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5일 토요일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를 읽기 트랙 했다.
여고시절 수학여행으로 흔들바위에 다녀온 기억과 32년 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어렴풋한 설악산이었다.
추석 명절에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다 공룡능선 도전 계획을 알렸다. 가벼운 스틱을 선물한 아들 내외는 아예 감이 없고, 종주를 목적으로 산행을 하는 남편은 헤드랜턴을 빌려주었다. 신혼여행 기억을 아스라이 떠올리며. 걱정 조금 보탠다.
그래서 연가를 내고 금요일 출근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고, 오후 1시를 넘긴 시간에 설악동에 도착했다. 설악에 들어서면서 쏟아지는 빗줄기가 내일은 어쩌실 건가? 지도만 보고 익힌 등산로를 확인하기 위해 비선대까지 걸었다. 그곳에서 만난 국립공원지킴이께서 내일 하루 종일 비가 올 것이란다. 입장 시간제한 때문에 발길을 돌려 신흥사를 둘러보았다. 신흥사 문화재 안내도를 살펴보니 내일 트렉 할 코스가 모두 신흥사 소유지에 속해 있었다. 지도에 문화재만 표시하지 않고 소유지를 색을 달리해서 표시해 놓은 안내도이다. 왜 소유지를 표시했을까? 소공원에 아주 큰 청동불상은 비를 맞아 눈물 흘리는 듯이 보였다. 내겐. 불상 안에 법당도 있어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9.25일 토요일 새벽에 잠깐 그쳤던 빗줄기는 다시 이어지고. 그래도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단체버스도 있고 등산객들이 아주 많다. 마음이 놓였다. 터치와 경행을 숙소에서 진행하고 나와서 간단한 준비운동만 하고 읽기 트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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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길을 지나 비선대를 거쳐 금강굴을 스치고도 한참이 지난 후 희미하게 주위가 보이고 혹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등산객들의 불가능한 기대가 들린다.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기까지 각오는 했지만 어둠 속에서 참 많이도, 이런 길을 왜 갈까? 고행이 따로 없네. 완주할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갈 수 있을까? 안팎을 넘나드는 생각들. 나에 대한 연민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안쓰러움이 일었다 사라지기를 한참.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 산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고도 한참을 걸어 공룡능선 초입에 도착했다. 원밀에 두유를 부어 아침을 든든히 먹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드디어 공룡능선에 진입했다.
드디어 마지막 신선봉을 지나고 무너미고개까지 오르락내리락 무서운 철난간을 잡고 내려가야 했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기 위해 여러 곳에 철난간이 있었다. 참 고마운 구조물이었다.
그런데 그 고마운 철난간을 맞닥뜨리는 순간마다, 조금 전까지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스틱'이 '장애'로 여겨졌다. 그래서 어느 코스에서는 아래로 던지기도 하고, 한 손에 들고 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다른 이가 들어주기도 했다. 4~5시간 지나는 공룡능선은 삶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20대의 청춘시절과 아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한 여전히 청춘이지 않은가? 스틱에게 물어본다. 그런 내가 참 안쓰럽고 대견하기도 하다.
새벽부터 8시간 이상을 걸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절반 이상 남았다. 그래도 드디어 공룡능선이 끝나고 하산길 시작이다.
20km 정도의 아주 긴 트렉이라 주로 바위들을 많이 만지고 보았지만 바위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도, 생명체들도 다양했다.
하루 내내 비가 내렸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참 많았다. 아마 내가 거기 가지 않았다면 그 시간 비를 맞으며 그 산중을 걷고 있는 이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헤어지고 만나기를 거듭하면서 어느새 눈인사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아는 체를 할 만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이내 어디론가 떠나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익숙한 공간에 당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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