 불립니다.

여긴, 충북에서도 남쪽 맨 끝, 영동 상촌면 골짜기에 있죠.

시내버스로 찾던 예전엔 참 가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높이로는 충북에선 소백산 다음.

넓기로는 삼도에 걸쳐 있는 꽤나 큰 산.

그래서 조망과 계곡이 좋기로 이름난 산이죠.

 

오늘 아침 일기 예보론 33도 폭염.

정작 산 위에선 비 흩뿌리고, 하루 종일 곰탕 국물 같이 뿌옇네요.

그 덕에 더위는 피했지만, 눈맛을 못 봤네요.

 

능선 위에 서면 가장 좋은 건 눈맛인데요.

보이는 게 없으니 재미는 반감되네요.

7월 초 민주지산 능선엔 야생화가 줄지어 피어 있네요.

능선 눈 맛 못 보는 대신 꽃들에 눈 더 가고, 이름도 알게 되었네요.

각시원추리, 큰까치수염, 하늘나리,

 

삼도봉에서 내려오는 물한계곡 숲은 원시림 같네요.

한여름엔 여기 숲길만 거닐어도 좋을 텐데요.

상수원 보호한다고 계곡 출입을 못 하게 해 놓았는데,

시원한 숲 안에 있으면 더위는 나몰라라 할 겁니다.

 

길게 한 바퀴 도니 17~18km.

아주 천천히 걷다보니 10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1,200m 넘는 능선에서 보이는 산그리메들, 오늘은 못 봤는데요

다른 계절 맑은 날에 한 번 더 오기로 콕~ 찍어둡니다.

 

주차장 앞에서 본 안내도.

B코스로 올라, 각호봉~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로 해서 A코스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조금 걸어가면, 물한계곡 석상이 보이고, 상수원보호구역 출입문이 보입니다.

들어와서 찍은 출입문인데요. 왼쪽 옆으로 들어왔구요.

출입하지 말라는 걸 어긴 게 찜찜했습니다만.. 마을 주민분들께 미안해할 행동은 없었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갑니다.

사방댐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됩니다. 왼쪽으로 가면 100여 m 오르다 건너가야 합니다.

여기 지나면서부터 경사 급해지구요. 돌길이네요.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능선. 오른쪽은 각호산 정상.

오른쪽으로 곧장 올랐는데요. 경사가 아주 급해집니다. 

숨가쁘게 오르는 길에 본 원추리.

저 위 하늘이 보여서 정상인가 싶으면 또 급경사 길이 이어집니다. 마치 3단 고음 같았습니다.

 

각호산 정상 갈림길.

힘들게 오르다보니, 게다가 곰탕 국물처럼 하늘이 뿌옇고 아무 것도 안 보여서..

각호산 정상이 여기서 100~200미터 옆에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 물론 가봐도 정상석만 봤을 테지만요.

 

능선 타고 바로 내려갔네요.

야생화가 아주 흔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큰까치수염, 하늘나리.

 

각호산 오르기 전 갈림길로 이어지는 곳이네요. 

바로 옆에 놓인 두 표지판에 쓰인 거리가 다른데요. 이리저리 재보니까 새 표지판(아래)이 맞는 것 같아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가까운 것들에 눈이 더 갑니다.

산에선 수많은 리본을 봅니다만, '비실이부부' 리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게다가 아주 자주 보는데요. 가는 데마다 보이는 거 봐선, 참 대단한 부부입니다.

 

우거진 덤불을 헤치고 나가다보면, 대피소와 추모비가 나옵니다.

24년 전 4월 초 폭설로 인해 일어났던 안타까운 사고 현장인데요.

그 때 뉴스 보았던 기억.. 납니다. 그 이후로 민주지산 하면 이 기억이 먼저 떠오르곤 했습니다. 

 

여기서 바로 위에 민주지산 정상(1241m)이 있습니다.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길.

커다란 바위에 붙어 핀 풀. 담쟁이 풀인지 이끼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석기봉 바로 아래 갈림길입니다. 희한한 산악회 이름이 보여서요. 별로 가입 안 하려고 할 것 같은 이름 ㅎㅎ 

 

석기봉 바로 아래.

바위에 새겨진, 몸은 하나요, 머리는 셋인 불상입니다.

석기봉.

표지석엔 1200m라는데, 삼도봉 안내판에선 1242m라고 하네요. 민주지산(1241m)보다 더 높은.

여전히 하늘은 열리지 않네요. 온통 안개입니다.

 

삼도봉 가는 길.

꽃을 피운 이파리롤 보니 비비추 같은 모양인데요. 검색해도 못 찾겠네요.

 

삼도봉(1176m)입니다.

삼도(경북 김천, 전북 무조, 충북 영동)가 만나는 곳이자 갈리는 곳입니다.

이 탑의 3면에 3도 이름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 탑을 세운 건 1990년. 금릉군은 1995년에 김천시로 통합되었다고 하네요. 

삼도봉에서 물한계곡까진 4km 이상. 

내려가는 길은 잘 나 있네요. 

삼마골재. 여기서 물한계곡으로 내려갑니다. 

 

내려오는 길은 원시림이다보니 습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무덤골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네요.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이들이 많았던 곳이랍니다.

우리 땅 어느 산하인들 아픔 없는 곳 없을 텐데요산 높고 골 깊은 만큼 그 아픔 더 컸겠지요.

여기도 그 하나일겝니다.

중간중간 폭포도 보이구요. 산수국도 흔하게 보입니다.

'삼도봉명품숲'이라고 이름붙여 놓은 길은, 산책길로도 그만입니다.

다 내려오니, 황룡사로 이어지네요. 작은 절입니다.

 

 

산행기록입니다. (중간에 밧데리 방전으로, 다시 기록했습니다. 두 개를 합하면 됩니다.)

하여튼, 민주지산은 맑은 날 다시 한 번 오는 것으로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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