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30일 제주도 절로 가는 길 중 정진의 길을 걸었다. 안내도에 나온 거리는 20여km20여 km이지만 미개통로와 선돌선원, 영실등산로입구까지 포함해서 걷다 보니34km34km 정도 걸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일주일 정도 앞둔 트렉이라 나자체를 찾기 위해 정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선덕사에서 출발하여 선돌선원에 올랐다. 내려오면서 카카오 맵이 알려주는 두타사 근처를 헤매다 남국선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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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사에서 선돌선원으로

미개통 구간이라 표시되어 있지만 지도에 걷는 길이 표시되어 있어 카카오 맵을 따라 남국선원에 이르렀다. 하례 공원묘지를 지나 이어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채종원이 나타났고 나무에 걸린 절로 가는 길 리본이 잘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정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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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이라 적막했지만 숲의 고요를 찾은 몇몇 발길이 있었다. 고요 속에 잠시 머물다 돈내코 탐방안내소로 향했다. 돈내코 코스를 조금 오르다 보면 한라산 둘레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동백길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법정사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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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름 갈림길부터 한라산 둘레길과 절로 가는 길 리본이 같이 걸려 있다. 시오름에 이르기 전 아름드리 편백숲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참 아름답다는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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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코스를 걷다 보면4.3 시기의 아픔을 짐작할 수 있는 돌담이 보이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이용한 돌길을 밟으며 걷게 된다. 지금 역사 속에서 정진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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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둘레길에서 몇 백 미터 내려가면 항쟁의 시작이 되었던 터만 남은 무오법정사지를 만날 수 있다. 당시 썼다는 무쇠솥이 낡고 구멍 난 채 놓여있고, 바로 아래 우물터엔 낙엽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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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둘레길 탐방안내소 방향으로 향하면 무오년에 시작된 법정사 스님들이 중심이 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항쟁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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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라산 둘레길 입구로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동백길, 직진하면 존자암지로 향하는 하수원로길을 따라 걷게 된다. 4.2km의 하수원로를 따라 난 길은 오름길이다. 1km 지점마다 휴식공간과 거리 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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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원로길은 영실매표소에서 영실 등산로 입구로 가는 도로변에서 끝나고, 왼편 영실매표소 방향으로 가면 존자암지로 가는 안내가 되어 있다. 오늘은 정진의 길을 걷고 있으니, 좀 더 정진하며 영실 주차장 입구까지 긴 오르막을 오르내린 후에 영실매표소로 향했다.

몇 해 전 공사 중이었던 존자암지는 잘 정비되어 서늘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걷기 좋았다. 오늘 잘 걸어지기에 걷고 싶은 만큼 걷다 보니 이제 마지막 공간에 이르렀다. 뒤로 연둣빛 초록을 입은 숲이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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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에 맞춰 걷다 보면 그냥 걷고 있는 나가 있고, 잠깐씩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순간과 질문이 있다. 머리로 올랐던 열이 발로 내려오고, 그냥 생각이 흐른다. 수리가 생각을 다잡고 그냥 걷게 한 길이었다. 그날 단숨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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