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못 산을 많이 다녔어도 꽤 유명한 산인데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무등산이 그런 곳입니다. 무등산은 그 사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됐고 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네요. 방하 도전트렉 덕택에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트렉일자: 2021년 10월 30(토) - 31(일)
트렉코스: 아래 코스 지도 참조

 

   (10/30일. 아래 왼쪽 그림) 원효분소 → 늦재 → 토끼등 → 중머리재 → 중봉 → 서석대 ​→ 입석대 → 장불재 → 규봉암 → 신선대 → 꼬막재 → 원효분소. 약 18km 코스.

   (10/31일. 아래 오른쪽 그림) 원효분소 → 꼬막재 → 장불재 → 낙타봉 → 장불재 → 꼬막재 → 원효분소. 약 18km의 코스.

날씨: 30일은 종일 흐린 날씨로 트렉중 살짝 비를 만나기도. 체감온도도 중턱부터 정상부위에선 7-8도 정도의 쌀쌀한 날씨. 31일은 종일 맑은 날씨로 기온도 같은 고도에서 15도 정도의 온화한 날씨.


방하 도전트렉에서 주어지는 과제는 토요일에 수행하는 하루짜리 코스입니다. 이번에도 실제 과제는 위 왼쪽 그림의 30일 하루 환종주같은 코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이어 31일에도 트렉한 기록을 추가합니다. 사실 전남 광주까지는 먼거리라 시간과 돈도 들고 또 광주 화순 담양에 걸쳐 있는 큰 산을 경험하는게 한번으로는 좀 아쉽고, 무엇보다 31일 일요일의 날싸예보가 너무 유혹적이었습니다.

31일 코스는 30일 코스를 타면서 눈여겨 봐두었던 곳(장불재 - 낙타봉 구간)과 좋은 날씨에 새롭게 보일 곳(꼬막재 - 장불재 구간)으로 구성했고 날씨가 예보대로 더할 나위없이 좋아 흠뻑 즐겼습니다. 이틀 사이 날씨가 너무 달라 이 후기 일부 사진에도 그 차이가 보일 겁니다.

 

무등산은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도 많고 또 잘 돼 있어 일단 코스 선택을 하고 길을 나서면 엉뚱한 곳으로 갈 염려가 없어 보입니다. 광주 시내에서 너무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쉽게 닿을 수 있어서 들머리 날머리도 분명하구요. 따라서 이 후기는 이정표는 생략하고 무등산 트렉의 인상적인 장면들만 모아서 써 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트렉 내내 눈길을 잡은 건 무등산이 화산 지형이라는 걸 보여주는 흔적들입니다.  정상 주변의 서석대와 입석대와 같이 천연기념물로 보호중인 대형 주상절리뿐만 아니라, 주변 낮은 봉우리와 산 중턱 사면에도 주상절리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것보다 덜 눈에 띄지만 걷다 보면 보이는 암석의 생김새와 그 주변 흙의 거무튀튀한 색깔이 제주도에서 보이는 화산석 느낌이 많이 납니다. 무등산의 이런 모습이 7,8천만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형이라는게 해외 학술지에도 게재된 전남대 연구진의 연구로 밝혀졌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분화구같은 분명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튼 무등산이 화산활동으로 생긴 산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건 결코 짧지 않은 코스길이임에도 많이 힘들지 않다는 것. 사진에서 확인되듯 무등산 전체가 전반적으로 선이 둥글둥글하고 크고, 트레일도 많은 구간이 들레길처럼 만들어져 있는 탓인 듯 합니다. 다른 산에서 같은 길이를 걸었으면 이틀간의 산행으로 녹초가  됐을텐데 별로 피곤하지가 않습니다. 한마디로 찾아가기 쉽고, 오르기 쉽고, 내려오기도 지루하지 않은 그런 산입니다.

낙타봉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 본 무등산


세번째, 둘째날 아침 일찍 꼬막재 쪽으로 오르면서 아침햇살에 빛이 나던 늦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은 길들과 장불재에서 낙타봉 구간에서 걸었던 아름다운 억새밭길이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꼬막재를 거쳐 장불재로 가는 길은 해발 700~900미터 높이에 걸쳐 있는데 길 전체가 능선길처럼 탁 트인 조망을 주지는 않지만 이른 아침 운무가 낀 담양군의 산군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득함을 맛 보게 해 줍니다. 편도 7km의 길을 걷다 보면 자주 작고 아름다운 길을 마주치게 됩니다.

 

아침나절 꼬막재를 넘어 장불재로 가는 길

장불재에서 무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닌, 화순 방향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서면 아래와 같이 완만한 능선 위에 다소 툭 튀어 나온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정말 걷고 싶고,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길을 만나게 됩니다. 첫째날은 이 길을 멀리서만 보고 '야, 저 능선 한번 걷고 싶다' 했는데 둘째날 멋진 날씨 속에 걷고 머물고 하면서 길 자체도 즐겼지만 이 능선에서 보이는 무등산도 좋은 날씨 속에 눈에 시리도록 담았습니다.

 


네번째로는 거의 해발 900미터 높이에 자리해 있는 암자인 규봉암의 정갈하고 견고한 모습. 산속에 묻혀 있음에도 앞으로는 탁 트인 전망을 두고 있는 것이 운길산의 수종사를 떠올리게 하고 우뚝 솟은 주상절리를 뒤로 두고 있어 절과 터 전체가 하나로 단단해 보입니다. 이 절을 창건했다고 하는 의상대사가 참으로 멋진 곳에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참 멋진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암자입니다

 

규봉암의 여러 모습들

 

끝으로는, 댓재와 토끼등으로 향하는 길 양쪽에 늘어선 커다란 단풍나무들. 이 날은 종일 흐렸지만 낮은 지대는 산 중턱이나 정상 부위에 비해 이른 아침에는 다소 햇살이 비치는 날씨여서 한껏 단풍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길이 아스팔트입니다. 실제 1980년대 초반에 무등산 순환도로를 착공했던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광주 시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돼 그 흔적만 남은 거라는 군요. 하마터면 무등산 산행을 하루종일 자동차 소리와 함께 할 뻔 했습니다. 

 

 

무등산은 광주 송정역까지 KTX나 SRT, 다음 무등산 입구까지 전철과 버스(1187번, 1187-1)로 혹은 3만원이 안되는 택시요금으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아주 좋은 국립공원입니다. 게다가 앞서 얘기했지만 오르는 길이 굴곡이 별로 없고 완만한 편이어서 다른 산에 비해 비교적 쉽게 올라갈 수 있고, 높이(1,187미터)가 주는 조망 또한 시원한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22개 국립공원중 한해 탐방객 수로 한려해상, 북한산, 설악산 다음으로 많은 곳이랍니다.

 

처음 온 무등산. 날씨 덕분에 이틀 연속 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오면 담양군이나 화순군쪽에서 오르는 길을 택해 올라 보렵니다. 또 하나의 장불재~낙타봉 같은 길을 만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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