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4일 백두대간 트레일6구간 21km를 걸었다. 이 구간은 강원도 인제 기린면에 위치한 방동약수에서 시작하여 아침가리 계곡을 따라 홍천군 월든교에서 끝나는 A코스와 반대로 진행하는 B코스로 나누어 하루 100명에 한해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다.

도전트렉에 참여하는 분들과 A, B코스를 각각 예약하여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홍천 쪽으로 이동할 교통수단을 준비하고 출발했다. 일정한 거리마다 안내목과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방동약수에는 어르신 한 분과 그 아들이 약수를 받으러 와 계셨다. 철과 탄산 성분이 들어 있는 물은 톡 쏘면서도 쇠 냄새가 남았다. 아들이 떠 준 약수 한 바가지를 남기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 위장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쓰여 있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A코스 시작-방동약수

약수터를 지나 방동안내센터까지 포장도로를 걸어 오르는 중간쯤에서 아침가리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밭에서 일하다 허리를 펴시는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었다. 잊고 있던 아버지를 잠시 떠올렸다. 내가 지금 여기 있게 해준 근원적 인연의 그물코, 흙으로 돌아가신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내게 혼을 내거나 화를 내신 기억 없이 온전한 나를 보아주셨다. 물질에 대한 욕망을 갖지 않고 가능한 만큼만 누리며 사는 삶을 보여주신 분으로 기억한다.

오름길이라 땀을 흘리고 도착한 안내센터에 방금 전 차를 타고 자시며 천천히 오라 하시던 관리원(환경부 소속)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9개의 다리를 건너며 걸어야 하는 길이고, 조경동교에서 꼭 다리를 건너고, 구룡덕봉 삼거리에서 군부대가 있었던 구룡덕봉 방향으로 가지 말고 직진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방동안내센터에는 주차 공간과 인증 기념 스탬프도 준비되어 있고, 뷰 포인트도 마련되어 있었다. 입산금지 가림대를 지나 걷는 길은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걷기 편한 완만한 내리막으로 시작하는 길이었다.

 

 

 

 

 

 

 

안내원께서 주의하라고 말씀해주신 조경동교에 도착했다. 심마니 거처가 있고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코스와 갈라지는 곳이었다. 두 마리 개가 지키고 있었다.

조경동교

 

조경동 방동국민학교 조경 분교 폐교가 있는 곳을 지나자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숲이 나타났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숲은 자작나무의 흰 나무줄기와 초록잎이 어우러져 싱그러웠다. 계속 아침가리 계곡을 끼고 걸으며 9개의 다리(계곡물)를 건넜다.

 

 

계속 아침가리 계곡을 끼고 걸으며 9개의 다리(계곡물)를 건넜다.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일어나고 있는 생각들을 따라 나의 일부를 생각했다. 다시 배낭을 매고 걸으며 생을 마치고 남겨진 나비 껍데기를 여럿 보았다. 거미줄에 걸려 생을 마감한 나비도 있었다. 다시 다리가 나타났을 때쯤 갑자기 나타난 도전트렉 동료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중간중간 나타나는 안내목이 걸어온 거리와 가야 할 거리를 알려준다. 달달하니 익숙한 향기에 놀라 찔레꽃덩굴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추다, 다시 걷다보니 명주가리약수 근처.

오랜 동안 통제되었던 임도지만 중간중간에 오래된 인가도 있고 벌통을 지키고 앉아 있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이따금씩 나무로 만든 벌통이 놓여 있었다.

여러개의 다리와 개울을 지나 구룡덕봉 삼거리를 지나 다시 임산통제 철망이 닫혀 있는 곳을 통과했다. 광운리안내센터엔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은 없었다.

여기부터는 포장도로인 마을길을 걸었다. 차량이 다닐 수 있게 포장된 도로 양 옆에는 오미자밭을 일구는 농부가 있었다. 잠시 더 걸으니 백두대간 트레일 홍천안내센터가 있으나, 사람은 없다.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손을 씻을 수 있게 물통을 준비해 놓았다.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팔단금으로 몸을 정리하고 마지막 지점인 월둔교를 향했다.

감자밭에  핀 흰 감자꽃.                                                                                            너른 밭에 모종을 심고 돌아갈 인력센터 차를 기다리는 이들

마을길 양쪽으로 새순을 심어 놓은 비닐 구멍들이 나란나란 엄청나다. 월둔교 근처 넓은 밭에는 10여명의 일꾼이 비닐 구멍마다 새순을 옮겨 심고 있다. 백두대간트레일 아침가리 구간 시작을 알리는 안내목이 서 있는 도로 입구에서 트렉을 종료했다.

그날 아침, 숙소 창문 너머로 옆 건물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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