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방하도전트렉입니다. 목적지는 포천 명성산. 포천하면 생각나는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산입니다.

 

트렉일자: 2021년 10월 23일(토)

트렉코스: 포천갤러리(산정호수 하동주차장) ~ 명성산 억새밭 ~ 팔각정 ~ 삼각봉 ~ 명성산 ~ 궁예봉 ~ 신안고개 ~ 원점. 약 15km

날씨: 기온은 아침 5도에서 15도로 더할나위 없는 맑은 날씨

 

몇 번 가본 곳이고 집(분당)에서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시간 30분만에 가는 곳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7시에 출발합니다. 이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엔 포천은 도로 사정때문에 보통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먼 곳이었는데, 덕분에 최근 몇 년 새 포천의 여러 산을 가 봤습니다. 같은 등산도 가끔은 거친 야생의 맛을 기대할 때 포천으로! 포천에는 그 분위기에 딱 맞는 산들이 즐비합니다. 등산객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에서 지자체가 이 점을 잘 이용하면 더 많은 산꾼들이 포천을 찾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가는 명성산은 그래도 사람들 발길이 잦은 곳이라 나름 정비돼 있는 곳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포천 산의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때가 때인지라 이맘때 명성산의 억새밭 구경은 덤입니다. 다만, 도착하면서 바로 알게 됐지만 정말 억새밭을 찾는 사람들로 등산로 입구부터 억새밭까지의 길은 사람들로 그득합니다. 이 인파를 피하려면 훨씬 일찍 와야 하야 하는 것이죠.

 

이번 트렉을 하면서 새롭게 안 사실입니다. 산정호수 주차장에는 상동과 하동 주차장 2곳이 있고, 이 중 명성산 등산로 입구는 상동주자창에 면해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늘 상동주차장이 같은 시간대면 먼저 차고 많이 붐빕니다. 이 주차장 사진은 하동주차장인데 같은 시간(오전 8시 30분) 상동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집에서 출발이 좀 늦어 주차가 걱정된다거나 하산후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하동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동주차장에서 수변길따라 1km 정도 걸으면 등산로 입구입니다.

 

 

산정호수변에서 멀리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명성산. 오늘 거기까지는 가야 합니다.

 

포천의 관광자원 중에서 아마도 제일 많은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열쇠말은 산정호수, 그 다음은 명성산, 아니 명성산 억새밭일 겁니다. 이 날도 이 글의 모든 사진이 증명하듯 날씨는 더할 나위 없는 대박. 게다가 날은 일주일중 나들이하는 사람들로 제일 붐비는 토요일이라 오전에는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 입구는 억새밭 구경을 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오후엔 편안한 햇살 속에 산정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런데 가 본 사람만이 안다고 억새밭을 지나 명성산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또 명성산에서 바로 하산하지 않고, 궁예봉까지 가면 명성산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날 저의 눈대중으로 보면, 이 곳 포천의 산정호수를 찾는 사람이 10명이라면 그 중 3명 정도가 명성산 억새밭까지 오르고, 다시 3명중의 5%가 안되는 사람들이 명성산까지 올라가고, 명성산까지 오른 사람들중 1%도 안되는 사람들이 궁예봉까지 발걸음을 합니다. 아래 사진도 그런 순서입니다.

 

이 아침,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속일까요? 살짝 과장이지만 그만큼 이날 날씨가 대박입니다. 오른쪽은 오후 햇살속의 산정호수

 

억새와 가을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억새밭을 지나 능선위를 올라오면 보이는 산정호수의 다른 모습

 

저 앞 명성산과 궁예봉이 조망되는 이 길은 저한테는 능선위의 명품 길입니다

 

명성산에서 내려다본 궁예봉(사진의 맨 앞쪽에 있는 봉우리)

오늘 등산로 입구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던 곳. 억새밭 풍경을 몇 컷 더 담아 봅니다. 억새를 볼 때마다 갈대하고 참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이 글을 읽어 보세요. 잘 정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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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을 지나고 나면 능선으로 올라서는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양쪽 모두 탁 트인 조망과 발 아래 멀리 산정호수를 아득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능선길은 날씨가 좋을 때 걸으면 뭔가 먼 길을 막 떠날 때의 느낌이나 이미 먼 길을 걸어오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을 때의 감정들이 느껴지는 묘한 길입니다. 사방이 탁 트이고 멀리 물이 보이고 평탄한 능선길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탓일 듯 합니다.

 

 

명성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해태상을 이고 있는 삼각봉 표지석을 지나면 바로 철원땅입니다. 표지판에 궁예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태봉국이 언급돼 있습니다. 궁예나 태봉국이나 패자의 역사라 전해지는 사실이 별로 없어 주로 추정이나 전설로 이들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을 뿐이고, 도성터등 관련 유적도 주로 비무장지대 안에 있어 문헌과 사료의 부족과 유적 접근이 어려워 관련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이것을 관광자원으로 키워 나가려는 의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 궁예 태봉국 테마파크가 완공된다는 소식입니다.  

 

 

아래, 명성산 정상을 얼마 안 남겨두고 지나온 길과 명성산 궁예봉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산 자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 멀리까지 보이는 너른 평원 덕에 아득해 보입니다.

 

 

명성산 정상 표지석과 궁예봉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 본 명성산. 앞서 얘기했듯이 대부분 이 곳에서 다시 걸어온 길로 되돌아 가거나 신안계곡 쪽으로 하산합니다.

 

 

명성산 정상에서 궁예봉으로 가는 길로 조금만 내려오면 아래와 같이 신안고개 쪽 갈림길이 나옵니다. 지형과 날씨가 어울러져 저한테는 이 날 최고의 경치였습니다. 허기도 달래고 경치도 감상하고 경행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궁예봉을 가는 길은 좀 조심해야 합니다. 길은 분명히 나 있는데, 길지 않은 구간에 가파른 지형을 여럿 만납니다. 그러나 봉우리로 향하면서 맞닥뜨리는 경치나 봉우리 위의 조망과 느낌은 위의 갈림길과 함께 오늘 코스 중에서 최고입니다. 젖은 날씨나 어름이 어는 시기에는 위험한 코스이니 갈 수 있을 때 가볼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지자체에서 세워 놓은 듯한 궁예봉 표지목보다 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훨씬 번듯합니다. 궁예의 생애나 태봉국의 역사 모두 애틋한 면이 있는데, 초라한 표지목을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궁예의 한자를 보면 활궁 자에 후손예 자를 써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자 모양  자체도 초라한 표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멋지고 존재감이 있어 보입니다. 테마파크 예산으로 이것도 손 봤으면 좋겠습니다.

 

궁예봉에서 하산은 약물계곡쪽으로 진행하는 길과 신안고개 갈림길로 되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여전히 멀기는 하지만 산정호수 주차장 방향은 신안고개라 그 쪽으로 하산합니다. 약물계곡 길은 다음에.

 

명성산은 바위가 많고 물이 많은 곳은 아니나 그래도 이 길로 내려오면 물소리와 함께 내려올 수 있습니다. 아래 왼쪽에서 보듯 하산 길 중간에 거대한 바위 사면도 만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압도적입니다. 

 

오늘 코스도 나름 종주라 하산 후에도 출발점까지 돌아오는 길은 약 5km의 시멘트, 아스팔트 길로 좀 지루합니다. 그나마 마지막 1km 구간이 산정호수 주변 산책길이라 하산의 피곤함과 지루함을 잊게 해 줍니다.

 

 

내려와서 산정호수를 앞에 두고 멀리 명성산과 궁예봉을 바라봅니다. 명성산은 아래에서 올려 봐도, 능선에서 같은 눈높이에서도, 산아래 산위에서 보이는 호수와 함께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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