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11일 토요일, 지리산 서북능선을 걸었다. 산행 거리는 24km 정도이고 성삼재 만복대 탐방로 입구(1084m)에서 시작하여 만복대(1437m)~ 정령치휴게소(1172m)~ 세걸산(1216m)~ 바래봉(1165m)~ 구인월 마을회관 앞에서 종료했다. 오름길(2208m)보다 내림길(-2820m) 구간이 긴 코스였다.

구인월 마을회관 앞에 주차하고 택시로 성삼재까지 이동했다. 만복대 탐방로 입구 도로변에 승용차가 두 대 주차되어 있고 인기척은 없는 이른 시간에 걷기 시작했다. 날은 이미 밝았지만 안개가 자욱했다. 혹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산주인이 들을 수 있게 방울 소리를 내며 시작했다. 비온 뒤 숲은 깨끗하고 푸름이 짙었다. 길은 먼지 없이 부드럽게 걷기 좋았다.

당동고개, 고리봉, 묘봉치를 지나며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살을 만났다. 여름을 맞아 푸른 잎들이 무성해졌지만 겨울 내내 홀로 푸르렀을 소나무는 온통 구부러진 모습이다.

아직 복원 중인 만복대 정상에 다다르자 반대쪽에서 올라온 이들이 있었다. 잠깐 기념사진만 찍고 정령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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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마루금 정령치도 복원 중이었고, 민둥인 복원터에는 보라색 붓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주차장과 휴게소가 있는 정령치에서 요기도 하고 휴식하면서 둘러보니 백두산까지 거리를 표시한 새로운 안내목이 설치되었다. 어떤 의미일까? 지리산 깃대종인 반달곰을 만났을 때 예절에 대한 안내문을 꼼꼼히 읽고 다시 종소리를 울리며 세걸산을 향했다.

활짝 피기 전에 잘 안보이는 고비가 지천으로 피었다. 내리막 능선을 걷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은 계속 반복되며 세동치, 부운치를 오르내리고 팔랑치 데크길에 도착했다. 꽃의 흔적은 없지만 초록의 철쭉들이 양옆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인공의 데크길이 걷기에 편하다.

 

팔랑치에서 바래봉에 이르는 긴 능선길은 복원 중이다. 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엊그제 잠시 내린 비를 맞고 싹을 내민 고사리도 꽤 보인다.

바래봉 오름길 300m 전에 솟아나는 샘물은 언제나 시원하다. 벤취 하나가 달랑 놓여있다. 물은 삼단으로 흐르게 구성되어 있는데 맨 아래 물에 어떤 모습으로 변태 할지 알 수 없는 올챙이가 가득하다.

이제 3분의 2 지점을 지나니 좀 길게 쉬었다 다시 바래봉 정상으로 올랐다. 서북능선은 숲그늘을 주로 걷다 몇 번 전망이 툭 트인다.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이 계속 함께 따라온다.. 성삼재에서부터 걸어온 능선이 부드럽게 보인다.

 

본격적인 내림 구간이다. 덕두봉 이정목을 확인하고 서늘한 숲길을 걷다, 다시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번... 그리고... 비로 흐트러진 구간을 정비 중이라 탐방로를 벗어난 길을 찾아 걷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양봉을 하는 기와집이 있고, 사과밭에 사과가 파랗게 열려 있는 정겨운 마을을 지났다. 이번에 노란 농약보관함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구인월 마을회관에 도착하였다.

팔단금으로 온몸 끝까지 늘리고 숨을 내리고 트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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