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도전트렉 10번째 과제로 정방사에서 저승봉 학봉을 겨쳐 금수산으로 오른 후 다시 망덕봉을 거쳐 상천리로 내려와 마무리되는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약 14km의 코스이지만 지난주 탔던 광주 무등산의 35km가 넘는 이틀간 트렉보다 더 힘들었던 트렉인 것 같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저승봉에서 학봉까지 구간의 1km가 넘는 암릉(여느 암릉과 달리 보이는 선과 실제 걸어야 하는 선이 비슷함), 늦가을에 쌓인 능선의 수북한 낙엽밭으로 발걸음이 쉽지 않은 점 탓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조망이 터지는 시점부터 주변 산군과 능선을 쭉 따라오는 청풍호(혹은 충주호)의 물길, 소나무와 바위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학봉 구간의 암릉 덕에 재미와 만족이 가득한 트렉이었습니다.
트렉일자: 2021년 11월 7일(토)
트렉코스: 충북 제천 정방사 ~ 조가리봉 ~ 저승봉 ~ 학봉 ~ 신선봉 ~ 단백봉 ~ 금수산 ~ 망덕봉 ~ 상천리 주차장. 약 14km로 8시간 소요(중간 1시간은 길을 헤맨 시간). 아래 구글 어스(Google Earth)와 네이버 지도의 지형 이미지를 덧붙입니다.
교통편: 자차. 주차는 정방사 주차장에(들머리에서 정방사 입구 주차장까지는 2km의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로 교행이 쉽지 않아 택시기사들도 꺼려한다고 해서 다음에는 정방사 들머리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야 할 듯)
날씨: 트렉 내내 기온이 10~18도를 오가는, 전반적으로 맑고 온화한 날씨. 미세먼지로 가시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아 원경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와! 날씨 정말 맑다' 하면 가시거리가 20km 전후라고 합니다.
구글 어스 3차원 지도로 오늘 걸어야 할 길을 표시해 봤습니다. 시작점인 정방사가 대략 해발 500m, 단백봉이 900m라 단백봉까지는 쭉 오르막길입니다. 저승봉(미인봉이라고도 함)을 지나 학봉으로 가는 암릉구간이 시작되는 곳은 바위가 많아 지도에도 희끗희끗한 점들이 해당 구간 능선 사면에 많이 보입니다. 일단 학봉을 지나면 신선봉 단백봉까지 편안한 흙길이 이어지는데 단백봉을 지나면서 1,061m인 금수산 주변의 오르막길이 시작될 때 까지는 내리막길과 완만한 오르막길입니다. 낙엽이 쌓이지 않으면 이 길은 쭉 편한 길일텐데 수북한 낙엽 때문에 속도가 잘 나지 않습니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자주 미끄러지기도 하구요.
금수산을 약 300m 남겨 놓으면 다 왔다 싶은데 이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구간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이 지점까지 이미 체력이 많이 떨어진데다가 '이거 정말 300m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긴 가파른 계단 오르막길입니다. 끝으로 마지막 금수산에서 망덕봉까지는 다시 편안한 길이 이어지고, 망덕봉부터 상천리까지는 등산화 앞쪽에 발가락이 쏠리는, 급한 내리막길입니다.
이 이미지는 네이버 지도에서 등산로 표시를 설정하면 보이는 지도입니다. 코스의 지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지점과 지점 사이의 진행 방향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번에 제대로 방향을 잡고 리본을 따라갔으면 굳이 그럴 일이 없었을텐데 저승봉으로 가는 길을 잘 못 타는 바람에 1시간 가량 헤맸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의 부족한 점과 잘못된 관성을 곱씹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더 헤맸으면 시작점으로 되돌아 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반성하고 집에 돌아와 복기하면서 이 지도의 효용을 발견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조가리봉에서 저승봉까지의 구간은 능선이면서 조가리봉에서 학봉까지의 연결선(거의 수평 직선)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학봉까지의 직선만 생각하고 능선이 아닌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없는 길을 선택한 바람에 헤맸습니다. 이 코스는 산악마라톤 코스이기도 해 산악회 리본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달아 놓은 리본도 많고 거의 전구간이 다져진 길입니다. 그런데, 조가리봉에서 저승봉으로 한 10분쯤 진행하다 보면 널찍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서 리본이나 길이 제 눈에는 보이질 않아 문제가 시작된 거죠. 저 위 지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으면 길을 찾았을 것이고, 먼저 탔던 사람들이 이 코스는 이정표와 리본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라고 했으면 아무일 없었을 겁니다. 기본을 생각하고 배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단순히 금수산이라고 하지 않은 건 전 코스에서 금수산 이상으로 인상적인 곳, 곧 정방사와 학봉으로 가는 암릉구간 때문입니다. 운길산 수종사, 무등산 규봉암에 이어 조망과 전망 좋은 절을 한 곳 더 추가해야 겠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고 가 보시면 동의하실 거예요.
위 왼쪽 사진의 가운데쯤 뽈록 솟아있는 봉우리가 월악산 영봉, 오른쪽 사진의 봉우리중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오늘 가야 할 금수산입니다. 경내의 아랫쪽에 위치한 종루 바로 옆에 등산로 입구 표시가 있습니다.
정방사를 뒤로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입니다. 첫번째 거쳐야 할 봉우리는 조가리봉. 정방사 뒷길로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이정표가 보여 찾기는 쉬운데 갔다가 이정표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소나무 숲과 바위들이 어우러진 작은 봉우리로 왕복 20분밖에 안돼 갔다올 만 합니다.
조가리봉(아래 사진 왼쪽)은 온통 소나무로 덮여 있습니다.
소나무는 학봉으로 가는 암릉구간까지 자주 보이고 바위들과 어울려 산수화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연출해 줍니다.
오른 코스 이정표중 제일 반가운 놈입니다. 무려 1시간을 헤매고 찾은 것이니 안 그러면 이상하지요. 원래는 저승봉(돼지 저, 오를 승)이었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미인봉으로 개명하고 떡하니 표지석도 세워 놓아 그 뒤로 미인봉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지요. 이제 이정표에도 저승봉 아닌 미인봉으로 표시돼 있는 걸 보면 우리말 특성상 담긴 뜻보다는 어감이 더 큰 영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승봉을 지나 경사는 있지만 그래도 걷기에 부담없는 흙길을 지나면 이제 멀리 학봉이 보이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1km 넘는 암릉구간이 확 다가오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 타 보면 대부분의 암릉 구간과는 달리 보이는 선이 실제 걸으며 넘어야 하는 능선과 거의 비슷합니다. 당연히 긴장하고 집중하고 조심하면서 타고 가야 합니다. 공사하시는 분들한테도 일부 구간은 참 난공사였겠다 싶은 구간들도 더러 있구요. 하지만 이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은 능선 앞뒤, 주변, 아래, 하늘 모두가 멋진 '뷰'를 선사합니다.
이 암릉구간 어디에 있든 주변이 모두 '뷰'입니다.
손에 땀을 쥐고 올라 왔건만 학봉은 표지석도 없는, 이정표 막대기에 누가 매직으로 써 놓은 듯한 희미한 이름으로만 보입니다. 대신 지나온 길을 보라는 듯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구간엔 오늘같이 날씨 좋은 날에도 10명이 안되는 2팀만 같은 방향으로 동행을 했는데, 학봉을 지나고 신선봉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한 팀의 리더가 그러더군요. 그것도 많은 숫자라고.
학봉을 지나면 아래 사진처럼 평탄한 흙길이 신선봉까지 한 동안 이어지고 그 뒤로도 단백봉(혹은 900봉)을 거쳐 금수산 정상을 앞두는 곳까지 내리락 오르락 흙길이 이어집니다. 다만, 나무들이 겨울채비를 하는 때라 두터운 낙옆밭이 걸음을 무겁게 할 뿐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 이쪽 능선에서 유일하게 만난 초록빛입니다.
이제 신선봉과 단백봉도 뒤로 하고 금수산 정상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금수산 정상까지 300m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진짜 300m 맞을까요? 아무튼 이 이정표 바로 위 전망대에서 걸어 온 길(두번째 능선)과 망덕봉으로 걸어가야 할 길(맨 앞 능선)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정상까지 300m를 가는 중에도 날씨가 오락가락 합니다.
정상에 10분가량 있는 동안에도 날씨의 변화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어두워지니 멀리 청풍호의 수면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아 참, 같은 호수를 두고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부르고 있다네요. 관련 기사 링크합니다.
이제 망덕봉을 거쳐 서둘러 하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래서 보이는 경치가 자꾸 멈추게 하네요. 더군다나 내려올수록 날씨는 더 평온해 집니다.
망덕봉에서 상천리로 하산하면 독수리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음, 근데, 높이와 각도에 따라서 독수리 같기도 하고 다른 동물도 연상됩니다.
하산을 마치고 만난 의자. 맞은 편 의자와 마주하고 잠시 쉬고 싶습니다. 트렉 초입에 길을 잃어 헤맸던 시간과 다이내믹한 코스와 날씨 할 얘기가 많습니다.
상천리로 들어갑니다.
상천리는 마을에 산수유가 많아 산수유 마을로도 불린다네요. 나무마다 관리하는 주민들 캐리커쳐가 붙어 있습니다. 산수유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상천리. 아래 그림만큼 아담하고 예쁜 마을입니다. 곳곳에 보이는 주민들의 손길로 더 그렇게 보입니다.
오늘은 운좋은 날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카오로 택시를 불렀는데 금방 잡혔습니다. 마침 택시 한대가 근처에 있었습니다. 상천리에서 정방사까지는 10km가 안되는데, 택시를 불러도 제천시에서 와야 하고 기사분 말로는 온다는 보장도 없답니다. 상천리에서 정방사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한 두 시간에 한 대 있을까 말까 한다고 하면서. 이 코스를 타시는 분들은 이 구간 교통편을 챙겨두셔야 하겠습니다. 하긴 여기 뿐만이 아니라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코스를 탈 때 늘 하게 되는 단골 고민입니다.
트렉도 무사히 마치고 운좋게 택시도 잡혀 편안한 마음이 돼 집으로 가는 길에, 해가 지는 호수가에 잠시 차를 멈추고 한 컷 담았습니다. 상념에 젖게 하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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