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8일 토요일 중산리 탐방 안내센터에서 시작 천왕봉을 올라 남부능선을 걸었다. 돌없는 길이 그리울 정도로 돌길의 연속이었고, 짧은 다리로 한 번에 오르고 내리기 힘든 곳도 자주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연두빛의 산은 햇살을 받아 싱그럽고 시원했다. 이런 색깔의 지리산은 처음. 조망이 좋으면 좋은 대로 숲길이면 숲길대로, 세석대피소 구간까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르내림 자체가 쉽지 않아 걷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이후 남부능선은 사람 드문 숲길을 걷다보니 저절로 홀로일 수 있었다.
국립공원 입구 숙소에서 어둠이 거치고 첫 새소리가 날 때쯤 경행을 마쳤다. 새벽 두시경부터 차량이 들기 시작하더니 3시경부터는 대형버스 소리도 들리고 걸어서 올라가는 이들의 들뜬 목소리도 들렸다.
5시에 국립공원 입구부터 걷기 시작했다. 그 시간 중산리 탐방 안내센터 지하주차장은 만차고 지상주차장도 절반 정도 비었다. 통천길 앞에서 오늘 함께 도전에 나선 이들을 만나고 돌길을 걸었다. 높은 돌은 여러 번 나누어 걸으며 잠깐씩 서서 수리를 두 번 외우고 다시 걸었다. 걷다보니 앞서가던 이들이 먼저 가라고 하는데, 아니요, 나도 힘들어요, 그냥 내 속도로 갈껍니다. 잠깐 양보 아닌 양보에 나를 속일 뻔 했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식혜를 부은 원밀로 요기를 했다. 꼭곡 씹히는 견과류가 고소하니 맛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다시 출발, 가다보니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앞선 한 명이 천천히 걸으며 속도를 맞추어 조용히 걷는 모습이 정갈했다. 힘든 돌길을 걷는 동안 눈길에 잡히는 꽃들. 햇살을 받아 빛나는 연두빛 새잎들. 오늘 나도 그렇다. 여기며 걸었다.


드디어 천왕봉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 계단, 몇 명의 젊은이들이 주저 앉아 쉬고 있다. 곁을 지나자, 잘 걸으신다고 말한다. 속으로 나도 힘들어요....그렇지만 걷고 있어요...
천왕봉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족 경사면에 먼저 오른 이들이 앉아 식사 중이고 정상석 근처에는 인증샷 대기 줄이 길다. 잠시 정상석 만이라도 찍으려는 사이, 새치기를 한 사람이 있어, 고성이 오가고..... 서둘러 장터목 방향을 찾아 내려섰다. 반대편 넓은 터에는 몇 안되는 이들이 여유있게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다. 잠시 정상을 올려다보니 거긴 아직 줄이 그대로다. 장터목에서 올라오는 이들도 꽤 많았다. 내림길도 돌길. 여러 번에 나누어 발을 내딛으며 보이는 꽃들. 푸른 산줄기. 가슴이 후련하다. 통천문을 지났다. 전망이 트인 제석봉에서 잠시 둘러보니 크나큰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장터목대피소에는 아침 식사 중인 이들이 많았다. 여기도 햇살 드는 쪽에는 밀도가 높고 반대편 쉼터엔 데크가 텅 비었다. 바람막이와 털모자로 바람을 피하고 앉아 쉬며 스트레칭을 했다. 어, 끝까지 풀린다. 양쪽 다리가 다시 편안해졌다. 이럴 수가. 아직 남은 구간이 길다. 서둘러 출발했다.



세석대피소 방향 길에 들어서면서 나무에 달린 야광봉들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산행을 하게 될 때 도움이 되고 좋을 것 같았다. 국립공원들이 다양한 산행 상황을 고려해서 길 안내를 해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세석평전을 걸으며, 지나는 이들이 인사를 걸어왔다. 다른 날보다 고맙고 따뜻하게 들렸다. 연하봉을 지나 걷는 연하선경은 맺혔던 마음이 저절로 풀어지게 아름다웠다. 세석평전에 작지만 늪지가 있었다. 이런 돌덩어리 가득한 높은 산에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 있었다. 새로 단장한 세석대피소는 화장실 냄새도 없이 깨끗하고 햇살도 따뜻했다.




이제 남부능선을 향해 출발했다. 대피소에 있던 이들은 대부분 남부능선을 걸어 온 이들이었나보다. 홀로 걷다 음양수 바위에 도착했다. 간간이 한 두 명이 지나가곤 했지만 아무래도 남부능선은 주로 오전에 오르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듯하다. 길엔 이미 지나간 이들이 스쳐 꺾인 나뭇가지들이 시들어 있었다.







조릿대 길을 걷고 걷다 거림 갈림길, 의신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삼신봉 이정표 발견하니 반갑다. 잘 걸어왔나 보다. 삼신봉 직전에 산을 좋아하다 먼저 간 어떤 이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돌판이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조금 오르니 전망이 탁 트인 삼신봉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청학동 이정표가 나왔다. 쌍계사로 안가도 되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청학동 들머리에 도착하니 언젠가 왔던 김다현길. 청학동탐방안내센터에서 트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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