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일 토요일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실제 거리 19km 이상을 걸어 통도사로 내려오는 가을학기 마지막 도전트렉을 하였다.

영남알프스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디를 걷든 보이는 주변 산들이 능선에서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을을 지난 산들은 잎을 떨구고, 둥실둥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 두려움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금요일 도착하여 찾은 통도사는 규모가 엄청 컸다. 이미 어둠이 내린 대웅전엔 특별하게, 중앙에 붉은 색깔 방석이 놓인 자리는 마련되어 있으나 부처님이 모셔져 있지 않고 가로로 긴 창문이 있고 그 창 밖으로 숲이 보였다. 내부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았는데 이는 대웅전 뒤에 있는 금강 계단에 석가여래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란다. 다음 날 트렉 후 다시 들러보니 스님께서 예불 중이셨다.

지난 주 남산에서는 누군가 바위에 새겨놓은 부처님을 보았다. 오늘 통도사 무풍한송로에 서있는 바위 마다에는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래 전 부처님 모습을 새기던 행위가 현대에는 누군가 사람 이름을 새기어 드러내는 것으로 바뀌었나? 요즘 사람들이 부처님과 불교를 대하는 것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이 씁쓸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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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와 영축산

 

 숙소에서 터치를 하고 경행을 하며 수리를 익히고 아침 일찍 매표소 앞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택시로 출발지인 배내고개로 이동했다.  트렉은 홀로 걷지만 오랜만에 그리운 이들과 함께 이동하니 마음이 놓이고 좋았다. 고지가 높아 손이 시려 준비운동만 하고 이내 계단 오르기 시작. 참으로 많은 계단을 오르고 또 내리고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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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고개~배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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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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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 가는 길

 

 간월재휴게소에서 몸을 쉬며 양식을 취하고 다시 신불산을 행해 나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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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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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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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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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이상 높은 산이라 곳곳에 서릿발이 있었다. 마지막 고지인 함박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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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등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잠시 쉬었다. 이제 하산을 준비하고 백운암 0.8k통도사 6km 이정표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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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과 낙엽이 쌓인 길을 조심조심 걸어 백운암에 도착하였다. 다시 0.7m를 내려가니 통도사산문 5.5km이정표가 기다리리고 있었다. 1.5km내려왔는데, 거리가 늘어났다. 그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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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임도(차도)길을 걸으며 영축산맥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삼거리마다 채소전을 펴고 계신 어머님들도 뵙고, 암자에 다녀오는 수많은 차들 중 어느 하나 창문을 열고 '태워줄까요?' 묻지 않았다. 멋진 산들을 걸을 때보다 생각거리가 많은 임도길있다. 어제는 4시 30분이 넘어 먹지 못 통도사 직영 식당 '한송정'에 들러 산채비빔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무풍한송로를 1km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배내고개에서 산길샘 기록을 시작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배내등 지나 산길샘이 기록을 거부하는 바람에 2.8km(1:10분 추가) 지난 지점에서 다시 기록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족히 19km 이상을 걸어서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팔단금으로 마무리. 이제 사람들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잘 한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별일 아니다. 가을학기를 마무리하며 핑계가 몇 개 사라진 나를 발견한다. 다 떨구고 흰머리 가득한 노인처럼 산을 덮고 있는 나무들이 대견하다.

 



 

 

 

김시습과 금오신화를 새롭게 알게 된 20211120일 토요일 경주에 있는 남산에 다녀왔다.. 용장골 공원 지킴터에서 시작하여 이무기능선을 올라 고위봉, 백운재로 해서 신선암과 칠불암에서 마애불을 보고 봉화대능선을 따라 이영재를 넘어 금오봉, 용장사지와 금오정을 들러 늠비봉 5층석탑을 보고 포석정으로 내려오는 약 12km를 걸었다.

 

먼저 하산 지점인 포석정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500번 버스가 농어촌버스인지라, 주말 이른 시간에는 학생 등교를 위한 버스가 배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타고 용장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 안쪽 왼편에는 갤러리 금오신화가 널찍하니 자리잡고 있고 가운데에는 화장실, 왼편에는 설잠스님(김시습)과 금오신화에 대한 안내글이 전시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김시습의 금오신화 다섯 편이 이곳 경주 남산 금오봉과 용정 사지 일대에서 쓰였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오르게 될 금오봉과 금오정, 용장사지와 탑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 그 유가에 절망한 김시습이 설잠 스님으로 살면서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 요즘 말로 하면 판타지 로맨스를 썼다는 것을 사실로 이해하는 날이었다. 뜻밖의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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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잠스님과 금오신화
 

용장주차장에서 금오신화 전시 공간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찻집이 있고 바로 공원 지킴터가 있다. 작은 현수교를 건너면서 조금 걷다보면 천우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개울을 건너 오르는 능선이 이무기능선이다. 그리 거칠거나 위험하지 않은 암릉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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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능선~고위봉

 

고위봉 지나 백운재 향하면서 올라오는 이들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통은 이무기능선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길을 택하는 듯했다.

신선암과 칠불암 근처에 휴식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먼저 가까운 신선암에 들러 마애불을 뵙고 칠불암으로 내려갔다. 공사 중인 칠불암에서 여섯 분의 부처님은 얼른 볼 수 있었지만 한 분의 부처님을 마저 뵙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공사 중이라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작고 깨끗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 지나다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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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암과 칠불암의 마애불

 

오늘은 신선암 마애불을 새긴 이가 누굴까? 궁금했다. 좁은 난간에서 오랜 시간 바위에 숨은 부처님을 드러내기 위해 애썼을 그 누군가의 불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

 

널찍하니 편안한 오름길 이영재를 걷다 보니 비어 있는 의자가 있어 점심 요기를 했다. 연화대좌가 60m 지점에 있다는 안내판 바로 옆이다. 한 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이 지나가고 몇몇이 연화대좌로 향했다. 내려오면 들르려고 했는데, 소리만 시끄럽고 내려오지 않아 다시 걸으며 임도에서 사진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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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를 지나는 길

 

금오봉에 오르니 사람들이 꽤 많다. 국립공원지킴이도 나와 있다. 갈림길도 여러 갈래다. 정상에서 포석정 방향을 찾아 내려서다 바로 오른편 화장실 표시를 따라 내려가면, 공원지킴터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바로 앞 용장사지를 지나 왼편 길로 가면 금오정으로 갈 수 있다. 금오정 주변에도 휴식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경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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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정

금오정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늠비봉 5층 석탑을 만날 수 있다. 석탑 앞 너른 바위 위에서 경주 시내를 바라보며 팔단금으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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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비봉 5층석탑
 

하산하던 길에 만난 뜻밖의 부처님.  시간 여유가 있어 포석정을 1.5km 남겨 둔 지점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마애불을 새긴 이들의 정성과 마음이 어떠했을까 궁금했다.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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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지킴터로 하산

 

 

 

 

1113일 토요일 전태일 열사70주기 추모일에 도전트렉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이날산행을 했다. 그렇다고 결코 잊지 않았음을. 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자 하는 이유를 새기며.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남덕유산(봉황봉 1507m)을(봉황봉1507m) 밟고 월성치~삿갓봉(1419m)~삿갓재 대피소~~삿갓봉(1419m)~삿갓재대피소 무룡산(불영봉1291m)~거북바위(칠이남쪽대기봉1420m)~동엽령~무룡산(불영봉 1291m)~거북바위(칠 이남 족대 기봉 1420m)~동엽령~칠연 삼거리에서 안성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는 여정이었다. 실제 거리는 18~9km 정도로 예상하고 입산 시작 시간인 5시에 출발하면 오후 3~4시경에는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내린 첫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서 걸음은 더디고 몸은 힘들었다. 다양한 모습의 상고대를 보며 마음은 흡족했다. 속도를 낼 수 없어 타는 속을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을 입속에 녹이면서 시원하게 했다. 아주 오랜만에 눈을 실컷 먹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잠이 왔다. 아이들을 키울 때 간혹 저녁밥을 받아먹으면서도 잠을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오늘 하루 잘 놀았나 보구나 생각하던 기억이 났다. 내가 오늘 그러고 있었다.

 
가지마다 쌓인 눈은 참 시원했다.

 

금요일 오후에 찾아간 영각사는 건물 보수 공사중이라 스산한 분위기였지만 특이하게 화엄전이 중심에 있는 절이었다. 인사도 드리고 글귀도 읽어보고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좋았다.

영각탐방지원센터에 들러 며칠 전 내린 첫눈이 내일의 남덕유산에 가득 쌓여 있어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정보를 듣고 준비물에 대한 안내도 받았다. 아래 주차장보다 영각사주차장이 화장실도 깨끗하고 가깝고 좋으니 이용하라고 알려주셨다.

 

덕유산은 공식적으로 5시에 입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동행이 허락된 도전트렉이라 4시 반에 만나서 반가움도 나누고 경행을 함께하고 출발하니, 530. 영각탐방지원센터 등산로입구 도착. 새벽 입산자들을 위해 도로에서 입구까지 가로등이나 안내표지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산행금지 홀로그램을 지나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수리읽기를 시작했다. 둘 달 동안 홀로 시작하고 걷다,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시작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900m 이상을 오르면서 눈이 밟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길이다. 오늘 걷는 이들은 다리가 좀 짧구나 싶다. 열심히 걸어도 평균 보속 따라가기 바쁜 형편인데,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을 이용한다. 발은 무겁지만 스틱이 짧은 하체로 계단은 아니지만 계단처럼 오르는 길에 힘이 되어주었다.


 

오르막에 숨이 적응할 때쯤 온통 눈에 덮힌 남덕유산 전망대 데크 계단이 나타났다. 한 손에 스틱을 모아 쥐고 한 손은 가드레일을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는데, 가드레일이 미끄럽다. 그래도 가슴 벌렁대지 않고 침착하려 수리를 외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재낀다. 그래도 함께 걷는 이가 있어 남덕유산 정상석을 맞이했다. 사진작가 두 분이 꽁꽁 언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다행이 정상석 글씨가 보이게 눈을 닦아 놓았다. 얼른 정상석만 찍고 바람을 피해 나무 밑에서 원밀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인증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남덕유산까지 보통 날씨엔 2시간 정도로 예상되는 시간이 3시간 넘게 걸렸다. 보통 눈길이 아니니 오늘 하루 단단히 걸어야겠다고 새기며 월성치로 향했다.

힘들게 오른 길을 다시 내려가다 삿갓봉을 100m 남겨 두고 다시 한참을 내려가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했다. 화장실이 따뜻하다.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취사장에서 간단하게 점심요기를 했다. 좀 긴 거리를 가려는 이가 서둘러 출발하는 것을 보며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고개를 올랐다. 지나온 길을 보며, 오늘따라 산은 왜 굳이 긴 능선을 이루어도 좋을 텐데, 이렇듯 내려가고 오르도록 형성됐을까? 의구심이 자주 들었다.

반대 방향에서 걷기 시작하여 삿갓재대피소에서 올라오는 이들이 앞으로 갈 코스는 쉽다고 묻지 않았는데도 말해주더니만, 그래서 혹여 긴 능선이라도 나올까 기대했는데, 꽝이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역시 산은 올라야 산이라고 무룡산이 가르치고 거북바위가 가르치며 마침내 동엽령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내리막 4.2km 코스다. 잠시 안전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출발지로 회기할 택시기사님과 통화를 하고 내리막 걷기를 시작했다. 간격이 일정한 계단을 내려가면서 살짝 왼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왔다. 그럴 땐 살짝 옆으로 걸으면 괜찮다. 너덜길이라도 자연스런 길은 괜찮은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편한 길 같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어둔 새벽 들머리에서 오를 때와 반대로, 고도가 낮아질수록 길에서 눈의 흔적이 사라지더니 길 주변의 산에서도 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 즈음, 어둠이 시작되었다. 다시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1.2km 남은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시작할 때 경행을 함께 했듯이, 팔단금을 함께 하며 도전 트렉을 마무리했다. 꽉 찬 반달이 떴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가 쓴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Albany Free School Story)라는 책의 끝부분에, [어떤 연령대의 아이들과 만나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인적인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은 학교 교사들에게만 한정되는 말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가장 중요한 교사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야 한다. ] 는 구절이 있다. 도전 트렉을 시작하고 줄곧 내게 따라다니는 말이다. 자연이 나의 스승 일진 데 나는 때론 어떤 이유에서건 그 스승이 두렵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은 내가 두려운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모처럼 맑은 2021116일 토요일 강원도 횡성 국립 숲체원과 횡성호수길 5구간을 트렉했다. 거리로 340km340km 이상 떨어진 곳이라 금요일 오후 서둘러 출발했지만 with 코로나 시작 이후라 그런지 도로엔 차가 아주 많았고 주유소마다 길이 늘어져 있었다. 예상(4시간)보다 11시간가량 더 걸려 도착했다.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소인데도 당일 트렉이 부담스럽지 않은 날이 처음이다. 숲체원의 색깔과 공기를 궁금해하며.

 

숲체원에 전화로 알아보니 탐방로 트레킹은 예약이 필요 없으나 입장 시간이 9시로 정해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멀리에서 왔고 오후엔 호수길로 이동해야 하는 형편이라 숙소에서 터치와 경행을 마치고 숲체원에 8시경 도착했다. 친절한 지킴이께서 “9시 입장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법이 그렇습니다.”하신다. 먼저 도착한 suv 한 대가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다 8~9분 경과하자 나가버린다.

 

나는 간단하게 가방을 챙겨 화장실에 들렀다, 반대편 나가는 방향을 보니 산책하는 이들이 있다. ! 나도 자연스럽게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탐방로 1’늘솔길’(950m)1km 정도 올랐다 내려오니 856분이고 다행히 위치도 주차장 쪽이라 들키지 않았다. 아무데도 안 다녀온 척 지킴터에 가니, 2분 후에 큐알 체크하고 입장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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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1 늘솔길 구간

 

숲체원에 탐방로가 1~4 까지 4개 구성되어 있는데, 1구간은 이미 돌았고 지킴터 바로 옆에서 시작하는 구불구불 1.4km가 넘는 거리로 대부분이 데크로 이루어진 편안한 등산로다. 언제나 솔솔 불어오는 솔바람을 느낄 수 있는 ‘늘솔곳’이란 전망대(881m)도 있어 숲체원과 횡성군 일대를 다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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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등산로 구간(늘솔곳 전망대)

 

방문자센터를 살펴보고 앞말과 뒷말로 구성된 숙소동, 식당과 매점 등 시설을 돌아보고 오감체험장 근처에서 시작하는 탐방로 3‘도토리길’(903m)로3‘도토리길’(903m) 접어들었다. 약 1km1km 정도 길이로 중간에 맨발 치유숲길과 만날 수 있다. 걷다보니 숲의 다양한 질감도 느낄 수 있고, 구역에 따라 다른 수종들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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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길 시작하는 지점에서 좀 더 오른편으로 길을 따라 가보니, 숲체원에서 준 안내도에는 막다른길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26km에 이르는 또다른 길이 시작하는 지점이었다.

태기산과 청태산을 연결하는 생태탐방로

 

다시 관리자 숙소 뒤에서 오르는 탐방로 2 ‘힐링 숲길’(930m)로힐링숲길’(930m) 접어들었다. 1.2km 정도를 걸으며 오르고 내리고 하기를 4번째인데도 거리가 짧아서인지 걸을만했고, 마음이 편안했다. 청태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안내판이 유혹했지만 오후에 호수길을 걸어야 하기에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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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2 힐링숲길 구간

 

숲체원에서 거리로는 40km가 채 안되는데 한 시간 가량 걸려서 횡성호수길 5구간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먼 횡성에 온 기념으로 더덕정식을 맛보았다. 횡성 한우는 그림자도 안 밟았다.

횡성호수길 5구간은 많이 알려진 만큼 주차장은 만차라 다시 돌아 나와 도로변에 세우고 입장, Azgtm 출발점인 코뚜레 게이트와 임시주차장을 지나면 매표소다. 2천원을 냈더니 횡성 상품권 22천 원권으로 돌려준다. 나올 때 8천 원을 보태서 만 원짜리 더덕을 사는 데 사용했다.

횡성호수길 5구간 가족길은 입구 쪽A코스(4.5km, 1:30)와 안쪽 B코스(4.6km, 1:00)로 이루어져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으나 실제 거리는 2km를 뺀 정도였다.

 

A코스는 소 코뚜레를 형상화한 브론즈 작품을 통과하며 걷기 시작한다.

건강길을 걷고 장터가는 가족과 장터 가는 사람들 조형물을 만난다. 누나가 남동생의 손을 잡고 부모님과 함께 장터로 향하는 길 위에서 설레는 발걸음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횡성 오일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호수에 잠겨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터 가는 가족조형물에는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회상과 고향에 대한 그림움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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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길 A코스출발~B코스 출발

 

B코스(오색꿈길)호수에 물들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표지판을 기점으로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호수 풍경이 이어진다. 원두막 지점에 도착하면 A코스 호수길 전망대로 나가거나 B코스 오색꿈길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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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길 B코스 출발~A코스 도착

 

키다리 목각 인형이 앉아 있는 벤치가 여러 군데 있고 방문객들은 그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원시림 느낌이 가득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호수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 있는 횡성호 쉼터 전망대와 은사시나무 군락지가 있다.

오솔길 전망대, 타이타닉 전망대, 호수길 전망대, 횡성호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걷는 이들이 쉬어갈 수 있고 호수에 비친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담고 있었다.

횡성호수길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에 설치된 조형물이 마음을 잡는다. 오누이가 횡성오일장에 가는 길이 물에 잠겨 가지 못하는 형상이다.

 

방하트렉에 2017년 9월 처음으로 참여하고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 오늘처럼 발과 마음이 한 가지로 편한 날은 처음이다. 5개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살던 마을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어쩌면 이주하고 삶이 더 고단해졌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눈물이 오늘 나의 이 발길에 밟히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다시 이 호수길을 걸으며 지난 고됨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래서 오늘 내가 경험한 이 편안함이, 다시 오늘을 사는 힘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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