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트렉은 철마다 달리 피는 야생화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군 소재 곰배령입니다. 일전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 생각보다 일찍 하산하면 주변에 있는 산을 하나 더 타 볼까 했는데, 생각대로 돼 곰배령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방태산을 덤으로 다녀왔습니다. 가파른 방태산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덤으로 갔다온 곳이 오히려 더 인상에 남습니다. 해가 길어지는 늦봄이나 여름에는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곰배령 탐방을 아침 9시에 시작하면 방태산 정상까지 오른 후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해가 지기 전인 오후 6~7시 전에는 마칠 수 있습니다.
- 트렉일자: 2022년 5월 21일(토)
- 트렉코스: 인제군 곰배령 주차장(진동리쪽) -> 곰배령 1코스(등산) -> 곰배령 -> 곰배령 2코스(능선 트렉과 하산길) -> 곰배령 주차장. 차로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동. 2주차장 -> 방태산 주억봉 -> 삼거리 -> 구룡덕봉 -> 매봉령 -> 자연휴양림 2주차장.
- 교통: 자차
- 날씨: 기온은 오전 18도에서 오후 24도. 풍속은 3~4m/초로 늦봄의 전형적인 맑은 날씨. 단, 가시거리는 오전에는 약한 미세 먼지, 오후에는 다소 흐린 날씨로 그리 길지 않아 곰배령이나 방태산 능선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희미하게 보임
탐방로 입구 생태관리센터 벽면에 3월부터 9월까지 피는 야생화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입니다. 겨울철만 빼고는 초봄부터 초가을까지 달마다 서로 다른 야생화가 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래 1코스로 올라 2코스로 내려오면서 탐방로 양옆으로 피어 있던 야생화들을 모아 봤습니다. 일부 놓친 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10여 종류가 돼 보입니다. 이맘때는 탐방이 몰리는 때라 이 작은 꽃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감상하려면 앞서 가는 탐방객들과 좀 떨어져 천천히 걷는 게 좋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오늘도 하루 최대 방문객 수인 900명이 예약했다는 소식입니다. 곰배령 탐방후기들을 찾아보니 10여년엔 하루 100명, 5~6년 지나서는 하루 300명이었더군요.
'곰배령 = 천상의 화원'이라는 마케팅이 나름 성공하여 곰배령 탐방기에는 의례히 야생화 사진들이 많이 올라 옵니다. 그런데 사실 곰배령을 품고 있는 점봉산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입니다. 점봉산에 살고 있는 야생화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이 보전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오늘 탐방 중에도 눈에 보이는 개체수로만 보면 지구에 2억년전부터 살고 있다는 양치식물인 관중과 2코스 초입부 능선 주변의 산마늘(흔히들 명이나물이라고 하는)이 이 숲의 주인인 듯 합니다. 야생화는 그에 비해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야생화만 보러 오기에는 너무 먼길이고 자칫 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점봉산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희귀/보호 식물이 제일 많은 곳이라 하니 다음 번에는 좀 공부를 하고 와서 다른 식으로 탐방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니 눈팅은 충분히 한 셈입니다.
곰배령에서 바로 붙어 있듯 보이는 봉우리는 작은 점봉산입니다. 입산 금지로 가 보지는 못하지만 작은 점봉산 오른편에 1400여 미터 높이의 점봉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코스에서 곰배령 평원을 둘러보고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갈 수 있으나 2코스가 개방돼 있다면 능선을 타고 2코스로 하산하는 걸 권합니다. 아름다운 숲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하산 내리막길이 시작되기 전 3km 가까이 이어지는 능선은 오늘 같이 맑은 날씨와 산들 바람이 있는 날에는 더 없이 걷기 좋은 길입니다.
지난 3~4백년 동안 화재를 포함한 큰 화가 없었다는 점도 점봉산이 원시림으로 지속될 수 있는 이유중의 하나랍니다. 그만큼 엄격히 관리되고 있고 이렇게 곰배령까지 열린 길 아니면 점봉산의 원시림을 부분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출입허가를 얻은 연구목적의 일원이 아니라면.
대신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또 하나의 원시림이면서 실제 온전히 탈 수 있는 산이 곰배령에서 가까이 있습니다. 방태산입니다. 곰배령 주차장에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산행 들머리는 제2주차장에 맞닿아 있습니다.
코스는 단순합니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정상인 주억봉으로 더 힘들게 올라길지 아니면 매봉령이라는 고개로 올라갈지 선택한 후 능선에 올라 아래 왼쪽 코스지도에서 보이듯 양쪽을 이어서 환종주를 할지 아니면 매봉령이나 주억봉에서 다시 하산할지 선택하면 됩니다. 매봉령으로 올라가서 환종주를 안한다 해도 날씨가 좋으면 반드시 멀리 설악산 서북능선이 보일 때까지는 주억봉 방향으로 더 걸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시계가 좋으면 곰배령에서도 보이지만 훨씬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맛이 다를 겁니다.
힘겹게 올라 주억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능선입니다. 경사도 급하고 육산이라 진찌 힘들게 올라 왔는데 구름과 먼지에 가려 설악산 능선이 희미하게만 보입니다.
사실 방태산 조망의 백미는 구룡덕봉 약 300m 못미쳐에 있는 전망대에서 사방에 펼쳐진 능선과 주억봉에서 걸어온 능선, 멀리 보이는 설악산 능선입니다. 선이 둥그스럼하면서도 굵은데다 주변 산 모두 규모가 커서 근육질의 웅장한 산체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늦은 오후 비껴 들어오는 햇살 속에 걷다 보니 어느새 매봉령입니다. 주억봉에서 이곳 까지는 오르막이 거의 없이 완만하게 고도가 낮아집니다. 주억봉과의 고도차는 약 200m.
점봉산처럼 입산통제는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하산길 내내 밀도가 높은 숲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곰배령을 탐방하고 방태산을 오를 수는 있어도 거꾸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방태산을 환종주하고 나면 체력소모가 커서 더 산을 탈 마음도 안 생길거고 이미 곰배령 탐방 가능 시간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힘든 연계 산행이지만 인제군의 이 지역 지형과 식생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어 좋았고 2천원대로 치솟은 기름값과 시간에 대한 본전을 뽑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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